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06 12:04:19 ID : jfTXzeY07bz 1
어쩌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별 것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뭔가 그냥 얘기해보고 싶었어! 아직 아무한테도 말 못 꺼내서 말하고 싶기도 했고.
2 이름없음 2019/08/06 12:08:09 ID : jfTXzeY07bz 0
안녕, 음... 우선 내 소개 먼저 해야겠지? 난 경기도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야. 조용한 성격이고 딱히 누군가랑 새로운 관계를 맺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맨날 애들이 '너 연애는 어떻게 할래?' 하고 놀리곤 했어.
3 이름없음 2019/08/06 12:13:59 ID : msnWmFhfbu1 0
ㅂㄱㅇㅇ
4 이름없음 2019/08/06 13:00:56 ID : jfTXzeY07bz 0
윽 집에 갑자기 동생 친구 와서 잠깐 끊겼어. 잠깐씩 들어와서 쓸게!
5 이름없음 2019/08/06 13:05:01 ID : jfTXzeY07bz 0
그런데 사실 설레는 일화 한 가지가 있어. 나도 너무 신기해서 아무한테도 못 말하고 지냈던 거.
6 이름없음 2019/08/06 13:07:14 ID : jfTXzeY07bz 0
8살 때였어. 그냥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관없이 그냥 말 많이 하면 내 친구! 이러고 막 뛰어놀던 때라 그 때는 친구가 진짜 많았어.
7 이름없음 2019/08/06 13:09:11 ID : jfTXzeY07bz 0
내가 그 때는 피부도 하얗고 머리도 허리까지 길러서 매일 반묶음하고 원피스 잘 입고 다녀서 나를 처음 만나는 친구들은 인형이라고 불러줬었어.
8 이름없음 2019/08/06 13:10:08 ID : jfTXzeY07bz 0
근데 뭐, 8살이면 보통 뛰어다니기 좋아하고 잘 웃고 엄청 활발하잖아? 나도 그랬거든. 그래서 인형이라는 별명은 그리 오래 가진 않았어.
9 이름없음 2019/08/06 13:12:02 ID : jfTXzeY07bz 0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내 첫인상을 물어보면 늘 '얌전한 얼굴이랑 안 어울리게 시끄러웠던 애.' 라고 말하더라구. 중고등학생 되고 나서부터는 조용한 애 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됬지만ㅎㅎ
10 이름없음 2019/08/06 13:13:08 ID : jfTXzeY07bz 0
암튼 초등학교 애들한테는 그냥 내가 편하게 놀기 좋은 친구였어. 그래서 당연히 난 그 때의 나를 이성으로 좋아해주는 애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고
11 이름없음 2019/08/06 13:17:24 ID : jfTXzeY07bz 0
근데 나한테 갑자기 결혼하자고 그래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 나한테 고백한 애는 그냥 A 라고 칭할게. A는 나랑 그다지 잘 놀던 애도 아니었어.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애라 나랑 거의 교류도 없었고!
12 이름없음 2019/08/06 13:18:48 ID : jfTXzeY07bz 0
자기랑 다르게 활발하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색종이로 삐뚤삐뚤 접은 튤립 4개를 주더라고. 심지어 나 그거 아직도 초등학교 파일 안에 들어있어ㅋㅋㅋ
13 이름없음 2019/08/06 13:47:11 ID : jfTXzeY07bz 0
내 생각엔 그 때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하자고 말해야 된다! 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 내 일기 보니까 나도 그런 문구를 적어뒀더라구.
14 이름없음 2019/08/06 13:48:16 ID : jfTXzeY07bz 0
근데 걔는 좀 특이했던 게 나한테 결혼하자는 폭탄을 날리고 그 다음 주에 전학을 가버렸어ㅋㅋㅋㅋ
15 이름없음 2019/08/06 13:50:08 ID : jfTXzeY07bz 0
전학 가기 전날에 걔가 전학 간다고 그래서 그럴 거면 나한테 왜 결혼하자는 얘기 했냐고 막 화냈거든. 그 때는 핸드폰도 없었고 부모님 통해서 아니면 연락할 방법도 없었으니까.
16 이름없음 2019/08/06 13:51:46 ID : jfTXzeY07bz 0
날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호감을 가지고 A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아. 아마도.
17 이름없음 2019/08/06 13:52:09 ID : jfTXzeY07bz 0
그래서 그 때 A한테 더 화를 낸 건지도 모르겠어.
18 이름없음 2019/08/06 13:53:32 ID : jfTXzeY07bz 0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애 장난 같지만, 그 때는 너무 화가 나서 A 앞에서 울었던 것 같아. 다시는 이 동네로 안 올 것 같다는 그 말을 하는 A가 미웠어.
19 이름없음 2019/08/06 13:54:25 ID : jfTXzeY07bz 0
내가 너무 서럽게 우니까 A가 나한테 약속 하나 하자고 그랬어.
20 이름없음 2019/08/06 13:55:36 ID : jfTXzeY07bz 0
지금은 이렇게 떨어지지만 딱 10년 있다가 다시 만나면 그 땐 진짜 결혼하자고. 약속 잊어버리지 않을테니까 그만 울라고 그랬어.
21 이름없음 2019/08/06 14:00:55 ID : jfTXzeY07bz 0
A는 그 다음 날 전학을 가버렸어. 한 동안 A가 가끔씩 떠올라서 조금 마음이 시큰거리긴 했는데, 학년이 올라갈 수록 A의 이미지는 내 기억 속에서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어.
22 이름없음 2019/08/06 14:02:19 ID : jfTXzeY07bz 0
사람은 누군가를 잊을 때 목소리부터 잊는다면서? A의 목소리가 아무리 기억해보려해도 생각이 안 나는 거야. 그 뒤에는 얼굴도 서서히 기억 속에서 지워졌지. 그래도 A랑 했던 약속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었어.
23 이름없음 2019/08/06 14:03:26 ID : jfTXzeY07bz 0
A와의 기억은 그냥 어릴 때 예쁜 추억이 있었구나. 라고 떠올릴 정도로 남게 되었어.
24 이름없음 2019/08/06 14:04:41 ID : jfTXzeY07bz 0
자라면서 나는 서서히 A가 좋아한다던 활발한 이미지를 잃고 공부나 친구 문제에 치여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가 되었어.
25 이름없음 2019/08/06 14:05:17 ID : wGty1vbjz9e 0
보고있어 재미땅!
26 이름없음 2019/08/06 14:06:30 ID : jfTXzeY07bz 0
그렇게 잘 살다가 18살이 되었어. 다른 애들은 중학생 시절이나 고1 시절에 연애 한 번씩은 한다던데 난 그런 경험도 없어서 인생 참 시시하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18살.
27 이름없음 2019/08/06 14:07:45 ID : jfTXzeY07bz 0
근데 그게 싫지는 않았어. 옆에서 애들이 천연기념물이라고 짖궂게 놀리는 것만 제외하면 귀찮지도 않았고.
28 이름없음 2019/08/06 14:08:58 ID : jfTXzeY07bz 0
내 인생에 로맨스 따위- 라고 말하고 다니던 나 여서 그런지 요즘은 애들도 내 앞에서 연애 얘기는 잘 안 꺼내더라구.
29 이름없음 2019/08/06 14:10:15 ID : jfTXzeY07bz 0
그래도 연애 세포가 죽은 건 아니었나 봐. 가끔 설렘 일화 같은 거 보면 막 내 심장이 새삼스레 살아있구나 느끼기도 하고, 나도 근사한 영화같은 연애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30 이름없음 2019/08/06 14:11:23 ID : jfTXzeY07bz 0
18살 봄에 처음 벚꽃잎을 쥐었을 때 괜히 두근거렸어. 왜, 그런 말 있잖아. 벚꽃잎을 쥐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 라는 말.
31 이름없음 2019/08/06 14:12:13 ID : jfTXzeY07bz 0
옆에 있던 친구들이 '와, ㅇㅇ이 인생에도 드디어 봄날이 오는거야?' 라길래 그냥 웃고 말았어.
32 이름없음 2019/08/06 14:13:20 ID : jfTXzeY07bz 0
여름방학이 되도록 내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_- 그래서 더 이상 속설을 믿지 말자고 다짐했던 것 같아.
33 이름없음 2019/08/06 14:13:58 ID : jfTXzeY07bz 0
애들도 벚꽃잎의 기적이 ㅇㅇ이만 피해간다고 그래서 솔직히 좀 속상했었어.
34 이름없음 2019/08/06 14:14:11 ID : jfTXzeY07bz 0
그냥 그렇게 여름방학이 시작됬지.
35 이름없음 2019/08/06 14:15:47 ID : jfTXzeY07bz 0
집에 왔는데 좀 슬픈거야. 연애 싫다고 외치면서 또 속상해하는 내가 우습기도 해서 그냥 머리나 비우려고 자버렸어. 친구들이랑 약속 잡았던 것도 그냥 다 깨버렸어. 이 기분으로 나갈 수가 없을 것 같았거든.
36 이름없음 2019/08/06 14:16:24 ID : jfTXzeY07bz 0
엇 재밌게 읽어줘서 고마워!ㅜㅠ
37 이름없음 2019/08/06 14:17:32 ID : jfTXzeY07bz 0
한 3시간 잤나 봐. 일어났더니 폰에 톡이 쌓여있었어. 약속을 왜 깼냐, 다음에 언제 만날래, 그런 톡들이라 그냥 대충 대답하고 말았지.
38 이름없음 2019/08/06 14:18:42 ID : jfTXzeY07bz 0
근데 처음 보는 프사를 가진 사람한테서 톡이 들어와있는거야. 마지막 톡이 '나 기억나?' 여서 뭐야, 이건. 이러고 아무 생각 없이 열어봤어.
39 이름없음 2019/08/06 14:20:09 ID : jfTXzeY07bz 0
A였던거야. 정확히 10년만에 다시 연락 준거야. 갑자기 10년 있다가 다시 만나면 그 땐 결혼하자던 약속이 퍼뜩 생각나서 순간 너무 놀랐어. 톡을 읽었는데 대답도 못하고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어.
40 이름없음 2019/08/06 14:22:04 ID : jfTXzeY07bz 0
분명 어릴 때 얼굴이랑 이름 석 자밖에 몰랐을텐데 도대체 날 어떻게 찾은 거지? 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어. 아니, 애초에 10년 전의 그 기억을 가지고 어떻게. 톡을 하면서도 계속 신기했어.
41 이름없음 2019/08/06 14:23:33 ID : jfTXzeY07bz 0
알고보니까 페북을 샅샅이 뒤졌었대. 난 프사를 내 얼굴로 해놨었거든. 스마트폰을 처음 사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그거였대ㅋㅋㅋㅋ 세상에나.
42 이름없음 2019/08/06 14:24:10 ID : jfTXzeY07bz 0
그래서 약간 미안해지기 시작했어. 난 그 애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었는데, 그 애는 나를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녔다니.
43 이름없음 2019/08/06 14:29:26 ID : jfTXzeY07bz 0
톡을 한..2시간 정도 주고받았나봐. 평소에 톡하는 거 진짜 귀찮아하는데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폰을 붙잡고 있었다니, 놀랍더라.
44 이름없음 2019/08/06 14:41:44 ID : jfTXzeY07bz 0
톡으로나마 만나서 반가웠어. 건강하게 잘 지내. 라고 인사했더니
45 이름없음 2019/08/06 14:42:59 ID : jfTXzeY07bz 0
왜 다시 못 만날 것처럼 인사하냐며 약간 서운? 해하는 거야. 그래서 살고 있는 지역이 다르니까 아무래도 만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렇게 톡 보냈더니
46 이름없음 2019/08/06 14:49:22 ID : jfTXzeY07bz 0
'앗 그거ㅋㅋㅋㅋ' 이러고 웃길래 왜 웃냐고 물어봤어. 그런데 거기엔 대답도 안 해주고 그냥 방학 잘 보내라는 톡만 들어오더라구.
47 이름없음 2019/08/06 14:49:54 ID : jfTXzeY07bz 0
거기서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뭐. 말하기 싫은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어.
48 이름없음 2019/08/06 14:51:08 ID : jfTXzeY07bz 0
어릴 때 예쁜 추억이 다시 되살아났다는 기쁨이 컸어. 그리고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를 잊지 않고 지냈을 A에 대한 고마움도 컸고.
49 이름없음 2019/08/06 14:55:42 ID : jfTXzeY07bz 0
되게 싱숭생숭했어. 지금까지 날 찾아다닌거면, 8살 때의 그 간질거리는 감정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건지 궁금했어.
50 이름없음 2019/08/06 14:56:39 ID : jfTXzeY07bz 0
물어보고 싶었는데 더 이상 A에게서 톡은 오지 않았고, 나 역시도 그걸 물어보기엔 좀 껄끄러워서 선톡을 보내진 않았어.
51 이름없음 2019/08/06 15:02:07 ID : jfTXzeY07bz 0
방학 동안 A 생각을 종종 했었어. 연락도 안 하면서 생각만 하는 게 우습기도 했지만, 내 성격이 소심해서 선톡을 하는 건 정말 큰 용기를 가져야 할 수 있는 거거든...(뭐, 이건 한심해해도 내가 뭐라 할 말은 없어..ㅎ)
52 이름없음 2019/08/06 15:03:12 ID : jfTXzeY07bz 0
그러면서 2학기 공부 좀 하다보니까 개학날이 되었어. 우리 학교는 꼭 방학식 개학식에는 전 학년을 강당으로 불러서 교장쌤 말씀을 듣게 해.
53 이름없음 2019/08/06 15:04:18 ID : jfTXzeY07bz 0
그거 되게 정신없어-_- 마음에도 안 들고. 민족 대이동 저리가라 수준이라. 하여튼 우리 반 줄에 서서 교장쌤의 기나긴 말씀을 듣고 교실로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었어.
54 이름없음 2019/08/06 15:06:19 ID : jfTXzeY07bz 0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앞도 잘 안 보였어. 내 키가 작은 편도 아닌데 막 이리저리 쓸려다녔어... 같은 반 친구랑 같이 가고 있었는데 인파에 휩쓸려서 친구도 놓쳤어ㅋㅋㅋ
55 이름없음 2019/08/06 15:13:51 ID : jfTXzeY07bz 0
친구 찾기는 그냥 포기하고 그냥 맘 편하게 가지고 천천히 반에 가기로 마음 먹었어. 수업에 늦을 것 같긴 했지만, 1교시가 내가 싫어하는 미적 시간이라 크게 신경 쓰진 않았어.
56 이름없음 2019/08/06 15:15:40 ID : jfTXzeY07bz 0
넘어지지 않으려고 바닥만 조심해서 보고 가고 있었는데, 가다가 단단한 벽에 머리를 박았어. 눈가가 살짝 찌푸러질 정도의 아픔이어서 고개를 그제서야 들었어.
57 이름없음 2019/08/06 15:16:50 ID : jfTXzeY07bz 0
사람이더라. 그것도 나보다 머리 1개 반 쯤은 커보이는 사람. 선배라고 생각해서 약간 겁먹고 죄송합니다- 라고 중얼거리고 사람들 틈 사이로 재빨리 사라지려고 그랬어.
58 이름없음 2019/08/06 15:20:40 ID : jfTXzeY07bz 0
교복 재킷 소매가 그 사람한테 잡히지만 않았어도 아마 난 교실에 갔을 거야. 소매가 붙잡히니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그냥 얼굴보고 죄송합니다, 앞을 안 보고 걸었습니다- 라고 말했어.
59 이름없음 2019/08/06 15:24:44 ID : jfTXzeY07bz 0
근데 머리 위에서 조용한 웃음소리가 들렸어. 이상해서 쳐다보고 있었더니 '드디어 찾았다.' 하고 눈가를 휘면서 웃어주더라.
60 이름없음 2019/08/06 15:25:31 ID : jfTXzeY07bz 0
생판 모르는 사람이 드디어 찾았다며 웃는데 너무 이상한 거야. 도대체 날 어떻게 아는 건가 싶어서 누구냐고 물었어.
61 이름없음 2019/08/06 15:28:06 ID : jfTXzeY07bz 0
'내가 프사를 풍경사진으로 해놔서 나 못 알아볼 거라곤 생각했었어. 나 A인데, 기억나? 내가 너 이 학교 다닌다는 건 알았는데 몇 반인지는 몰라서 어떻게 찾을까 고민했거든. 이렇게라도 만나서 다행이다.' 라고 하는데 그 때 사고회로가 굳었어.
62 이름없음 2019/08/06 15:30:11 ID : jfTXzeY07bz 0
분명 다시 이 동네로 안 돌아올거라고 그러면서 떠나서 더 놀랐던 것 같아. 그래서 내가 1반이라는 것만 간신히 알려주고 점심시간에 만나자고 하고 1교시 수업을 들으러 갔어.
63 이름없음 2019/08/06 16:07:14 ID : 5gi60tvyFa8 0
.
64 이름없음 2019/08/06 16:53:10 ID : 7e1vijcpWrA 0
지금부터 읽어봐야지
65 이름없음 2019/08/06 20:29:13 ID : jfTXzeY07bz 0
안녕, 틈나서 다시 왔어! 오늘 공부 진짜 집중 안 되는 날씨야..
66 이름없음 2019/08/06 20:31:19 ID : jfTXzeY07bz 0
점심 후다닥 먹고 양치까지 했는데, A네 반을 몰라서 그냥 우리 반교실 앞문에서 서서 A를 기다렸어. 1시 20분쯤 되니까 A가 걸어오는게 보이더라.
67 이름없음 2019/08/06 20:32:24 ID : jfTXzeY07bz 0
그래서 후다닥 가서 도대체 네가 여기 어떻게 있는거냐고, 다시 이 동네 안 올 거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물어봤어. 그랬더니 A가 되게 머쓱하게 웃더라고.
68 이름없음 2019/08/06 20:33:33 ID : jfTXzeY07bz 0
사실 자기도 이 동네 다시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아버지가 다시 이 쪽 동네로 직장 발령 나서 가족들이 그냥 이사왔나봐.
69 이름없음 2019/08/06 20:35:07 ID : qpapPeLbu9x 0
헐ㅠㅠ
70 이름없음 2019/08/06 20:35:34 ID : jfTXzeY07bz 0
페북에서 나 다니는 학교 이름 보고 계속 여기로 전학 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학교에 2자리, 맞나. 숫자는 정확히 생각이 안 나. 아무튼 그 정도 자리가 비어있어서 전학 신청이 가능했었대.
71 이름없음 2019/08/06 20:37:03 ID : jfTXzeY07bz 0
'진짜 다행이야.' 라고 하길래 도대체 언제 전학 온 건지 물어봤더니 1학기 기말고사 끝나고 방학식 하기 직전- 일주일 정도 전쯤에 왔다고 하더라고.
72 이름없음 2019/08/06 20:38:49 ID : jfTXzeY07bz 0
진짜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내 기억 속에 그 소심한 꼬맹이의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져서 사실 말하면서도 눈도 몇 번 못 마주쳤어. 애초에 내가 남자애랑 대화하는 거 자체를 꺼려해서 더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고...ㅎ
73 이름없음 2019/08/06 20:41:43 ID : jfTXzeY07bz 0
그래서 몇 반이냐고 물어봤는데, 나랑 한참 멀리 떨어진 반이더라. 걔는 이과고 나는 문과거든 :-) 대화를 하다가 어색함을 이기질 못해서 그냥 앞으로 마주치면 인사나 하고 지내자고 말하고 반에 가려고 뒤돌았더니
74 이름없음 2019/08/06 20:43:28 ID : jfTXzeY07bz 0
걔가 내 학교 가디건-(아까 위에 재킷이라고 적었더라..오타) 소매를 살짝 잡더니 '그 때 내가 했던 말 아직 기억하고 있어?' 라고 물었어.
75 이름없음 2019/08/06 20:46:32 ID : jfTXzeY07bz 0
그걸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던 것 같아. 바보같이. 내가 기억하고 있으면 당연히 걔도 기억하겠지. 아무튼 '어...' 하고 말을 흐렸더니 걔가 눈썹을 팔(八) 자로 휘더니 '기억 못하는거야?' 하고 물어보더라구.
76 이름없음 2019/08/06 20:49:38 ID : jfTXzeY07bz 0
기억 못 할리가 없잖아, 그런 말을! 순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뇌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걸려있는데 그걸 어떻게 잊어먹니?' 라고 톡 쏘아붙이고 말았어.
77 이름없음 2019/08/06 20:53:05 ID : jfTXzeY07bz 0
그랬더니 A가 진짜 완전 활짝 웃더니 목소리 톤도 아까랑 다르게 조금 장난끼를 담아서 '10년만에 다시 만났으니까 그 약속 지키면 되는거야?' 라고 하는 거야ㅋㅋㅋ 아 세상에.
78 이름없음 2019/08/06 20:56:10 ID : jfTXzeY07bz 0
그래서 내가 '만약에 내가 남친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하고 똑같이 조금 장난스럽게 물었어.
79 이름없음 2019/08/06 20:58:26 ID : jfTXzeY07bz 0
그랬더니, 어휴. '너 지금 사귀는 사람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거야?' 라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그냥 순순히 그런 거 없다고 말해줬는데, 얘가 이건 또 어떻게 알고 있나 궁금해졌어.
80 이름없음 2019/08/06 21:01:01 ID : jfTXzeY07bz 0
페북 게시물 보고 알았다길래 집에 와서 내 계정 다시 들어가봤어! 보니까 친구 연애중에 축하댓글 달아주고, 그 친구가 넌 언제 남친 만나냐 라는 식으로 써준 댓글이 있더라구. 암튼 그래서 이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어.
81 이름없음 2019/08/06 21:02:34 ID : jfTXzeY07bz 0
예비종 쳐서 진짜 가려고 그랬더니 그럼 약속 건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길래 나도 그냥 웃으면서
82 이름없음 2019/08/06 21:04:02 ID : jfTXzeY07bz 0
'너랑 앞으로 친해지면 그 때 가서 고민해볼게.' 하고 부끄러워서 달리기도 못하면서 전력을 다해서 뛰었어. 뒤에서 언뜻 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ㅎ
83 이름없음 2019/08/06 21:05:12 ID : jfTXzeY07bz 0
열심히 뛰다가 담임쌤 마주쳐서 쌤이 나보고 엄청 놀랬어ㅋㅋㅋㅋ ㅇㅇ아, 여긴 운동장이 아니야! 라고 하시길래 죄송합니다- 하고 교실 와서 자리에 앉았지.
84 이름없음 2019/08/06 21:06:25 ID : jfTXzeY07bz 0
그 뒤로 복도에서 마주치면 가끔 손 흔들면서 인사했어. 어쨌든 서로 보면 인사해주기로 했으니까.
85 이름없음 2019/08/06 21:08:39 ID : jfTXzeY07bz 0
근데 친구들한테는 A에 대한 말을 전혀 안 해서 내가 애들이랑 있을 때 A한테 인사하면 애들이 막 쳐다보고 그랬어ㅋㅋㅋㅋ ㅇㅇ이가 남자애한테 인사하는 거 처음 봤어! 라면서 호들갑 떨길래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열심히 말하느라 힘들었어...ㅎ
86 이름없음 2019/08/06 21:10:07 ID : jfTXzeY07bz 0
A도 그걸 몇 번 봤는지 내가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최대한 인사 작게작게 (눈가를 찡긋거린다거나 살짝 웃는다거나) 그러고 지나갔고, 나도 A가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인사 작게작게 하고 다녔어
87 이름없음 2019/08/06 21:11:44 ID : qpapPeLbu9x 0
ㅠㅠ 부럽다 남사친있는거.. 남사친 맞겠지?
88 이름없음 2019/08/06 21:14:24 ID : jfTXzeY07bz 0
점점 지내면서 관찰해보니까 A가 어릴 때랑 성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겠더라. 쉬는 시간에도 걔네 반 지나가다 보면 주로 혼자 노래 듣고 있거나 그냥 조용히 공부하고 있고.
89 이름없음 2019/08/06 21:14:47 ID : jfTXzeY07bz 0
응! 아직은 그냥 아는 친구정도 :-)
90 이름없음 2019/08/06 21:16:10 ID : jfTXzeY07bz 0
맨 처음에, 그러니까 만나기도 전에 톡할 때 나한테 <장래희망은 무엇이니? > 진짜 한 글자도 안 틀리고 이렇게ㅋㅋㅋ 물어봐서 얘 는 뭔가 싶었는데
91 이름없음 2019/08/06 21:18:05 ID : jfTXzeY07bz 0
알고보니까 얘도 나처럼 이성이랑 말 해본 경험이 극히 드물고 친구도 몇 명만 골라사귀는 타입이었던 거야... 그래서 나한테 톡 보낼 때도 뭐라고 톡 보내야 될지 진심으로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보냈대ㅋㅋㅋㅋ 그거 듣고 되게 웃겼는데 걔 앞에서는 안 웃었다!
92 이름없음 2019/08/06 21:19:32 ID : jfTXzeY07bz 0
내 얼굴 처음 본 날에 말 건 것도 살면서 제일 많이 용기 낸 거라고 그래서 진짜 당황했었는데. 걔는 아마 내가 그 때 당황했던 건 모를거야ㅋㅋㅋ
93 이름없음 2019/08/06 21:21:35 ID : jfTXzeY07bz 0
암튼 그래서 지금은 그냥 그렇게 인사하면서 지내고 있어! 앞으로 학교 졸업하고 나면 관계가 달라질까, 아닐까 궁금하긴 한데 차마 내 입으로 너 그 약속 지킬거니 라고 물어볼 수가 없어...ㅎ
94 이름없음 2019/08/06 21:22:17 ID : qpapPeLbu9x 0
아 너무 좋겠다.. 나도 초딩때 결혼하자고 사귄 남친 있었는데 전학와서 연락이 끊겼어..ㅠㅠ 나도 18살쯤 되면 걔를 만났으면 좋겠어.
95 이름없음 2019/08/06 21:23:45 ID : jfTXzeY07bz 0
대충 내 얘기는 여기서 끝난 것 같은데, 막상 써 보니까 신기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ㅎㅎ;; 혹시 만약에X2 궁금한 거 있으면 그냥 댓글에 써줘! :-) 새벽에 다시 돌아올게!
96 이름없음 2019/08/06 21:25:11 ID : jfTXzeY07bz 0
헉 나랑 비슷한 것 같아!! 어쩌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난 SNS의 파워를 통해 만났으니까 혹시 SNS의 기적이 거기도 일어나지 않을까?!
97 이름없음 2019/08/06 23:33:58 ID : Ds2sp9ba9ti 0
둘이 운명 아니냐 ㅋㅋㅋㅋ 십년 전 친구를 다시 만나다니 ㅠㅠ 부러워 스레주 무튼 잘 해봐 !!
98 이름없음 2019/08/07 00:27:24 ID : jfTXzeY07bz 0
허헣ㅎㅎ 고마워..! 나도 톡 받고 너무 신기해서 나같은 애 있나 찾아봤어!ㅋㅋㅋ 아직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 지금처럼 계속 인사만 하고 지내면 정말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아ㅋㅋㅋㅜㅠㅠ
99 이름없음 2019/08/07 00:34:58 ID : jfTXzeY07bz 0
이건 나 18살 되는 봄날에 학교 가다가 잡은 벚꽃잎이야...! 심지어 플래너에 붙여놨어ㅋㅋㅋ 벚꽃잎 속설 안 믿으려고 그랬는데 이제 약간, 아
이건 나 18살 되는 봄날에 학교 가다가 잡은 벚꽃잎이야...! 심지어 플래너에 붙여놨어ㅋㅋㅋ 벚꽃잎 속설 안 믿으려고 그랬는데 이제 약간, 아주 약간 믿게 된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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