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zcLaslxzPh 2020/01/01 00:35:04 ID : 7eZa5Xs02rb 1
일단 난 이제 갓스물인 스레주고 이 얘긴 고2때 일이야 당시 나는 가정폭력을 심하게 당하고 정말 자살 고위험군으로 입원까지 권유받았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상태였어. 약을 먹어도 나아지는건 없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기가 힘들었음. 그래서 한창 자퇴를 생각할때 내가 좋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다가오던 남자애가 있었음. 지금은 남친이니까 남친이라고 부를게.
2 이름없음 2020/01/01 00:37:03 ID : lbeFg1yJXxO 0
ㅂㄱㅇㅇ!
3 ◆NzcLaslxzPh 2020/01/01 00:39:21 ID : 7eZa5Xs02rb 0
난 진짜 하루하루 속이 썩어가서 연애 이런거 신경 쓸 시간이 없었음. 그래서 남친이 아무리 계속 말을 걸고 다정하게 대해줘도 아무 생각도 없었어. 너 커피 좋아해서 사왔다고 아침마다 따뜻한 캔커피를 주고 내가 아이셔 까먹는거 보니까 좋아하는거 같아서 두 통을 사다주더라. 솔직히 날 왜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결국 겉모습만 보고 다가오는 애들이랑 다를게 있나 싶어서 난 그런거 받는 족족 다시 걔 자리에 가져다놨어. 필요없다고.
4 ◆NzcLaslxzPh 2020/01/01 00:44:42 ID : 7eZa5Xs02rb 0
여자애들은 쟤는 지 좋다는 애한테 뭐 저렇게 철벽치냐고 했고 남자애들은 싸가지 없다고 날 욕했어. 그도 그럴게 남친이 꽤 잘생겨서 뭔가.. 스레주 쟤는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아줄 것이지 뭔 말이 많냐 이런 분위기가 생김.. 어차피 자퇴할 마당에 그런거 신경 안쓰고 다녔긴 했지만 남친은 아무리 나한테 무시당해도 불구하고 계속 날 챙겨줬음.
5 ◆NzcLaslxzPh 2020/01/01 00:48:02 ID : 7eZa5Xs02rb 0
그러다가 어느날은 집 방향이 같아서 같이 걷게 된 상황이 생김. 난 남친이 말 걸지 않을까 예상하고 보폭을 빨리해서 걔 앞으로 걸어갔는데 남친이 성큼 성큼 내 보폭을 따라잡아서 바로 옆에 섰음. 내가 진짜 할 말이 있는데 잠깐 들어만 주면 안되냐고. 난 설마 고백이라도 하려나 해서 미리 말했음. 난 너한테 아무 감정이 없다고.
6 이름없음 2020/01/01 00:51:22 ID : Wkmk645hAji 0
우와.. 조금... 상황이 나랑 비슷했었네, 신기하다. 잘 풀렸다니 부럽고..,ㅋㅋㅋㅋㅋ
7 ◆NzcLaslxzPh 2020/01/01 00:52:06 ID : 7eZa5Xs02rb 0
그랬더니 남친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런건 네 행동만 봐도 다 안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냥 너무 힘들면 나한테 얘기해도 된다는 거라고. 사귀고 이러자는게 아니라 그냥 털어놓고 네가 힘든것 좀 없애면 좋겠다고. 그리고 내 어깨 툭툭 두드리고 가더라. 도대체 나한테 왜 저렇게 하는건지 모르겠어서 난 집에 가서 한참 생각했어. 학교에서는 절대 힘든 티를 안 내는데 쟤가 그걸 어떻게 아는건지
8 ◆NzcLaslxzPh 2020/01/01 01:01:15 ID : 7eZa5Xs02rb 0
근데 그러고 며칠 후 아빠가 날 또 폭행했어. 진짜 개패듯이 처맞아서 이웃집이 신고한 끝에 경찰까지 왔었어. 경찰은 일단 날 따로 경찰차에 태워서 서까지 데려다줬어. 거기서 진술서? 암튼 뭘 쓰고 여경이랑 상담해서 일단은 아빠에게 경고해놓을테니 다음에 또 폭행하면 꼭 신고하라해서 알겠다고 하고 다시 경찰차를 타고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했어. 근데 이젠 정말 살고 싶지가 않더라. 집에 들어가기도 싫고. 그냥 집에 가서 바로 목을 매려고 벤치에 앉아서 자살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문득 남친이 생각나더라고.
9 ◆NzcLaslxzPh 2020/01/01 01:05:18 ID : 7eZa5Xs02rb 0
어차피 집도 바로 옆이겠다 나는 걔한테 전화해서 무작정 만나고싶다고 했어. 내가 울면서 전화하니까 걔가 놀래서 지금 어디냐고 집이냐고 하더라 그렇게 전화 끊고 계속 벤치에 늘어져 있는데 남친이 자기 아파트에서 우리 아파트까지 뛰어와서 나한테 왜 울고 있냐고 무슨 일있냐고 진짜 걱정하면서 눈물을 막 닦아주더라.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동안 좋다고 해도 내치기만 하던 사람이 뭐가 좋아서 이러는건지 모르겠어서 어이가 없었어
10 ◆NzcLaslxzPh 2020/01/01 01:10:14 ID : 7eZa5Xs02rb 0
나 사실 가정폭력 당한다고. 그래서 지금 자살할 생각 중이라고. 너가 며칠전에 힘든일 있으면 털어놓으라며.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오라고 했어. 이게 마지막이니까 이렇게 말했는데 남친이 가만히 옆에 앉아서 내 손을 잡아주더라. 사실 난 네가 그런 문제로 힘들어하는 거 알고 있었다고. 넌 가리고자 했겠지만 멍든게 너무 많아서 어쩌다 봤다고. 안 그래도 좋아하던 애가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11 ◆NzcLaslxzPh 2020/01/01 01:14:27 ID : 7eZa5Xs02rb 0
근데 남친이 그래도 조금만 더 살아주면 안되겠냐고 막 갑자기 펑펑 우는거야.. 만약 버티다 버티다 안 되겠어서 그때 죽는 선택을 한다면 내가 기일마다 납골당에 찾아가서 꽃을 바칠거지만 그 전까지는 한번만 살아주면 안되냐고. 나처럼 널 정말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12 이름없음 2020/01/01 01:14:38 ID : Ve0k79h861w 0
ㅂㄱㅇㅇ!!!!
13 ◆NzcLaslxzPh 2020/01/01 01:17:11 ID : 7eZa5Xs02rb 0
솔직히 그렇게까지 나 챙겨주고 생각해주는 남친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 그 말을 듣는데 진짜 슬프면서 행복하더라. 나랑 사귀면 분명히 불행해질텐데 너도 내 우울을 옮을텐데 어떻게 나같은 사람이랑 사귈 수 있냐고. 그 얘기를 하면서 나도 울었어. 난 시도때도 없이 죽고싶고 비정상인데 네가 감당할 수 없을거라고.
14 ◆NzcLaslxzPh 2020/01/01 01:20:46 ID : 7eZa5Xs02rb 0
그랬더니 자기에게 한번만 기회를 주래. 반드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천천히 이겨보자고. 너무 불안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말하는 남친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 좋아하는 사람이 내 우울까지 다 감싸안아준다는데 평생 받아보지 못한 사랑에 속절없이 무너졌어. 그렇게 나랑 내 남친은 사귀게 됨.
15 이름없음 2020/01/01 01:23:49 ID : Wkmk645hAji 0
축하해!
16 이름없음 2020/01/01 01:24:08 ID : lbeFg1yJXxO 0
헐 대박 축하해!!
17 ◆NzcLaslxzPh 2020/01/01 01:25:35 ID : 7eZa5Xs02rb 0
아무튼 나는 우울증이 심해서 며칠 안가 학교는 자퇴를 했고 그냥 정시 준비만 했어. 그래도 남친이랑 나랑 집이 같아서 항상 남친 학원 끝나고 올때 내가 마중나와서 벤치에 앉아 오늘은 기분이 어땠냐, 같이 일상 얘기도 하고 가끔 키스도 하고. 꼭 껴안겨 있을때는 너무 가슴이 안정돼서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는 요즘도 한다.
18 ◆NzcLaslxzPh 2020/01/01 01:30:18 ID : 7eZa5Xs02rb 0
축하해줘서 고마워ㅜㅜ 근데 내가 우울증이 완치까지 낫기 전까지는 수시로 남친에게 내가 죽으면 넌 어떡할거야? 라고 묻는 입버릇이 있었어서.. 남친이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싶었지만 남친은 네가 죽어도 난 항상 널 사랑할거라고. 늘 기일마다 납골당에 반지를 두고 올거다, 네가 평소 좋아했던 바다에 가서 유품을 하나 떠나보낼거다, 네가 외롭지 않도록 납골당에 고양이라도 데리고 와야지. 이렇게 위로하면서 날 쓰다듬어줬어.
19 ◆NzcLaslxzPh 2020/01/01 01:39:47 ID : 7eZa5Xs02rb 0
난 남친 덕분에도 그렇고 내가 우울증이 심하다는걸 알게된 아빠가 충격이 컸는지 그 이후로는 절대 폭행을 안해서 아빠랑 어색하고 여전히 트라우마는 있지만 올해는 심신이 안정된 그런 한해였음. 상담도 받았고 약도 먹고. 열심히 공부해서 목표 대학도 붙었고. 그때 내 남친이 아니었으면 난 아마 이미 죽었을거야. 대학도 못 붙었을거고.. 여러모로 남친에게 고마워서 갑자기 생각나서 스레 써봤당 아무튼 여기까지 내 연애 썰? 봐준 사람들 고마워! 새해 복 많이 받아~~
20 이름없음 2020/01/04 16:04:16 ID : o7vu04Nusru 0
와 진짜 스윗하다 꼭 끝까지 행복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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