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qknDvva8o3R 2019/06/20 14:29:49 ID : p88rxWo0nvf 1
고등학교 졸업 이후, 2년간 연락이 끊겼던 첫사랑을 찾으려고 나섰던 이야기를 해볼까 해. 내겐 정말 꿈 같았고, 영화 한 편을 찍은 것 같았어. 뭔가... 어딘가 정리해두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됐어. 내 소중한 추억을 공유해보려고.
2 ◆qknDvva8o3R 2019/06/20 14:47:58 ID : p88rxWo0nvf 0
일단 내 첫사랑은 '연'이라고 칭할게. 연과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처음 만났어. 그 친구는 키가 180에, 굉장히 말랐어. 미술을 했고, 안경을 썼어. 그냥 얌전하고 조용한 편이었고, 반에서 잘 눈에 띄지 않았어. 체육대회나 합창대회같은 행사들은 슬쩍 빠지기 일수였고, 항상 교실 뒤편 키다리책상에 혼자 서서 그림을 그리거나, 자리에서 책을 읽곤 했던 것 같아. 그냥 어느순간부터, 그 애에게 눈길이 가기 시작했어.
3 ◆qknDvva8o3R 2019/06/20 14:53:54 ID : p88rxWo0nvf 0
연은 여자애들과는 대화를 거의 안 했어. 남자애들과도 그렇게 막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는데, 신기하게도 또 남자애들과 사이는 좋게 지냈던 것 같아. 자발적 아싸라 해야하나. 그냥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았어. 한번 남자애들과 장난치면서 웃고 있는 걸 봤는데, 웃는 모습이 엄청 순박하고 예뻤어. 다만, 그때는 그냥 호감이라는 생각만 있었고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었어.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었고 그냥 머나먼 존재였어. 어느순간 눈길이 가는, 그런.
4 ◆qknDvva8o3R 2019/06/20 14:55:59 ID : p88rxWo0nvf 0
그렇게 1학기가 지나가고, 나는 여름방학 때 학교 도서관에서 하는 에코백 만들기에 참여했어. 몇 명 신청인원 받아서 하는 거였는데 친구가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길래. 그런데 당일날 친구가 일정이 생겨서 못 오게 되고, 나 혼자 가게 됐어. 나는 낯도 많이 가리고 한 학년에 12반이나 있는 만큼 인원이 많다보니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라 걱정을 하면서 갔지.
5 ◆qknDvva8o3R 2019/06/20 14:57:55 ID : p88rxWo0nvf 0
그런데 거기 연이 있더라고. 연은 자기 친구들하고 신청한 것 같았어. 우리는 반에서 정말 인사도 안 하는 사이였는데, 그때 처음으로 말을 걸었던 것 같아. 나는 이상하게 들떴어. 항상 교실 뒤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연을 보면서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뭐랄까, 좋아한다는 감정보다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이끌림 같은 거 있잖아. 나는 천재적이고 4차원적인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가, 연에게 끌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던 것 같아.
6 ◆qknDvva8o3R 2019/06/20 15:01:24 ID : p88rxWo0nvf 0
나는 에코백에 눈을 그렸어. 눈 그리는 걸 좋아해서. 근데 그걸 보고 연이 관심을 가진거야. 굉장히 잘 그렸다면서 칭찬해줬어. 구석에 잘못그린 건 별로라고 했지만. 그래도 난 마냥 기뻤던 것 같아. 나도 그 친구가 그린 그림을 칭찬하고, 그렇게 대화를 조금 나눴어. 그 이후로 개학하고 나서는 학교에서 인사도 하고, 그 애가 그림을 그릴 때 가서 구경도 하곤 했지. 우리는 조금씩 친해져갔어. 연은 여자랑은 정말 대화를 잘 안 해서, 우리 둘이 대화하는 걸 보고 주변에서 신기해 하기도 했어.
7 ◆qknDvva8o3R 2019/06/20 15:04:12 ID : p88rxWo0nvf 0
2학년은 빠르게 지나갔어. 여러가지 추억들이 많지만, 나중에 누군가 질문하면 더 이야기 해주는 걸로 하고 조금 얘기를 빠르게 진행해볼게. 3학년이 되고 나서, 우리는 다른 반이 됐어. 나는 남자친구를 잠깐 만났다가 헤어졌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사귀어서 힘들었던 것 같아. 3학년이 되고 입시를 준비하다보니까 나는 그 아이가 너무 그리웠어. 그냥 쉬는시간에 가끔 대화도 나누고, 그 애가 예쁘게 웃어주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았거든. 그때는 내가 그 애를 좋아한다는 걸 자각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어.
8 ◆qknDvva8o3R 2019/06/20 15:06:12 ID : p88rxWo0nvf 0
나는 가끔 그 애를 보러 걔네 반에 있는 다른 친구을 보러 가는 척, 그 주위를 서성거리곤 했어. 그러다 운좋게 마주쳐서 인사 한마디를 나누고 나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서 싱글벙글했고. 주변에선 다 나보고 너가 쟤를 좋아하는 거다 라고 말했지만, 나는 너희가 아이돌 파는 거랑 똑같음 마음이라고, 그냥 덕질중인 거라고 하면서 넘겼지. 딱히 사귀고 싶다 이런 감정이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즐겁고 행복한 감정만 넘쳐서 이게 진짜 사랑인줄을 몰랐던 거야. 지금까지 이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9 ◆qknDvva8o3R 2019/06/20 15:10:22 ID : p88rxWo0nvf 0
급식실에서 마주쳤을 때, 그 애가 다른 친구랑 얘기하면서 웃고 있다가 내가 톡톡 치니까 엄청 예쁘게 웃어주면서 "안녕"하고 말해준 게 아직도 생각나. 그 장소, 그 미소, 그 눈빛. 정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어. 아직도 그 향기가 머물고 있는 것만 같아. 나는 멍청하게도 그때도 그애를 좋아한다는 자각이 없었지. 3학년 2학기 쯤에, 그 애와 개인 연락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어. 내가 예체능 계열 입시를 했는데, 그 애도 미술이니까 수시철에 학교를 조퇴하거나 결석하고 입시학원에 가잖아. 그 애가 한동안 학교에서 보이지 않길래, 어떻게 학교 빼고 준비하는지 물어보는 척 연락을 시작했어. 그때는 내가 이 애를 좋아하나 긴가민가 했던 것 같아. 하지만 2학년 때부터 이어져온 감정 그대로였고, 막연히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이 강해진 걸로만 생각했지.
10 ◆qknDvva8o3R 2019/06/20 15:26:40 ID : p88rxWo0nvf 0
우리는 새벽 늦게까지 서로 대화를 나눴어. 나는 걔랑 대화하는 게 너무 좋아서, 입시 학원 끝나고 새벽 1-2시에 집에 와서도 막 4-5시까지 안 졸리다는 핑계를 대면서 연락을 나눴지. 사실 졸리고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정말 꾸벅꾸벅 졸면서 카톡을 했어. 그 애를, 꽤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
11 ◆qknDvva8o3R 2019/06/20 15:36:59 ID : p88rxWo0nvf 0
당시에 대화하다가 찍어뒀던 스크린샷 몇 장을 찾았다. 거의 3년정도 되어가는 사진인데 아직도 있네ㅋㅋ 얼마전 내용은 다 지웠는데 오히려 고등학교 때의 추억은 못 지우겠나봐. 삭제를 못 누르겠다.ㅎㅎ 나중에 관심 있는 사람 있으면 보여줄게. 보고 있으면 보고 있다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 나는 잠시 일이 있어서 갔다가, 이따 저녁에 올게 :) 질문 있으면 편하게 해줘.
12 이름없음 2019/06/20 17:38:50 ID : 6rvwljAlDAj 0
정독했어! 다음 내용 궁금하다. 지금은 몇 살이야?
13 이름없음 2019/06/20 23:34:18 ID : he1vdyLhy5f 0
보고있어 그럼 둘다 미술전공 한거야??
14 ◆qknDvva8o3R 2019/06/21 01:51:04 ID : p88rxWo0nvf 0
이제 22살! 대학교 3학년이야 :) 그 친구는 미술 전공 했고 나는 연영쪽!
15 ◆qknDvva8o3R 2019/06/21 02:00:44 ID : p88rxWo0nvf 0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이야기를 이어가볼게. 우리는 서로를 소중한 친구라고 불렀어. 내가 그 애에게 상당한 호감이 있었던 만큼, 그 애도 나를 많이 특별하게 대해줬지. 뭐랄까, 남들은 친하지 않은 나만의 친구라는 느낌도 강했고. 바쁘고 힘든 입시 생활도 그 애 덕분에 잘 버틴 것 같아. 다행히 나는 수시에 바로 붙었고,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정시까지 붙지 못했어. 다들 알겠지만 상대방이 먼저 어떻게 됐다고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물어보지 않는 게 예의잖아, 한창 예민할 시기에. 거기다 나는 붙었으니까, 더더욱 물어보기 어려웠고. 그래서 그 친구가 대학을 갔는지 안 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 우리 반 담임 선생님과 연의 반 담임선생님이 친해서 조금 들은 바로는, 연이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잘 되진 않았던 것 같아. 어쨌든 난 연이 내게 직접 말해주길 기다렸지.
16 ◆qknDvva8o3R 2019/06/21 02:03:44 ID : p88rxWo0nvf 0
2월 말쯤이었나, 우리는 계속 매일매일 연락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 연이 핸드폰을 바꿀 예정이라고 하더라고. 놀랍게도 우리는 2년간 연락을 하면서도 서로의 전화번호를 몰랐어. 따로 밖에서 만나 논 적도 없었고. 카카오톡 친추를 한 것도, 2학년 때 만들어져있던 단톡에서 친추를 한 거였어서 정말 친구 추가만 되어있는 상태였거든. 여기부터 좀 불길하지?ㅎㅎ 그래서 연이 내게 번호를 물어보더라고. 핸드폰을 내일 중으로 바꿀 예정인데, 바꾸는대로 바로 연락하겠다면서. 나는 내 번호를 넘겨주고 뭔가 쎄한 느낌에 연의 번호도 물어볼까 고민했다가, 괜한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물어보지 않았어. 이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고.
17 ◆qknDvva8o3R 2019/06/21 02:08:12 ID : p88rxWo0nvf 0
연은 일주일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었어. 나는 하염없이 기다렸지. 3-4일쯤 지난 시점에서 연의 카톡이 (알 수 없음)으로 변했거든. 메세지도 보낼 수 없게 되고. 내가 연과는 친했지만 연의 친구들과는 전혀 교류가 없었어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어. 무엇보다, 나는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지. 나는 이제 막 대학 생활이 시작돼서 정신없이 바빴고, 연락이 오지 않는 그 애를 찾을 겨를이 없었어. 그렇게 1주, 2주가 지나고 1달이 다 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지. 완전히 끊긴 거야.
18 ◆qknDvva8o3R 2019/06/21 02:12:46 ID : p88rxWo0nvf 0
나는 그 1달간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었어. 처음에는 매일매일 연락하다가 폰 바꾼다고 번호를 가져갔으니 금방 연락이 오겠지, 했다가. 그게 며칠 이어지니 좀 짜증도 났다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가.내가 싫어져서 연락을 안 하는 건가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고. 근데 전혀 그런 징조가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인연이 끊긴 게 어이도 없고. 연이 종종 했던 말 중에, 대학 가면 주변 친구들 다 정리할 거라고 했었는데 나도 걸러진 건가 싶기도했어. 근데 나한테 좋은 친구라고 해놓고 걸러지는 것도 이상하고, 진짜 뭐지 싶었지. 결국은 괘씸하다는 감정만 남아서, 나는 그를 찾으려는 큰 노력을 하지 않았어. 대학 생활은 바빴고,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적응하느라 정신도 없었고. 사실 내가 찾고자 한다면 언제든 찾을 수 있으리란 막연한 믿음과 안일함이 그를 찾지 않게 만들었어.
19 ◆qknDvva8o3R 2019/06/21 02:15:00 ID : p88rxWo0nvf 0
당시의 내가 멍청했어. 쎄한 느낌이 들었을 때부터 연락처를 물어봤어야했고, 조금 더 그를 적극적으로 찾았어야 했어.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고,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은 흘렀지. 연락이 끊긴지 1년이 지나 나는 대학교 2학년이 되었고, 여전히 연락은 오지 않았어.
20 ◆qknDvva8o3R 2019/06/21 02:20:03 ID : p88rxWo0nvf 0
요즘 인터넷이 이렇게 발달한 세상에 사람 하나 못 찾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내가 영화 한 편 찍었다는 거야. 진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겹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운명이 우릴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왜 그 애를 찾을 수 없었는지 정리해보자면, 1. 그에게는 나의 번호가 있지만 나는 그의 번호가 없다. 2. 연은 SNS 계정이 일체 없고, SNS를 상당히 싫어한다. 3. 자발적 아싸라고 말했듯, 인간관계가 편협한데다 상당히 조용한 편이라 그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심지어 같은 반이었던 친구에게 물어봐도 그런 애가 있었나? 싶어 할 정도로. 4. 그가 어울리는 친구들이 누군지를 전혀 모른다. 5. 고등학교 2학년 때 1년 같은 반이 되었던 것 외에는 접점이 없다. 이정도. 내가 그를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고등학교 동창들을 통해 수소문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어.
21 ◆qknDvva8o3R 2019/06/21 02:21:53 ID : p88rxWo0nvf 0
괘씸했지만 주변에 안 물어본 건 아니었어. 그 애가 생각날 때마다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연을 아냐고 물어봤지. 하지만 안다고 대답하는 사람조차 찾기가 힘들었어. 아니면 그를 아는 사람이 나와 친하지 않았던 걸 수도 있고. 좀 발이 넓은 친구에게 수소문을 해달라 부탁도 했지만 연이 정말로 인간관계가 심하게 많이 편협해서... 다들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지. 매번 그렇게 실패하고 나선 나도 포기하고 2년이 지난 거야.
22 ◆qknDvva8o3R 2019/06/21 02:22:55 ID : p88rxWo0nvf 0
시간이 많이 늦어서 이만 자볼게. 보고 있으면 보고 있다고 말해줘 :) 내일은 연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이야기를 해줄게.
23 이름없음 2019/06/22 11:09:41 ID : bvjs5QtwK2K 0
헐 연을 본격적으로?찾게된 계기가 뭐야????
24 이름없음 2019/06/23 19:39:10 ID : eJSNAo6nRwk 0
다음 너무 궁금하다ㅠㅜ연을 찾았을까?
25 이름없음 2019/06/27 01:09:02 ID : 9zhy7s5Vasr 0
보고있어! 기다릴게
26 이름없음 2019/07/22 03:44:05 ID : 1DvyIIGoIHD 0
지금은 어떻게 되었어 ??
27 이름없음 2019/07/22 20:37:53 ID : unu7fgo0r84 0
보고있어!ㅜㅜ
28 이름없음 2019/07/25 21:32:49 ID : 7hBy7uqY3u5 0
스레주 ㅠㅠㅠㅠㅠ 언제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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