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해서 이제 거의 다 깨달아가는 것 같아요.
나는 나를 소중하게 아껴주지만 사랑하진 않을 것 같은 당신을 좋아한게 맞나봐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껄끄러웠어요.
동성애자가 이성에게 관심을 받는게 부담스러운 것처럼 나는 둘 다에게 관심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니까, 나는 외로움을 타지만 사랑은 받을 수 없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서 체념하고 있었던 차에 당신이 나타났어요.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사랑과 다른 그런 큰 마음을 주는 사람이 당신이 처음이었고 그래서 그런 존재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마음에서 온 설렘과 애정이었나봐요.
마음을 편안하고 안정적이게 만들어주는 당신을 오래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할까봐 속상하고 조급한 마음을 남들이 흔하게 느끼는 감정인 사랑이라고 착각했어요.
이제 나를 미워할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떠났던 순간부터 다시 연락을 해서 만나기 전, 이제 예전만큼 내가 소중하진 않겠지 싶어서 대상이 없는 질투를 하던 그 순간까지 상당히 간절하고 불안정한 마음이 들어서 원래 첫사랑은 이렇게까지 더럽게 힘든건가(?) 하는 생각을하며 버텼어요..ㅋㅋ
한참을 힘들어하고 그리워했음에도 이 감정이 사랑인지 뭔지 모를 다른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토록 애타게 보고싶어하던 상대를 내 의지로 오랜만에 봤음에도 지극히 평온했던 나의 감정 때문이었어요.
얼굴 보자마자 눈물이 차오르고 심장이 떨리는 그런 재회를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거 없었어요.
최근 내적으로 힘들고 지쳤다고 했는데 지금은 좀 괜찮으신걸까
혹시 힘들게 됐던 이유에 내가 보탬이 된 거면 너무 죄송할거 같다
몸도 허약한 사람이 요즘 일도 많았을텐데 괜히 만나자고 해서 시간 뺏는 거면 어쩌나
그러다 문득,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기 고백을 찬 상대방에게는 사랑을 갈구하거나 정이 떨어지지 이렇게 보호자 같은 걱정은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