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3/20 20:32:20 ID : oJQr9fRCo1z 1
지금 나는 대학교 재학 중이야. 요 근래 코로나 때문에 종강 후 고향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 본론부터 말하자면 자각하지 못하고 좋아했던 아이가 있었는데 걔는 아직도 고향에 살고 있는 것 같더라고... 어쩌다가 연락이 닿게 돼서 요 몇 개월간 만나다가 이젠 내가 용기 내보려고 해.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시간 끝장을 낸다!!! 너무 설레!!!!!!!!!! 이야기는 스레로 이을게! 누구 하나 볼진 모르겠지만...
2 이름없음 2020/03/20 20:53:01 ID : oJQr9fRCo1z 0
일단 우리가 처음 만났던 건 중학생 때였어. 친구의 소개로 1학년 때 알게 됐는데 그때 난 얘를 처음 보자마자 너무 좋았어. 사랑이 아니고 정말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어쩌다가 친해져서 1학년 후반 때는 항상 같이 하교하고 2, 3학년 때는 같이 쭈욱 같은 반이었어서 하루종일을 붙어있었지... 2학년 때는 뭐랄까 그냥 딱 호감 정도였어. 나는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내가 여자를 좋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고, 걔한테 끌리는 건 그저 친구니까~ 이런 느낌? 근데 나는 스킨십을 엄청 좋아하는데 얘는 스킨십을 되게 싫어하는 거야... 그래서 처음 내가 어깨동무를 하려고 했을 때 얘가 복도에서 엄청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갔어. 난 너무 깜짝 놀랐는데 얘의 8년지기 친구도 얘랑 손 한 번을 안 잡아봤다는 거야... 원래 걔가 내성적인 성격이기도 한데 스킨십까지 싫어한다니, 외향적이고 스킨십을 엄청 좋아하는 나랑은 완전 반대의 사람이었지. 그래도 얘는 항상 틱틱대도 결국엔 날 챙겨주고 나는 질리도록 쫓아가고 그런 포지션이었던 것 같아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자존심도 없었나... 싶기도 하고.
3 이름없음 2020/03/20 20:58:10 ID : oJQr9fRCo1z 0
화근이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어. 여느 날처럼 걔한테 들이대는데 내가 실수로 또 걔 등을 만져버린 거야. 나는 아차 싶어서 바로 미안하다고 했는데 이번엔 완전 질색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거야... 그 표정에 내가 상처를 좀 받아서 그렇게 내가 기분이 나쁘냐고 하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가버리더라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 나도 조금 당황스러웠지. 얘랑 나랑 같이 다니기는 하는데 같은 무리가 아니였거든? 우리 무리 애들이 와서 무슨 일이냐고 막 물어보는데... 갑자기 너무 슬프고 우울한 거야... 그래서 하루종일 걔한테 말도 못 걸고 혹시나 이제는 완전 내가 친구로써 싫어져버릴까봐 그냥 수업 시간 내내 머리 박고 눈물만 찔끔 댔어 ㅜ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얘가 어느 날 내 책상 메모지에 뭘 붙이고 후다닥 도망가는 거야. 그래서 뭔가 하고 펼쳐봤는데 학교 끝나고 같이 집에 가자는 메모였어... 난 너무 좋아서 소리 지르고 옆에 친구들한테 막 자랑하고 난리가 났었지 ㅋㅋ 생각해보면 그냥 친구가 그랬다면 별 것 아니었을 것을, 당연히 좋아하니까 그렇게 기뻤던 것일텐데... 그렇게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얘가 계속 말이 없는 거야. 나는 너무 말 걸고 싶고 그런데 아무 말도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혼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걔가 갑자기 내 손을 팍 잡는 거야. 난 너무 놀라서 진짜 입이 떡 벌어진 채로 어? 하고 있는데 얘가 눈도 못 마주치고 하는 말이 기분 나쁜 게 아니었대. 그냥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거야... 근데 솔직히 사과는 둘째 치고 걔가 나보다 키가 작았는데 내 손 꼭 잡고 눈도 못 마주치고 허둥대는 모습이 너무... 뭔가 이상했어. 걔가 부끄러우면 귀가 엄청 빨개진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고. 나는 괜찮다고 하고 그럼 내일부터 손잡고 다녀도 되냐고 하니까 걔가 알겠대. 그래서 그날부터 자연스럽게 또 같이 하교하고 등교하고 그랬던 것 같아. 등하교 할 때는 손잡고 같이 가다가 학교 도착하면 손 놓고... 근데 어느 날에 얘가 지각을 한 거야. 그래서 나는 먼저 교문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친구를 만났어. 친구가 팔짱을 끼길래 나도 꼈는데 그때 뒤에서 막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얘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 손을 잡아버린 거야... 심지어 깍지로.
4 이름없음 2020/03/20 20:58:39 ID : wE2lg7tg7BA 0
ㅂㄱㅇㅇ!
5 이름없음 2020/03/20 21:02:40 ID : rta04IIJRA4 0
ㅂㄱㅇㅇ
6 이름없음 2020/03/20 21:06:53 ID : oJQr9fRCo1z 0
분명 사람 많은 데서 스킨십 하는 게 싫다고 했는데 갑자기 깍지를 끼니까 당황스럽기도 한데 일단 날아갈 것 같았지. 옆에 친구는 너네 둘이 사귀냐고 장난스럽게 물어보고... 그날부터 수업 시간만 되면 같이 앉았어. 그때는 이동 수업을 했는데 나는 항상 수업 시간에는 자고 얘는 엄청 수업을 열심히 들어서 항상 얘는 왼쪽 자리에, 나는 오른쪽 자리에 앉아서 깍지를 낀 채로 나는 잠들고 얘는 공부하고... 담임 교실에서는 공부 안 하는 애들은 창가쪽으로 한 자리씩 몰아 앉혔는데 나는 항상 창가 자리였고 걔는 언제나 첫째줄이었어. 그래서 담임 시간에는 항상 걔 뒷통수를 보면서 잠들었던 것 같아. 내가 자는 걸 너무 좋아해서 급식을 잘 안 먹었거든? 그래서 점심시간에 자고 있으면 걔가 항상 내 앞자리에 앉아서 문제집을 풀고 있었어. 자다가 슬쩍 눈을 뜨면 보이는 등을 손가락으로 살짝 찌르면 걔가 항상 내 머리를 만져줬는데 이렇게 적으니까 뭔가 만화같다... 창가 자리라서 바람결에 커텐이 살랑살랑 움직이는데 걔 머리카락도 같이 살랑거리는 걸 보면 아무 생각없이 정말 평화롭게 잠들 수 있었어.
7 이름없음 2020/03/20 21:21:57 ID : oJQr9fRCo1z 0
한 2학년 후반 때까지만 해도 정말 문제없이 잘 지냈어. 이 감정이 뭔가 싶어서 고민할 때 쯤에 갑자기 얘랑 같은 무리에 있던 친구가 둘이 사귀냐고 진지하게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나는 사귀는 건 아니라고 했지. 그랬더니 사귀는 건? 이러더니 사실 걔가 1학년 때 걔를 나한테 소개시켜준 애거든. 근데 걔가 사실은 자기가 걔를 좋아한대. 자기들이 소꿉친군데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대... 근데 지금 너네 둘을 보면 기분이 안 좋대. 그러니까 너는 니 무리랑 원래대로 어울려라, 우리는 우리끼리 놀겠다고 너네 둘은 그냥 친구이지 않느냐... 하는데 그때는 내가 뭐 할 말이 없는 거야. 좋아하긴 좋아하는데 나는 내 앞에 있는 이 친구가 느끼는 감정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일단 항상 착하고 웃기기만 했던 내 친구가 이렇게 화를 내면서 말하는데 나는 또 얘랑 관계를 해치기가 싫은 거야. 비겁했지 참... 그렇게 말도 없이 그 아이랑 멀어졌던 것 같아. 3학년이 된 후 같은 반이 되자마자 얘가 학기초에 날 부르더니 갑자기 왜 자기를 그렇게 피해다녔냐고 자기가 뭘 잘못했냐고 그러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었어. 얘랑만 같은 반이 된 게 아니라 위에 그 친구도 같은 반이 되버렸거든...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다. 그냥 너도 나도 무리가 다른데 학기 후반에 애들이랑 어울리다 보니 같이 있는 시간이 적어진 것 같다. 소홀하게 대해서 미안하다고만 얘기했어. 그 이후에 며칠 뒤 그 소심한 성격의 아이가 우리 무리 애들이랑 말을 트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같은 무리가 되어버렸더라고. 학기 초라 쉽게 스며든 것도 있었지만 나는 일단 그 소꿉친구 눈치가 너무 보였어. 그냥 나는 더 이상 귀찮아지는 게 싫었던 것 같아. 3학년 때는 뭔가 포지션이 바뀌어서 학기 내내 그 아이가 나한테 먼저 다가왔는데 그럴 때마다 그 소꿉친구가 엄청나게 노려보곤 했어 ㅜ 그러다가 여름방학이 됐을 때 갑자기 내가 왜 이래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 그때부터였나? 카카오톡이 유행을 했었는데(내가 좀 유행을 늦게 탄 거일 수도) 마침 스마트폰으로 바꾼 직후라 방학 내내 걔랑 연락하면서 만나고 했던 것 같아. 물론 그 소꿉친구한테는 비밀로 ㅋㅋ 개학 이후에 갑자기 또 우리가 붙어다니니까 그 소꿉친구가 이번에는 날 학교 마치고 불러내서 화를 내더라고. 그래서 내가 너한테 맞춰줘야 할 이유는 없다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거라고 얘기하고 냅다 도망쳤어 ㅋㅋㅋㅋ 그러고는 다음 날부터 왠지 모르게 잠잠해졌는데 이때는 이후에 일어날 일 따위는 모르고 그냥 행복하기만 했지...
8 이름없음 2020/03/20 21:27:12 ID : wE2lg7tg7BA 0
ㅂㄱㅇㅇ
9 이름없음 2020/03/20 21:37:23 ID : oJQr9fRCo1z 0
그렇게 평화롭게 졸업 시즌을 맞이하고 있었어. 근데 여기서 일이 터진 거야. 청소 시간에 청소를 하는데 나랑 친구랑 빗자루로 장난을 막 치고 있는데 내가 포즈를 잡고 있었거든. 근데 분명히 옆으로 잘 지나가던 애가 내 빗자루 끝에 자기 얼굴을 들이박은 거야... 그러면서 걔가 소리를 지르면서 주저앉는데... 찔린 건 찔린 거긴 하지 근데 분명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달려왔거든. 그러고 나서 자기 얼굴을 들이받아버렸어. 얘들은 다 몰려들어서 괜찮냐고 하고 일단 나도 미안하다고 그랬지. 근데 얘가 내 손만 뿌리치더니 말 걸지 말라고 일어나더니 애들 부축 받아서 나가버리는 거야. 걔랑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애들은 그냥 단순히 우리가 그닥 좋은 사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걔네가 나보고 일단 무조건 사과하라는 거야. 근데 난 좀 억울했어. 그래도 일단 알겠다고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그때는 몰랐던) 애가 들어오더니 너 일부러 그랬냐고 갑자기 그러는 거야. 안 그래도 억울해죽겠는데 걔까지 그러니까 화가 엄청 나는데 그래서 내가 뭔 소리냐고 먼저 들이받은 건 걔라고 그랬는데 어떻게 걔가 앞을 지나가는데 그걸 못 보냐, 애 눈 밑이 찢어졌다고 그러는 거야... 난 진짜 너무 억울한데 걔까지 그러니까 갑자기 울컥하더라고. 걔도 자기 소꿉친구니까 화가 많이 났나봐. 근데 내 얘기는 하나도 안 듣고 밑도 끝도 없이 걔한테 가서 다시 사과하라고 하는데 그냥 교실에서 도망쳐나와버렸어. 그러고 화장실 가서 울다가 보건실을 갔는데 몇 바늘을 꿰야할 것 같대... 근데 여기서 내가 쭈구려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뭐였냐면 우리집이 정말... 너무 가난했어. 그걸 보니까 내가 돈을 물어줘야 되잖아. 안 그래도 엄마가 여름방학 때 큰 돈 들여서 스마트폰 사줬는데 또 돈 나갈 거 생각하니까 눈 앞이 깜깜하더라고. 그래서 그 순간엔 억울한 거 다 참고 그냥 가만히 있었어.
10 이름없음 2020/03/20 22:01:29 ID : oJQr9fRCo1z 0
선생님들 다 나가고 걔가 자기 맞은 편 침대 발로 두어번 치면서 앉아보래. 그래서 앉았는데 걔가 선처를 해주겠대. 부모님한테도 그냥 장난치다가 자기가 어디 받친 거라고 얘기를 하겠대. 난 갑자기 애가 왜 이러지? 했는데 대신에 이제 걔한테도 들이대지 말고 더 이상 짜증나게 하지 말래. 진짜 3류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장면이었는데 이거 듣고 너무 빡쳐서 화를 내려다가 돈 몇십만원 물어주면서 머리 숙이고 사과할 우리 엄마 생각하면서 진짜 속으로 꾹꾹 참았어. 집에 와서 펑펑 우는데 억울한 것 때문에 눈물이 난 것도 있지만 더 이상 걔랑 손도 못잡고 등하교도 못하고 연락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할 거란 생각에 그날 하루 베개에 얼굴 파묻고 끅끅대면서 울었어. 어찌저찌 그 일이 마무리 되고 나도 친구들이랑 찢어지는 일 없이 무사히 졸업했어. 끝끝내 내가 좋아하던 애랑은 말 한 번 못해보고 끝났지. 걔도 한동안은 오해를 계속 하고 있었던 것 같고... 근데 졸업한 후에 걔가 다시 연락을 해온거야. 자기를 잠깐 보재. 처음엔 무시할까 생각을 했는데, 고등학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만 보자고 생각하고 만났어. 만나고 나서 걔가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걔가 어떻게 지냈냐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그냥 있었던 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데 걔가 막 또 웃어... 아 근데 웃는 거 보니까 또... 진짜 미치겠더라고. 그래서 내가 말 멈추고 갑자기 왜 연락했냐고 하니까 걔가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야 꼭 연락을 하냐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순간 나도 모르게 우리가 무슨 사인데? 라고 했는데 걔랑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내면서 걔가 날 그렇게 똑바로 쳐다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 아무 말 없이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리는 거야.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다가 걔가 갑자기 나는 너랑 손잡는 것도, 네가 나한테 닿는 것도 그냥 다 좋았다고 너는 어땠냐고 그러는 거야. 근데... 그 소꿉친구가 갑자기 생각나는 거야. 걔는 자기 마음에 확신이 있고, 그런 무모한 짓까지 할 정도인데 나는? 아니 그 전에 얘는 나한테 화가 나있던 것 아닌가? 그래서 나 말고 소꿉친구를 더 믿었던 게 아닌가? 라는 그런 생각이 막 들었지. 아직도 나는 억울한 게 좀 남아있었던 것 같아. 위에 적어놓진 않았지만 그 소꿉친구가 학교에서 애들 모르게 나를 좀 치사하게 괴롭혔거든 ㅜ 물론 이게 내가 좋아한 애 탓은 아니지만 그때 좀 더 나를 믿어줄 순 없었나 하는 생각이 컸지. 그래서 난 (진짜 진심으로)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걔가 아무 말이 없길래 그렇게 한참 앉아있다가 헤어져서 집으로 왔어. 이게 중학생 때 이야기야.
11 이름없음 2020/03/20 22:15:12 ID : oJQr9fRCo1z 0
근데 얘가 나랑 같은 고등학교에 붙어버린 거야 ㅋㅋㅋㅋ 그 소꿉친구랑은 떨어지고. 그래도 얘랑은 같은 반이 안 됐고 이상하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그런 사이가 됐어. 고등학교에는 이번에 내 소꿉친구랑 같은 학교가 됐는데, 나는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게 심한 반면 내 소꿉친구는 엄청나게 이성적인 아이라서 날 많이 케어해줬지. 내가 좋아했던 애는 성적 우수로 학교를 들어왔어. 그래서 학기 초에는 걔 이야기가 숱하게 많이 떠돌았는데 그때 내 반응을 보고 내 소꿉친구가 눈치를 챘는지 막 날 캐더라고... 결국 소꿉친구한테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놨는데 걔가 나보고 진짜 찌질하대 ㅜ 누가 봐도 너는 걔를 좋아하는 건데 그걸 본인이 모르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너 설마 여자는 여자를 좋아하면 안 된다는 그런 허접한 소리 하려는 거냐고 이러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하고 내가 너무 부끄러운 거야... 그래서 그때 반으로 돌아가서 이 애 저 애한테 가서 손도 잡고 껴안고 해보는데 그 애한테 느꼈던 그 느낌이 안 나더라고. 이때 내가 걔를 좋아했구나 확실하게 생각을 했지. 이렇게 적고 보니까 나 너무 찌질하다... 근데 정말 갑자기 걔가 전학을 가버린 거야. 공부 더 잘하는 학교로 ㅜㅜ 마음 같아선 쫓아가고 싶었는데 난 이미 체육쪽으로 진로를 정해놨어서 이제 무작정 들이대는 건 할 수가 없었어. 애초에 공부를 못해서 가망없는 얘기였지만 ㅋㅋ
12 이름없음 2020/03/20 22:26:20 ID : oJQr9fRCo1z 0
그러다가 훈련 중에 부상을 당해서 결국 실기를 하는 체육학과 말고 이론이나 교육쪽으로 목표를 잡고 그렇게 졸업을 하고 대학에 진학했어. 그래도 체육과인지라 남자애들이 되게 많거든... 근데 정말 한 명도 눈에 안 들어오더라. 여자애들 중에 걔랑 좀 닮은 애가 있으면 자꾸 생각나고 안 잊혀지는 거야. 그냥 그렇게 몇 년을 혼자 계속 생각했어. 이제부터가 최근 얘기인데, 종강 후에 고향으로 내려와서 한 3개월 동안은 계속 있었던 것 같아. 근데 내려오자마자 걔가 우리집 근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더라고. 그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진짜 몇 번을 고민했던 것 같아 ㅠㅜㅜ 결국엔 소꿉친구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하냐고 징징댔는데 내가 좋아하는 애가 담배를 피려고 딱 나오는 순간에 눈이 마주친 거야. 몇 초가 지났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눈 마주치고 있다가 걔가 오랜만이라면서 웃어주는데... 아... 몰라 그 전까지의 어색함을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은 다 사라지고 그냥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 밖에 안 드는 거야. 그래서 담배 피는데 옆에 쪼구려 앉아서 오랜만이라고... 알바 몇 시에 끝나냐 배 안 고프냐 밥 먹으러가자... 진짜 시간 내려고 오만 말을 다 하고 온 것 같ㅇㅁㄹㅁ아악 이제 생각하니까 너무 부끄럽고 장하다!!!!!!!!!!! 아무튼 그랬는데 걔가 너무 흔쾌히 수락하고 잘 웃어주는 거야... 여전히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때 느꼈지. 이건 100퍼센트 사랑이라고... 편의점 조명등 아래서 웃는 얼굴이 그렇게 예쁠 수가 있나?
13 이름없음 2020/03/20 22:27:51 ID : a8rtdxu63Wi 0
헉 보고있어ㅠ!
14 이름없음 2020/03/20 22:46:34 ID : oJQr9fRCo1z 0
야간 알바가 끝나고 바로 고기를 먹으러 갔어. 솔직히 그날 고향으로 바로 돌아온 탓에 엄청 피곤했는데 걔 앞에서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입에 고기 왕창 쑤셔넣고 버텼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까 그런 기류는 자연스레 없어지더라고. 얘도 성격이 꽤나 밝아져서 잘 웃고 말도 많이 하고... 다 너무 새로웠는데 그냥 너무 좋았어 그 이후로 거의 매일같이 만났어. 집 근처 편의점이기도 했고 그냥 내가 항상 찾아갔지. 혹시나 부담스러워할까봐 안 가는 날에는 걔가 먼저 왜 안 오냐고 물어보고 ㅋㅋ 그런 연락 오면 엄청 날아갈 것 같더라 ㅎㅎㅎㅎㅎ 여튼 어느날에 같이 술을 마시게 됐는데 어쩌다가 그 소꿉친구 얘기가 나왔어. 근데 걔 이름이 나오자마자 걔가 멈칫 하더라고. 진짜 아차 싶어서 말을 돌리려는데 걔가 갑자기 중학생 때 오해해서 미안하대. 그래서 난 놀라서 왜 그러냐고 그러니까 둘이 성인이 된 이후에 같이 술을 마시다가 걔가 내가 좋아한 애를 강제로 어떻게 하려고 했다는 거야. ㅆㅃㅆㄲ 이 개새끼가 ㅅㅂㅅㅂㅆㅂㅆㅂ 내가 좋아하는 애는 어떻게 도망쳐나오고 며칠 내내 연락 안 받다가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하기로 했대. 너무 오랜 친구기도 하고 걔가 이전까지는 그런 티를 낸 적이 없어서 술김에 그런 걸수도 있으니까... 근데 만나기 전에 중학생 때 친구들을 만났는데 걔네 중에 한 명이 소꿉친구 얘기를 하면서 빗자루 사건 때 선생님들 나가고 나서 담임이 우리 데리고 오라고 보건실로 보냈는데 우리 얘기를 들었다나봐. 근데 얘가 호모포비아여서 그 대화 이후로 소꿉친구랑도 나랑도 말도 섞기 싫었대.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애한테 둘 다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15 이름없음 2020/03/20 23:21:48 ID : oJQr9fRCo1z 0
근데 이 얘기를 듣고 나서 얘가 처음 느낀 건 소꿉친구에 대한 충격이 아니고 내가 자기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이었대. 내가 이 말을 듣고 어떻게 했게...? 물잔 쏟고 유리병 깨서 난리도 아녔어... 순간 거기서 좋아한다고 말할 뻔했어. 근데... 내가 이때까지 지레 겁먹어서 도망쳐놓고 이제와서 안심할 상황 되니까 덥석 물려고 하는 모습이 내 스스로 너무 창피한 거야. 그래서 별 말 못하고 참으면서 그날은 서로 있었던 오해를 풀고 헤어졌어. 다음날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고 그래서 한동안 또 먼저 연락을 안 했어. 근데 이번엔 걔도 연락을 안 하더라고. 어차피 오해가 풀린 거 이대로 깔끔하게 끝내자고 생각했지. 그렇게 강하고 아름다운 아이에 비해 나는 너무 보잘 것 없고 부끄럽기만 하니까... 그렇다고 친구로 옆에 남아있지도 못할 것 같았어. 그래서 편의점 지날 때도 살금살금 몰래 다녔는데 엊그제 갑자기 걔가 편의점 문을 콱 하고 열어서 뛰어나온 거야. 놀라서 자빠지기도 전에 걔가 나한테 너 또 왜 연락 안 해!!! 이래서 어리둥절해가지고 내가 어버버 거리고 있는데 걔가 그날 또 술을 마시재. 뭐 거절할 틈도 없이 들어가버리더라고. 그래서 일단 걔 알바 마치는 시간에 데리러 가서 시내에 고깃집을 갔어. 걔가 고기를 좋아하거든.... 그래서 고기를 먹다가 얘기를 하는데 더는 못 숨길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나는 솔직히 도망친 내가 부끄럽고 죄책감이 든다. 너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하니까 걔가 갑자기 아무 말도 안 하더니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녜,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대. 애초에 자기도 그 빗자루 사건 때 그런 짓을 해버려서 몇 년간 계속 그 일을 생각하면서 살았대. 그리고 나를 엄청 생각했대.
16 이름없음 2020/03/20 23:22:39 ID : oJQr9fRCo1z 0
갑자기 너무 뜻밖의 말이 튀어나와서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걔가 또 그때처럼 가버릴 거냐고 하더라. 그러면서 내 손을 테이블 위로 올리더니 깍지 끼면서 내 눈 쳐다보고 너는 정말 아무런 마음이 없냐고 하면서 또 내 눈을 보는데... 아... ㅇ아악... 갑자기 또 귀가 후끈후끈하다...!!!!!!!!!!!!!!!!!!!!! 나도 무슨 정신이었는지 깍지 낀 손 그대로 그 위에 얼굴 파묻고 그냥 얼굴만 계속 비볐어... 그랬더니 걔가 갑자기 밥 다 먹었냐고 그래서 어으응 했는데 따라 나오라 그래서 나간 후에 걔 자취방 근처에 공원으로 갔어.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있다가 걔가 갑자기 하고 싶은 말 없어?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냥 아무 말 없이 깍지 끼고 손잡았는데 걔가 날 엄청 쳐다보길래 나도 쳐다보다가... 살짝 입만 맞췄어. 근데 술냄새가 확 올라오는가 싶더니 걔가 그대로 내 앞에 고꾸라졌어 ㅋㅋㅋㅋㅋ 그나마 내가 운동을 했고 걔가 체구가 작았어서 다행이지 일단 부축해서 택시에 태우고 걔 자취방에 데려다줬어. 집도 3개월간 자주 들락날락했어서 비밀번호는 이미 알고 있었고 ㅎㅎㅎ 여기까지가 엊그제... 그니까 어제 새벽까지의 일이고 오늘 아침에 연락해서 알바 끝난 후 새벽에 이번엔 술 마시지 말고 걔네 집 근처 똑같은 공원 벤치에서 보자고 그랬어. 고백하려고. 이제는 도망치면 진짜 안 되는 거잖아 무슨 이유가 됐건... 이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일단 갔다와서 스레 이을게!!! 맨날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적으니까 너무 두서가 없었어도 이해해줘 ㅜ
17 이름없음 2020/03/20 23:41:56 ID : 2Mo7xRCqja9 0
미쳤냐 진짜 악악 내가 다 설레 스레주 진짜 화이팅 아 후기 꼭 들고 와ㅠㅠ
18 이름없음 2020/03/21 11:56:06 ID : K2LaoL83DxS 0
와 진짜 설렌다 스레주도 그 때 좋아했었다고 직접 말 해야지!!!! 둘이 꼭 잘 되기를 ㅠㅠㅠ
19 이름없음 2020/03/21 14:29:12 ID : MnRu1bg5hth 0
헐 이게 뭔 로맨스영화야 너무 설렌다 ㅠㅠㅠ 꼭 둘이 잘 되길 바래!! 후기...기다릴게
20 이름없음 2020/03/21 20:06:57 ID : mr85WrArs5S 0
오오!! 응원할게!
21 이름없음 2020/03/23 21:57:16 ID : oJQr9fRCo1z 0
안녕 나 스레주야!!! 너무 늦어버렸네 ㅋㅋ큐ㅠㅜㅜㅜㅜ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연애한다... 그날 새벽에 같이 공원에서 얘기하다가 서로 쌓아놓은 마음 털어놓고 이번엔 내가 먼저 제대로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고백했어 ㅎㅎㅎㅎ 그 후로 며칠동안 계속 여자친구 집에서 자다가 엄마가 자꾸 뭐라고 해서 오늘 집으로 왔어 ㅜ 개강도 미뤄졌으니까 그때동안은 매일 만나기로 했어. 다들 응원해줘서 고마워!
22 이름없음 2020/03/25 03:01:47 ID : mr85WrArs5S 0
와! 축하해!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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