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6/11 23:01:42 ID : WqmFeJXwGmt 0
디나이얼이었는데 퀘스처너리에서 레즈로 정체화했어. 대딩 때 타전공 듣다가 친하게 지낸 언니가 있었는데 나는 원래 정이 좀 없는 스타일이야. 인간관계에 크게 비중을 안 둬서 사귀다 헤어져도 별로 슬프지도 않고 사귈 때도 설레지가 않았어서 사실 세상엔 유성애가 존재하지 않는게 아닌지 생각을 자주 했었어. 대학 졸업하고 언니랑 물리적으로 멀어지게 됐는데 시외버스 타고 3시간 정도 거리야. 한달에 한번씩 만나서 밥 같이 먹고 서로 선물 챙겨주고 놀고 헤어지고 이걸 2년 정도 했어. 그러다가 사소한 계기로 싸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슬픈거야. 무슨 이별한 사람마냥. 이별했을때도 이렇게 안 슬펐는데 같이 찍은 사진이 사진첩에서 보일 때마다 찌통이 오고 눈물이 나고 ㅋㅋㅋ.................. 이게 무슨 감정이지? 싶은거야
2 이름없음 2020/06/11 23:10:42 ID : WqmFeJXwGmt 0
한참 시간이 흐르고 언니한테 안부 카톡이 왔는데 기쁘기도 하고 그래서 조절을 못했나봐 구질구질하게 시시콜콜 길게 썼어 정신차리고 보니까 미친사람처럼 내가 써놨더라고? 그땐 카톡 보내기 취소도 안되던 때라서.... 부담 엄청 준 것 같고 그게 너무 부끄러워서 그냥 연락을 안 하고 서서히 멀어졌어. 그 언니랑은 이게 다야. 나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기독교인이어서 동성애혐오하는 환경에서 자랐거든. 기독교의 동성애혐오가 비논리적이라는 생각은 옛날부터 했지만 내가 당사자라고는 생각 못했어. 그런데 그 언니 일로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 되짚어보니 나는 남자를 좋아해야한다고 세뇌를 당하는 바람에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감정들을 놓쳐왔었던 것 같아. 이제 그 감정들을 인정하자는 생각을 했어. 그런다고 당장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거나 하는 것도 아닐테니까 지나치게 고민하진 말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워홀에 갔는데... 처음으로 진짜 뜨거운? 짝사랑을 하게 된거야.
3 이름없음 2020/06/11 23:15:43 ID : WqmFeJXwGmt 0
딱 처음 봤을 땐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얘기 나누는데 너무 재밌는거야. 그래서 초면인데 새벽까지 얘기하다가 같이 노래방에 갔어. 그리고 언니랑 매주 맛있는거 먹으러 다니고 그랬는데 같이 있으면 편하고 재밌고 즐거운 게 다 였어. 근데 어느순간 그 언니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거야. 너무 심장이 빨리뛰고 길가다가 언니 얼굴 생각나서 막 웃고 그런 게 태어나서 처음이었거든 그래서 이게 사랑이구나 알게됐는데 문제는 그 언니가 여자한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는 상태였어. 그리고 만약 그 언니가 레즈라고 해도 나를 좋아할지는 또 다른 문제잖아?
4 이름없음 2020/06/11 23:23:46 ID : WqmFeJXwGmt 0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꼬셨어... 근데 알고보니까 언니도 내가 맘에 들어서 계속 밥 사준거였더라고 ㅎㅎ 알콩달콩 잘 사귀고 있어. 한 2개월 있으면 2주년 돼! 여친은 완전 어릴 때부터 레즈인걸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학창시절에 힘들었다고 그랬는데 나는 어른이 되고 나서 정체화를 해서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아. 내가 다닌 교회에선 동성애 혐오 특집 수련회까지 할 정도로 정말 도가 지나쳤었는데 그때 내가 자각을 했었다면 기독교의 동성애혐오를 곧 나에대한 혐오로 받아들였을 것 같아. 전국의 레즈들 힘내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계기로 정체화했는지 궁금해
5 이름없음 2020/06/11 23:31:12 ID : a4K0pVcK5fg 0
어렸을때 친구를 좋아한 적이 있었어. 그치만 나중에 나는 이성친구를 사귀었고, 당연히 나는 스트레잇이라 생각했어. 그때 한 번 흔들려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 다시는 동성에게 관심도 안뒀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포비아였던것같아. 대외적으로는 좀 깨어있어보이고싶다는 인식에 멀쩡하게 다녔지만...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아웃팅이 이뤄지는 것도 알았고, 동조까지는 아니었지만 완전히 방관했어. 그러다가 어떤 앨 만났고,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 사실 아직도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참 멀어. 참 반짝반짝 빛난다고 생각했어. 또 어떤 날은 되게 예뻐보였어. 그때야 알았어, 나는 어떤 사람이던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지금도 걔랑 나랑은 그냥 친구야.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그치만 내가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게 누구던 머뭇거리지 않을 것 같아. 그 사람이 머뭇거리게 하지도 않을 것 같고.
6 이름없음 2020/06/11 23:54:57 ID : WqmFeJXwGmt 0
마음가짐이 정말 예쁘고 멋있다! 그 마음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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