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1/07 01:11:24 ID : dRwmmspdPct 0
우리가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예비소집 날일 거야. 기억은 안 나지만 네가 얘기해준 바에 의하면 넌 그날 종이를 나눠줬고 난 앉아서 종이를 받았었으니까. 난 같은 반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라 누가 주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굴도 보지 않고 네가 주는 종이를 받았어. 너무 허무하게 끝난 첫만남이었어. 입학하고 자리에 앉는데 우연히 너는 내 앞자리였어. 네가 내 앞에 앉는 그 한 달간 네가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난 네 얼굴도 볼 수 없었지. 하지만 상관없었어. 그땐 널 좋아하지 않았거든.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널 좋아하게 된 걸까? 체육대회가 있던 5월도 아닐 거야. 그때도 너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거든. 아마 우리가 같이 다니고 난 후부터 인 것 같아. 그때부터 너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겼으니까. 엄청난 과거를 숨기고 살고 있는 것 같은 넌 그래서인지 애들 상담을 잘 해줬고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같이 다니게 되었어. 그렇게 친해진 지 몇 달도 채 되지 않아 같이 계곡에도 놀러가는 사이가 되었지. 다른 애들은 물에 들어갈 수 없어서 우리 둘만 물에서 놀았던 것도 기억나. 난 이 날을 정말 후회하고 있기도 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가 찾다보면 이 날이 걸리거든. 내가 왜 그때 남았을까.. 한편으론 네가 원망스럽기도 했어. 그런 중요한 걸 왜 말해주지 않았는지. 마냥 즐겁던 여름방학도 끝나고 2학기의 넌 왠지 모르게 쌀쌀해졌어. 정말 영문도 모르고 너의 미움을 받았던 난 정말 암울했던 시기를 보냈어. 평소처럼 대하지만 알수 없는 벽이 생긴 기분이고 우리 둘만 있을 때 넌 나와 대화하지도 날 봐주지도 않았으니까. 친구들과 다같이 있을 때에도 다르진 않았어. 유독 나에게만 쌀쌀하게 구는 게 느껴졌으니까.
2 이름없음 2020/01/07 01:19:06 ID : E08qo3O7byJ 0
ㅂㄱㅇㅇ
3 이름없음 2020/01/07 01:28:51 ID : dRwmmspdPct 0
내가 널 좋아한다고 나 스스로 인정하고 난 뒤부턴 네가 나한테 그렇게 대하는 게 너무 무섭고 슬프더라. 그렇게 부정하고 있었는데 인정하니까 홀가분한 게 아니라 그냥 가슴이 더 찢어질 거 같았어. 그냥 방학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 너랑 떨어지게 되면 그대로 끝일까 봐. 그래도 간간히 오는 카톡에 얼마나 웃고 울었는지 몰라. 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조심스러워하는 날 보면서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몰라. 겨우 연락이 뭐라고 내 하루를 좌지우지하는지. 그만큼 넌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존재였어. 2학년이 되고 문이과가 나뉘면서 우린 자연스럽게 다른 반이 됐어. 그래도 넌 작년 겨울에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지나갈 때마다 엉덩이를 두들기며 인사를 해줬지. 난 그게 더 비참했어. 그렇게 차갑게 대할 땐 언제고 지금은 또 이렇게 인사를 해준다는 게. 근데 그게 싫진 않았어.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고 네가 인사해주는 게 너무 좋았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5월에 체육대회를 했어. 우리가 학교에서 자유롭게 사진 찍을 수 있는 날이 이날뿐이라 꽤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이중에 넌 몇 장 없었어. 그래도 네가 먼저 사진 찍자고 해줘서 찍은 게 있지만 그마저도 휴대폰을 바꾸면서 다 날라가버렸어. 근데 이 날 너무 큰일이 나버린 거야. 너와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 그 아이와 넌 대판 싸웠고 그 사이에 낀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 근데 어쩌다보니 너네는 잠정적으로 화해를 하게됐어. 말이 화해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너희 사이에서 난 누구편을 들어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 처음엔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사람 편을 더 들게 됐고 그게 너였어. 네가 싸운 얘기를 해주면서 나한테도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됐어. 네가 2학년이 되면 1학년 때 친구들과 연을 끊으려고 했다는 거. 그래서 나한테 그렇게 모질게 대했다는 거. 너무 충격적이었어. 네가 나한테만 유독 쌀쌀맞게 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이해에서 나오는 충격이 아니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충격이었어. 나는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넌 아니었나봐. 혼자 끙끙 앓다가 터져버렸는데 주변에 피해가 갈까 봐 그걸 그냥 혼자 참고 있었대. 그러면서 혼자 스트레스 받고..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정말 펑펑 울었어. 그러면서 네가 왜 자기가 날 그렇게 싫어하는 거 알았으면서 계속 친구해줬냐고 했을 때 난 좀 밍설이다가 그냥 좋아하니까 라고 답해버렸어. 넌 잠깐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내가 말한 좋아한다의 의미를 안 건지 말을 돌려버렸어. 차라리 이 말을 하지 말 걸 그랬어. 이게 약점이 될 줄은 몰랐지.
4 이름없음 2020/01/07 01:43:52 ID : dRwmmspdPct 0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우린 철저한 갑을관계가 되어버렸어. 넌 갑이고 난 을이 되어버렸지. 난 너의 가장 약한 면을 알고 있었고 너도 나의 가장 약한 면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너의 약한 면을 이용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었지만 넌 시시때때로 그걸 이용했어. 넌 어땠는지 몰라도 난 정말 진심이었고 지금도 진심이야. 너와 싸운 그 아이와 크고 작은 일이 생기면서 감정의 골은 더 깊어갔고 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난 너에게 완전히 자리를 잡았어. 복도에서 지나가며 만나는 그 아이를 모르는 척했고 그 아이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SNS도 언팔했어. 그러면서 뒤로는 너와 같이 그 아이를 까내렸지. 나에겐 그 아이도 소중한 친구였지만 너와 싸웠다는 이유만으로 그 아이를 배척하게 됐어. 하지만 그 아이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 나도 그게 정당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건 다르지 않아. 네가 그 아이와 싸운 뒤로 일부러 보란듯이 같이 다니고 정반대였던 집도 데려다주기 시작했어. 추운 겨울이었지만 손을 잡고 주머니에 넣고 가면 그 먼거리도 가깝게만 느껴졌어. 물론 그 아이 보라고 한 행동이었지만 어느새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아도 손을 잡고 다니고 매일 집에 데려다주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어. 시험기간에는 내가 네 학원에 가서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을 데려다주고 난 다시 집으로 돌아갔어. 네가 가로등도 제대로 켜지지 않아서 깜깜한 그 거리를 매일 무서워 하면서 친구들한테 전화하면서 간다고 했을 때 널 데려다줘야겠다고 다짐했어. 난 별로 무섭지 않고 아는 데도 있으니까.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 15분 정도 걸리는데 학교에서 너네 집까지도 거의 15분이 걸렸어. 사실 길치라 몇 분 걸리는 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어. 그냥 널 집에 데려다주면서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너를 데려다주고 집에 혼자 갈 땐 얼른 가야된다는 생각이 앞서서 정말 빠르게 걸었던 거 같아. 그 거리를 30분 걸릴 거리를 20분만에 다 걸어갔으니까. 그래서 널 더 안심시켰어. 난 걸음이 빠르니까 혼자 얼른 갈 수 있다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데 사는 것도 아니고 완전 정반대 사는 애가 매일 밤 데려다줬으니까. 게다가 넌 내가 널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잖아.
5 이름없음 2020/01/07 02:04:53 ID : dRwmmspdPct 0
연말이 될 무렵에는 조금 불안해졌어. 너랑 내 사이는 깊어졌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1학년 때 일도 있었으니까. 또 연말에 너에게 연락이 끊기는 건 아닐까. 네가 다시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계속 네 눈치만 살피게 됐어. 네가 축제에 나갈 땐 다른 공연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너만 보였어. 네가 연습했던 영상을 조금 보여줬을 때 너무 예쁜 거야. 네가 잘 추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너무 예뻤어. 너밖에 안 보였어. 본공연 때도 네가 긴장했는지 틀린 것 같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필요없었어. 그냥 네가 제일 빛나고 예뻤으니까. 넌 다른 친구들 중에 잘 추는 애 있다고 했지만 너만 보느라 다른 애들은 어떻게 췄는지 몰라.. 1부 공연 땐 아예 다른 곳에 앉아있었지만 2부 공연 땐 내가 너에게로 갔어. 내 친구들이 날 찾았지만 난 너랑 있느라 신경쓰지 않았어. 어차피 반에서 보게 될 테니까. 연말엔 그럭저럭 잘 넘어갔어. 하지만 제일 큰 문제가 있었어. 1월에 내가 해외여행을 간다는 거였어. 거의 3주동안 17시간 정도 차이나는 곳으로 갔기 때문에 연락이 제일 문제였어. 심지어 내 폰은 로밍도 하지 않아서 너에게 연락하려면 호텔에 가거나 핫스팟을 집아야했지. 하지만 그 나라는 우리나라만큼 인터넷이 잘 돼있지 않아서 너랑 연락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 심지어 시차도 맞지 않아서 독백수준으로 나혼자 뭐했는지 떠들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난 낮동안 뭘 했는지 너에게 말해주고 사진도 보내줬지만 넌 아무 연락이 없었어. 이때부터 난 네가 또 연을 끊으려고 한다는 게 느껴졌어. 인생에 한 번 와볼까 말까 한 곳인데 너의 태도에 내 기분이 왔다갔다 하고 너의 연락을 기다리느라 내 신경은 온통 너에게 향해있었어. 어느 날은 도시랑 좀 떨어진 시골에서 자게 됐는데 별이 너무 예쁜 거야. 휴대폰에 담을 순 없었지만 그 별을 보려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너랑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밖에 나갔어. 혼자 밖에 앉아서 별을 보고 있자니 온갖 생각이 다 드는 거야. 여행 막바지였기도 했고 그 어두운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곳에 있는 동안 너랑 연락이 되지 않아 서운했던 감정들과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한 번에 북받치는데 더이상 밖에 있으면 안 될 거 같은 거야. 그리고 자동차에서 짐을 내리던 다른 외국인들이 날 이상하게 보기도 했어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뒤척이다 잠에 들었어. 그곳에 있으면서 온통 네 생각만 했고 널 주기 위해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정말 많이 샀어. 이걸 한 사람에게 준다고? 싶을 정도로 샀으니까. 학교에 가기 전 널 만나고 싶었지만 네가 바빠보여서 학교에서 만나게 됐어. 쇼핑백에 한가득 담은 선물을 보면서 그곳에 있으면서 달라진 너의 태도 때문에 몇 개 뺄까 고민도 엄청 했지만 널 주기 위해서 산 거니까 그냥 그대로 널 줬어. 엄청 오랜만에 보는 너였고 갑자기 찾아와서 그렇게 많은 걸 주니까 넌 좀 당황한 것 같았지만 난 기분이 좋았어. 널 봤으니까. 그냥 그걸로 됐다고 거기에 안주하고 있었지.
6 이름없음 2020/01/07 02:17:23 ID : dRwmmspdPct 0
그 후로 이어지는 의미없는 대화만 몇 번 하다가도 또 뚝뚝 끊기는 우리의 대화창을 보니 1학년 말이 생각나서 정말 힘들었어. 피부로 느껴지는 변한 너의 말투와 행동들이 정말 가슴아프게 했지만 그래도 1학년 때 겪은 게 있어서 그런지 그때보단 덜 힘들었어. 3학년이 되고 초반엔 그럴싸했지만 역시나 넌 자연스럽게 연락을 줄여갔고 이젠 학교에서 마주쳐도 인사도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더라고. 인사하고 싶었지만 날 보는 네 차가운 눈빛조차 느껴지지 않을 때 쯤 너에게선 연락조차 오지 않았어. 6월을 끝으로 더이상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아. 너에게 연락할까 수백번도 넘게 고민했지만 네가 날 싫어하는 걸 알아서, 2학년 땐 연을 끊으려고 했으나 3학년까지 이어온 게 고마워서, 너한테 연락하는 게 너무 두려워서 결국은 하지 않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져서 이젠 아예 할 수 조차 없게 됐어. 내 생일에, 신년에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감을 짓밟듯이 너에겐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어. 당연히 안 올 걸 알고 있지만 정말 안 오니까 좀 슬프고 힘들더라. 네가 SNS에 스토리를 올릴 때 보고 싶지만 그러면 기록이 남아서 못보는 게 너무 서러워. 근데 또 최근에 내가 올릴 스토리를 네가 본 걸 보고 나도 봐볼까 했지만 왠지 그건 아닌 거 같아서 참고 있어. 넌 그런 거에 쿨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내가 보면 안 될 것도 알고 있어서 더 조심하게 돼. 그래서 차라리 널 언팔하고 싶지만 그러면 정말 끝일 거 같아서 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어.
7 이름없음 2020/01/07 02:22:07 ID : dRwmmspdPct 0
네가 어디 대학을 가는지 정말 궁금해서 미칠 거 같지만 물어볼 사람도 없고 물어선 안 될 걸 알고 있기에 더 미칠 거 같아. 왠지 너도 알 것 같지만 난 타지역으로 가. 네가 봐줬으면 해서 올린 스토리는 네가 아닌 네 친구들이 봤고 그 중 한 명은 너에게 전했을 거라고 생각해. 이제 졸업하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너에게 연락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이기적인 거겠지. 수도 없이 불러봤을 사람아. 넌 내게 있어 가장 아픈 상처를 주었지만 내게 가장 큰 행복을 줬어. 2년 반 동안 널 짝사랑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완전히 널 다 잊을 때까지. 그때까지 널 사랑해.
8 이름없음 2020/01/07 09:32:50 ID : u3A0ty1ClBf 0
서글픈 사랑이네 이겨낼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언젠가는 잊게될거야 힘들겠지만
9 이름없음 2020/01/07 10:28:40 ID : dRwmmspdPct 0
네가 티를 내면서 싫어하던 나의 안 좋은 습관들을 고치려고 엄청 노력했어. 근데 이미 나의 일부였던 습관들을 고치기는 정말 힘들었지. 그래도 나름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너랑 그렇게 틀어지고 나서 다시 시작되는 습관들을 보면서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 매일 일찍 자는 나를 보고 잠찔이라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제 나랑 연락 안 하겠다고 했을 때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안 자고 있으면 얼른 자라고 하면서도 자려고 하면 진짜 자냐며 실망이라는 너에게 뭐 좋다고 그리 매달렸는지.. 그냥 너의 모든 게 다 좋았어. 날 저렇게 대하는 게 장난이라는 건 알았지만 왠지 진심이라고 느껴지기도 했거든. 너와 연락이 잘 되지 않을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만 - 이준호'라는 노래를 듣곤 했어. 가사가 정말 내 이야기 같았거든. 갑자기 끊겨버린 너의 연락에 내가 먼저 연락할까 수도없이 고민하다보니 벌써 1월이 되어버렸어. 저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안 울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 우울한 노래만 듣는 나에게 엄마가 뭐 저런 노래만 듣냐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냥 매일 저 노래만 들었어. 그래도 괜찮아. 이젠 듣지 않거든.
10 이름없음 2020/01/07 10:40:51 ID : dRwmmspdPct 0
내 인생에 첫 꽃다발 선물은 너였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꽃집에 가서 미리 되어있던 꽃다발을 골랐는데 네가 SNS에 올린 걸 보고 사길 잘 했다고 생각했어. 이젠 지워진 사진이지만 그래도 너에게 꽃다발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야. 길치였던 내가 우리 집부터 너희 집을 왕복하고 너희 집 근처를 산책하다보니 우리 동네를 다 외우게 됐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너희 집에서부터 네가 다니던 중학교까지 걸어가게 됐는데 그냥 모든 게 신기했어. 처음 보는 어려운 길을, 그 먼 거리를 너는 매일 다녔을 생각을 하니까 말이야. 어두운 걸 무서워하는 네가 어떻게 그 깜깜한 거리를 혼자 걸어다녔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 거리를 걸으면서 너의 숨겨진 과거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어. 과거를 알게 되니까 더 그 아이가 용서되지 않더라. 그렇게 힘들 걸 다 알고 있었으면서 널 그렇게 만들다니. 그 얘기를 듣는 나도 힘들었는데 그 말을 하는 넌?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당했을 넌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의 행동이 이해가 갔어. 그렇지만 그걸 정당화할 순 없지. 난 너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해줬는데 넌 오히려 나에게 큰 상처만 줬으니까.
11 이름없음 2020/01/07 10:54:06 ID : E08qo3O7byJ 0
개서럽누...
12 이름없음 2020/01/07 14:02:39 ID : dRwmmspdPct 0
아직도 내 하루에 네 일상이 있어서 네가 기억나고 보고 싶어. 이제 우리가 볼 수 있는 날은 딱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매일이 네 생각으로 가득차서 걱정이야. 오늘같이 일찍 일어난 날에는 유독 하루가 긴데 그 긴 하루를 어떻게 버틸지도 잘 모르겠어. 나는 오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랑 술을 마셔. 얘네가 완전 술생술사라 나도 끝까지 갈 거 같은데 혹시 너한테 연락하지 않을까 너무 두렵다. 휴대폰을 바꾸면서 일부러 네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어. 널 찾게 될까 봐. 그런데 네 번호를 이미 외워서 그런지 저장하지 않았어도 내가 다이얼을 누를까 봐 그것도 걱정이야. 수능이 끝나고 휴대폰을 바꾸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너도 휴대폰을 바꿨을까? 폰을 바꾸면서 번호도 바꿨을까? 그렇다면 너에게도 내 번호가 없을까? 아니면 백업해놔서 내 번호가 있을까? 차라리 네가 번호를 바꿨으면 좋겠어. 내가 너에게 연락할 수 없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게 무제한인데도 많이 보내면 문자를 더이상 못보내게 막는다는 걸 너랑 문자하면서 알았어. 난 사실 여러 메신저로 연락하는 걸 안 좋아해서 카톡이면 카톡, 페메면 페메, 문자면 문자 하나로만 하고 싶었는데 넌 이리저리 왔다갔다 여러개로 연락하더라고. 몇 주는 카톡 또 며칠은 페메 어쩔 땐 문자. 처음엔 문자하는 건 별로 안 좋아했어. 카톡이나 페메는 읽으면 티가 나지만 문자는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네가 문자는 더 편하고 좋은 사람이랑만 한다고 말해준 뒤부턴 오히려 문자가 더 좋아졌어. 너무 많이 해서 통신사에서 연락이 오면 잠깐 카톡으로 갈아타고 다시 1일이 되면 서로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았지. 어떤 날에는 하도 많이 해서 아직 중순도 안 되었는데 문자 경고를 받고 카톡으로 넘어간 적도 있었어. 그정도로 참 시시콜콜한 대화를 많이 했었는데 이젠 아무것도 남은 게 없네.
13 이름없음 2020/01/07 14:15:58 ID : qqlyE2mmtth 0
ㅂㄱㅇㅇ
14 이름없음 2020/01/07 15:05:52 ID : rdO9y0nyGnD 0
내가 중학교때 처음 좋아했던 사람도 어느 순간부터 날 싫어했어... 그 다정했던 미소가 날 보지 않으니깐 마음이 정말 아프더라... 알고 보니 내 반 친구(A)의 친구(B)가 그 언니의 사촌을 따돌렸더라고... 나도 B에게 당한 피해자지만... 언니는 나를 싫어했지... 정황도 물어보지 않고... 지금은 이해가 돼... 언니는 아마 관련된 사람을 보는 게 정말 힘들었겠지... 사촌 동생을 그렇게 아낄 정도로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니깐... 언니가 날 싫어하기 전까지 우리는 페메를 자주했었어.... 페메를 하는게 얼마나 좋던지... 읽음 이라는 표시에 두근거리고... 멘트는 뭐라고 보낼까 몇 시간씩 생각하고... 근데 언니가 날 싫어한다는 걸 알고 난 후에도 페메 보낼까... 어떻게 보낼까 하는 나를 보니... 웃음만 나오더라고 그렇게 2년 반을 좋아하니깐... 이게 정말 무슨 짓인가 싶었어 쓰니처럼 나는 꽃다발을 준 적도... 선물을 줄 수 있는 관계까지 가지도 못했지만... 나혼자 좋아하고 나혼자 헤어지는 거 같은 비참함에 눈물이 나오더라... . . . 그러고 1년 반... 거진 2년이 지났어 앱에서 만난 사람이 있는데 정말 괜찮은 사람 같았어 그쪽도 나도 같은 지역을 발견해서 반가운 바음에 그냥 심심풀이로 대화한 건데 첫사랑은 기억도 나질 않더라고... 매일 전화를 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했어...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끊겼어.... 그 언니가 졸업하면 이젠 정말 끝인건데... 나한테 고백 아닌 고백을 한것도 나는 정말 좋았는데...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은 몰랐지.... 설마 언니의 첫사랑이라는 그 반친구에게.... 마음이 남아 있던건 아닌지... 설마 잘된건 아닌지... 이런 마음이 불쑥 생각나서 두렵더라고 그게 불과 어제라서... 마음이 씁쓸해서 오랜만에 여기 오니깐 첫사랑도 생각나고 그러네... 연락 끊어진다는 건 정말.... 잔인한 일이야... 결코 익숙해 지지 않는다.... 맞아... 시시콜콜한 대화 많이 했는데... 아무것도 남은게 없네... 좋아한다는게 이렇게 씁쓸한 일이라는 거 잘 아는데... 왜 그렇게 미친듯이 좋아했는지… 지금 이순간에도 그 사람이랑 통화한번을 왜 이렇게… 애타게 하고 싶은지.. 왜 연락 끊었냐고 물어보고 싶고.... 한편으로는 듣게 될 대답이 두렵기도 하고.... 톡 채팅창은 나가지 않고 있는게 나도 정말 마지막 인거 같아서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미친 척 하고 학교 찾아가 볼까 하더라도... 나는 언니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그렇게 가고 싶지 않다는 졸업식에 내가 가서 당황하게 만드는건 정말 아닌거 같아서... 그럼 정말 날 싫어할것만 같아서... 언니 졸업하면 나는 언니에 대해서 아는 게 정말 하나도 없네... 다 학교 이야기니깐... 언니 졸업하면 어느 대학 가는지... 어디로 이사하는지... 다 모르니깐...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카톡이라는 게 이렇게 쉽게 끊기는 건지 몰랐어... 차라리 문자로 할걸 그랬나... 적어도 끊어지지는 않게 말이야... 보톡을 몇시간씩 했는데... 녹음이라도 할걸 그랬나.... 보톡은 톡이나 문자처럼 남질 않으니깐... 우리가 무슨 대화를 했는지... 점점 잊힐 거야.... 음... 너무 슬프네... 지금도 사실 잘 기억나질 않아... 밤을 새면서 피곤한 상태로 나눈 대화가 많아서... 쓰니 글을 보니 나보다 한두 살이 많을 거야 동생이지만... 내 이야기가 위로되었으면 해... 쓰니가 쓴 거 보니 쓰니는 참 다정하고 착하고 좋은 사람 같아... 나라면 매일 그렇게 데려다주는 건 못했을 거야... 하하하... 나도 키만 커서 무서움이 많거든 (그 언니가 공포 영화 보면 지켜준다고 한 게 생각난다... 나보다 키도 작으면서...) 암튼... 잊을 수 있다는 말이나 희망을 가져봐 라는 말은 하지 않을께... 그런말은... 듣기 힘드니깐... 그냥 멘붕 상태에서 조금만 ... 아주 조금만 벗어나 주었으면 해... 어쩌면 지금 여기에 하는 말이 나한테 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네 나도 지금 멘붕 상태여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질 않아... 배도 안 고프고...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믿고 싶지만 그걸 믿어 버리면 언니랑 나랑 운명이 아니란 게 되니깐 너무 슬프더라고... 나는... 하...쓰니야... 그냥 매일매일 조금씩 멘붕상태에서 조금씩이라도 벗어나기로 약속하자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내 시간이라는 관념이 없어졌지만 왠지 나중에 가면 이 아파하는 시간이 아까울 거 같아... 지금 나에겐 이 아파하는 시간도 소중한데 말이야...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고 사람은 사람을 잊는다는 말도 있지만 그냥 그런 말보다는 그 사람을 추억하면서… 멘붕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로 나 자신에게 약속하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제일 답인 거 같아… 지나가는 사람이니 술 마시지 말라 뭐 이런말은 할 자격이 없지만 습관 들면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슬플 때 술 마시면 안된데요 술 마실 때 마다 생각나니깐요… 저는 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추억으로 생각하려고요… 아프지만 아픈 데로… 슬프지만 슬픈 대로요… 그러면 어느 순간 조금은 더 담담해져 있을 거라 생각해요 고통스럽고 아플 테지만요.
15 이름없음 2020/01/08 01:02:07 ID : dRwmmspdPct 0
술은 마셨지만 취하진 않아서 돌아왔어. 하지만 졸려서 곧 잘 거 같긴 해.. 술 마신 김에 너랑 내가 처음으로 같이 술 마신 날을 써볼까 해. 물론 떳떳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미성년자 때 마신 거니까.. 그래도 나에겐 색다른 경험이었어. 2018년 여름, 우리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아직까진 그 친구와 사이가 좋았고 그냥 셋이 같이 다니던 그때였어. 너는 걸어가고 걔는 버스를 타고 가서 너희집 방향으로 가던 날. 너의 어머니가 호프집에서 술을 드시고 계시는데 네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우리 가면 사줄 거냐고 했고 어머니는 그러겠다고 하셨지. 근데 그 아이는 늦게까지 있을 수 없어서 그냥 버스를 타고 가고 난 야자가 끝나고 어두우니까 널 집까지 데려다줄 생각으로 같이 갔어. 그러다가 거기까지 간 김에 어머니께 인사는 드려야 할 거 같아서 호프집으로 들어가서 인사를 했지. 그리고 나가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그냥 마시고 가라고 하시면서 자꾸 앉히시길래 어쩔 수 없이 앉았어. 넌 자주 그랬던 건지 아주 자연스럽게 호프집 냉장고에서 직접 맥주도 들고 왔어. 난 그 날 마신 게 내 인생 두번째 술이었어. 어른이랑 마시는 건 처음이고 우리 부모님도 술을 드시지 않기 때문에 그런 자리는 아예 처음이었지. 어머니는 내가 그런 자리가 처음인 줄 모르시고 맥주잔 가득 맥주를 따라주셨어. 그리곤 네가 첫잔은 원샷이라며 다같이 짠을 하고 맥주를 마셨어. 정말 미련하게도 그걸 원샷으로 마셨지. 물론 취하진 않았어. 근데 난 탄산을 잘 못마시기도 하고 맥주를 싫어해. 지금이야 그렇게 먹질 않으니 싫어하면 안 먹어도 되지만 어른이 주시는 걸 어떻게 거절해. 그냥 따라주시면 따라주시는 족족 다 받아마신 거 같아. 그렇게 20분 만에 4명이서 맥주 큰 걸 4병을 마셨어. 인당 한 병씩은 마신 꼴이지. 지금 생각하면 겨우 30분에 맥주 1병?이지만 그땐 술을 거의 처음 접해보는 거고 어른이랑 마시는 거라 긴장도 좀 됐었어. 넌 그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눈치를 줘도 모르고 엄청난 속도로 마셔대는 바람에 나도 네 속도에 맞춰서 마시느라 엄청 배가 불렀어. 안주라곤 치킨 몇 조각이 다고 시간은 11시가 다 돼가는 사간이라 우린 이제 그만 마시고 집에 가게 됐어. 이모가 만 원을 주시면서 태워주진 못하니 택시 잡아서 가라고 하셨고 택시비로는 거의 기본요금보다 조금 더 나온 거 같아.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서 갈으만든 배를 사서 마시며 집 앞에 의자에 앉아서 너랑 전화하는 게 너무 좋았어. 오줌이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일찍 집에 들어갔지만 그것만 아니었다면 너랑 밤새 전화했을 거야. 그 자리에 다시 앉아서 그 날을 떠올리면 그 때의 기온이나 네 목소리, 우리가 나눴던 대화가 떠올리는 것 같아. 우리가 술로 엮인 일이 한둘이 아니라 더 풀어낼 게 많지만 그 날은 대략 이정도인 것 같아. 만약 우리가 다시 술을 마시게 된다면 그때 난 소주를 마실 거야. 난 소주파거든.
16 이름없음 2020/01/08 19:46:16 ID : zcGla65ffar 0
우리 사이에 술 하면 또 생각나는 건 수학여행일 거야.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2018년이네. 수학여행이었으니까 10월달이었을 거야. 수학여행 가기 전 모든 학교가 그렇듯이 안전교육을 하면서 절대 술은 가져오지 못하게 했어. 당연한 거지. 특히 네 담임선생님은 의욕 넘치는 여자 선생님이셨고 너희에게 특히 술 가져오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어. 물론 너랑 같은 방 쓰는 애들이 조금 가져오긴 했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했어. 그래서 우리 반에 첫날에 엄청 마시고도 좀 남은 애들이 있어서 내가 걔네한테 말해서 너에게 몰래 전해줬어. 방 밖에는 나름 안전위원?도 있었는데 여자였고 그분들이 오기 전에 너에게 전해주고 내 숙소로 돌아가면서 안전위원을 만나긴 했어. 그래도 그냥 내 갈 길 슥 가면서 너에게 밖에 사람들 왔으니까 조용히 마시라고 알려주고 내 숙소로 내려왔어. 한 시간 정도 지났나 너는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시다보니 좀 취했었어. 전화를 좀 하다가 네가 취한 게 너무 느껴져서 바로 네 숙소로 가서 널 데리고 나왔어. 아직 소등 전이었고 깜깜한 밖을 몇 바퀴 돌았어. 10월이었지만 바람도 제법 불고 우리 숙소도 산이라 좀 추웠어. 넌 체육복을 입고 있었지만 난 반팔에 얇은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어서 더 춥게 느껴졌어. 걸으면서 네 술도 깨라고 계속 말 걸어주고 비틀대는 널 부축하면서 걷고 있었지. 네가 나오기 전에 갑자기 네 담임선생님이 너네 숙소로 들어와서 걸릴 뻔 했지만 다행히 병도 잘 숨겼어. 근데 안까지 들어와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 이러면서 너네를 의심하면서 냄새를 맡아봤어. 넌 얼굴이 좀 빨갰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냄새는 별로 안 났나 봐. 근데 방에서 마스크 쓰고 있으니까 당연히 이상해서 담임이 너한테 왜 마스크 썼냐고 물어보니까 네가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얼굴이 빨개졌다고 거짓말을 했어. 무사히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하필 담임이 굳이 너한테 자기가 차에 두고 온 게 있다며 너랑 같이 가자고 했고 넌 취했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왔어. 아무래도 네가 비틀거리나 시험해보려고 그랬던 거 같아. 아무튼 숙소를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너는 취해서 계속 했던 말 계속 하고 나는 맞장구쳐주면서 좀 걸었어. 네가 취하면 한 말 또 하는 건 이미 알고있어서 마냥 귀엽게만 보였어. 네가 나와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길래 벗어도 된다고 했지만 술냄새 나서 안 된다고 말렸어. 네가 술냄새 많이 나냐고 물어봤으면서 냄새 맡으려고 가면 안 된다고 밀 건 또 뭐야.. 그렇게 숙소 근처를 몇 바퀴 돌고 소등시간이 돼서 각자 숙소로 돌아갔어. 숙소로 돌아와서도 전화를 하는데 네 말투가 취한사람답게 좀 꼬여있었어. 좀 애교부리는 것 같은 느낌? 난 그냥 다 좋았어. 그런 네가 귀엽고 술을 많이 마셔서 걱정되기도 했지. 그런데 옆에서 네 친구들이 누구랑 전화하냐고 엄청 놀리는데 네가 아니라고 하면서 변명할 때는 또 평소말투인 거야. 그래서 난 그게 더 좋았어. 나한테만 편하게 대하고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전화로도 네 꼬장을 받아주고 내일 일정을 위해 잠이 들었지. 너랑 산책하는 동안 우리 숙소엔 선생님이 오셔서 인원체크를 했는데 내가 없었지만 애들이 잘 커버해주고 선생님이 떠난 뒤에 내 친구들도 다른 방으로 옮겨서 내가 도착했을 땐 정작 내 친구들이 없더라고.. 그래서 사실 난 더 편하게 너랑 전화할 수 있었어. 나도 친구들이 있었으면 그렇게 길고 웃으면서 통화하진 못했을 거야. 내 수학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친구들이랑 놀아서 즐거웠던 게 아니라 너랑 산책하던 거였어. 추웠지만 네가 내 곁에 있어서, 너랑 전화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좋았어.
17 이름없음 2020/01/09 00:42:25 ID : zcGla65ffar 0
오늘은 네 생일이야. 12시가 되기 전에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아? 생일 핑계로 연락이라도 해볼까? 근데 난 그정도 철판은 못깔겠더라고. 네가 볼 것 같지도 않고 연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의문도 들어. 그리고 12시 딱 되자마자 보내는 건 너무 기다린 것 같잖아. 아직도 널 못잊은 걸 티내고 싶지 않아. 2019년 1월 8일, 네 생일 날 만나지 못할 거 같아서 저녁에 만나서 선물을 전해줬어. 꽃이랑 립스틱이랑 먹을 거 조금 네가 립스틱을 보더니 자기가 쓰던 걸 어떻게 알았녜. 그래서 그걸 왜 모르냐고 했지. 사실 네가 립스틱 바를 때마다 얼마나 남았는지 보고 있다가 마침 거의 다 썼길래 네가 잠깐 립스틱 맡겼을 때 어디 거고 몇 호인지 봐뒀지. 화장을 하지 않아서 입술에도 뭘 바르지 않던 나였는데 처음으로 립스틱도 사봤어. 그게 인기 있는 거라 다 품절이래서 네 생일 전에 살 수 있나 얼마나 노심초사 했었는데. 결국 3군데를 돌아보고 없어서 3일 뒤엔가 가서 산 것 같아. 나름 손편지도 써주고 카톡으로 보낼 때는 은근슬쩍 하트도 보냈는데 그땐 엄청 떨렸었지. 네가 내 생일 날 뭘 해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네 생일을 챙겨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 지금은 선물을 줄 수도, 축하 인사를 할 수도 없게 됐잖아. 너에게 직접 말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 생일 축하해. 네가 태어나서, 잠깐이지만 나랑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마워. 기회가 된다면 직접 얼굴 보고 말하고 싶어. 생일 정말 많이 축하한다고.
18 이름없음 2020/01/10 01:43:24 ID : zcGla65ffar 0
네 생일을 정말 많이 축하해주고 싶었지만 직접적으로 전하진 못해서 너무 아쉽다. 나는 오늘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어. 1년 전부터 계획했던 거고 뺄 수 없는 약속이었어. 넌 오늘 뭘 했을까? 평소라면 SNS스토리에 올렸을 텐데 내가 친구들이랑 술 사진을 올리는 동안 넌 아무런 소식이 없더라.. 하나도 취하진 않았지만 넌 내가 취했다고 생각할 테니 그냥 미친 척 네 스토리를 보고 싶었는데 네가 아무것도 올리지 않아서 좀 서글프기도 했어. 그래도 누군가에게 자랑하지 않아도 될 만큼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해.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었겠지. 넌 너 자체로 빛나니까. 오늘도 네 생각에 쉽게 잠들진 못할 거 같지만 억지로라도 눈을 감아볼게. 널 못본 지 꽤 됐지만 여전히 눈을 감으면 네가 떠오를 정도로 많이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널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네가 알아주면 좋겠는데.. 정말 많이 사랑하고 생일 축하했어.
19 이름없음 2020/01/10 13:14:21 ID : zcGla65ffar 0
오늘 친구 졸업식에 가면서 너와 걸었던 길을 갔어. 밤에 오는 거랑 낮에 오는 건 좀 다르더라. 네 손을 잡고 걷던 그 길을 이젠 너 없이 걷는데도 길치인 내가 익숙한 듯 길을 찾는데 좀 신기했어. 네가 알려줬던 건물들과 학교, 그때 했던 이야기가 아직 생생한데 더이상 내 손을 잡아주는 너는 없다는 게 너무 슬프더라. 친구 졸업식을 보면서 너무 형식적이고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겁이 났어. 난 졸업식 당일 날 해외를 가야 해서 따로 친구들과 사진 찍을 시간이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너랑 마주칠 시간은 있을까? 1시간만에 끝나버리는 졸업식인데 내가 널 찾고 너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넌 날 찾아보긴 할까? 당연히 날 찾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우연히 눈이라도 마주치면 좋겠어.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그냥 졸업축하한다는 말 한 마디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 이름없음 2020/01/11 00:33:29 ID : zcGla65ffar 0
실수인 척 네 SNS스토리를 봤어. 꽤 여러개를 올렸지만 딱 하나만 봤어. 왠지 염탐한 게 들킬 것 같지만 그래서 하나만 본 거야. 실수인 척하려구. 내가 SNS에 올리는 스토리의 90퍼센트는 네가 봐줬으면 해서 올리는 건데 넌 전혀 아닌가 봐. 맨날 너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지 하면서도 괜히 이러는 거 보면 좀 한심하다. 널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가 뒤숭숭하다. 차라리 빨리 졸업하고 널 볼 수 있더는 희망조차 남지 않으면 널 잊을 수 있을까? 널 잊으려고 바쁘게 살고 있는데 널 잊기는 커녕 널 향한 마음만 더 커져서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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