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6Zjs9thgks 2020/11/28 03:07:16 ID : RxwsqjhdSHv 0
나는 이름만 대면 공부 잘한다고 다들 알 만할 특목고를 다니고 있는 고3 문과 학생이야. 11월부터 하나둘씩 수시 발표가 계속 나며 점점 지치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쓸데없이 혼란스럽던 입시의 끝자락에서 오늘 연대 1차 불합 통보를 받았어.
2 ◆E6Zjs9thgks 2020/11/28 03:08:23 ID : RxwsqjhdSHv 0
사실 이 글 읽는 사람들은 내 고민에 공감을 못하거나 잘난 척 한다고 욕할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난 처음으로 내가 3년간 가져왔던 꿈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이 부담감이 너무 커서 괴로워.
3 ◆E6Zjs9thgks 2020/11/28 03:09:20 ID : RxwsqjhdSHv 0
이번 입시에서 나는 서울대 연대 고대 고대 그리고 하향 두 개를 지원했어
4 ◆E6Zjs9thgks 2020/11/28 03:10:38 ID : RxwsqjhdSHv 0
서연고 모두 같은 학과를 지원했고 문과에서는 꽤 높은 학과라서 서울대는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연고대에는 기대가 꽤나 컸어 아니 될 거라고 생각했어. 학원 선생님도, 학교 선생님도 모두들 연고대는 당연히 갈 거라 생각하셨대
5 ◆E6Zjs9thgks 2020/11/28 03:12:48 ID : RxwsqjhdSHv 0
그리고 내 목표는 최소 서연고, 최종적으로는 당연히 설대였어. 물론 워낙에 높은 목표라서 기대는 떡 절반 정도만 했어
6 ◆E6Zjs9thgks 2020/11/28 03:13:45 ID : RxwsqjhdSHv 0
그리고 고려대 한 전형의 서류는 예상대로 붙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난 점점 기고만장해졌던 것 같아. 1차에서 5배수나 붙여주었지만 말이야
7 ◆E6Zjs9thgks 2020/11/28 03:21:31 ID : Xz9hcIMrAlu 0
그리고 오늘은 연대 1차 발표가 나는 날이었어. 1단계에서는 딱 2.5배수만 선발하는 전형이었고, 고려대의 살인적이었던 경쟁률을 뚫었기에 연세대도 가능할 거라 믿었어 .. 특히 내 계열 경우에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서연고 모두 같은 학과를 지원하니깐 고대에서 경쟁헸을 친구들울 연대에서 또 만나고.. 서울대에서 그 친구들을 또 만나는 그런 구조였거든
8 ◆E6Zjs9thgks 2020/11/28 03:22:12 ID : Xz9hcIMrAlu 0
그래서 난 오늘 연대 1차를 떨어진다면 서울대 1차도 붙을 확률이 사라진다고 아예 못을 박아놨어. 왜냐하면 나는 내가 오늘 합격할 거라 믿었었거든ㅋㅋ바보같이
9 ◆E6Zjs9thgks 2020/11/28 03:22:57 ID : Xz9hcIMrAlu 0
처음에 연대 화면에서 불합격이란 글자를 봤을 때는 고민을 했어. 연대랑 고대, 서울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이 달랐던가?
10 ◆E6Zjs9thgks 2020/11/28 03:24:13 ID : RBhArxWo0nA 0
그리고 납득도 안 갔어ㅠ 내가 이 정도면 유명한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생기부도 열심히 준비햤고 자소서까지너무 잘 썼다고 믿었는데, 이게 무슨일인지 납득이 안 갔어
11 ◆E6Zjs9thgks 2020/11/28 03:30:10 ID : 1DAlvdAY2k0 0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적으로 생각이 드는 거 있지.. 내 생기부에서 부족한 비교과 활동, 떨어진 성적, 끝까지 성적을 못올렸던 영어 등등
12 ◆E6Zjs9thgks 2020/11/28 03:31:16 ID : 1DAlvdAY2k0 0
점점 내 단점만 보이더라. 그리고 깨달았어. 아, 고대는 5배수나 뽑아서 1차라도 붙은 거구나. 연대는 2.5배수라서 안 되는 거고, 그러면 서울대는 당연히 안 되는 도전이었네.
13 ◆E6Zjs9thgks 2020/11/28 03:32:37 ID : 1DAlvdAY2k0 0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연락이 왔어. 특목고 특성상 대부분이 연고대 지원은 기본으로 깔아두는 편인데, 대부분 나보다 절대적인 내신 등급은 낮은 친구들이야. 나보다 높은 학과를 쓴 친구들도 있고, 엄청 낮춰 쓴 친구들도 있어.
14 ◆E6Zjs9thgks 2020/11/28 03:32:53 ID : 1DAlvdAY2k0 0
그런데 다들 붙었더라고. 정말 나만 떨어졌더라. ㅎㅎㅎㅎㅎ
15 ◆E6Zjs9thgks 2020/11/28 03:33:37 ID : 1DAlvdAY2k0 0
내가 쓴 학과가 높아서 그렇다, 서울대가 뽑아가려고 그러나 본다 등등 정말 먆은 위로를 받았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부족한 게 너무 많은 사람이라는 게 뼈져리게 느껴졌어
16 ◆E6Zjs9thgks 2020/11/28 03:35:11 ID : 1DAlvdAY2k0 0
그 친구들은 나보다 절대적인 등급은 낮을지 몰라도 내 생기부 비교과의 두세배는 평소에 채우던 친구들이었고, 다른 사람을 성적으로 차별하는모습도 본 적이 없었어. 그건 나와 너무 다른 모습이었고, 난 평소에 공부를 다른 친구들보다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내 정체성? 자존심?을 세우기 일쑤였더라.
17 ◆E6Zjs9thgks 2020/11/28 03:35:48 ID : 1DAlvdAY2k0 0
지금까지 내가 가졌던 잘못된 생각들, 행동들, 적극적으로 학교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모습 등등
18 ◆E6Zjs9thgks 2020/11/28 03:36:05 ID : 1DAlvdAY2k0 0
여태까지 내 모든 행동과 선택, 나 자체가 후회됐어.
19 ◆E6Zjs9thgks 2020/11/28 03:36:37 ID : 1DAlvdAY2k0 0
옆에서 나를 보면서 연대 떨어질 줄 알았다고 비야냥거리는 엄마 말을 들으면서 점점 나 스스로가 미워지고 작아지는 느낌.
20 ◆E6Zjs9thgks 2020/11/28 03:37:05 ID : 1DAlvdAY2k0 0
지금까지의 시험 성적이 아닌, 대학 결과 발표가 누가 이긴 거고 누가 진 건지 말해주더라고.
21 ◆E6Zjs9thgks 2020/11/28 03:37:28 ID : 1DAlvdAY2k0 0
그리고 그제서야 내가 서울대를 꿈꾸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깨달았어.
22 ◆E6Zjs9thgks 2020/11/28 03:38:36 ID : 1DAlvdAY2k0 0
가끔씩 연고대를 떨어지고 서울대를 붙은 선배들도 있어. 사실 서연고를 다 합격하는 건 정말 힘들고 대단한 일이지. 그런데 그런 서울대만 붙으시는 선배들에 비하면 내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성적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였다고 느껴지더라. 그냥 딱 고려대 1차를 통과할 정도.
23 ◆E6Zjs9thgks 2020/11/28 03:41:42 ID : 1DAlvdAY2k0 0
생활기록부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면서 얼마나 부족햐 보이고 바보같은 모습이 보였는지몰라. 후회밖에 남지 않아 정말.. 성적을 볼 때도 한숨밖에 안 나왔고. 문과에서 나름 전교권 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다른 친구들이 비슷한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챙기던 동아리 활동, 프로젝트, rna 등등을 생각하니 고작 내신만 챙기다가 3년 생활을 ㅋ긑낸 내가 너무 미웠어.
24 ◆E6Zjs9thgks 2020/11/28 03:42:32 ID : 1DAlvdAY2k0 0
그리고 서울대를 포기할 때가 왔다는 걸 알았어. 느꼈지. 서울대 합격발표는 수능 다음날이지만, 그 날 가서 충격을 받을 바에는 지금부터 미리 포기를 해야겠다 싶었어
25 ◆E6Zjs9thgks 2020/11/28 03:43:45 ID : 1DAlvdAY2k0 0
그런데 정말 화나더라. 처음으로 학교 생활을 되돌리고 싶었어. 다시 지옥같던 3년 수시를 해내면서 더 만족스러운 생기부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어. 다른 아이들은 편안하게 서울대까지 갈 것만 같은데, 어째서 나는 그게 안 되는 걸지 나 스스로한테 화가 났어
26 ◆E6Zjs9thgks 2020/11/28 03:45:20 ID : 1DAlvdAY2k0 0
지금까지는 기적적인 서울대 최종합격화면, 그리고 담임선생님께 급하게 걸 환호성으로 가득 찬 전화 등등을 상상해왔어 그런데 그런 것들을 억눌러야 하더라 안 그러면 수능 다음날, 한번에 그 모든 현실을 마주해야 할 내가 너무 불쌍할 것 같았거든
27 ◆E6Zjs9thgks 2020/11/28 03:45:53 ID : 1DAlvdAY2k0 0
그래서 습관적으로 상상하던 서울대 합격발표의 장면을 억지로 바꿨어. 1단계 불합을 보고 암울해야 할 나의 모습으로.
28 ◆E6Zjs9thgks 2020/11/28 03:46:09 ID : 1DAlvdAY2k0 0
그런데도 나 스스로에 대한 원망, 미움, 답답함까지
29 ◆E6Zjs9thgks 2020/11/28 03:47:17 ID : 1DAlvdAY2k0 0
도저히 없어지지가 않더라. 차라리 이런 소수인원 학과말고 다른 꿈을 가지지. 처음부터 쓸데없이 이런 과목 듣지 말고 편한, 전형적인 과목이랑 커리큘럼으로 편하게 내신 등급 받았어야지. 후회의 연속에 점점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이고 내 3년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듯 했어
30 ◆E6Zjs9thgks 2020/11/28 03:52:44 ID : 1DAlvdAY2k0 0
만약에, 정말 아주 만약에 내가 서울대를 1차라도 붙는다면 그건 정말 기적일거야. 정말 신이 내게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야.
31 ◆E6Zjs9thgks 2020/11/28 03:53:24 ID : 1DAlvdAY2k0 0
아마 현실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말이지 뭐
32 ◆E6Zjs9thgks 2020/11/28 03:53:55 ID : 1DAlvdAY2k0 0
아직도 사실 꿈인지 현실인지 잘 분간이 안 갈 정도로 혼란스러워
33 이름없음 2020/11/28 19:27:37 ID : nyLfbu4MnXu 0
특목고면 머리도 좋을텐데 한번 더 도전해봐
34 ◆E6Zjs9thgks 2020/11/28 19:32:57 ID : 1DAlvdAY2k0 0
그럴 생각도 있다만 내가 지망하는 학과는 내년엔 정시 전형을 없앴더라고 그거 보고 더 절망했지..
35 이름없음 2020/11/28 19:40:51 ID : qpe0q3PeGpP 0
정말 수시는 모르는거더라...특히 학종 나도 특목고 다니고 내 윗선배들 중에서 진짜 교과 비교과 다 씹어먹는 전설적인 선배 있었는데 그 선배 작년에 학종 6개 다 떨어졌었어. 그 기수 뿐만 아니라 우리 기수까지 그것때문에 난리였었지.. 근데 그 선배가 올해 수시 반수해서 좋은 대학 1차 붙었대. 학종은 운빨이 너무 큰 것 같아. 같은 학과에 지원한 학생들이 하필 이번년도에 빡셌을 수도 있는거고, 변수가 너무 많아 그러니깐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고 너무 자책하지마. 서연고를 쓴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넌 학교생활 정말 열심히 했다는 증거니깐... 아직 발표 안 나온 것들에 대해 너무 신경쓰지마.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건 나도 고3이라 너무 잘 알지만 기뻐하거나 슬퍼하는건 결과 나온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아직 모르는 미래에 큰 감정을 쏟아봤자 정말 자기 손해더라... 그리고 내가 위에 말한 선배처럼 너도 다시 도전해볼 수 있는거고 하니깐, 항상 길은 어디에든 있으니깐 너무 암담해하지 말고.. 기운 냈으면 좋겠다. 분명 다 잘 될거야.
36 ◆84E03xu7bBg 2020/11/29 14:07:10 ID : 1DAlvdAY2k0 0
헐랭ㄹ 이렇게 길게 위로해주다니 고마워 정말 같은 나이가 아닌 것 같네 맞아 나도 지금 SKY 떨어졌을 때를 생각하며 친척과 같은 학교 애들의 시선 등등 정말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어.. 아직 모른다기에는 너무 선명해진 미래이지만 미래의 고민까지 하고 있기엔 정말 아깝다 그치
37 ◆E6Zjs9thgks 2020/11/29 14:08:45 ID : 1DAlvdAY2k0 0
생각할수록 후회디ㅗ는 게 더 많아지는 요즘이지만 인생에 정해진 길이 어딨겠어요-이 말이 참 와닿네 난 몇년간 입시를 하면서 늘 학벌이 삶의 기준이 될 거라 생각해 왔는데 그 생각을 정말 버리고 조금은 자유로워질 때가 온 것 같아
38 ◆E6Zjs9thgks 2020/11/29 14:13:09 ID : 1DAlvdAY2k0 0
위로해줘서 너무 고맙구 저 선배분도 너무 대단하시다 너도 선배분도 둘 다 완전 멋진 사람들이야
39 이름없음 2020/11/29 16:18:30 ID : cK0k5Vfgpe3 0
난 레주가 더 멋지다.... 같은 고딩으로써... 특목고에서 그 성적 내느라 진짜 고생했을거 다 보여 더 대단한 애들도 있겠지만 그 정도도 너무 대단하다고 봐 그리고 솔직히 이런 실패에서 자기 자신 되돌아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열등감 느끼고 씩씩대는 사람들 보다 레주가 훨씬 멋지지 그리고 아직 희망을 저버리지는 마,.... 정말 꼭 서울대를 간절히 가고 싶다면 재수하는 것도 좋다고 봐 그 과가 없어졌다고 했나...? 무튼 그런 서울대에 대한 엄청난 간절함이 아니라면 시선이나 그런 것 때문에 높은 대학을 가려는거라면? 내년에 가게될 그 대학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 내 말이 두서가 없음 ㅈㅅ
40 ◆E6Zjs9thgks 2020/12/02 09:07:21 ID : dCo7AnWrvBf 0
우왕 너 말이 맞아 나는 처음부터 서울대 아니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켜왔던 이유가 그 과에서 얻을 소중한 배움..?같은 거 보다는 남의 시선이었어...근데 어쩌다보니 심각한 학벌주의자에다가 성적으로 애들 마음속으로 차별하는 애가 돼 있더라고.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이 참에 나쁜 습관은 고쳐야겠다 싶어서 마음 내려놓고 대학이 인생의 극히 일부라는..? 그런 생각을 갖기 위해 노력중이야 ㅋㅋㄱ
41 ◆E6Zjs9thgks 2020/12/02 09:07:58 ID : dCo7AnWrvBf 0
힘이 되는 말 해줘서 너무 고마워ㅠㅠ 너도 정말 멋진 사람인 것 같아..!
42 이름없음 2020/12/17 12:06:20 ID : aoFa9tjs08l 0
레주 엄청 멋있는 사람이구나
43 이름없음 2020/12/18 01:11:28 ID : lxDBuoGsjhb 0
멋있다.... 난 스카이는 무슨 경기권 대학도 못가 ㅋㅋㅋㅠㅠㅠ 진짜 멋있어
44 이름없음 2020/12/18 03:21:23 ID : 3PfXBtg0rht 0
스레주 안녕 나도 현역 고3이야! 간호학과 5광탈 1합격 했지! 자책할게 뭐 있어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대학이든 서울대 연세대가 아니어도 좋아. 남들은 가고싶어 안달난 대학들이잖아! 조금 자신감을 가져! 나도 여긴붙겠지 했던데가 다 떨어져서 울뻔했는데 뭐 어쩌겠어 내 팔짜고 운명이지 입시 끝났다는거에 초점을 두자!! 내년 대학생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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