1 이름없음 2019/04/29 06:02:09 ID : cpO5TVdU5bB 4
짧게 내 소개를 하자면 난 2017년에 전역한 해군 하사야. 올 해로 22살이고. 하지만 4년 복무를 다 채우지는 못하고, 도중에 전역했거든. 푸념이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그냥 내 이야기나 좀 하려고. 좀 길 수도 있을거야. 스레딕에 꽤 내가 신세를 진게 많거든. 고등학생때. 나 보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레스더들도 있을거고. 어쩌면 나와 비슷한 레스더들도 있을거야. 나보다 어린 레스더들도 있을거고. 내 이야기가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지만. 그나마 용기를 얻고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나도 나름대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 이 스레를 만들어봤어. 질문과 의견은 얼마든지 해줘, 보는대로 바로 답해줄게
2 이름없음 2019/04/29 06:02:52 ID : fatxRzVhxRw 0
ㅂㄱㅇㅇ
3 이름없음 2019/04/29 06:03:31 ID : cpO5TVdU5bB 0
스레딕 진짜 오랜만이네...한 4년 됬으려나? 한창 상황극에 빠져서 재밌게 했었거든, 그땐 멋 모르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이젠 어느정도 사회생활도 하는 20대 아저씨가 되버렸으니까..ㅋㅋㅋㅋ 뭐 지금도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말이야. 뭐 여튼.. 천천히 내 이야기 느긋하게 풀어볼게. 질문이나 의견은 언제나 환영이야!
4 이름없음 2019/04/29 06:06:47 ID : cpO5TVdU5bB 0
어디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초등학생때? 솔직히 난 진짜 진성 밀리터리 덕후였어. 어릴 때 부터 군대를 정말 좋아했거든. 중학생때도 군인이 되고싶고.. 특수부대에 가고싶다고 노래를 불러댔었어. 정말, 진짜 멋있어보였고.. 막연히 그런 것 뿐만 아니라.. 나름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 사회에 봉사하는 그런 직업을 갖고 싶었었던거야.
5 이름없음 2019/04/29 06:09:04 ID : 6oZbjAkralc 0
오오오
6 이름없음 2019/04/29 06:09:37 ID : cpO5TVdU5bB 0
근데 중학교에 들어갈 쯔음 해서, 내 인생에 큰 사건이 하나 터져. 부모님이 이혼하셨거든. 한창 부부싸움에서 시작해서 칼 까지 들었었단 말이야. 경찰도 오고가고..난리도 아니었어. 그러다보니 난 스스로 챙기기가 힘들었었고... 자연스럽게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했었지. 원래 ADHD가 있었어 초등학생때부터. 뇌에 도파민이 많이 부족했거든. 초등학교에 이어서 중학교때도 똑같이 흔히 말하는 찐따생활을 계속 하게 된거야.
7 이름없음 2019/04/29 06:10:47 ID : 6oZbjAkralc 0
아이고
8 이름없음 2019/04/29 06:12:26 ID : cpO5TVdU5bB 0
부모님이 이혼한 이후에도 부부싸움은 계속 되었어. 난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많이 혼란스러웠고... 그렇게 학업에는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었지? 당연히 성적은 매일 바닥만 쳤었고... 학교에선 찐따처럼 맨날 괴롭힘도 당했어. 책상에 물이 뿌려져있는건 양반이고... 양아치들이 지들 앉겠다고 맨날 내 자리에 앉지를 않나.. 체육복 가져가는건 일상이었으니까.
9 이름없음 2019/04/29 06:19:02 ID : cpO5TVdU5bB 0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정신을 제대로 차리게 되었어. 근데 그 계기가 좀 웃겨. 성적이 바닥을 기면서 원하는 고등학교를 다 못 가게 된거야. 거기다 인문계학교를 가도 내가 수업을 따라잡을 수가 없고. 그래서 결국 찾게 된 곳이 실업계였는데... 그 중에서도 정말 맨 밑바닥. 똥통중의 똥통. 거기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거야. 웃지 못할 상황이었지...
10 이름없음 2019/04/29 06:21:45 ID : cpO5TVdU5bB 0
거기다 악재가 겹쳐서, 새 엄마를 만나게 되었어. 이 새엄마에 관해서는 나중에 설명할게. 너무 가혹했던 일이 있었거든... 뭐, 결국은 그렇게 똥통 공고에 입학하게 되면서..내 인생이 다시 한번 전환점에 들어서게 되는거야. 찐따에서 그저그런 아싸로 전직..뭐 그정도밖에 안되는 일이지만 말이야
11 이름없음 2019/04/29 06:24:37 ID : cpO5TVdU5bB 0
고등학교에서 용접을 배웠어. 내가 진짜 몸이 그땐 엄청 마르고 왜소했거든? 근력도 약하고.. 그러다보니 그런 힘든 실습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악착같이 달라붙었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공고에서 자격증 시험을 보고, 흔히들 의무검정이라 하는 자격증시험을 거쳐서 기술자격증 하나를 갖고 졸업하게 돼. 보통 공고에선 그게 수능이나 마찬가지야. 우리 학교도 그랬어. 의무검정이 끝난 고3은, 수능 끝난 고3처럼 진짜 막 놀아. 진짜로. 다른 학교는 몰라도 우리학교는 진짜 그랬어. 선생님들도 아예 수업을 안 올라오고...
12 이름없음 2019/04/29 06:26:40 ID : cpO5TVdU5bB 0
육군도 좋고, 공군도 좋고, 해군도 좋고 해병대도 좋았어. 그저 날 받아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가고싶었어. 날 '군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곳이면.. 이 보잘것 없는 나 자신을 한 사람 몫을 하는 군인으로 만들어준다면.. 정말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건 곧 어마어마한 비극이랑 겹치면서 큰 동기부여가 되어서 나에게 다가왔어.
13 이름없음 2019/04/29 06:29:13 ID : cpO5TVdU5bB 0
아까 양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다고 했지? 계모 말이야. 뭐 비극이라는 점에서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맞아. 난 양어머니에게 가정폭력을 당했어. 물론 양어머니라서 어떻게 내가 반항을 해 볼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땐 그저 '부사관 지원때 전과가 문제되면 안된다' 라는 생각 때문에 딱히 반항을 하지 않았었지... 그게 후회되네, 할 수 있을 때 해두는건데
14 이름없음 2019/04/29 06:31:38 ID : cpO5TVdU5bB 0
여름방학때 외출금지를 당했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야. 여름방학 내내 핸드폰도 빼앗긴 채, 밥까지 굶어가며 외출조차 금지당했어. 그저 자고 일어나면 방에 틀어박혀 감금당해 있다가... 또 오후에 양어머니가 퇴근하고 들어오면 눈칫밥을 먹으면서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도하다가 차가운 마루바닥에서 이불없이 잠을 자고...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까..정확하게 정신병이 올 것 같더라고. 사람이 미치겠던거야.
15 이름없음 2019/04/29 06:33:20 ID : cpO5TVdU5bB 0
뿐만 아니라 무엇 하나 잘못할 때 마다 상습적인 구타를 당했었지. 그냥 평범하게 맞는게 아니라.. 그 반죽을 밀 때 쓰는 밀대 알지? 그걸로 머리부터.. 이곳저곳을 얻어맞으면서 말이야. 한 번엔 머리에 큰 혹이 세개 정도 생겨서 가라앉을 때 까지 며칠 가까이 머리를 못 감은 적도 있었어.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이 들 때 까지 맞아서 근 이주정도 제대로 앉아있질 못하던 때도 있었고...
16 이름없음 2019/04/29 06:35:11 ID : cpO5TVdU5bB 0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그렇게 힘든 일을 겪다보니까. 그건 곧 군 입대만이 내가 이 곳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지. 평생 운동이라곤 1도 해본 적 없던 내가, 그 때부터 처음으로 운동이란걸 하기 시작했어. 학교에 가면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부사관 필기를 공부했고, 집에 가면 바로 옷만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운동을 했었지. 한 달정도 하니까.. 그렇게 멸치에 어좁이 찐따였던 스레주도, 어느정도 봐줄 만하게 몸이 잡히기 시작하더라!
17 이름없음 2019/04/29 06:42:29 ID : cpO5TVdU5bB 0
사람이 간절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그렇게 3학년 10월 때였나.. 그때 해군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어. 정말.. 그땐 진짜 내 모든걸 다 이룬 그런 기분이었지. 거의 10년 가까이 품어온 꿈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으니까. 그래 내가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서 사관학교나 군사학과에 입학했다면 더 좋았겠지. 하지만 이것 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했어. 쓸모 있다는 인정을 받은 기분이라.. 정말 날 것 같이 기뻤지.
18 이름없음 2019/04/29 06:48:25 ID : cpO5TVdU5bB 0
그렇게 입대를 며칠 앞두고, 난 한밤 중에 집을 뛰쳐나갔어. 당장이라도 있고싶지 않았던 집에서 빠져나온거지. 그 뒤로는 외할머니 댁에서 살면서 입대날까지 버티다가 핸드폰을 정지시키고 도망치듯 군대에 입대했어. 그 때 이후로 양어머니와 친아버지와는 거의 의절하듯 지내고 있어. 연락도 거의 안 하고 있지.
19 이름없음 2019/04/29 06:52:38 ID : cpO5TVdU5bB 0
아 지금 스레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오늘은 야간근무라서 이제 슬슬 퇴근준비하고 교대 준비도 해야 해. 잠깐 스레가 길게 끊기면 업무중인거니까 너무 오래 걸린다 싶으면 이 글을 보고 있는 레스더가 한 두번만 이어줘? 부탁할게!
20 이름없음 2019/04/29 06:56:12 ID : cpO5TVdU5bB 0
처음 군대에 들어가던 때가 생각나. 헌병들이 정문에서 각을 잡고 서 있고...넓게 쭉 뻗은 도로를 걸어가면 넓고 푸른 잔디밭이 나타나. 그 위에 큰 사령부 청사가 하나 있고... 앞에 넓은 그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거야. 맨 앞에 붙어있는 큰 전광판에는 큼직하게 이렇게 적혀있었지 [ 부사관후보생 XXX기 입영식] 하면서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1 이름없음 2019/04/29 07:01:37 ID : cpO5TVdU5bB 0
나름 그 때는 나 자신이 꽤 군인에 대해, 군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던 때였어. 면접때도 나라와, 공익을 위해서 일생을 살고 싶다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고 진심으로,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근데 처음 만난 '동기'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물론 납득 할 수 있는 이야기긴 해. 요즘 세상에 누가 나라를 위해 직업군인을 택하겠어?
22 이름없음 2019/04/29 07:05:58 ID : cpO5TVdU5bB 0
그때 내 나이가 19살이었어. 소대 내에서도, 기수 전체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렸지. 처음 소대 동기들을 만나게 되면서, 동기들이 하나같이 묻기 시작했지 왜 부사관을 왔느냐? 왜 해군을 왔느냐? 그럼 대답은 무조건 둘 중 하나였어 "공무원이라 안정적이라 지원했다." "자기 아버지, 친인척이 해군 간부라서 그냥 따라 들어왔다" 살짝 의아했었지. 간부로, 해군 간부를 선택해서 지원했을 터. 군인을 인생의 길로서 선택했을터, 근데 그 이유가 너무나도 그때의 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사소한 이유였던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지만 말이야.
23 이름없음 2019/04/30 01:12:59 ID : re2E4MnRvfR 0
꿋꿋하게 의지를 다지고 자기 꿈을 이뤘다는 게 정말 멋지다ㅎㅎ 나도 방황하지 않고 싶어
24 이름없음 2019/04/30 02:08:51 ID : K5ak5V9g7ti 0
스레주 이제 행복한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 스레주는 정말 멋진 사람인거 같아
25 이름없음 2019/05/03 00:29:52 ID : cpO5TVdU5bB 0
와 레스더들 고마워! 이 글 봐주는 사람들이 있긴 있었구나! ㅋㅋㅋ 스레주야, 휴무때 정신없이 쉬느라고 글을 못 올리고 있었네. 다시 컴퓨터를 켰으니까 차근차근 다시 한번 풀어볼게
26 이름없음 2019/05/03 01:07:56 ID : cpO5TVdU5bB 0
음..어디부터 시작해야하나. 입대까지 적었으니까, 후보생 시절부터 적어야겠네. 동기들에 대해 실망아닌 실망이 좀 크긴 했어. 교관이 분명, 정말 분명히 지금부터 형,누나(우리 기수엔 여군도 있었어),언니,오빠 이런거 없다고. 무.조.건 반말을 쓰라고 말이야. 근데 그런걸 이야기 들었나 ㅋㅋㅋㅋ 절대 안 듣더라고. 우린 분명 같은 동기인데, 같은 기수 군인인데. 왜 서로 나이를 가지고 이름을 달리 불러야하는건지, 실무근무때라면 이해가 가겠다만, 훈련소에서 교관이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너무 이해가 안 가더라고. 뭐 자기네 말로는 '그렇다고 나이를 무시할 순 없다' '나이 많은 사람들 입장에선 반말을 들으면 기분 나쁠거다' '그래도 어른으로서 대접을 해줘야 하지 않냐' 대충 이런 핑계를 대면서 임관 하는 그 날까지 계속 형 형 타령하더라고. 아니 진짜, 그렇게 형 대우 받고 싶으면 임관 이후에 하던지, 아니면 군대를 오질 말았어야지. 그건 사회에서의 일이고, 여긴 군대인데다 교관이라는 상관의 명령까지 있었잖아? 난 지금까지도 그때 그 행동들은 아직도 이해가 안 가.
27 이름없음 2019/05/03 01:11:15 ID : cpO5TVdU5bB 0
지금도 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친구들의 이야기들 들어보면 다들 훈련소때 형 동생 하지 않았다. 뭔 나이 대접을 하냐. 이런 이야기가 대부분이더라. 그래서 더 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28 이름없음 2019/05/03 01:13:08 ID : cpO5TVdU5bB 0
뭐, 동기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계속 할게. 사람들은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다.. 뭐 군대는 동기밖에 없다.. 다들 그러는데.. 난 정말 아니야, 나중에 그 사유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하겠다만.. 내가 만난 '동기'라는 인간들은..하나같이 이기주의자들이었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얼마든지 동기를 내칠 준비가 되어있는 그런 족속들이 태반이었어... 진짜 하나같이 군인으로선 실격인 인간들이 대부분이었지. 그래서..난 동기가 최고라는 말, 절대 안 믿어. 난 그 누구보다도 동기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야.
29 이름없음 2019/05/03 01:17:07 ID : cpO5TVdU5bB 0
근데 다들 알잖아, 대세를 따르지 않고, 자기의 소신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분명 다수에게 내쳐지게 되기 마련이야. 좋게 말해서 소수자가 되는거고, 별종이 되는거고. 나쁘게 말해서 아싸가 되는거지. 난 그렇게 동기들 사이에서 평판이 매우 안좋아졌어. 이유는 뻔했지, 형 대접 받고싶어 하는 동기들의 바램을 보기 좋게 거부하면서 잡일도 하지 않아, 오직 내 할 일만 하고 내가 돕고싶은 동기만 돕고. 스스로 부당하다 생각하는 요구는 받아주지 않았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동기들 사이에서 내 평판이 안 좋아졌지
30 이름없음 2019/05/03 01:21:47 ID : cpO5TVdU5bB 0
군대에서 이제 불침번이라는걸 서게 된다? 밤에 점호를 끝내고, 밤 10시에 잠을 자게 되면, 그 때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6시 15분(해군은 항상 15분 전에 깨워)까지. 깨어있으면서 생활관을 돌며 순찰을 하고, 특이사항이 생기면 교관에게 보고하는 역할이야. 그렇게 한 4명씩 돌아가면서 서게 되거든? 내가 불침번을 서던 날, 교대하던 동기가 내게 그러더라. "난 군사학교 출신이라 어느정도 군대의 생리에 대해 안다. 지금 너의 평판이 동기들 사이에서 너무 좋지 않다. 어느정도 눈치는 좀 볼 줄 알아라." 여기서 그 '너'는 나를 이야기 하는 소리야. 어..정말 웃기더라고. 나도 군대에 대해서 너무나도 많이 분석하고, 공부했던 사람이거든.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지. 결국 어떻게 됬냐고? 그렇게 말하던 동기녀석이 중간에 퇴교했어. 못 버티겠다고 ㅋㅋㅋㅋ 나중에 실무부대에서 보니까 내 후임기수로 들어왔더라. 애써 시선을 피하던데 어찌나 웃기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31 이름없음 2019/05/03 01:24:48 ID : cpO5TVdU5bB 0
그래 근데 그 동기 말이 틀린건 아니었어. 군대도 나름의 사회인데 어느정도 융통성은 갖춰야지. 하지만 난 그게 '부조리하다' 라고 생각이 되었어. 어느 한 쪽만 이익을 취하게 되는거니까. 그래서 그런 부조리랑은 타협하고 싶지 않았고. 지금 생각하면 그게 복선이 아니었을까 싶어... 결국 그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마음 때문에 전역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니까...
32 이름없음 2019/05/03 01:29:31 ID : cpO5TVdU5bB 0
후보생 시절이니까 훈련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지.. 정말 후보생때는 훈련 또 훈련..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하고 괴롭히는 훈련이 계속되었으니까. 교관 말로는 해군의 훈련은 해병대 역시 그 시스템을 따왔을 정도로 굉장히 엄격하고 힘들게 진행된다고 그랬어.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아, 그냥 해병대 훈련에서 과한것만 빼고 횟수만 많이 줄이면 그게 해군 훈련인 것 같거든. 세상 어느 훈련소가 힘들지 않겠냐만은.. 정말 우리 훈련도 힘들었어. 3km부터 시작된 구보는 언제부턴가 매일 8km를 달려댔고... 오리걸음으로 언덕을 올라가는건 기본에다 한번은 포복으로 기어서 간 적도 있었지 아마?
33 이름없음 2019/05/03 01:31:11 ID : cpO5TVdU5bB 0
근데 역시 뭐니뭐니해도 가장 크고 힘든 훈련은 바로 야간비상훈련, 통칭 야비라고 부르는 훈련이었어. 밤에 갑자기 비상사이렌을 울면서 후보생들은 전투복차림으로 집합시켜. 그러고는 2시간 가까이 미친듯이 굴리는거야. 그렇게 진짜..열때문에 몸에서 나는 김이 안개마냥 보일 무렵.. 훈련이 끝나지. 교관의 일장 연설과 함께 말이야. 지금 생각하면 그 훈련들을 어떻게 이겨낸건지.. 정말 지금 다시 받으라고 하면 못 받겠거든 난 ㅋㅋㅋㅋㅋ
34 이름없음 2019/05/03 01:57:06 ID : cpO5TVdU5bB 0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 훈련에 체력단련이 계속되서 어느 새 이 생활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던 어느 날, 맞춤제작을 의뢰한 정복이 지급됬어. 하얀 여름 정복..얼마나 멋있던지... 그 옷을 쓰다듬어보면서 드디어 확신이 오기 시작하더라고 " 아... 내가 드디어 군인이 되었구나... " 하면서 말이야
35 이름없음 2019/05/03 02:02:01 ID : cpO5TVdU5bB 0
그렇게 6월.. 밤 공기 조차도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긴 팔 옷을 입으면 후덥지근하던 그 날. 드디어 임관식을 하기 시작했어. 다들 눈 부시게 새하얀 정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면서.. 내가 입영식때 들어온 그 연병장으로 하나 둘 모이고.. 군악대의 연주를 들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우렁찬 목소리로 참모총장에게 경례도 해보고.. 정말.. 정말로 그 당시 19년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하고, 내 인생 최고로 빛나던 순간이었지... 지금도 그 때를 가만히 생각해보면..아직도 생생해.
36 이름없음 2019/05/03 02:03:57 ID : cpO5TVdU5bB 0
내 임관 휴가를 맞이하러 부대까지 외할머니와 삼촌,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때 가까스로 만난 내 친어머니가 함께했어. 어머니라는 칭호조차 아까운 그 '것'과 다르게 친어머니는 아직까지도 나를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하던 분이었지. 그때 할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드디어 내 스스로도 생각을 했어. ' 내가 드디어 군인이 되었구나. ' 하면서..정말 속으로 기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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