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9/29 17:25:42 ID : K0mrbwk1a8l 0
상황: 난 여자친구가 된 지금의 짝녀에게 와인이 있고 넓은 도시가 훤히 보이는 5성급 식당에서 티파니 반지로 청혼함 여친: 뭐? 이렇게 갑자기? 안 돼. 부모님이 반대하실 거야. 오빠한테도 아직 말 안 했다고! 나: 아직 좀 이르다는 건 알아. 하지만 모아둔 돈은 충분해. 너희 부모님은... 내가 설득시킬게. 여친: ... 이번 주는 두 분 다 바쁘셔. 다음 주에 우리집으로 와. 식사 초대할게. 나: 알았어. 그렇게 해서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뵙게 됨
2 이름없음 2023/09/29 22:50:07 ID : 4Nz9gZdDthg 0
그렇게 성사된 짝녀의 부모님과의 식사자리는 가시방석일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서든 설득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어느새 압박감으로 다가왔고 등줄기에 식은 땀이 연달아 흐른다. 생각이 복잡해보이는 듯한 짝녀의 부모님 표정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였다. “그러니깐.. 내 딸이..만나고 있다는 사람이..” “아빠.. 미안해 이제서야 말해서..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짝녀의 눈에는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할 말이 많아보이는 표정이었지만 그저 눈물만 뚝뚝 흐르고 있었다. ”하..” “니 오빠가 알면 너네 가만 안놔둘텐데?” “오빠는...! 내가 잘 말 할 거니깐 걱정 안 해도 돼...” 최고급 셰프가 특별히 요리한 트러플바게트스프와 크렙이 테이블 위를 화백이 그려놓은 전시품처럼 놓여져있지만 짝녀의 어머님께서는 물만 마시고 계셨다.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다. 나랑 짝녀를 번갈아 바라보시는 짝녀의 부모님께 얼른 말씀을 드려야 할 것만 같았다. 입이 바짝 마르지만 물을 마실 시간도 벌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 “많이 놀라셨을텐데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이순간만을 위해 성실히 제 할 일에 임하여 증명해보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제가 비록 성별이 같지만 이 이유 하나만으로 행복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제 뜻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 지금 생계유지는 어떻게 하고있나?” “아니죠 여보” 그 순간 드디어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시간부로 더 이상 우리 딸이랑 이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네. 진심으로 우리 딸 행복을 바란다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예상했던 대로다. 순순히 허락을 받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 “엄마.. 저희 얘기 조금이어도 괜찮으니까 들어주세요..” 짝녀는 내 손을 감싸줬다. 그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서 마치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제 얘기를 조금만 더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이후 미국에서 좋아하는 분야로 활동하다가 사업장을 내서 본사는 미국에 있고 몇 군대 한국이랑 미국에 한 두개씩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에 건물이 몇 개 있어서 세를 받고있습니다. 그래서 생계는 일 안 해도 될만큼 충분합니다 만일 저희 결혼 허락해주시면 짝녀에게도 지분 들어가고요.. 정말 행복하게 잘 살 일만 남았는데 그 허락을 저희에게 주시면 평생 효도하겠습니다”
3 이름없음 2023/09/30 02:10:33 ID : oE1a2q3SE8r 0
짝녀 말고 여친으로 수정해줘
4 이름없음 2023/10/01 17:39:44 ID : K0mrbwk1a8l 0
"자네 지금 내 딸을 물건취급하는 건가?! 내가 돈만 주면 다 하는 인간으로 보여?!"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돈에 미쳐있는 인간일 줄 알았는데... 눈에 핏발이 서 상을 내리쳤다. 분위기가 싸해진다.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느낌이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왜 나는 안 되는가? 속으로 몇 번이고 했던 질문이다. 왜 나는 안 되는가? 얼굴이 부족한가? 여자친구에 비하면 오징어겠지만, 저 얼굴에 비하면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이 뭔가? 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두뇌 회전도 빠르고, 손도 잘 다룬다. OO이를 만나곤 공부도 열심히 해서 성적도 잘 나왔으며 학벌도 좋다.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체력이 부족하다거나, 힘이 달린 적은 없었다. 대학을 다니며 생리 결석을 한 번도 쓰지 않은 여학우는 나 뿐이었다. 그러나 동양인 여자, 또 양성애자라는 조건은 언제나 나를 막아섰다. 연애를 시작할 때도, 대출을 구할 때도, 심지어는 집을 구할 때 마저도... '웩, 저 여자랑 집을 같이 쓰라고요? 냄새나요!' '룸메이트가 동성애자라면 좀 그렇죠;; ㅎㅎ' '아가, 미안하지만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는 좀 힘들 것 같아. 일이 좀 생겼지 뭐니? 다른 좋은 집을 알아보렴. 찬미 예수님~' '미쳤어? 나더러 한 달에 고작 700달러 아끼기 위해 레즈비언이랑 같은 방을 쓰라고? 엄마 미워!'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왜 안 되는가?' 바로 그때, 여자친구의 오빠가 들어온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비행기가 좀 늦어서요." 저 집에서 그리 좋아하는 아들이다. 표정이 좋지 않다. 엄마를 안으며 한 쪽 눈썹을 들어 여자친구에게 신호를 보낸다. 나머지 얼굴은 당황하는 표정이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어느새 다시 앉아, 식사를 노려보고 있다. 내 추측이 맞다면, 여자친구의 오빠는 여자친구가 레즈라는 것을 잘 안다. 나는 왜 안 되는가? 나는 고개를 들어 여자친구의 오빠의 자켓을 유심히 본다. 저게 무슨 무늬더라? 갑자기 아까 하던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방을 구하려고 자전거를 타고 떠돌아다니던 시절, 여자에게 노숙은 위험했다. 동성애 반대라고 뻔히 써있는 기독교 시설에서 잠을 자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나는 저기서 나오는 빵가루 한 조각도 입에 넣기 싫었다. 내가 한 것은 작은 방을 구한 것이었다. 조금 비쌌다. 내 형편에는 많이 무리였다. 잠을 줄여 아르바이트를 했다. 24시간하는 한인 마트는 누구라도 좋으니 새벽에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강의 중 조는 일은 예사였으나 아르바이트 중 틈틈히 예습과 복습, 그리고 과제(아무도 나와 같은 조를 하고 싶어하지 않아 혼자하는 일이 빈번했다. 몇 번 끝내주는 성적을 받은 후 조원들이 생기려 했지만, 마침 그 때 내가 레즈라는 소문이 퍼졌다.)에 열중했다. 너무 열심히 살았던 탓일까, 내가 기억나는 건 월세는 더럽게 비싸지만 차갑고 더럽고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에 누워, OO이가 보고싶어 울었던 기억 뿐이다. 그 바닥은 너무 차갑고 차가워, 난 자켓을 덮고 있었는데... 어? 나는 여자친구 오빠의 자켓이 의자에 걸리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때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내 시선이 팔린 틈을 타, 날 의심스러운 눈으로 스캔한다. 그렇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신용! 누가 혼자 유학 온 여자애가 5000달러를 갚을 수 있다는 것을 믿겠는가? 누가 강의 중에 매일 자는 여자애의 조별 과제가 끝내준다는 것을 믿겠는가? 누가 아직 30대도 안 된 여자애가 건물이 몇 채 있다는 것을 믿겠는가? 난 왜 안 되는가? 내 답은 언제나 같았다. 안 되면 되게 하자. "혹시 OO선배님 맞으신가요?"
5 이름없음 2023/10/01 18:04:31 ID : K0mrbwk1a8l 0
"헉! OO이가 제 얘기 많이 했나요?" 지금 이 심각한 상황에 웃다니... 저 얼굴에 침을 밷고 싶은데, 자세히 보니 OO이 얼굴이 보여서 참 잘생겼다... 가 아니고,,, "OO이가 아니라 Smith 교수님께서 어찌나 칭찬하시던지, 언젠가 한 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거짓말이다. Smith 교수는 내 소문들과 얽히기 싫어 밖에서는 인사를 안 받아주다가도, 내 능력을 인정해 사무실에서 내게 종종 팥차 비슷한 미국의 무언가를 먹이곤 했는데, 그 때 OO에 대해 물어봤다. 그 때 돌아온 답은, "뭐, 전형적인 돈 많은 집 애지 뭐~ 분명 자기네 나라에서 대학 보내자니 성적이 떨어져서 유학 보낸거야." 였다. 인종차별적 발언이다. 그러나 뭐, Smith교수는 나중에 나에게 장학금을 준 사람이고, 돈 많은 집 아들에게 함부로 하진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화색이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내가 고등학교 선배가 아닌 대학 선배를 말한 거라는 데에서 안심한 모양이고, 여자친구의 오빠는 꽤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아, 내가 저 표정에 사랑에 빠졌었지. 내 옆 여자친구의 표정은 자신만만한 표정은 아니다. 내가 여자친구라서 지을 수 있는, 나에게만 보여줬을 표정이다. 이럴 때 나는 키스가 하고 싶다. 쟤랑 나 아직 입에 밥 안 댔지?
6 이름없음 2023/10/01 18:18:39 ID : K0mrbwk1a8l 0
그 때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헛기침을 한다. "크... 크흠!" 여자친구와 나는 잽싸게 손을 무릎에 올린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화난 척 하고 계시지만 사실 내가 꽤 마음에 든 눈치다. 그러나 이미 안 된다고 한 상대에게 된다고 말할 수는 없는 법! "자넨 그래서 하는 일이 뭔가!" 냅다 소리친다. 뭐, 직업이 중요하긴 하지. "한국에서 변호사 공부를 조금 해, 정치인을 하고 있습니다." "뭐라고라!' 나도 정치인이 사위나, 며느리로는 더더욱 적합하지 않은 직업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아이고 하며 뒷목 잡는 아버님의 팔을 어머님이 잡으시고, 나는 잔뜩 움추려 다음 말을 기다린다. "하... 그래... 내가 자네와의 결혼을 반대한 건 자네가 여자여서였지. 정치인에서 물러난다고 바뀔 생각은 없으니 상관없어. 내 딸과 헤어지게. 이 아이도 곧 결혼 적령기야. 그 전에 놔줘야지. 뭐, 결혼? 여자끼리 이 나라에서 가능하긴 한가?" '아들은 유학보낸 양반이 참...' 뭐, 이 나라에서 떠날 생각은 없긴 하다. 여기에 건물들이 잔뜩이니까. 이 쯤에서 뉴스가 나올 때도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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