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6/30 14:19:09 ID : E647BuleK2M 0
들어줄 사람 있는지 모르겠다ㅠㅠ 내 직업이 누군가를 서포트해주는 그런 직종이야. 사람을 키우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만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아. 자세히 말하기는 좀 곤란하고ㅠㅠ이해해줘.. 힘들지만 누군가의 꿈을 지원해주고 키운다는 점에서 일의 보람을 많이 느꼈어. 애초에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껴서 이 직종에 발을 들였기도 하고..
2 이름없음 2019/06/30 14:22:43 ID : E647BuleK2M 0
우리 회사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도, 그저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만 정말 크게 성공한 사람도 좀 있어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이 우리 회사에 영향력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당연한 일이지) 내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회사에 대한 고민을 잘 말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분의 인지도 때문이야ㅠㅠ내가 그 회사 다니는 거, 우리 회사와 관계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3 이름없음 2019/06/30 14:23:54 ID : ZdBe2HDBwK5 0
ㅂㄱㅇㅇ
4 이름없음 2019/06/30 14:27:57 ID : E647BuleK2M 0
그런 급까지 올라가신 분들은 오랜 세월동안 함께 자라온 것이기 때문에 이제 한 배를 탄 거고, 단순한 계약 관계가 아닌 의리, 정도 있어 말단일 때는 잘 몰랐지만 조금씩 올라가고, 더 많은 것에 내가 참여할 수 있게 되자 약간 좀 꾸리한 것들도 알게 되었어 하지만 나도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각오했던 거고 그런 것들도 다 함께 이겨내면서 성장하는 느낌?이 레벨 업 레벨 업을 하는 것 같아서 보람감을 느꼈었던 것 같아 쓰다 보니 약간 눈물 나네ㅠㅠ내가 이 직업에 대한 애정이 깊었나보다
5 이름없음 2019/06/30 14:30:23 ID : E647BuleK2M 0
하여튼 난 그 분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기 보다는 그냥 누군가를 이렇게 서폿하는 것 자체에 사명감이 있었어 그게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정신적 지주였거든
6 이름없음 2019/06/30 14:33:12 ID : E647BuleK2M 0
그런데 요즘은 자꾸 의문이 들어 우리 회사 다니면서 겪는 힘든 일에 대해서는 내 친한 지인들이나 가족들한테도 얘기 못 해. 그게 회사 수칙이거든 이 직종에서 일하다 보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어지거든..아이러니하지?ㅋㅋㅋ누군가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직종인데 인간에 대한 불신은 깊어져. 솔직히 내 친한 지인들이나 가족들도 못 믿거든. 그 애들이 술 먹다가 나한테 들은 얘기를 흘릴지,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쓸지..댓글을 쓸지 말이야 회사 수칙을 떠나서 그냥 얘기했다가 새어나가면 회사에 바로 타격이 오고 그럼 내 수입에도 타격이 오니까..
7 이름없음 2019/06/30 14:36:02 ID : E647BuleK2M 0
그것 외에도 나에게 가장 회의감 들게 하는 건 누군가의 꿈을 함께 바라보고 키우는 느낌이 아니라 요즘은 내가 그냥 쓰레기 치우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무대 뒤 커튼 뒤에서 박수 쳐주고 싶었지 무대 뒤에서 무대 위 주인공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를 주섬주섬 줍고 싶진 않았거든 물론 그건 불가피한 일이지만..몇 년간 박수 쳐주는 일의 비중보다 쓰레기를 주섬주섬 줍는 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니 회의감이 많이 들어.
8 이름없음 2019/06/30 14:36:14 ID : E647BuleK2M 0
보고있었구나 고마워ㅠ
9 이름없음 2019/06/30 14:41:23 ID : E647BuleK2M 0
그리고 그 와중에도 우리 회사가 욕을 먹는 게 제일 힘들어. 우리가 정말 멍청하다고, 똑바로 안 하냐고, 서폿을 해주는 게 아니라 망치는 거라면서 욕을 먹을 때는 정말 그냥 일을 때려치우고 싶어 우리한테 그 분들이 얼마나 힘들겠냐고. 똑바로 서폿 안 해주냐고 욕 할 때 나도 묻고 싶어. 당신들이야말로 정말 아무것도 모르잖아, 당신들이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얘기해봤자 무대 위에서 보이는 모습을 사랑하는 거잖아 우리가 지금 쓰레기 치우느라고 얼마나 힘든데 이 업계에서 오랜 세월 동안 겪을 거 다 거친 사람들은 그 분들도 그렇지만 우리도 그래.. 우리 회사에서는 음지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회사 계정으로 오만 욕이 날아오고(너희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욕이 몇 시간 사이 수 만 통이 쌓여).. 대응하다보면 눈물도 안 나더라
10 이름없음 2019/06/30 14:45:26 ID : E647BuleK2M 0
난 무대 뒤에서 세트장을 준비하고, 의상을 준비하고 조명을 비춰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무대 뒤 더러운 걸 치우는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이 직업에 대한 애정은 사라진 것 같아 당연히 그런 일도 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일만 하고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선임이랑 술 먹으면서 들떠서 내 직업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을 때 피식 웃던 것도 이런 의미였을까.
11 이름없음 2019/06/30 14:49:07 ID : E647BuleK2M 0
내 주위 사람들은 다 나를 부러워하지만 나는 이제 곧 이 직장을 그만둘 것 같아. 이 직장을 선택한 이유도, 이 직장에서 나를 버티게 해준 것도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거든.. 이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예정이야. 그냥 이 회사랑 함께했던 순간은 내 꿈 그 자체였었으니까..내 꿈을 나쁘게 기억하고 싶지 않거든 이 스레에서 아주 둘러둘러 두루뭉실하게 떠든 게 내 직장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푸념일 것 같네ㅋㅋㅋㅋ 그냥 퇴사할 거라는 이야기인데 너무 거창하게 얘기했네ㅠㅠ 이 스레에 들러 내 푸념 들어준 사람들이 있다면 너무 고마워!!!!! 진짜 대나무숲에 소리친 기분이야. 너무 후련하다
12 이름없음 2019/06/30 14:51:23 ID : E647BuleK2M 0
회의감이 들기 시작할 때부터 진지하게 고려해봤어야 하는데 좀 늦긴 한 것 같아. 그래도 지금이라도 다시 새로운 꿈을 찾아보려고. 만약 나처럼 꿈을 이룬 줄 알았는데 더 괴로움을 겪고 있다거나 하는 사람들은, 꿈도 결국 내 행복을 위한 거라는 걸 잊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내 꿈을 쫓다가 내 행복을 잃어버렸던 것 같아.. 스레는 여기서 마무리할게.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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