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중학교 때 과학실이 정말 괴랄했었다...
우리 학교 과학실 물품 썰 푼다
일단 듣는 사람 있던 없던 가볼게
우리 학교는 과학실이 정말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마이쮸 하나만더 사면 1000만원인가? 정도를 과학실에 들였으니까
그런데 정작 수업때는 쓰지 않았고, 온갖 약품들이 가득한채로 과학동아리의 소굴이 되었지.
나는 우리 학교에서 제일 덩치 큰 과학동아리의 장이었고, 덕분에 과학실 관리는 내 몫이었다. 그래서 과학실 안에 있는 시약장 정리도 내가 했었지 ㅇㅇ
그래서 작년까지 잘 붙어있던 시약장 물품 목록을 들고 하나하나 대조해나가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지금 명절이라 잠깐 불려갔다 온다
아니 도대체 왜 중학교 시약장에 금속 나트륨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조금 조금씩 심심할때 재미삼아 물속에 던져넣어보라고 새 모이만큼 포장되어 있는것도 아니고 내 주먹에 꽉 차는 크기의 금속 나트륨이 몇십덩이는 넘게 큰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떤경로로, 왜 그만한 양이 들어왔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있더라
그 때 갑자기 든 생각이 이거 물에 확 던져넣고 학교 터트려버릴까 생각했었다... 도대체 안전관념이라는게 있는건지 없는건지
근데 겨우 이거라면 내가 스레를 안 세웠겠지
안쪽을 뒤지다보니 빠-알간 통이 보이더라
뭔가 되게 새빨갛고 화기 엄금이 붙어있는거야... 그래서 보이자마자 집어서 확인했지.
이런 미X... 붉은 인이더라
모르는 사람을 위해 부연설명: 성냥머리 보면 빨간색이잖아? 그거 만드는데 들어가는 물질이야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옆에 있었다... 되게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노른자 색을 띄는 가루였던걸로 기억하는데
황... 불붙으면 썩은내 나는 그 황...
그래 100번 양보해서 있는건 좋다 치자고 그래 있는건 좋아! 실험에 쓰이겠지! 근데 왜 내가 받은 종이에 안 쓰여 있었을까...?
그리고 요새는 팔지도 않는 약품도 있더라고. 질산칼륨...
사제폭탄 만드는 레시피에 보면 비료를 종종 쓰라고 하는데 이게 질산칼륨 때문이야 근데 이 제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먹은 학교에는 그게 한 통이 있더라고. 시그마-알드리치 한 통 생각하는 사람들 있을건데 내가 말하는 사이즈는 집기병 그 이상이다... 그 과학실에 있는 갈색병들보다 조금 큰 정도로 생각해줘
순간 든 엄한생각 2: 폭탄 만들 수 있겠는데?? 뭐 물론 이런 엄한생각들을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야 빌어먹을
고체 통에 흔하지 않게 갈색병이 있고 내부가 좀 빈 통이 있었다
이거 액체 칸에 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고 들어보니까 있는건 대문자로 큼지막하게 박힌 I
Iodine!!!! 아이오딘!!! 요오드!!!! 흔히 과학시간에 쓰는 아이오딘-아이오딘화 칼륨 용액 말고 그냥 생 아이오딘!!!
이런 시X 을 외치면서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왜 그 만화에서 마녀들이 뭐 끓일 때 내는 것 같은 보라색 연기가 스멀스멀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나는 스불스불을 지껄이면서 그거 랩으로 밀봉했다... 뭐 유리병인데 터지겠어 ㅋ 평형 유지하고 버티겠지
그리고는 뭐 따로 스펙타클한 고체들은 없었는데 저것들만 모아놔도 과학실 정도는 가볍게 날려먹겠더라고
이제 스펙타클한 액체 시약들로 넘어가볼 시간인데... 듣는 사람이 없다는건 꽤 슬프군 ㅇㅇ
위에는 그래도 고체여서 갈색병은 별로 없었다만 아래쪽은 갈색병의 향연이었다.
아마도 20% 정도의 병은 몹시도 알흠다운 갈색을 띄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졸업하고 나서 조금 과장되었을수도 있음 ㅇㅇ
그 갈색병들 중 반 정도는 아마 강산이었지 않나 싶다. 대충 pH 계산해보면 3 밑으로 나오는 친구들. 예를 들어 98% 염산, 95% 황산, 빙초산(몇퍼인지는 기억 안 나는데 시약장에서 슬러시 비스무리하게 존재하는 걸 봤다), 질산 등등...
아마 시약장에 안 들어간것 까지 합치면 15병 정도는 너끈히 채우지 싶다
뭐 이런 산성물질들이야 다른 학교에도 꽤 있는걸로 아니 그렇다 치고(아님 말고) 유기물질들로 잠깐 넘어가보자
일단 발암물질 벤ㅋ젠ㅋ, 마취용 클로로포름, 순도 90% 넘어가는 에탄올(나 에탄올이 갈색병에 담기넌 처음 봤었음) 등등등
엄한 생각 3: 마취&납치?? 쇠고랑 찰 것 같아서 안 했다
자 시X 이 옆에는 과학쌤한테 알코올램프용 메탄올 사달라고 찡찡거린 결과물이 있었다.
>>37 아 적어도 거기까지는 안 갔다
점심시간에 한가롭게 과학실에서 노가리 깔려고 갔는데 문이 열려있고 웬 아저씨들이 뭘 낑낑거리면서 가르고 계시더라
식당 같은데에서 식용유 엄청 크게 살 때 들어오는 철제 식용유 통 다들 본 적 있을란가 모르겠는데
그 통이 8개가 들어와서 시약장 바로 옆에 차곡차곡 쌓이더라고
나: 쌤 이거 뭐에요 식용유 사달라는 말 한 적 없는데 쌤: 뭔 소리를 하는거야 ㅋㅋㅋㅋㅋ 메탄올 사달라매 엉? 나: WTF???
허허허허허.... 선생님 저는 메탄올 조금 사달라 했지 이런걸 바란게 아니었습니다만.... 허허허...
그래서 들어온 메탄올 8박스가 시약장 옆에 차곡차곡 2*4로 쌓이더라고... 그 일을 저지르신 과학쌤 왈: 야 이정도면 2년은 충분하겠지?
나 그거 1년동안 한통 다 쓴게 다다
그래서 그 빌어먹을 메탄올이 적어도 100L 이상 우리 과학실에 쌓이게 됐다. 아 불붙으면 작은 하마 되겠더라고
그리고 시약장과 마주보는 책장에는 부탄가스가 4묶음 가량 포장도 안 뜯긴 채로 대기타고 있더라
옆에 토치랑 점화기가 함께 있었지만 난 아직도 과학쌤의 그 충동구매를 이해 못하겠다
한 번 사면 화끈하게 질러놓고 뒤처리는 쿨하게 우리한테 맡기신다가 아마도 그분 모토인듯 해 ㅅㅂ
그리고 충동구매의 결과물 하나 더: 화학용 파라핀 6덩이 20*15*5 정도 생각하면 될 듯
이제 이걸 딱 정리하고 나니 뇌리에 강렬하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불.붙.으.면.X.된.다.
하필이면 바로 밑이 컴퓨터실이고 바로 위가 전기관련 과학실이라 터지면 제대로 골로 가겠더라고
일단 지금은 이만 줄이는데 혹시 이 스레 보고 내가 과학실 사건사고 썰들을 좀 더 푸는걸 듣고 싶다면 스레 남겨줘
지금은 힘들 것 같고 오늘 밤에 다시 올게!
스레주 is back!
음 확실히 그 과학쌤도 좀 괴짜셨어....
3학년 때 나는 선도부장이었고 우리 과학쌤은 어째서인지 학교에서 인성부장이셔서 나랑 마주칠 일이 2배로 많았지
근데 이 선생님과 내 공통점은 '유도리'라는 것을 정말 너무 되게 좋아한다는거야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 안걸리면 장땡이라는 멘탈
자 이 글러먹은 멘탈을 지닌 사람 둘이서 선도부장&인성부장을 해먹으니 교칙을 지킬 리가 있나
거기에 과학실이라는 명목의 아지트까지 있는데 교칙을 지키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겠지... 심지어 나는 1학기 후반에 입시마저 끝났다고!!!
학교 내에서 최초의 영재고 입시생이라 쌤들도 안 건들고... 하니 이제 슬슬 내가 학교생활을 좀 막장으로 하긴 했어
>>74 '겉으로는' 잘 돌아갔지 ㅇㅇ 멘탈이 글러먹긴 했어도 최소한은 했으니까
막장짓 1. 그날따라 급식이 맛이 없는 날이더라고. 그래서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어. 과학실에서 컵라면을 끓여먹으면 되잖아??!
우리 학교 교칙상 교내 먹거리는 반입 금지였어. 뭐 사탕이나 껌류도 학생이 들고 오는건 단속을 했으니 할 말 다 했지(글러먹은 선도부장과 인성부장은 단속을 대충 하긴 했지)
근데 이런 제기럴. 평소에는 잘 오지도 않던 과학쌤이랑 과학실에서 마주쳤네 ㅅㅂ ㅋㅋㅋㅋㅋ
심지어 막 다 익은 컵라면을 꺼내서 한 입 먹었을 때 과학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쌤과 눈이 마주쳤어
제길... X됐다 라고 생각하다가 나는 컵라면 뚜껑을 접어서 일단 라면을 조금 드렸지
아니나 다를까 이 이 양반은 좋다구나하고 드시고 국물까지 좀 드시고 난 뒤에 이런 멘트를 날리시더군. "야 다음번엔 내껏도 좀 부탁한다" ...에라이 이런 인성부장
그래서 진짜로 급식이 맛 없던 날 아침에 컵라면 두개를 가방 안에 넣고 등교했지... 심지어 나는 선도부장이라 나를 단속하는 사람은 없었거든. 내가 아침마다 학교 앞에 서서 두발/소지품을 단속했지. 내가 좋아하는 라틴어 구절 중에 이런게 있어. 'Quis custodiet ipsos custodes' 라는 구절인데 '감시자의 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 라는 뜻이지
우리 학교에서 정답은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다' 였기에... 나는 당당하게 생활했음
사실 소지품 검사라고 해서 막 가방 열고 그러는 경우는 정말 적고(아니 애초에 우리 조합이 그럴 리가 없잖아) 막 쌤들한테 찍힌 애들이나 교내에서 담배피다 징계먹은 애들 하루 날잡고 까보는 정도? 그리고 두발규정&교복단정 검사가 아침에 내가 할 일이었어. 그 과정에서 내 가방은 절대로 감시받을 일이 없었지
그래서 그날도 나는 컵라면 2개가 든 가방을 옆에다 던져놓고 선도부를 섰지... 그리고 과학쌤한테 몰래 '선생님 오늘 컵라면 가져왔스니다. 한 그릇 하시죠.' 라고 의사를 전달해뒀고. 과학쌤도 모른 척 하시고, 그렇게 우리는 훌륭히 교칙을 엿먹였어
진짜로 과학쌤이 점심시간에 오셔서 물 좀 올려 놓으셨더라.... 그래서 인성부장이랑 선도부장이 음식 반입 금지인 학교에서 사이좋게 컵라면 한 사바리 함
>>88 당연히 가능하지
내 기술&대가리로는 수류탄처럼 근사한건 안 나오지만 화약에 유리조각 덕지덕지 붙이면 어느정도 살상력은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90 아직 더 남았다 비버!
일단 과학실에서 황천길 편도티켓 끊고 요단강 크루즈 이용할뻔한 썰이 2개 있고 과학쌤 썰이 1개 있어
뭐 먼저 풀까?
황천길 ㅇㅋ
일단 저ㅓㅓㅓㅓ 위에 내가 과학실 물품들을 좀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면 불 붙으면 전부 X된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을거야... 아마 밑이 컴터실이고 위가 물리 실험실(이라 쓰고 전기 실험실이라 읽는다) 였으니까 피해도 슷-고이 하겠지. 물론 불 붙인 장본인은 절대 생존할 수 없을거고, 생존했다 하더라도 내 손에 죽었겠지
문제는 이게 실제로 일어날 뻔 했다는거야
나도 사건의 전말을 확실히 몰라. 내가 2학년 때였고, 나는 편안히 노가리를 까다가 애들이 비명을 지르더라고. 시약실 안에서. 중요하니까 두번 쓴다. 시.약.실.안.에.서.
시약실 안에서 비명이 들려오면 나는 오감이 예민해졌어. 애초에 뭐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을 뿐더러 광역딜까지 넣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재가 씨X 무슨 일이야 하고 뛰어 들어갔는데 시약장 근처에서 작은 불이 일렁이고 있더라고
딱 보자마자 머릿속에 만감이 교차하더라고.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X 됐다. 왜 하필이면 시약장이 열려 있는 데에서 불이 붙었지? 어떤 ddorai가 이딴 짓을 한거지? 아 엄마 보고싶다. 아빠 서운해 하시라 아빠도 보고싶음 ㅇㅇ. 아 할머니표 갈비탕 아직 남아있는데. 일단 뭘 해야 불을 끄지? 하면서 잠깐 멈춰있었어
자 이제 병크가 터집니다 ㅅㅄㅄㅄㅄㅄㅄㅄㅄㅄㅄㅄㅄㅄㅄㅄㅄㅄㅄㅅㅂ
옆에 있던 새끼가 그 불에다 솜을 확 뒤집어 엎더라고...
그래요 시X 솜이요 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솜. 아 사이즈가 좀 크기는 했다. 우리 학교 책걸상 상판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였으니까
나 그때 주마등을 봤다
아마 산소차단으로 진화를 하려고 했나본데 엎는 물건이 잘못됐잖아
자 이제 작은 불씨가 큰 불이 됐어요 ㅅㅂ 시약실에서 캠프파이어 하는 미X 새X 가 울 학교에 있더라고
불을 처음으로 발견한 원시인들이라면 그걸 둘러싸고 춤이라도 추다가 폭발에 휩싸여 죽었겠지만 난 불행히도 문명인이라고
불이 뭔지 알고 어떻게 쓰는지 알고 어떻게 피우는지 알고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 문.명.인 ...아 시드마이어의 문명 하고 싶다
일단 저녁먹고 올게
먹고 왔다. 마시쪙
일단 제일 단순하지만 제일 효과적인 선택을 했다. 물가져와. 물물물물물물
그제야 애들도 정신이 드는지 1L짜리 비커에 물 갖고 와서 붓더라
시약장은 엉망이 됐고, 이제 다른 문제가 생겼지. 어떻게 이 사건을 은폐할 것인가.
이거 걸리면 모가지 날아가겠더라고
일단 그 새끼는 과학부에서 모가지 했고, 남는 것은 뒤처리인데... 일단 급한대로 어딘가에 있던 큰 비닐에 타고 젖은 솜을 쑤셔넣고, 바닥을 대걸레로 밀고, 비커 정리하고 말리고, 과학실을 정리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탄 내는 환풍기 돌리고, 우리는 탄내가 몸에서 나서 한동안 친구들한테 담배피냐는 의심을 받았지만 쌤들은 그냥 지나쳐주셔서 결국 과학부끼리의 비밀이 되었던 사건임 ㅇㅇ
또 다른 사건은 전적으로 내 패기에 의한 잘못이야.
혹시 다들 진한 황산 탈수 실험이라고 들어봤어? 설탕에 황산 부으면 물이 빠지고 탄소만 남는 그 실험.
그 실험을 진행하려고 마음을 먹고 과학실에서 설탕을 꺼내고, 시약장에서 굴러다니던(진짜 말 그대로 굴러다니던) 갈색병에 담긴 진한 황산을 꺼냈어
설탕도 10kg는 넘게 과학실에 있었기에, 나는 남자는 박력!을 외치며 1L 짜리 비커에 설탕을 들이부었다.
아 뭐 내 성별이 남자라는건 노출되었지만 애초에 이 문체에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자 이제 황산을 넣어야지 하고 조금 붓고 반응이 일어나기를 기다렸어
근데 여기서 나의 병크: 물, 탄소가 나왔으면 황은 어디로 가지? 이걸 생각 안 하고 실험을 진행했더라고
자 시발 흰색 기체가 풀풀풀풀풀풀풀풀풀풀 나오기 시작하더니 과학실을 메우더라?
그리고 그 냄새를 맡으니까 썩은 달걀 비스무리한 냄새가 나더라고
냄새 한번 쩔어주는데 이게 멈출 생각을 안 하더라? 당연하지 내가 그 때 부은 설탕만 해도 2몰은 넘겠다... 그러면 1:1 반응일 때 적어도 44.8L 라는 거잖아
처음에는 냄새만 맡고 아...뭐... 괜찮겠지 하다가 어떤 여자애가 머리 아프다고 하는거야
아마 그 흰색 기체가 명백히 수증기여야 하는데 아마 과량으로 넣은 황산이 고열에 기화되었던가, 아니면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뭐 이산화황도 염두에 두기는 했다만... 설마 아니겠지
그래서 나는 이 빌어먹을 실험 후 영문 모를 두통에 2시간 정도 시달렸어
또 몇가지 과학실 썰이 더 있지만 오늘은 이제 숙제하러 갈게.... 공부하기 시러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