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2/16 05:46:41 ID : 7tbeLgmHzXs 0
나는 일단 1년 반 무자각 1년 반 자각으로 짝사랑하다가 작년 봄 끝자락에 고백하고 연 끊은 사람임. 근데 이때가 감정적으로 많이 몰려있을때라 고백 생각을 하고 끊은게 아니라서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못 잊었어 근데 가끔 생각이 나서 센치해지면 찾아 듣는 플레이리스트인데 다들 듣고 조금이나마 위로 받았으면 해서 잠깐 올리고 갈게 1.이별길 (아이콘) 2.광화문에서 (규현) 3.눈사람 (정승환) 4.봄날의 기억 (비투비) 이렇게인데 그냥 순서대로 들으면 사랑을 떠나보내는 1년동안의 과정을 미리보기 다시보기 하는 기분이더라. 잘 듣고 혹시 마음에 여유 있으면 내 이야기도 들어주면 고마울거같아. 나 지금 좀 힘들다ㅠ
2 이름없음 2020/02/16 08:19:46 ID : bvdBdU3V9cs 0
이야기 해줘!
3 이름없음 2020/02/16 08:52:26 ID : RxzVdTWkqZa 0
좋은 플레이리스트 정말 고마워ㅜㅜ 스레주 이야기 궁금하다 풀어주라!!
4 이름없음 2020/02/16 10:57:22 ID : 7tbeLgmHzXs 0
헉 누가 와줄거라고 생각 안하고 바로 잤는데 와줬네 고마워ㅠㅠ 그러면 일단 적어두고 갈게
5 이름없음 2020/02/16 10:59:59 ID : 7tbeLgmHzXs 0
나는 이번에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가는 (현)백수 (전)중학생이야. 내 짝녀는 1학년 위인 선배. 내가 들어간 동아리 부장이셔서 거기서 만났어. 근데 정말... 뭐라고 해야하지? 뱀상이라고 해야하나... 그 뱀이 원래 이미지가 무서울 뿐이지 얼굴만 보면 되게 귀엽기도 하거든 그런 느낌이었어 냉한데 약간 귀여우시고... 근데 베이스는 되게 잘생긴 얼굴이셨어
6 이름없음 2020/02/16 11:03:01 ID : 7tbeLgmHzXs 0
1년하고 반 지나서 깨달은건데 나 동아리 오티때 반했던거 같아... 되게 금방 반했는데 식는게 되게 오래 걸리네 성냥이나 전기장판으로 나왔으면 가성비 끝판왕이었을텐데 내 사랑...
7 이름없음 2020/02/16 11:05:28 ID : 7tbeLgmHzXs 0
그냥저냥 내가 2학년 되고 선배가 3학년 될때까지도 무자각 상태였어. 한 달에 두 번 오는 동아리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그냥 동아리 활동이 재미있었다고 생각했거든. 아니었긴한데... 아무튼 선배가 여러모로 사정이 있으셔서 자퇴를 하셨어. 아마 5월인가... 그 쯤에 하셨을거야.
8 이름없음 2020/02/16 11:07:35 ID : 7tbeLgmHzXs 0
근데 동아리가 단톡방이 있었거든. 거기는 안나가셨어. 부부장 선배님(남자셨음)이랑 워낙 친하기도 하셨고, 카톡방 분위기가 굉장히 풀어진 상태라 톡 내용들이 가관일 정도로 재밌었거든. 아마 그래서 안 나가셨던것 같아.
9 이름없음 2020/02/16 11:13:22 ID : 7tbeLgmHzXs 0
하루는 동아리 끝나고 선배들이랑 (내가 2학년때부터 인간관계가 선후배 관계 말고는 깡그리 엉망이 되버려서 선배들이랑 같이 다녔어) 집을 가려는데, (짝녀선배는 못 본지 한 두달 넘은 상태였어) 우리 학교 근처에 되게 긴 공원?이 있거든. 거기에 정자도 있는데. 갑자시 선배 중 한 분이 정자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더니 "저 사람 (짝녀선배이름) 아니야?" 하시는거야. 나야 놀래서 그 쪽을 봤지. 근데 사람이... 피부도 하얗고, 옷도 되게 맑은 갈색 톤으로 입고 계셨단 말이야. 머리도 노랗게 탈색하고. 그래서 못 알아 봤는데. 그 소리를 들은건지 이쪽을 보더니 걸어오는데. 와... 진짜 말로 못하겠다. 나 그 때 정말 많이 놀랬어. 너무 잘생기고 예쁘셔서... 내 인생에서 그 정도로 내 취향으로 잘생긴 사람은 연예인 포함 아직 못 봤어.
10 이름없음 2020/02/16 11:52:43 ID : 7tbeLgmHzXs 0
다른 선배들이랑 헷갈리니까 짝녀 선배는 선배>님< 이라고 부를게. 근데 그 날 집에 가서 자려는데 머리에 선배님 모습이 둥둥 떠다니면서 두근거리는게 멈추질 않더라. 그래서 원래 30분 정도 뒤척거리고 자는데 그 날은 1시간 넘게 뒤척거리고 나서야 인정되더라고... 나 선배님 좋아하고 있었다는거.
11 이름없음 2020/02/16 12:11:42 ID : 7tbeLgmHzXs 0
그 후부터 험난한 짝사랑이 시작됐어. 왜 험난했냐면 선배님 되게 재밌으시고 좋은 사람이신데 함부로 가까이 못가는 사람이었거든. 그냥 사람 자체가 갖는 무게가 엄청났던거 같아. 본인이 무겁게 보이려고 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가까이 가기 무서운 사람? 그랬던거 같네.
12 이름없음 2020/02/16 12:20:03 ID : 7tbeLgmHzXs 0
그러고 언제였지? 18년 진짜 끝자락. 12월 후반부인가? 선배님이 동아리 톡방에서 자기랑 같이 어디 행사를 같이 갈 사람이 있냐는거야. 나는 당연히 자각 후니까 너무 가고 싶었지. 근데 섣불리 가겠다고 못하겠더라. 잘못하면 선배님이랑 하루종일 둘이서만 있는건데, 평생 모쏠에 금사빠에 금방 식던 나는 그러다 실수하면 어떡해, 하면서 엄청 걱정했어. 그리고 갈 명분도 없었고.
13 이름없음 2020/02/16 12:21:24 ID : 7tbeLgmHzXs 0
근데 다행이 내 앞뒤 사정 다 아는 언니가 자기 그 행사에 사러 가야되는거 있었다고, 못가게 됐으니 나보고 사다달라고 해줬어. 나는 그 명분으로 선배랑 같이 행사를 가게 됐고.
14 이름없음 2020/02/16 12:40:25 ID : 7tbeLgmHzXs 0
그 날 결국 나랑 선배님 둘만 만나게 됐었어. 다른 3학년 선배들은 바빴던건지, 그 행사에 관심이 없었는지 모르겠고. 1학년들은 아마 선배님이 무서웠을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어... 그래서 염려대로 선배한테 뭔가 실수를 했냐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원래 내 실수를 잘 기억 못하는 편이라 모르겠네.
15 이름없음 2020/02/16 12:44:05 ID : 7tbeLgmHzXs 0
어쨌든 그 날 아침 6시에 만나서 저녁 6시에 헤어졌어. 정작 행사는 11시에 나왔고 그 이후로는 시내 돌아다니면서 밥도 먹고, 노래방도 갔어. 사실 6시에 만나서 행사 돌아다니면서도 이런일 저런일 있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거 같아서 줄일게. 혹시 듣고 싶으면 말해줘. 그러고 집에 가는데. 그 하루가 통째로 정말 행복했어서, '다시 약속 잡고싶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빙빙 돌았어. 선배님은 학교에서 못 만나니까 사적인 만남 아니면 얼굴 보기는 불가능이었거든.
16 이름없음 2020/02/16 12:47:06 ID : 7tbeLgmHzXs 0
그래서 용기를 냈지. 너네 봄 시즌때마다 설빙에 시즌 메뉴로 딸기설빙 나오는거 알아? 옛날엔 9900원이었는데 요즘 올랐더라. 마침 그거 생각이 나서 슬쩍 "딸기설빙이라고 있거든요? 설빙에 봄 시즌이면 파는건데, 곧 팔거 같아요. 먹으러 가려구요." 하고 말을 꺼냈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마셔서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그냥 눈 딱감고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딸기설빙 같이 먹으러 가요." 했어. 선배님은 거절하지 않으셨고. 자기 자퇴해서 남는게 시간이라고, 부르면 나간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던거 같아.
17 이름없음 2020/02/16 12:51:51 ID : 7tbeLgmHzXs 0
그러고 진짜 딸기빙수 먹으러 갔다? 신기하지, 나도 신기해... 보통 '야 언제 한 번 밥 사줄게!'같이 날짜같은걸 정확하게 안 잡은 약속은 자연스레 사라지는게 보통인데, 그 약속을 지킨 셈이니까. 근데 사실 거기서 담백하게 빙수만 먹은게 아니라 내가 원래 내 기준으로 내 바운더리 안에 들어왔다 싶으면 속에서 앓던 이야기 같은거 꺼내는 편이거든. 그래봤자 무리에서 떨궈진 이야기가 주를 이루긴 했지만. 당연히 선배님은 내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고도 한참 남았으니 내 이야기를 꺼냈던거 같아. 사실 선배님이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평범한 선후배 사이에 들어도 될까. 싶을 정도였어서... 여러모로 놀랐어.
18 이름없음 2020/02/16 12:54:41 ID : 7tbeLgmHzXs 0
아, 딸기빙수 먹기 전에 한 번 더 만났었어. 행사로 만난 날 다다음 날이었는데, 행사 다음 날은 지쳐서 하루종일 자기만 했고, 그 다음날 자고 일어나서 핸드폰을 확인하니까 선배님한테 카톡이 와있더라. 갑자기 졸업영상 만들때 필요한 사진 찍으러 갈건데, 같이 가자는 이야기였어. 모델을 해달라고 했었나? 그랬는데 그거 보자마자 당연히 간다고 하고 (실제론 좀 더 틱틱거렸어) 만났지. 그때도 끝은 노래방이었고.
19 이름없음 2020/02/16 12:56:27 ID : 7tbeLgmHzXs 0
그렇게 한 두번 만나는게 늘어나니까, 선배랑 나는 거의 노래방메이트 수준으로 자주 만나서 노래방을 가게 됐어. 둘이 노래방이서 버티는 체력도 그렇고, 선곡 취향도 그렇고 꽤 합이 좋았거든. 그렇다고 해도 엄청 잘 맞는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아, 안맞는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어.
20 이름없음 2020/02/16 12:59:55 ID : 7tbeLgmHzXs 0
아무튼, 처음에는 주말에만 한 두번 부르더니, 내가 시험기간에도 시험 신경 안 쓰고 놀기만 하는거 아신 후엔 내가 학교 끝나고 동아리 단톡방에 나타나기만 해도 갑자기 와서 노래방을 가자고 하는 수준까지 됐어. 나는 좋은데 괜히 튕기고. 튕길때마다 했던 말이 나 돈 없다고, 노래방 갈 돈 없다고, 이런 말이었는데 선배 그럴때마다 "돈 내가 낼거야. 넌 오기나 해" 이런 느낌으로 말하셨어. 솔직히 조금 자존심도 상하고 쪽팔리긴 한데 설렜어. 기분 좋더라, 선배가 나를 자기 돈 까지 투자해가며 만날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주는게.
21 이름없음 2020/02/16 13:01:33 ID : 7tbeLgmHzXs 0
으아악 버티려고 했는데 너무 졸리다.... 미안해 나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조금만 자고 올게 자고 와서 바로 이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22 이름없음 2020/02/16 16:11:28 ID : yGlfQnCnV84 0
잘 봤어! 잘 자고 와~
23 이름없음 2020/02/16 21:27:54 ID : 7tbeLgmHzXs 0
8시간 푹 잔 내 인생이 레전드다 암튼 그 후로도 계속 선배님은 날 불러서 노래방에 갔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톡방에 내일 혼자 할 일정 이야기 하면 (내일 라맨 혼밥하러 간다 딱대) 선배가 오셔서 나도 가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가게되는 일이 많아졌어. 내가 짝사랑했던 전체 시간에 비해선 되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가까워졌었다고 생각해.
24 이름없음 2020/02/16 21:29:18 ID : 7tbeLgmHzXs 0
어... 이 다음부터는 진짜 내 뇌피셜이 많이 들어갈거 같아. 잠깐 생각정리 하는 동안 읽으면서 뭔가 이해가 안됐거나, 궁금한거 있으면 이야기 해줘. 대답 가능하면 바로바로 해줄게.
25 이름없음 2020/02/18 01:47:19 ID : 7tbeLgmHzXs 0
그러나 아무도 없었고.... 이어서 쓸게. 뇌피셜 진짜 많을테니까 냉정하게 들어주면 좋겠어. 참고로 동아리는 분위기 자체가 퀴어프렌들리한 쪽이었어. 누가 게이든 레즈든 그러던가 하는 플로우였음. 암튼 그렇게 다니다가 그 날도 노래방에 가는 날이었어. 주말이었는데, 평범하게 횡단보도 건너려고 가고 있는데 선배가 갑자기 나한테 팔짱을 끼시더라... 너무 놀래서 무슨 반응도 못 보이고 덜걱거렸는데 선배가 그러고 가다가 팔을 스르륵 빼시더라고. 원래도 친한 사람한테는 치대는 분이셨으면 모르겠는데, 3년 가까이 보면서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친밀한 스킨쉽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었거든. 있어봤자 어깨동무였는데 그것도 나한테 하셨던거였고. 진짜 김칫국에 뇌내망상이긴 한데 선배가 스킨쉽 하는걸 본게 나한테 한 것 밖에 없어...
26 이름없음 2020/02/18 01:53:43 ID : 7tbeLgmHzXs 0
그 때부터 멘탈이 되게 갈렸던거 같네. 전에는 그냥 내가 장작도 없는 불씨에 눈물 질질 흘려가며 부채질 하는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선배가 거기에 기름을 쏟아부은 기분이었어. 거기서 끝났으면 그냥 놀라고 말았을텐데, 위에서 말했던 아는 언니가 (계속 상담했었어) 그러면 한 번 떠보라고 해서 했던게 있거든? 선배가 학교를 자퇴하시고 나선 계속 렌즈를 끼고 다니셨거든. 근데 나는 그... 금테 안경을 너무 좋아해서, 한 번 쯤 선배가 다시 안경 껴주시면 좋겠다 했어. 그래서 노래방 가는 길에 슬쪅 "요즘은 안경 안 끼시네요?" 이런 식으로 물어봤거든, 선배는 그거 들으시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쓰던 안경이 망가졌거든,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고, 나는 그거 듣고 아쉽다고, 나 선배 안경 쓴 거 진짜 좋아하는데. 이런 식으로 말했어. (내가 평소에 선배 잘생겼어요, 진짜 너무 잘생겼어요를 입에 달고 다녔어) 그러고 다음 번에 만날때도 렌즈시길래, 아 착각이구나. 했는데 애매하게 그 다음 번에 안경을 끼고 오신거야. 시기가 너무 애매하니까 뭐라고 아는 척도 못하고. 근데 나는 그거에도 힘들어 죽겠더라.
27 이름없음 2020/02/18 01:54:46 ID : 7tbeLgmHzXs 0
그 이후부턴 되게 간단한데, 그냥 내가 삽질 오질나게 하다가 결국 카톡으로 선배 좋아해요 근데 그만두려고요 한마디 띡 보내고 차단하고 연 끊었어. 되게 찌질하고 최악의 고백인거 아는데 얼굴 볼 자신이 없더라.
28 이름없음 2020/02/18 01:59:06 ID : 7tbeLgmHzXs 0
그러고 잊혀지면 몰라.... 평생 안하던 시집 읽기도 하게 되고, 그 때 하필이면 친구들이랑 사이가 더 안 좋아졌을 때라 심리적으로 더 힘들었어. 그게 벌써 1년 전이네... 정확히 말하면 1년 채우려면 4개월 정도 더 남긴 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 한창 힘들때도 펑펑 울지는 않았어서 괜찮은데, 가끔 이렇게 선배 생각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진짜 죽겠더라고. 글 올릴때가 딱 그 상태였어. 글을 읽는데, 거기에 눈사람이라는 노래가 나오는거야. 근데 그 노래가 선배가 불러줘서 처음 안 노래거든. 근데 그 노래랑 선배 목소리가 너무 잘 맞아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노래인데, 갑자기 생각이 나버리니까 생각이 났던거 같아.
29 이름없음 2020/02/18 02:00:45 ID : 7tbeLgmHzXs 0
이야기는 짧게 이것저것 줄여서 이야기 했어. 혹시 내가 삽질하면서 설렜던 이야기 같은거 듣고 싶으면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그 이야기들은 내가 혼자 말하기엔 좀 쪽팔린 일이라서... 누가 괜찮다고 해주면 좋겠어ㅠ
30 이름없음 2020/02/18 03:55:20 ID : f9h85TXzhvy 0
듣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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