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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찌질한새끼
2020/07/04 02:01:48
ID : ksjeLdVbu04
0
지금 나 전여자친구랑 헤어진 지
거진 3개월이 다 되어감.
그냥 집 앞 편의점 가려고 걷는데
어디서 걔 향기가 나서 돌아보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향기 맡다가
거진 3분은 지나서야 그 자리를 뗌.
너무 그립다.
이름은 여기에 적고싶지 않음.
이제 여름이다. 오늘은 6월 22일임.
이게 참 착잡하고 마음이 메이는 게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동안
네 생각을 하지 않고 보낸 하루는 없어서
그게 참 뭐라고 해야될 지
그냥 마음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
사람 하나도 없는 거리에서
혼자 먼 산 보며 멈춰있는 것 같다.
헤어진 날 부터 지금까지
명치에 구멍뚫린 것 같다.
일상이 그 아이였는데
이젠 아니니까.
그냥 이런 이야기를 그 애한텐
할 수 없는거니까
여기다 적어봄.
미련하고 애석하게.
그냥 내가 지금 뱉고싶은 말 다 적어봄.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처음엔 그 애가 웃는 게
내 눈에 많이 어색했다. 그 애 앞니가 갈라져 있었어서.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것도 너무 예뻤다.
그렇게 예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 다 상관 없고 그냥 내 눈에 너무 예뻤다.
놀려서 삐졌을 때 볼이 빵빵해져서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해 라고 했을 때.
같은 학급 남자아이와 너무 가깝게 지내어
내가 전화로 크게 화를 내 그 아이가
미안하다, 바뀔게, 믿어달라고 울며 얘기 했을 때.
달려오면서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내 노래를 들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노래방 모니터 화면을 볼 때.
우리 집 앞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와
정류장까지 바래다주며 농담을 주고받았던 때,
그 때를 지금 와서 기억해보면 참 우리
뒷모습이 얼마나 예뻤을까 하며 피식 웃는다.
나와 손잡고 걷다가 눈 마주쳤을 때.
핫도그 먹다가 서로 마주보고 크게 웃었을 때.
맞다, 사귄 지 얼마 안 되어 서로 눈 마주치지도
못하는 때도 있었고,
첫 데이트때 서로 눈치보며 배려하려고
애썼을 때.
내가 힘들어서 전화로 털어놓으면 항상
내 편이 되어서 어떻게든 마음을 달래주려고
노력하는게 보일 때.
데이트 장소가 너무 좋아서 서로 데이트에 푹
빠져서 편안함과 설레임과 그냥 좋음 이라는 느낌과 연관되는 모든 느낌을 서로 느꼈을 때.
선 넘어도 되냐며 물어보니까
넘으면 안 된다고 한 적 없다고 했을 때.
이 순간들 말고도 모든 순간이
너라서 너무 좋았다. 너니까 좋았다.
네가 좋았다. 너를 사랑했다.
나는 더운 날에 사람과 붙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어느 더운 여름날 저녁에, 너를 집에 바래다줄 때
너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손을 잡고 갔는데
찝찝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좋았다.
찝찝하다는 느낌은 아예 없었다.
버스에 타서 내 손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나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나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했다.
나는 환절기가 되면 비염이 심해져서
많이 힘들고 예민하다.
날이 쌀쌀해지던 초가을. 그 아이에게
국밥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좋아한다는 말에 그 아이를 데리고
학교 앞 국밥집에 가 국밥을 먹었다.
그 때 아차 싶더라고 리발 아 나 비염 하면서 ..
나는 원래 비염이 심하면 일부러
잘 보이고 싶은 사람과 오래 있지 않는다.
재채기를 열 번은 넘게 하고, 콧물이 많이 나와서
그리고 재채기를 한번이라도 하면 머리가 띵한데
열 번이나 해서 정신이 없다. 약을 먹으면
졸려서 밖에 있고 싶지도 않다.
식당에서 재채기 하고 코 풀면
상대방이 불쾌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코 먹는 소리도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라서
굉장히 걱정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코 줄줄 흐르고 재채기 나옴
코 막 먹고 푸르르릉 풀면서 밥 먹는데
결국 재채기 하다가 콧물이 확 나와서
그 아이가 내 얼굴을 봄.
재채기 해서 얼굴은 풀려있지, 콧물은 입 아래까지 붙어있지, 국밥 먹다 땀 나서 머리는 붕 떠있지.
정말 부끄러웠다.
밥을 먹기 전에, 내가 비염이 심해서 좀 많이
더러워 보일 수 있다. 정말 미안하다. 라고
이야기하고, 그 당시에도 아 미안.. 하면서
코를 닦던 게 기억난다.
내가 정 떨어지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했지만 너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르지.
근데 그런 모습도 사랑해주는 걸 느꼈다.
그 당시 말고도 여러 날에.
나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했다.
난 누군가가 나를 너무 사랑해주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그 사람을 나도 너무
사랑하게 된다면 정말 최고다.
찢어지게 추운 겨울날, 눈이 너무 많이 내리던 날에 버스 정류장에서 고사리같은 손으로
버스 정류장 의자에 쌓인 눈에
내 이름을 써넣고 옆에 하트를 써넣었을 때.
그 때 만큼은 추위를 잊었다.
나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나 정말 행복하다. 너무 사랑하고 있구나. 했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서 떠나감을 느낄 때
커다란 절망감을 느낀다.
따듯한 봄. 내게는 따듯하지 않았던 봄.
그 아이가 내게서 떠나간 계절.
차라리 잘 됐지 싶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예쁘고 착실한 사람이었으니까.
사람이 좋다라는 말과 연관된 모든 이야기를
그 사람에 대입할 만 했으니까.
나같은 사람됨이 부족한 모지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주 착한 사람이었으니까.
나 같은 놈 말고 나보다 훨 더 나은 남자를
만나면 참 그 아이에게도 좋겠지. 라고 생각했다.
사실, 좋은 기억들을 놓고 생각해보면
너무 좋았지. 너무 예뻤구나 우리. 하는데
안좋은 기억들을 놓고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쓰레기구나. 그 아이는 정말
줏대가 없구나. 등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안좋은 기억들은 헤어지고 직후에 생각나고
좋은 기억들은 헤어지고 시간이 흐른 뒤에
생각나는 것 같다.
얼마 전 그 아이에게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연락을 했다.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면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힘들었다고.
내가 그 아이를 정말 배려했다면
그 아이가 정말 힘들었을까.
미안하다는 말로 대화가 끝났다.
이젠 정말 끝이다.
이루어지지 않을 일에 대한 미련은 없다.
아쉬움과 그리움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끝맺음이 된 것 같다.
우리가 사귈 때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다.
네가 항상 잘 지내길 바라.
너도 종종 날 떠올려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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