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2/25 14:34:41 ID : CmIJSHvbjwL 0
우리 가족은 아부지 대구, 어무니 부산이지만 지역감정 그딴거 없고 엄청 화목하게 지내는 가정이야. 아부지는 나 중학교 때 회사에서 사표를 강요해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셨고, 어무니가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수익이 들어오는 일을 좀 하셔서 그나마 좀 괜찮은 것 같아. 아부지가 원래도 좀 가정적이셨는데 퇴사하시고 나서부터 진짜 가정에만 몰두하셨어. 요리는 잘 못하셔서 가끔 라면 끓이거나 죽 만들고 반찬 꺼내는걸로 떼우긴 하시는데, 청소기 돌리기, 물걸레질, 빨래, 종종 설거지, 그리고 옛날에 문짝 하나 뽀갈났는데 그것도 손수 고치시고, 매일 5시? 쯤에 일어나셔서 간단하게 운동하고 씻으시고 블라인드 다 걷으시고 커피 끓이시고 엄마 깨우시고 나 깨우고 그게 일상이 됐어.
2 이름없음 2020/02/25 14:36:43 ID : CmIJSHvbjwL 0
내가 초콜릿 같은 군주전부리 좋아하는데 아부지가 맨날 장보러 가시면 몇 통 씩 사오셔서 쟁여두시고 장롱 구석같은데에다가 숨겨뒀다가 나한테만 알려주고 우리 딸 먹고싶을 때 꺼내먹으라고 하시기도하고
3 이름없음 2020/02/25 14:38:59 ID : CmIJSHvbjwL 0
난 원래도 눈치 좀 많이 보는 편인데 음식같은거는 허락 안 해주면 잘 못먹는 스타일이란 말이야 근데 아부지한테 맨날 아부지 나 커피 마셔도 돼? 이런식으로 물어보면 우리집에서 우리 딸이 먹는거가지고 뭐라할 사람 아무도 없다면서 그냥 가져가서 먹으라고도 하시고, 아침 안 먹는다고 귤이나 사과같은거 미리 다 깎아두시고 포크도 꽂아두시고 옆에 요거트같은 것도 다 준비해주셔
4 이름없음 2020/02/25 14:39:37 ID : CmIJSHvbjwL 0
가끔은 너무 과분하기도 하고, 어무니한테 하시는 것 보면 진짜 좋은 남편감의 정석이 아닐까 싶기도 해
5 이름없음 2020/02/25 14:42:03 ID : 1yINwNBvzPe 0
레주 아버지 너무 멋있으시다 근데 회사에서 사표쓰라고 강요당하시다니 힘드셨겠네
6 이름없음 2020/02/25 14:42:50 ID : CmIJSHvbjwL 0
저번에 친구분들하고 술마시고 한 10시 쯤? 오셨는데 엄마가 너무 놀라셔서 전화하라니까 왜 혼자 왔냐고 뭐라하셨거든ㅋㅋㅋ 근데 아부지가 술 취해갖고 엄마 껴안으면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우리 마누라 힘들게 늦은시간에 어떻게 불러!" 이러다가 그냥 옷 갈아입고 씻고 들어가서 주무심...그리고 이건 사소한거지만 보통 결혼하면 00엄마로 부르는 경우 많잖아? 근데 우리는 그런 것 없이 아빠가 엄마를 항상 이름으로 부르셔. 엄마는 아빠를 오빠야 라고 부르시고.
7 이름없음 2020/02/25 14:44:33 ID : 1yINwNBvzPe 0
와 진짜 자상하시다
8 이름없음 2020/02/25 14:45:25 ID : CmIJSHvbjwL 0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ㅎㅎ 그래도 괜찮아! 지금은 나름 이 생활에 만족하고계시기도하고, 사표 강요한 그 사장도 말년이 그렇게 좋진 못했나봐..ㅋㅋ 그래도 다행인 것 같아
9 이름없음 2020/02/25 15:11:19 ID : CmIJSHvbjwL 0
아 하나 더 생각나서 적고 갈게 요즘 우리 집에 트로트 열풍이 불었는데 아부지는 잔잔한 노래 좋아하시는 편이란 말이야. 근데 어무니는 하나에 꽂히시면 주구장창 그것만 들으시거든...거짓말 안 치고 그것만 한 100번 들은 것 같은데 아부지는 푸념 한 번, 잔소리 한 번 안 하시고 요즘은 두 분이서 아예 합창을 하셔ㅋㅋㅋㅋ 아부지 커피 끓이실 때도 그 노래 부르시더라...살려줘.
10 이름없음 2020/02/25 15:24:05 ID : dwnvh84E3va 0
헐헐 넘나 스윗하시다ㅠㅠㅠㅠㅠㅠㅠㅠ 경상도 사람 중에 이렇게 다정하신 분 첨 봤어 ㅋㅋㅋ 금슬 좋으시구만 뭘 스레주 축하해ㅋㅋㅋㅋ
11 이름없음 2020/02/25 15:33:02 ID : CmIJSHvbjwL 0
헝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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