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zRzTVfamsnX 2019/08/02 00:14:58 ID : K5atwMknxu0 2
말 그대로예요. 이때까지의 모든 감정과 일기를 포함해서 앞으로 언니와 함께한 순간들마다 느낀걸 다 적을게요.
2 이름없음 2019/08/02 00:15:46 ID : yJVgqmMqphy 0
죄송한데 혹시 '언니 좋아해요' 스레주신가요?
3 ◆zRzTVfamsnX 2019/08/02 00:17:01 ID : K5atwMknxu0 0
우선 첫만남 부터 적을까요? 우리 고등학교 선후배로 만났죠. 전 그때 학교로 전학온지 얼마 안 되던 때여서 동아리 권유도 조금씩 들어오던 때였어요. 전 2학년 언니는 3학년. 언니는 예체능이라 그래도 자소서에 쓸 동아리 역할을 계속 하는게 도움이 되니 동아리원을 더 모집중이었고 언니가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다짜고짜 제 손 잡고 들어오라 했잖아요. 사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어요
4 ◆zRzTVfamsnX 2019/08/02 00:17:15 ID : K5atwMknxu0 0
네? 아니에요. 저 여기 판에는 처음 적어요!
5 이름없음 2019/08/02 00:17:51 ID : yJVgqmMqphy 0
비슷한 제목의 스레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6 ◆zRzTVfamsnX 2019/08/02 00:18:59 ID : K5atwMknxu0 0
언니가 그 날 하루종일 쉬는시간마다 쫓아오고, 친구분 끌고와서 쟤 내 부원될 애라고 소개하고...ㅋㅋㅋ좀 웃겨서 이 사람 참 활발한가보다 하고 오케이 했어요. 진짜 왜 만든지 모른 동아리지만 매번 박람회나 전시회 같이 가는건 좋았어요. 그때 언니랑 제가 애니덕후인걸 서로 알게 되었고 개인적인 연락도 시작하게 되었죠.
7 ◆zRzTVfamsnX 2019/08/02 00:21:04 ID : K5atwMknxu0 0
언니랑 애니 극장판 나오면 같이 보러가고, 언니가 그린 짤막한 컷툰도 읽고 나는 시나리오 담당 언니는 그림담당 하면 참 좋은 짝이 될거라고 언니가 우스개 소리로 한 것도 나 다 기억해요. 저는 그 전학교에서 소위 “오타쿠” 라고 불리며 왕따를 당하다가 전학을 가게 된건데 언니는 본인이 애니메이션 본다. 그게 뭐 어쩌라고. 식으로 밀고나가고 주변 사람들도 배척하지 않는 소위 인싸였어요
8 ◆zRzTVfamsnX 2019/08/02 00:22:30 ID : K5atwMknxu0 0
그러면서 복도에서 마주치면 저보다 작으면서 손을 번쩍 들고 ㅇㅇ아! 하며 부르면서 하이파이브 하자고 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키는 겨우 150 언저리면서 160후반인 저에게 매번 말할 때마다 “내가 언니잖아~”하고 말하면서 스스로 좀 늙은이 같냐고 웃는 것도 귀엽구 웃겼어요
9 ◆zRzTVfamsnX 2019/08/02 00:24:12 ID : K5atwMknxu0 0
언니가 졸업할 때까지 평범한 선후배나 동아리 선후배가 아닌 진짜 친언니동생 같이 지냈지요. 그러면서 전화도 많이하고 주말엔 같이 놀고 애니메이션 토론도 하고 연성소재도 공유했어요. 그러면서 느낌게 있다면 아, 언니는 참 당당하구나. 항상 밝고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본인의 단점이나 취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니 모든 사람이 좋아하겠구나.
10 ◆zRzTVfamsnX 2019/08/02 00:25:32 ID : K5atwMknxu0 0
그런 언니는 규칙적이어서 밤 11시면 늘 칼같이 잠에 들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예체능이 힘들다보니 언니는 불안감에 몇 시간 못 자고 전화 괜찮냐고 카톡을 보냈어요. 한 달을 그렇게 지내면 그냥 물어보지 않고 바로 전화할만 한데 언니는 매번 그렇게 혹시 제가 잘까 불편할까 배려해주었지요.
11 ◆zRzTVfamsnX 2019/08/02 00:26:35 ID : K5atwMknxu0 0
언니는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렸고 그럴 때마다 저와 전화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잖아요. 제게는 라벤더 같은 향이 난다고. 가끔 뒤에서 백허그 할때면 저 심장 떨어지는줄 알았어요. 그러다 알아차린 거에요. 나 이 사람에게 호감이 있나?
12 ◆zRzTVfamsnX 2019/08/02 00:28:04 ID : K5atwMknxu0 0
저는 사실 모든 인류는 양성애자라고 믿어요. 그러니 저도 여자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눈앞에 닥치니 놀라더군요. 이게 인간대 인간의 호감인지 연애의 감정인지 헷갈렸어요. 그래서 눈을 감고 언니랑 키스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놀랍게도 전 좀 흥분하게 되더라고요. 키도 작은 언니가 좀 붉어진 모습으로 날 올려다 보는 상상을 하니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미치는줄 알았어요.
13 ◆zRzTVfamsnX 2019/08/02 00:29:05 ID : K5atwMknxu0 0
남자와 사귀어도 보았으나 그보다 더 큰 감동과 떨림이 느껴지는 상상이었어요. 그날부터 전 언니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인정했어요. 하지만 그 감정을 인정했다 해서 바로 언니한테 고백은 못 하지요. 언니는 남친이 있었잖아.
14 ◆zRzTVfamsnX 2019/08/02 00:30:42 ID : K5atwMknxu0 0
그렇게 속만 태우고 언니에겐 귀여운 후배 라는 자리를 꿴 저는 시간이 흘러 언니를 먼저 졸업 시키고 말았어요. 언니의 졸업식날 언니가 해맑게 웃으며 저를 안아주고 너도 이제 10대의 최고령자라 말하면서 방실거리던 게 눈앞에 생생해. 그러면서 언니는 제게 남친과 사진을 찍어줄 것을 부탁했어요. 그 말에 아무말 없이 찍어준 제가 바보같아요
15 ◆zRzTVfamsnX 2019/08/02 00:32:02 ID : K5atwMknxu0 0
저는 고3이 되었고 언니는 대학생이 되었어요. 그치만 언니가 어학연수로 입학과 동시에 휴학을 하고 바로 캐나다로 떠나버렸어요. 그때 언니를 배웅해주지 못 하고 언니의 카톡만 읽었을땐 처음엔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도 고3이니 제 생활에 급급해지더라고요. 수시 원수를 접수할 때까지 쉴틈없이 달렸어요
16 ◆zRzTVfamsnX 2019/08/02 00:33:32 ID : K5atwMknxu0 0
수시 원서 접수기간, 담임 선생님과 상담중 제가 쓸 수 있는 곳중에 언니가 간 학교가 보였어요. 좀 아슬아슬하긴 한데 아예 못 넣어볼 건 아니라는 선생님의 말에 미친듯이 심장이 뛰었어요. 사실 좀 고민했어요. 언니는 날 좋아하지 않는데 언니를 위해 내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를 대학도 언니를 따라서 간다? 그날부터 원서 접수 종료때까지 얼마나 고민을 햇던지
17 ◆zRzTVfamsnX 2019/08/02 00:33:41 ID : K5atwMknxu0 0
-나중에 이어서-
18 이름없음 2019/08/02 02:17:26 ID : 3CoZinSE9y7 0
헐 푹빠져서 보고 있다
19 ◆zRzTVfamsnX 2019/08/03 19:48:03 ID : K5atwMknxu0 0
이어서 써보도록 해야겠다.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이 짝사랑은 현재도 진행중이야.
20 ◆zRzTVfamsnX 2019/08/03 19:50:07 ID : K5atwMknxu0 0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 학교는 꽤나 명성 좋은 학교였어요. 사실 전공을 뭐 할지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어서 일단 쓸 수 있는 과로 넣었는데 그 마저도 떨어질까 슬슬 불안한 거 있죠. 괜히 한 번 넣어봣더니 오기라는 놈이 슬금슬금 올라오는게. 그래서 혹시 몰라 정시 커트라인도 보고 정시 공부도 했어요. 언니한텐 알리지 않고. 그냥 서프라이즈 선물이고 싶었으니까
21 ◆zRzTVfamsnX 2019/08/03 19:51:15 ID : K5atwMknxu0 0
사실 수시 1차 합격일날 불안해서 못 열어보겠더라고요. 너무 무섭고 떨려서 그냥 인강 보면서 공부하다가 같은 학원 다니는 애들이 하나 둘 수시에 합격했다는 단톡을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봣어요
22 ◆zRzTVfamsnX 2019/08/03 19:52:34 ID : K5atwMknxu0 0
근데 대기번호 2번이더군요. 물론 거의 합격으로 볼 수 있겠지만 아예 한 명도 안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 불안감에 미친듯이 공부했어요. 간혹 언니가 50일 주기로 힘내라고 베라 쿠폰을 보내줬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그때마다 언니 고마워요~! 이런식으로 웃으면서 조잘거렸는데 전 그 카톡대화 하나하나 기억하며 힘을 냈어요.
23 ◆zRzTVfamsnX 2019/08/03 19:54:03 ID : K5atwMknxu0 0
언니가 복학할 때 나도 입학하면 동기잖아요. 둘 중 한 명이 자퇴나 휴학만 안 하면 같이 다닐 수 있잖아. 시간표도 같이 짜고 온종일 같이 다닐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어요. 더 좋은 사람이 되는중이다, 언니 옆에 서기 부끄럽지 않게 공부중이다 하고. 겨우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는 강해질 수 잇었어요. 정말 소설속에 나오는 사람마냥
24 ◆zRzTVfamsnX 2019/08/03 19:55:46 ID : K5atwMknxu0 0
그렇게 수능 공부를 하던 중 문자가 오더라고요. 수시 대기가 앞에 다 빠져서 2번인 제가 들어갈 수 있다고. 그때 독서실에서 입 틀어막고 당장 뛰어나왓어요ㅋㅋㅋㅋㅋ아직도 생각하면 짜릿한 순간이네요
25 ◆zRzTVfamsnX 2019/08/03 19:58:53 ID : K5atwMknxu0 0
근데 신나는 만큼 침착해지더라고. 일단 부모님이랑 담임 선생님께 연락 드리고 같은 학원 다니는 단체 톡방에 연락 넣고 독서실도 해제하고.... 좀 바빴어요. 그러면서 언니한테 뭐라고 보내야지 제일 좋을까 생각했어요
26 이름없음 2019/08/03 20:00:42 ID : wGnwmranvin 0
ㅂㄱㅇㅇ!
27 ◆zRzTVfamsnX 2019/08/03 20:05:11 ID : K5atwMknxu0 0
와 봐주는 사람이 잇다니 ㅎㅎ고마우 그렇게 이틀? 정도 흐른 거 같아요. 학원에도 인사드리고 독서실 짐도 빼고 학교 정리도 슬금슬금 시작했죠. 아무래도 수시 못 붙은 애들은 정시가 답이라서 말할 상황은 아닌지라.,.,,, 그러다가 언니한테 드디어 톡을 보냈어요. 근데 너무 긴장돼서 구여친st....뭐 해요? 로 보냇지 수치스럽다
28 ◆zRzTVfamsnX 2019/08/03 20:07:01 ID : K5atwMknxu0 0
언니한테 답장이 왓고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얘기하다가 언니한테 중대발표가 있다니까 언니가 애인 생겼냐 물었을때 정말 씁쓸했던거 알아요? 전 남친은 못만들어요. 언니, 나 언니 좋아해요. 그렇게 말할 용기도 없어서 홧김에 그냥 언니랑 같은 학교 다니기로 됐다고 말했죠
29 ◆zRzTVfamsnX 2019/08/03 20:08:30 ID : K5atwMknxu0 0
글자에서 음성지원 된다는게 이런건지.... 언니가 소리지르는 소리가 다 들리는거 같았어요ㅋㅋㅋㅋ그때가 9월 말? 쯤이니 언니가 겨울에 귀국하면 인생 선배로 술이나 사주겠다고 한 것도 기억난다ㅋㅋㅋㅋ결국 반반으로 냈지만. 근데 난 멍청하게 학과를 고려 안했더라고요. 마냥 언니랑 같은 학교고 싶엇는데 난 바보였어요
30 ◆zRzTVfamsnX 2019/08/03 20:14:53 ID : K5atwMknxu0 0
언니는 그림이라 시각 디자인이었고 저는 대충 성적에 맞게 가는 거라서 경영이었어요.... 완전 다른 과잖아ㅠㅜ 게다가 나중에 들으니가 미술이 그렇게 야작이 많다며요. 나 그때 멘탈 깨지는줄 알았어요.
31 ◆zRzTVfamsnX 2019/08/03 20:17:58 ID : K5atwMknxu0 0
수능도 끝나고 12월 초에 언니가 귀국했어요. 그때 나는 친구들이랑 선약때문에 언니를 마중 못갔던게 아쉬워. 언니 인스타 보니 그날 친구들이 파티룸에서 꼬깔모자도 씌워주고 케이크도 놓고 귀국파티 했더라고요. 솔직히 좀 화났어요. 언니가 너무 귀여워서 샘이났어. 질투라고 해야하나. 나도 저 모습의 언니랑 사진 찍고 싶은데
32 ◆zRzTVfamsnX 2019/08/03 20:19:28 ID : K5atwMknxu0 0
언니 못 본사이에 머리 많이 길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언니 본게 쇄골 조금 넘은 머리였던 거 같은데. 사진엔 가슴을 넘은 길이였어. 양갈래로 땋은게 참 귀여웟어요. 언니가 카톡 프사를 본인으로 안 해두고 맨날 웃긴 짤이나 귀여운 애기 동물?로 해두니 언니 모습을 알 수가 있어야지...
33 ◆zRzTVfamsnX 2019/08/03 20:21:31 ID : K5atwMknxu0 0
전 법적으로 그때는 19살이라 언니랑 바로 술약속은 못갔고 언니는 귀국해서 짐정리에 만날 사람들, 저는 학교 졸업 준비와 대학에 대한 지식찾기, 친구들이랑 졸업여행 등으로 가끔 카톡만 하면서 보냇어요. 그마저도 언니가 애니는 요새 뭐가 재밌더라... 피규어 뭐 봣는데 비싸더라.....언니 진짜 혼모노야
34 ◆zRzTVfamsnX 2019/08/03 20:31:01 ID : K5atwMknxu0 0
그러다가 결국 언니의 강력한!! 요청!!!에 드디어 만나게 됏어요. 언니가 성인의 신세계를 보여주겠다며.... 홍대 클럽으로 끌고간게 생각난다....솔직히 언니랑 클럽....안 어울려요.ㅋㅋㅋ 그래서 12월 31일 저녁에 만나서 밥도 먹고 옷도 보고 하다가 언니가 계속 안절부절 시계를 보더라고요. 대체 왜저러나 햇는데 언니가 12시 땡 되자마자 갑자기 얼굴 쑥 들이밀면서 “새해 축하해! 성인이 된것도 축하해!” 하는데 저 그때 얼굴 엄청 빨개졌을거 같아요
35 ◆zRzTVfamsnX 2019/08/03 20:34:27 ID : K5atwMknxu0 0
그렇게 떠들다가 언니가 먼저 술에 좀 헤롱거리길래 이렇게 클럽가면 난리날거 같아서 결국 클럽은 못갔죠...술도 못 마시면서 왜그렇게 술 마신다 그랫어요? 근데 또 그렇게 취해서는 더치페이 해주는 정신이란.....ㅋㅋㅋㅋ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더라고요 언니는 그래서 더 귀여워
36 ◆zRzTVfamsnX 2019/08/03 20:35:23 ID : K5atwMknxu0 0
아 나가야해서 내일 또 이어서 써야겠다.
37 ◆zRzTVfamsnX 2019/08/04 12:36:37 ID : 5bu9vyJRCly 0
인코는 맨날 헷갈려 이게 맞던가?
38 ◆zRzTVfamsnX 2019/08/04 12:39:01 ID : 5bu9vyJRCly 0
아 맞네. 음... 그래 성인 되자마자 술 마신거 까지 썼구나. 언니 집도 모르는데 언니는 내 어깨에 기대서 계속 꾸벅꾸벅 졸고. 내가 생각한건 모텔은 좀....내가 음흉한 생각이 들거 같길래 게스트 하우스로 갔어요. 사실 숙소라는게 거기서 거기긴한데 어감이라는게 있잖아ㅋㅋㅋ언니 데려가서 언니 옷 좀 풀러주고 이불 덮어주고 했는데 언니 화장인채 더라. 왜 그 로망이 생각나더라고요. 화장 닦아주기? 제가 메이크업 수정용으로 항상 리무버를 챙겨다니는데 참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39 ◆zRzTVfamsnX 2019/08/04 12:41:38 ID : 5bu9vyJRCly 0
화장솜은 없어서 미용티슈에 묻혀서 언니 화장 살살 닦아주는데 간지러운지 자꾸 뒤척여서 좀 애먹긴 했어요. 귀엽긴 했는데 내가 오기가 생겨서 꼭 다 닦아주겠다!!!이러면서 닦아주고 혼자 뿌듯해서ㅋㅋㅋㅋ저도 씻고 나와서 언니 자는 거 사진도 몰래 좀 찍고...이건 나만 소장중이지롱. 언니 자는 거 좀 구경하다 음악좀 듣고 메모장에 일기도 적고 잠들었어요.
40 ◆zRzTVfamsnX 2019/08/04 12:44:41 ID : 5bu9vyJRCly 0
잠에서 깼을 때 언니가 옆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어서 순간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오는줄 알았어요. 근데 또 제가 무표정 포커페이스를 잘 해서 언니한테 언니 뭐하냐 물으니까 언니가 내 속눈썹 길다고 부럽다고 칭얼거리는 거 너무 귀여웠어. 사실 저 언니가 나갈 준비하는 모습 보면서 언니랑 동거를 하면 매일 이런 아침을 맞는건가 하고 환상에 좀 취해있었어요. 언니가 알면 좀 경멸할까요? 근데 내가 동거하자고 하면 아무 의심없이 룸메이트라고 돈 굳었다고 신나할거같은 사람이야 언니는.
41 ◆zRzTVfamsnX 2019/08/04 12:52:46 ID : 5bu9vyJRCly 0
언니랑 보내는 시간은 참 즐거웠어요. 중간중간 같이 만화카페나 그냥 카페에 가는 약속도 있었지만 매번 언니를 어떻게 꼬실까 하고 만난건 없었어요. 말했지만 언니는 남친이 있었잖아요. 그러다가 사건 하나가 터졌죠. 남들에겐 흔한 이야기였지만 언니한테 그런일이 생길줄은 몰랐어요. 그렇게 애걸복걸 언니한테 쩔쩔매던 남자가 언니를 두고 바람을 필줄이야. 그것도 군대에서 양다리. 대단하더라고요. 언니가 면회가는 날에 양다리로 걸치던 여자애가 깜짝 방문할줄 알았겠어? 언니가 울며불며 전화했을 때 너무 놀라서, 나 그때 피시방이었는데 시간 종료도 안 누르고 그냥 뛰어나왔어요. 그리고 한편으론 고마웠어. 그런 슬픈 일이 생겼을때 나한테 바로 알려준거잖아요.
42 ◆zRzTVfamsnX 2019/08/04 12:53:47 ID : 5bu9vyJRCly 0
우는 언니 데리고 술을 마시자니 언니가 너무 힘들거 같아서. 언니를 데리고 한강으로 갔어요. 한강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언니는 계속 흐느꼈지만 계속해서 참으려고 노력하는게 보였어요. 그냥 택시를 탈까 했는데 언니가 괜찮다고 하도 그래서 지하철 이용한건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쳐다봐서 싫었어. 뭘봐 진짜 눈 다 파버리고 싶더라
43 ◆zRzTVfamsnX 2019/08/04 12:55:20 ID : 5bu9vyJRCly 0
언니를 달래고 치킨이며 라면이며 사줄 수 있는걸 다 사줬지만 언니는 쉽게 웃지 못했어요. 아니 웃어도 애써 웃는거 같았어요. 그래서 너무 속상해서 기분 좋아지라고 근처에 솜사탕 파는 분이 계시길래 솜사탕? 언니 솜사탕 좋아해요? 하면서 그 곰돌이 모양 솜사탕 큰거 사줬는데 언니가 조금 웃더라고요. 역시 귀여운거에 약해 언니는. 나도 같이 먹는데 자꾸 손에 묻고 이리저리 옷에 들러붙어서 짜증내니까 그제서야 언니가 환하게 웃더라. 그게 얼마나 좋던지 계속 오버해서 난리부르스 췄어요. 알아요? 지금 생각하면 좀 쪽팔려
44 ◆zRzTVfamsnX 2019/08/04 12:56:00 ID : 5bu9vyJRCly 0
-아, 난입 좋아해요. 어차피 저도 자주 못 들어오니까 지금 밖이라 나중에 집 들어가면서 쓸게요.-
45 이름없음 2019/08/04 16:03:38 ID : 2nDzcIK46rt 0
와..재밌다..ㅜㅜ
46 이름없음 2019/08/06 02:09:18 ID : 5VgjeIKZg0p 0
헐 너무 좋아요이야기ㅜㅜ더써줘요
47 ◆zRzTVfamsnX 2019/08/07 14:22:13 ID : K5atwMknxu0 0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니 기쁘다!! 요새 바빠서 못 들어왔어. 조금씩 풀어서 쓸게
48 ◆zRzTVfamsnX 2019/08/07 14:24:26 ID : K5atwMknxu0 0
언니랑 한강에서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언니는 한참을 남자친구에 대해 피해서 얘기를 하다가 시간이 늦어서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면서 일어났어요. 그러면서 나한테 더 묻지 않고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언니, 내가 어떻게 물어보겠어요. 언니가 그 사람이랑 조금이라도 관련된 상황이 나오면 곧 울거 같은 얼굴로 안 울려고 입술 꺠무는게 옆에서 보이는데
49 ◆zRzTVfamsnX 2019/08/07 14:26:02 ID : K5atwMknxu0 0
언니가 내 어깨 툭툭 치면서 못 본사이 더 큰거 같다고 건방진 후배네~ 이러는데 나도 그냥 웃었어요. 언니가 그러면서 팔짱 끼면서 춥다고 재잘거리는데 난 진짜 솔직히 언니가 팔짱 끼는 거 싫어요. 너무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오니까 그때마다 나 긴장해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요. 언니는 모두에게 다정하고 유쾌해서 아무한테나 이렇게 스킨쉽하지만 나에게 언니는 다른 사람들과 의미가 다른걸요
50 ◆zRzTVfamsnX 2019/08/07 14:28:37 ID : K5atwMknxu0 0
한강에서 언니네 집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언니를 먼저 태워보내려는데 언니는 내가 걱정이라며 먼저 나를 태웠어요. 그리고는 내가 안 보일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고 나를 바라봐줬어요. 그래서 언니가 더 좋아요. 세세한 배려와 감동. 언니는 늘 그런 사람이었어. 그래서 그 남자가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나더라. 나는 언니가 애인이 아니라 그냥 선배로 있어도 지금 너무 괴로운만큼 행복한데 그 사람은 뭐가 아쉬워서 언니를 두고 다른 여자랑 눈이 맞았지? 정말 최저라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동시에 나에게도 혹시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니의 성향은 모르지만 이제껏 언니 연애사를 들음 여자는 없었어.
51 ◆zRzTVfamsnX 2019/08/07 14:30:15 ID : K5atwMknxu0 0
그리고 다음주 주말, 언니는 예쁜 디저트 카페를 찾았다며 저를 불렀어요. 인스타에 그렇게 핫하다며, 굳이 날 연남동까지 끌고가서 맛있는 것들을 잔뜩 먹고 언니가 나랑 어울릴 거 같다고 귀걸이도 사줬어요. 그날따라 유난히 언니가 더 밝고 뭐라해야지....정신없다? 고 느꼈어. 억지로 더 텐션을 끌어올린 느낌. 원래 주변 사람들의 변화에 정말 둔감한 나인데 언니는 그냥 딱 보니 알겠더라고요
52 ◆zRzTVfamsnX 2019/08/07 14:35:18 ID : K5atwMknxu0 0
연남동 투어를 하고 이제 슬슬 다리도 아프고 너무 춥다 싶어서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어요. 파스타 집이었는데 약간의 대기가 있어도 기다리다 들어갔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언니한테 언니, 저한테 할말 없어요? 라고 물으니 언니가 응? 무슨 얘기? 라고 하는데 시치미 떼는 거 다 보여요 언니ㅋㅋㅋ 그래서 저는 그냥 언니 무슨 일 있는 거 같았는데 아니면 다행이라고 했어요. 언니 표정은 못 봤는데 손을 꼬물거리는게 역시 있긴 있더라
53 ◆zRzTVfamsnX 2019/08/07 14:38:27 ID : K5atwMknxu0 0
언니는 음식이 다 나오고야 나한테 말했어요. 알고보니 그 전날 그 남자의 휴가라서 만나서 한강으로 갔다고. 한강까지 가는데 서로 다른 좌석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지도 않고 묵묵히 가서 한강이 보이는 대교에 올라가 서로의 물건을 돌려주고 커플링은 던져서 버렸다는거. 그리고 서로 잘지내라는 인사 하나로 끝나버렸다고. 그걸 말하는 언니의 목소리는 담담했는데 왜 그리 눈에 눈물이 많던지
54 ◆zRzTVfamsnX 2019/08/07 14:39:20 ID : K5atwMknxu0 0
-이따 올게요. 약속 나가는 길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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