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2/31 04:22:10 ID : 85RwsmHveIM 0
새벽에 친구랑 전화하면서
2 이름없음 2021/12/31 04:22:58 ID : 85RwsmHveIM 0
걔랑은 중학교 친구였다. 듣기엔 집안도 좋지 않다는 애가 어쩜 그렇게 밝고 사교성도 좋은지 그냥 주변이 환해지는 것 같은 애였다.
3 이름없음 2021/12/31 04:24:25 ID : 85RwsmHveIM 0
중학교 3년 내내 바보 같이 짝사랑만 하다 끝났다. 웃기게도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다. 그냥 좋은 친구, 친한 친구, 웃긴 친구로 옆에 남았다. 솔직히 너무 부끄럽고, 얘한테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은데도 웃긴 표정 짓고, 몸개그 하면서 제일 친한 여자애로 옆에 남았다.
4 이름없음 2021/12/31 04:25:28 ID : 85RwsmHveIM 0
나도 걔한테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표정 구겨가며 웃음 유발할 때마다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았는데, 그냥 너무 좋아하니까 이 자리에 계속 남고 싶더라. 아무도 뺏어가지 못하는 제일 친하고 제일 편하고 제일 웃긴 친구
5 이름없음 2021/12/31 04:26:11 ID : 85RwsmHveIM 0
그냥 그 자리에 남고 싶어서 그렇게 지냈다. 욕심 안 내고, 속으로 감정 꾸역꾸역 삼켜가면서.
6 이름없음 2021/12/31 04:27:38 ID : 85RwsmHveIM 0
고등학교는 찢어졌다. 걘 공학으로, 나는 여고로. 공부하고 바쁘게 지내다 보니까 마음도 옅어지는 것 같았다. 얼굴 보는 일도 줄어들고, 연락도 점점 줄어들고. 속 편했다. 그냥 나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너무 무거운 마음이었는데, 공기중으로 조금씩 증발하는 것 같아서 가끔은 이게 더 낫다고 생각이 든 때도 있었다.
7 이름없음 2021/12/31 04:28:39 ID : 85RwsmHveIM 0
그렇게 내 쪽에서 연락을 안 보기도 하고, 또 걔 쪽에서 연락을 안 보기도 하면서 점점 우리 사이의 연결고리는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8 이름없음 2021/12/31 04:29:04 ID : 85RwsmHveIM 0
근데 반년 전에 그 친구가 자살했어
9 이름없음 2021/12/31 04:29:52 ID : 85RwsmHveIM 0
그 날 난 너무 좋은 하루 보냈는데, 잔뜩 놀고 집에 들어와서 카톡에 떠있는 장례식장 위치 보고 기분이 멍했다. 그냥 멍했어 아무 생각도 안 들고
10 이름없음 2021/12/31 04:30:32 ID : 85RwsmHveIM 0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거 물어보기엔 우리 사이는 이미 너무 멀어졌었으니까. 그냥 하루아침에 있었던 사람이 사라졌다.
11 이름없음 2021/12/31 04:31:10 ID : 85RwsmHveIM 0
점저 가벼워지는 것만 같았던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애써 무시하고 있던 것을 마주하니 그 무게는 배가 된 것 같았다.
12 이름없음 2021/12/31 04:31:36 ID : 85RwsmHveIM 0
장례식에 다녀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한 번도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원망하고 울다가 잠드는 것 밖에 없었다.
13 이름없음 2021/12/31 04:33:29 ID : 85RwsmHveIM 0
그렇게 많이 울고 가슴 아팠는데도,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더라. 가끔씩 걔가 떠오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먹먹해지긴 했지만 웃긴 일 있으면 웃을 수 있었고, 친구들이랑 놀 땐 걔 생각을 안 할 수도 있게 됐다.
14 이름없음 2021/12/31 04:35:01 ID : 85RwsmHveIM 0
내가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좋아했다고 생각하면서, 그 애가 없는 이 시간에 웃고 지낼 수 있는 내 모습이 무서웠다. 내 마음은 허상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 애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이 복잡한 마음은 정말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다. 내 자신을 탓해도 시간은 흐르고, 나는 그 시간에 적응할 수 밖에 없었다.
15 이름없음 2021/12/31 04:35:21 ID : 85RwsmHveIM 0
근데 방금, 내 친구가 나한테 그러더라
16 이름없음 2021/12/31 04:35:34 ID : 85RwsmHveIM 0
옆 학교에서 남자애 하나가 반 년 전에 자살했다는데, 넌 아냐고.
17 이름없음 2021/12/31 04:36:04 ID : 85RwsmHveIM 0
내 친구였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18 이름없음 2021/12/31 04:37:38 ID : 85RwsmHveIM 0
니가 아닌 사람에게 너를 좋아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지석아. 그냥 이 마음은 계속 나만 알고 있을게. 많이 보고 싶다.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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