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1/05 21:43:57 ID : 6mMqo3RDy5d 0
나는 여자를 안 사귀고 있다. 게이인게 아니라, 그냥 사귀면 안 될 것 같아 그런다. 우리가 11살때였을까. 아마 그 즈음이 맞을 거다. 겨울이었나, 나이를 먹으니 어린시절이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열린 가방을 닫아준다며 몰래 내 가방속에 편지를 넣어준 다혜야. 한 10여년 즈음 전에 그 때 일이 생각나더라. 성별이라는 구애를 인식하지 못하고 편하게 어울려 뛰어놀던 시절이었다. 너는 나에게 마음을 담아 주었지만, 나는 왜 그 때 장난을 돌려주었을까. 편지의 아래에 즐즐즐을 휘갈겨 쓴 어린 나 대신 장성한 내가 네가 모를 이 곳에서 용서를 구한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준게 너무나 미안했어서 10여년 즈음 부터 나의 20대를 연애의 공백으로 놓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연애의 공백이면 됐지 왜 난 내 인생을 공백으로 뒀을까 27살의 나는 올해 수능을 다시 본다. 근데 올 해 먹고 산다고 공부를 게을리 해서 좋은 대학에도 못가게 생겼다. 너는 어떻게 살고있을까 다사다난했던 내 인생보다 평탄한 삶을 살아왔을까 벌써 애를 놓았을까, 혹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었을까 우리 인생에 접점은 이제 없는 것일까? 수능이 끝나면 고향에 돌아가보고싶다. 혹시나 너를 만날 수 있으면, 내 마음 속에서 공소시효는 아직 끝나지 않았노라 말하고싶다. 우리가 놀던 광장 분수대와, 등나무 벤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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