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27 23:13:17 ID : Ve1yGq2JSMi 0
나는 20대 중반이고 주방일 했던 사람이야. 앞으로도 이쪽으로 갈 생각이고. 일식집에서 주방장으로 근무할 땐 평일 13시간 이상 풀근무했었어. 일이 힘들어도 사람들이 좋고 주방에서 내 맘대로 일할 수 있으니까 괜찮았는데, 문제는 출퇴근 시간이 합쳐서 4시간 가까이 된다는 거였어. 종종 주말에도 땜빵 떼우러 나갈 때도 있었고. 참고 참고 일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보다 나이 훨씬 많은 본사 사람들이 나한테 의지하고 나는 술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갔어. 그래서 최근에 일 그만두고 정신적인 문제로 병까지 얻어서 입원했었거든. 나는 할 만큼 했다 생각하고 부모님도 주변인도 일 잘 그만뒀다고 격려해줬었는데... 이제 일 쉰지가 두 달이 넘어간단 말이야. 출퇴근 문제만 아니었으면 급여도 어지간한 데보다는 훨씬 좋고 복지도 괜찮았는데... 슬슬 다시 일 구해보려고 알바천국이나 알바몬 뒤져봐도 내가 받았던 급여에 한참 못 미치고 또 이제부터 새로운 곳에 들어가서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고. 지금 정말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차라리 그만두지 말고 계속 다닐걸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잘 그만뒀다 싶기도 한데 정말... 힘들었다고 보상받은 휴식도 두달이면 이제 충분한 것 같아.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아? 나 괜찮은 거 맞나? 일 해야돼. 돈도 벌어야 해. 차라리 누가 나보고 '너 이거 해!' 하고 답이라도 내려줬으면 편할 텐데 아무도 나한테 그러는 사람이 없어. 그냥 쉬라고만 해. 그게 더 마음이 불편해. 어떡하지 누가 조언 좀 해줘...
2 이름없음 2019/08/27 23:44:34 ID : yJWpalioZdx 0
그럴땐 진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 내가 진짜 하고 싶은게 뭔지, 원하는 걸 하기위해 어떻게 해야될지 두달 쉬어서 슬슬 압박감 있나본데 남은 시간 더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진짜 마음 가라앉히고 생각해봐 잘 할 수 있을거야
3 이름없음 2019/08/27 23:49:30 ID : fXwFhe1yE1b 0
스레주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평3주2 주5일 풀탐 근무하던거 힘들어서 2개월 하고 관뒀어. 너무 지쳐서 의지나 열정도 안느껴지고 그때 가장 원하는게 한달동안 안깨고 계속 자는거였어. 그래서 내 경험에 맞춰진 것 만큼이나 주관적이지만 그동안 도움이 됐던거 몇개 적어볼게!
4 이름없음 2019/08/27 23:54:59 ID : fXwFhe1yE1b 0
일단 마음을 좀 가라앉혀. 일해야돼 돈벌어야해 이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너의 몸이나 마음이 충분히 회복됐는지 부터 생각하고 회복에 전념해. 그동안 번 돈으로 가볍게 기분 전환좀 해봐. 일해야한다고 바로 몸 막굴리면 앞으로 버는 돈은 식비 생활비가 아니라 몸뚱이 고치는데 들어갈수도 있어.
5 이름없음 2019/08/27 23:59:51 ID : fXwFhe1yE1b 0
그리고 가벼운 여행도 좋아! 일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고 쉬는게 최고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일 핑계라도 붙여서 좀 놀아! 일 핑계로 맛집 탐방, 가벼운 국내 여행 같은거 좀 해봐. 먹고싶은거 사서 먹고 쉬고 옛날 취미도 한번 다시 눈독 들여봐.
6 이름없음 2019/08/28 00:06:45 ID : fXwFhe1yE1b 0
그리고 스레주 몇개월이나 한지는 모르겠지만 근무 시간이나 본사 사람들 반응 보면 경력 괜찮은데? 특히 홀서빙보단 주방쪽 경력이 더 중요하잖아. 잠깐 알바도 아니고 앞으로도 그쪽으로 갈 생각이라면 알바 사이트만 보지 말고 좀 더 전문적인 구직 사이트가 좋지 않을까. 아님 옛날가게로 다시 가는건 어때? 본사도 있다고 했고 평판도 좋은듯 하니, 대화가 잘 풀리면 일자리 있는 다른 지점이라도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7 이름없음 2019/08/28 00:29:55 ID : Ve1yGq2JSMi 0
익명 사이트에서 이렇게 내 이야기 귀담아 들어주고 따뜻하게 위로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 레더 말대로 슬슬 압박감이 느껴져서 더 흐리터분했던 것 같아. 잘 할 수 있을거란 응원 정말 고마워! 그리고 레더도 고생 많았구나. 힘들었던 걸 공감해주는 것 자체로 큰 위로가 된 것 같아. 네 말대로 내가 충분히 괜찮은지부터 생각해야 하겠지. 그간 여러 일도 많았고 이제 내가 좀 괜찮아지나 싶으니까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더 눈에 밟혔나 봐. 사실 이 전에도 한 번 그만뒀다가 회사 쪽에서 다시 일해주면 안되겠냐고 먼저 연락이 와서 붙들었던 거거든. 그러고 나서 또 그만둔 거라 이제와서 그쪽으로 다시 가는 건 내가 너무 불편해. 말해준 것처럼 알바 사이트보다는 구직 사이트나 주변에서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네. 정말 신기하게도 이야기 듣고 나니까 알바천국 같은 사이트에 대한 미련이 싹 사라졌어! 친한 친구들한테도 일하는 코드가 안 맞아서 제대로 털어놓지 못한 이야긴데 정말 내 일처럼 들어주고 이야기해줘서 다시 한 번 고마워! 글 올리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뿐이지만 너랑 친구하고 싶다. 지칠 때마다 네 말들이 생각날 거야.
8 이름없음 2019/08/28 01:28:25 ID : fXwFhe1yE1b 0
에이, 그런 말 들으면 내가 다 쑥쓰럽지! 진짜로 내 경험 생각나서 몇마디 툭 내뱉은 것 뿐이거든. 그리고 내 말을 기억해줄거라면 특히 이걸 많이 떠올려줬음 좋겠어. 넌 할 수 있다는거. 괜찮다는거. 근거없는 위로가 아닌 진실이라는거. 출퇴근 시간 합쳐 하루에 거의 17시간 이상이라는 힘든 일을 해냈잖아. 동시에 너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본사 사람들도 너를 인정하고 의지할 만큼 인품도 좋고. 그 점에서 넌 강인할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써도 존경 받을만한 인물이야. 또, 열심히 일 한 만큼 너 자신을 돌봤으면 해. 넌 이미 충분히 너의 가치를 증명받았어. 잠깐 쉰다고 그 점은 변하지 않아. 충분히 회복하면 언제든 다시 일할 수 있고. 그러니 무리할 필요는 없어. 몸이든 마음이든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상태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 무엇보다 중요한건 너의 건강이니까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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