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이 친구랑 만나게 된건 정말 우연이었음 성인이 되고나서는 서로 시간도 잘 없고 얘가 이상하다 싶을정도로 휴대폰번호를 자주 바꾸다보니 만나고 싶어도 못만나고, 서로가 바쁘니까 잊고 살았는데 잠시 일정때문에 밖에 나갔을때 그 친구를 마주한것 그 친구는 날 보고 반갑다라며 인사를 했고, 밥 안먹었으면 같이 밥을 먹자고 했음 근데 한우집을 데리고가서 무슨 세트요리를 시켜주더라, 얘가 돈을 막 쓰기는 하는데 그렇게 무리해서 쓰는 친구는 아니었거든?

일단 사주니까 감사히 받아먹었는데, 먹다가 좀 궁금해서 직접 물어봤었음 도대체 뭔 일을 하길래 이런거까지 사면서 거리낌이 없는지 말야 그때 우리 먹은거 한 40만원 나왔는데 할부도 안하고 걍 바로 일시불로 결제하더라고 그때부터 친구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게 참 듣고나니까 소름돋기도 했고 대한민국이 겉은 그럴싸해도 좀 음지로 들어가면 썩어 빠졌구나 싶었음 친구가 말하길, 지금 자신의 직업은 설계사라고 했음 처음에 듣고는 무슨 재무설계사나 보험설계사같은 **팔이 직업인가? 싶었는데 아예 그거랑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했단말이지

자세히 들어보니까, 그 친구는 지금 증거 컨설팅, 그러니까 증거 설계사 일을 하고있다고 했음 아예 처음들어보는 직업이다보니, 이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우리가 아는 정식적인 그런 직업은 아니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직업이라고 말을 하더라 법적으로 문제가 있냐 물어봤는데 편법이라고 하더라고 합법도 불법도 아니고, 살짝 트면 불법인데 살짝 꼬아버리면 합법인 그런 직업..

듣다보니까 흥미가 좀 생기기 시작했음,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으니까? 좀 자세히 말해달라고 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썰을 풀기 시작하더라 일단 증거 설계사는, 고소가 불가능한 사안을 고소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라고 했음 변호사랑은 좀 다른 느낌이래, 변호사는 지금 있는 일이랑 증거를 가지고 고소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판별해준다 치면 증거 설계사는 고소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걸 고소할 수 있게 서류작업을 해준다고 하더라고 살짝 헷갈리길래 좀 쉽게 말해달라고 했고, 그 친구가 말해준건 이런 내용이었음

대표적으로, 에스크 라는 기업이 있는데 이건 다들 알다시피 익명으로 질답할 수 있게 만들어진 사이트임 이 회사가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하지만, 기업의 전신은 미국에 있다고 하더라고 미국의 장점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거고 미국의 단점은 표현의 자유라고 하길래, 이게 무슨소린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미국은 표현의 자유라는 조항때문에 명예회손 관련 법률이 아예 없다고 함 그래서 에스크에서 명예회손을 당해도 고소를 하면 수사기관이 기업에 정보공개요청을 보내는데 이걸 다 묵살한다고 함, 미국엔 관련 법 조항이 없으니 수사기관 요청을 이행할 이유가 없다나 뭐라나..

근데? 이 에스크라는 기업에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성 관련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가 있다면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거임 미국이 자유로워도 이 성 관련 법률은 엄격하게 지키는 업체라서, 성희롱 관련으로 정보공개 요청을 하면 아이피 로그랑 그런걸 다 보내준다고 하네? 근데 우린 명예회손을 당했고, 성희롱은 당한게 없잖아, 그럼 이걸 어떻게 엮냐? 라고 물어봤는데 여기서 바로 증거 설계사의 능력이 나온다고 하더라

보통 명예회손을 한다 가정하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욕설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욕설들 대부분은 자주 쓰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실제로 뜻을 살펴보면 아주 외설적인 뜻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함 대표적인게 야발, 이것도 뜻을 풀어보면 상당히 상스럽고 성적으로 비하하는 단어라고 하는데 이걸 이용해서 성희롱을 당했다 로 엮을수가 있다고 함 물론 엮는거까지는 어떻게 한다고 치자, 근데 엮고나서는 어떻게 하느냐? 물어봤는데 이 고소를 진행할때, 증빙자료들중에 가장 효력이 큰게 진단서랑 소견서라고 하더라

대박이네… ㅂㄱㅇㅇ

이 진단서랑 소견서에 해당 사안으로 인해서 정신적으로 피해를 많이 입었다던지 우울증같은 정신과 부류의 내용이 있으면, 거의 100% 확률로 고소를 넣을 수 있다고 하더라? 근데 다들 알겠지만, 이 진단서랑 소견서라는게 우리가 원하는대로 나오는건 아니거든 실제로 증상이 있고, 의사 판단하에 확실하다 싶으면 그때 내용을 적어주는건데 단지 고소를 하겠다고 저런 내용을 적어달라고 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다 빠꾸를 칠거란 말이지 그럼 이걸 어떻게 하는거냐 물어봤는데 여기서 서류작업이 들어간다고 함

이 서류작업이란 무엇이냐, 바로 고소에 사용할 수 있게 진단서랑 소견서를 만드는거라고 했는데 직접 만드는게 아니라, 작업 가능한 병원을 끼고 서류를 만드는거라고 함 이것도 이해가 잘 안됐음, 의사들은 대부분 빠꾸를 칠텐데 어떻게 병원을 끼고 서류를 만들지? 그냥 양식 구해서 집에서 만드는게 편한거 아닌가 싶었는데 여기서 대한민국의 좀 어두운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친구가 말해주길, 병원에서 진단서나 소견서, 혹은 처방전을 출력해줄때 사용하는 폰트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포된 폰트가 아니라고 하더라 통장에 사용되는 숫자폰트랑 주민등록증에 사용되는 폰트 개념처럼 기업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폰트라고 했음 그러니까, 집에서 소견서랑 진단서를 만들면 겉은 그럴싸하게 할 수 있을지라도 이 서류를 뽑았을때 진위여부 확인이 가능한 QR코드는 작동이 안될거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폰트가 아닌 일반 폰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걸 증거로 제출하면 위증(위조)한 증거라서 도리어 고소인이 잡혀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하여튼, 병원을 끼고 서류작업을 한다는게 뭔 뜻인지 좀 알아보니까 실제로 병원을 개업한 의사들중에 돈을 못버는 의사들이 좀 많다고 함 우리가 매체에서 보는 의사들은 허황된 경우가 좀 많다고 하더라고? 보통 돈을 많이 버는 의사들은 대학병원 소속이거나, 인터넷으로 유명해진 병원이거나 이런 경우에만 돈을 잘 버는거지, 동네 작은 의원인 경우엔 일반 직장인보다 돈을 못 버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더라고 바로 그런 병원의 의사들을 포섭해서 서류 작업을 한다고 함

>>12 홀리쉣.. 그거부터는 완전 불법 아니야? 미쳤는데

일단 회사라 집가서 마저 적겠음

집 도착, 이야기 마저 적어볼까? 하여튼, 이 친구가 서류작업을 하는 방법은 좀 신기했는데 처음에 의뢰를 받으면 선수금으로 60만원을 받는다고 하더라 그중에서 30만원은 자기 수수료(수익)로 가져가고 나머지 30만원은 그 의사한테 건네줬다고 해, 의사한테 진단서랑 소견서 어떤식으로 적어서 등기로 보내달라고 한다더라 참 신기한게, 이렇게 의사들한테 돈 건네주고 해달라고 하면 대부분은 해준다고 하더라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돈도 잘 안벌리는데, 이렇게 소견서랑 진단서 두장 뽑아서 등기로 쏘면 30만원을 버니까 돈 잘 못버는 의사입장에서는 개꿀인거지, 그거 적는거 뭐 얼마나 걸린다고 하여튼, 등기로 서류를 받으면 기본적인 서류작업은 끝 그 후에는 추가적인 작업들을 한다는데, 이건 말하면 안된다고해서 나도 못들었어. 여튼, 그런식으로 서류작업하고 여러가지 다 하고나면 끝 그 후엔 의뢰자한테 자료 다 보내주고 서류 다 보내주고 어떤 항목으로 고소넣고 그때 서류는 이거 제출하면된다 등등 그런식으로 알려주고 의뢰 종료한다고 하더라고

물론 그 친구는...나 만나고 3개월뒤에 다른 죄목으로 잡혀서 지금은 살아있는지 몰라 다만 지금 생각해봐도 좀 신기한 이야기였네

미쳤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