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9/08 13:43:20 ID : e0rbCo2Nz9f 0
난 일단 열여덟 여고생이고 양성애자야. 주변에 하도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많아서 그 친구들, 사람들과 만나면서 느낀 아이러니를 좀 풀어보려고. 나는 기독교학교에 다니고 기독교인인 친구들이 많아. 그중에서도 선데이 크리스챤 이런거 말고 목사님 선교사님 딸이나 진짜 신실한 친구들. 나 자신은 부모님 때문에 교회는 나가지만 기독교인은 아니야. 하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다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어. 그중에 하나랑 얘기할 때 퀴어 이야기가 나왔어. 내가 내 친구A가 같은 반의 친구를 좋아했었다,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어. 친구) 좋아했다고? 나) 응. 친구) 이성적으로? 그 시점에서 연애감정으로 좋아하는 거냐고 물을 때 "이성적으로"라는 표현을 쓰더라고. 동성애자가 동성을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건 대체 뭐야. 그리고 이야기를 끝낼 때쯤에 다시 물어봤어. 친구) 근데 우리 학교에도 A 같은 친구가 있을까? 나) A같은? 친구) 응. 아닌가, 근데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벌써 자퇴했으려나? 야, 전교생이 천 명이 훌쩍 넘고 그럼 그중에 퀴어만 몇십이 있을텐데 걔네들이 다 자퇴했겠냐! 그리고 버티긴 뭘 못 버텨! 바로 니 옆에 있는데! 니 옆에서 채플하고 찬양하고 워십하고 교회 다니면서 잘만 살아가고 있는데! 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있긴 있겠지, 정도로만 대답하고 끝냈어. 근데 중요한 건 얘는 정신과 의사를 꿈꾸고 있어서 소수자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도 있고 pc성향도 조금 있는 애란 말이야. 그런 애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지금껏 자기가 살아온 프레임을 못 벗는다는 거지.
2 이름없음 2019/09/08 13:58:25 ID : e0rbCo2Nz9f 0
또 있어. 수업때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 그리고 내 뒷자리에 앉은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뒷자리 친구들은 진짜 교회 가면 중고등부 회장 하고 고삼 되도 꼬박꼬박 교회 나오고 수련회 가는 그런 친구들이야. "야 근데 나는 성소수자 같은 건 좀.." "나도 동성애는 별로. 솔직히 문제같은 것도 좋 많잖아." "에이즈 같은 거?" "응. 근데 진짜 동성애자가 에이즈 걸리는 건 신기하지 않냐." 이런 내용이 오갔어. 그 대화를 완전히 재현하지는 못했는데 마지막 말은 '결국 뭔가를 하면 그 댓가를 받는 섭리가 신기하지 않냐' 이런 맥락이었거든. 에이즈에 관한 내용은 하도 많이 들어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에이즈는 질병일 뿐이고, 동성애자가 다 에이즈 환자인 것도 아니고 성소수자에 동성애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성애자 중에도 에이즈 환자가 있고... 이 정도 인식도 없는걸까 싶어서 안타까웠어.
3 이름없음 2019/09/08 14:25:23 ID : e0rbCo2Nz9f 0
닌 부모님께 커밍아웃은 하지 못했지만 부모님께서 내가 양성애자인 건 대충 알고 계셔. 부모님께서 많이 불안해 하시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 애가 친구가 여자밖에 없어서 그렇다, 대학생이 되서 남자도 만나고 하면 나아지겠지~ 그런 느낌인 것 같아.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내가 친구와 통화를 할 때였어. 대략 주말에 만나자, 학교에 너 찾아갔는데 자고 있더라, 다음에 뭐 할 때 옆자리에 않자, 이런 내용이었어. 근데 그 친구가 목소리가 많이 낮아서 남자애로 들렸나봐. 통화를 끝내니까 어머니께서 "애가 너한테 관심 있나보네~" 이러시는 거야. 난 아직 어머니의 착각을 모르니까 "어..친구니까 당연히 관심이 있겠지?" 이랬어. "아니, 말고. 너는 애가 어떤데?" 물어보셔서 내 친구의 친구라 친해졌는데 애가 너무 재밌다,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어머니께서 "남자애 아니야?" 하고 물어보셨지. 난 "아니, 내 친구는 건 다 여자애들이지" 하니까 어머니께서 노골적으로 아쉬워 하시더라고. 남자애랑 이렇게 통화한 거면 (평소 나는 남사친 없으니까) 썸을 넘어서 사귀기 직전이잖아. 어머니는 딸이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신 거지. 근데 우리 어머니 평소 지론은 "학생이 연애는 무슨 연애냐" 이런 거였거든. 근데 내가 양성애자라는 걸 눈치채신 이후로는 동아리 사진 같은 거 보시면서 남자애들 물어보고 위 상황에서 "남자애랑 만날 수도 있지. 학원 친구라거나 그럴 수도 있고" 그러시더라고. 내가 유일하게 커밍아웃 한 친구한테 어머니 가치관을 바꾼 것 같다고 말하니까 애가 너희 어머니 정말 개방적이시라며 놀리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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