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죽는다고 연락 온 친구

괴담 2019/06/21 15:29:00

#1 이름없음 2019/06/21 15:29:00

10년 전에는 친했었는데, 내가 도시로 전학오고 나서부터는 연락을 거의 안했었던 친구야. 사실 전학도 걔랑 멀어지려고 한거니까...

#6 이름없음 2019/06/21 17:07:24

>>5 아 일이 있었어ㅠㅜ 스레 세우는게 처음이라 신경 안쓰고 있었더니ㅠㅜ 미안해 어쨌든 걔랑은 초등학교를 몇년동안 같이 다녔었어. 초등학교...라기보다는 분교같은 느낌이었어. 1학년이 몇명 있었고 2.3학년은 없고... 그때 잠시 할머니집에서 사느라 4학년에 편입으로 들어갔었는데, 그때 나 포함 10명이 있었어ㅎ....

#7 이름없음 2019/06/21 17:10:38

근데 가니까 이미 전부 끼리끼리 놀고있고 나는 왕따확정이었지.. 시골 오들 순하다는거 누가 그랬지ㅠㅠㅠ 첫날 나한테 젤리라고해놓고 지렁이 먹이려고 했던거 아직 기억한다ㅠㅠㅠ 어쨌든 지금에야 웃으면서 얘기할수있어도 그때는 왕따라서 쪼꼼 서글펐어. 근데 같은반에 왕따가 한명 더 있더라구. 내가 오기 전부터 왕따였나봐.

#8 이름없음 2019/06/21 17:11:40

앗 오타ㅜ 시골오들 > 시골애들..ㅠ

#9 이름없음 2019/06/21 17:15:58

어쨌든 . 걔는 왕따라기보다는 애들이 그냥 무시하는 정도? 걔도 마찬가지로 애들한테 말 안걸었고.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걔를 쫌 신경썼었어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걔는 날 신경 쓴것같진 않더라..

#10 이름없음 2019/06/21 17:19:45

그래도 매일같이 걔한테 과자선물하고 젤리선물하고 그랬더니 어느순간 친해졌어. 나만 친해졌다고 생각하는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점심시간에 밥 같이 먹을 친구정도는 됐었어. 그러면서 걔를 점점 알게되는데 왜 왕따인지 모를정도로 착하더라고.

#11 이름없음 2019/06/21 17:25:38

잘 웃고, 잘 놀고, 잘 먹는 애였어. 애가 잘 못씻는건지 조금 꼬질하긴 했어도 착한애였어. 그렇게 걔랑 가까워질수록 궁금한거야. 얘네 집은 어딘지 사정이 안좋은건지.. 보면 도시락도 항상 맨 쌀밥에 김치 몇점이 다였고... 그래서 물어보면 항상 걔는 말을 돌리거나 그냥 웃고 넘기더라.

#12 이름없음 2019/06/21 17:27:47

그래서 그냥 사정이 있는건줄만 알았어. 부모님이 이혼했다거나 아니면 찢어지게 가난하다거나. 근데 그때 나는 굉장히 오지랖이 넓었어서 걔 맨날 집에 데려와서 씻겨주고 밥먹여주고 그랬어. 사실 걔한테는 뭔가 벽이 자꾸 느껴져서 그 벽을 허물기 위해서 착한척했던것도 있었지.. 친구라곤 걔 한명인데 잃기는 싫었어ㅜ

#13 이름없음 2019/06/21 17:30:53

어쨌든 그렇게 봄여름 지나고 가을이 됐을쯤에는 걔랑 나는 정말 단짝이 됐었어. 단짝이라고는 해도 난 걔에 대해 아는게 이름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착한애랑 친구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어.

#15 이름없음 2019/06/21 17:35:42

산골짜기는 가을인데도 춥더라.. 그때부터 의문이 드는거야. 내가 전학온게 4월초.. 조금 쌀쌀할때 왔었는데, 그때부터 가을이 될때까지 걔는 항상 반팔에 반바지였어. 흰색에 유니콘 그려진 티셔츠거나.. 회색 민무늬 티셔츠거나. 둘중에 하나였어. 그리고 추워서 덜덜 떨면서도 자기는 이게 편하다고 고집을 피우더라고..

#16 이름없음 2019/06/21 17:39:09

그래서 그때는 실례라는걸 몰랐어서 대놓고 물어봤었어. 너네집에는 긴팔 옷 없냐. 뭐 하면 내꺼 빌려 줄까? 이렇게. 근데 걔는 그냥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는데, 마음이 그게 안되더라. 그래서 집에 있는 후드집업같은거 두개정도 걔한테 던져주고 입으라고 했더니 잘 웃던 애가 갑자기 펑펑 울면서 너무 고마운데 받으면 안된대.. 사실 자기도 추운데 입으면 안된다는거야.

#18 이름없음 2019/06/21 17:41:42

그래서 우는 애 달래주고 집으로 보냈는데. 그렇게 포기할 애가 아니지 학교에 집업 들고가서 억지로 입혀주니까 처음엔 싫어하던 애도 많이 추웠는지 결국에는 학교에서만이라도 그걸 입더라고. 집에 가져가라니까 안된다고 극구 사양하면서 돌아가는데, 엄마아빠가 뭐하는 사람인가 싶었지... 이 추운데 애를 저렇게 입혀놓는게 말이 안되잖아. 가뜩이나 시골이라 추운데.

#19 이름없음 2019/06/21 17:42:32

헉 나 잠깐 자리 비울게 미안 저녁에는 다시 올거야ㅠ

#27 이름없음 2019/06/21 22:59:18

헉 나왔어ㅠㅜ 미안 급하게 부장이 호출해서 술마시고왔어ㅠㅠ 어쨌든 썰풀게!!

#29 이름없음 2019/06/21 23:03:33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더이상 겉옷만 두꺼워서는 힘들만큼 추워졌을때도 걔는 반팔에 반바지였어.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긴바지하나랑 얇은 패딩같은걸 가져가서 걔를 갈아입혀줬어. 근데 문제는 곧 있으면 방학이잖아. 사실 초등학생에게 방학은 정말 행복한 일일텐데 나는 그저 막막했어. 가끔 집에 쌀이 없다면서 허연 밀가루 죽같은걸 도시락이라고 들고 올 때도 있었는데... 그정도로 힘든 집이면 겨울에 얼어죽을수도 있잖아

#30 이름없음 2019/06/21 23:07:33

그래서 그때 난 겁도 없이 걔를 미행하려고 했어. 하교할때는 걔가 우리집에 나를 데려다 주고 돌아갔거든. 지나가는 길이래서 나도 마음편하게 그러려니했고.. 그래서 생각난 김에 바로 미행하려고 했지. 가서 방학동안만이라도 그 친구를 우리집에 머물게 걔네 부모님을 설득 하고싶었어. 사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면 어쩌나 무섭기도 했고..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심지어 구름까지 가득 껴서 우중충한거야. 그래도 그렇게 착한 애를 죽일 순 없었어.

#31 이름없음 2019/06/21 23:09:20

그 전에 언젠가 '너네 집 가도 되냐' 고 물어봤을때 걔가 파랗게 질려서는 안된다고 말려서 미행했던거야..! 혹시나 범죄라고 나무라는 사람이 있을까봐ㅠ

#32 이름없음 2019/06/21 23:15:12

어쨌든 늘 그렇듯 걔가 우리 집에 와서 옷 벗어주고 대문밖으로 나가는걸 확인하고 바로 따라갔어. 가방만 실내화주머니만 던져놓고. 근데 가방만 벗었는데도 공포때문인지 아니면 추워서인지 너무 떨리더라. 그리고 걔를 쫓아가는데. 애가 추우니까 사시나무 떨듯 달달 떠는거야. 안쓰러운 마음으로 걔를 따라 한참 가는데. 그때 아마 동네 구경 다 했을걸.. 진짜 한참 걷다 섰다.. 쭈구려앉았다가 하늘한번 보고... 약간 정처없이 걷는 느낌이었어. 몇시간을 그렇게 걸어서 해가 지려고 할 때쯤. 걔가 학교에 들어가는거야. 우리가 다니던 그 초등학교에. 집에 간다던 애가 왜 학교에 가지? 조금 의문이었어.

#33 이름없음 2019/06/21 23:21:09

나는 따라 들어가면 들킬테니까 학교 담? 철장 같은걸로 밖에서 걔가 뭘 하나 보려고했는데, 애가 그네에 앉아있는거야. 혼자서 그네 타고 풀 빻아서 소꿉놀이하고 구름다리 위에 누워서 노래도 부르고. 한참을 그렇게 보다보니까 아예 깜깜한 밤이었어. 그제야 그 애는 교문 밖으로 나와서 진짜 집으로 향하는거같더라.

#34 이름없음 2019/06/21 23:25:13

걔네 집은 작은 산 하나를 넘어서 후미진 곳에 있었는데, 보니까 무슨 집에 장식이 엄청 많은거야. 벽에는 무슨 그림이 그려져있고 나무에도 색종이가 많이 달려있고. 그래 그때는 그게 그냥 집을 꾸밀려고 해놓은건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당집이었던것같아. 그게 아니면 굿을 자주하는 집인지 뭔지...

#35 이름없음 2019/06/21 23:32:45

그때는 멍청해서 그런거 몰랐었어. 그래서 집 예쁘게 하려고 그런줄만 알았지. 어쨌든 그런 어린애의 시선으로 보는데도 집자체가 굉장히 낡았었어. 문은 떨어질것같고... 무너지기 직전의 집같았어. 그리고 걔가 들어가니까 집안에서 무슨 호통소리? 뭐라하는지 잘은 못알아들었는데. 대충 애한테 쌍욕을 막 하더라고;.. 대문 밖에 있는 내가 들릴정도로... 막 걔가 우는 소리도 들리고...

#36 이름없음 2019/06/21 23:41:36

대충 내용이 뭐 욕만 빼고 말하자면 죄도 많은게 뉘우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죄를 더 저지르냐. 범이 무섭지도 않냐. 너를 낳는게 아니었다. 호랑이굴에 빌러가야겠다 등등 한시간을 넘게 애를 잡는데 알아들은건 이게 다였어. 듣는 나도 무서워서 막 눈물이 나는데 걔는 어땠을까 싶더라.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가. 다시 집으로 오는데, 산길에 가로등하나없고 짐승소리도 들리고 불쌍하고.. 거의 뭐 울면서 들어갔어. 근데 마을 사람들이 다 나를 찾고 있었던거야. 할머니는 내가 호랑이에 물려간줄알았대. 뒤늦게 핸드폰 확인하니까 할머니가 전화를 20통을 넘게 하셨더라... 사람들이 어디갔다왔냐 뭐했냐 이러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눈치는 빨랐었어. 말하면 걔가 곤란해지는걸 알고 있었지. 그래서 그냥 울면서 할머니한테 빨리 집에 가자고 졸라서 일단락됐지만... 사실 그 때 말하는게 나았을지도 몰라.

#37 이름없음 2019/06/21 23:42:20

얘드라 너무 피곤해서ㅠㅠㅜ 내일 다시 풀러올게...

#41 이름없음 2019/06/22 06:51:28

오랜만에 그 애 꿈을 꿔서 왠지 마음이 시리다.. 덕분에 평소보다 두시간은 일찍 일어나버렸네ㅠ 짤막하게 썰 풀다 갈게. 어쨌든 작은 시골이다보니 내가 한밤중에 산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엄청 빠르게 퍼졌었어. 다음날 학교에 등교하니까 애들이 귀신 옮는다고 말걸지 말라고 그러고. 아 원래도 걔네는 내가 말거는거 싫어했어..왕따였으니까..ㅜ 어쨌든 쌤도 갑자기 날 호출해서 산에서 무슨 일있었냐고 물어보고. 그러다보니까 그 애가 알게된거야. 내가 산에 갔다는걸.. 그래도 내가 시치미 떼고 있으니까 걔가 말하기를 산에 무서운 호랑이가 사니까 산에는 되도록이면 오지말래. 내생각에 내가 미행했다는건 몰랐던것같아. 그냥 나 혼자 산에 가서 놀았다고만 생각했던것 같아.

#42 이름없음 2019/06/22 06:53:54

그래서 내가 괜히 떠본다고 왜? 산에가면 물려가? 그래도 호랑이는 사람 안문다더라~ 이랬더니 걔가 평소랑은 다르개 사뭇 진지하게 오지말라면 오지마. 이러더라고.. 근데 진짜 그 표정이 너무 무서웠어. 말투도 무서웠고. 그 표정 그 말투가 안잊혀졌어. 그리고 그 말에서 알수 있듯 그 산 속에 집이 걔네 집이 확실한것 같았어. 오지 말라고 하는걸 보면...

#43 이름없음 2019/06/22 06:59:35

그리고 그 날 집에 가서 할머니한테만 몰래 말했어. 사실 내가 같이 다니는 애가 있는데, 걔 이름은 00이고 걔는 맨날 반바지에 반팔만 입고 다닌다.. 도와주고싶다. 어제 산에 간것도 걔네 집에 가보려고했던거다. 그렇게 말했더니 할머니가 갑자기 날 끌어안고는 엉엉 우셨어. 불쌍한 것.. 몸도 아파서 요양하러온게 마음까지 아파지겠다고 우셨어. 그래서 내가 걔 도와주고싶은데 할머니가 걔네 엄마한테 말해서 우리집에서 재우면 안되냐니까 할머니가 그건 안될일이라고 하셨어.

#44 이름없음 2019/06/22 07:02:28

안타깝고 마음아파도 걔는 사람취급을 하면 안된대. 사람 아닌것에 자꾸 정 주지 말라는거야. 근데 걔는 사람이잖아. 난 이해할수가 없었어. 그래서 할머니 밭에 가있을 때 집에도 데려온적 있었다 걔는 우리집 넓어서 좋다더라. 이렇게 말했더니 할머니가 화들짝 놀라셨어. 그러면서 언제 데려왔냐. 언제부터 걔랑 친했냐.. 등등을 물어보더라고.

#45 이름없음 2019/06/22 07:06:59

그래서 다 말해줬더니 할머니가 한숨을 쉬시면서 나를 재우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일찍 잠에 들었는데. 한밤중에 할머니가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렸어. 심각하게 얘기를 하시는거야. 전화기 넘어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젊은...? 아저씨 같았는데, 할머니가 우리 손녀딸이 큰일이 났다. 홀렸다는둥 어쩌니 하면서 빨리 다급하게 와달라고 하는데 그 아저씨가 엄마나 딸이나 똑같네. 집안 전통이냐고 하시면서 지금 출발한다고 하는걸 들었어. 할머니가 귀가 안좋으시니까 소리를 크게 해놔서 다 들렸어. 너무 졸려서 잠드는 바람에 그 다음 내용은 듣지 못했어ㅜ

#46 이름없음 2019/06/22 07:10:15

그러다가 아침이됐고 눈 뜨니까 모르는 아저씨가 내 앞에 앉아서 내 손을 잡고 있더라구..?그래서 무서워서 소리지를뻔 했는데, 할머니가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하시는거야. 보니까 주변에 뭔 촛불같은거 켜져있고.. 아저씨는 내 손을 잡고는 눈을 감고 앉아서 음~음~하는 이상한 노래...? 노래라고 해야하나.. 그런걸 부르면서 중얼중얼 하는거야. 무슨말인지는 기억 안나. 근데 주변에 둘러보니까 할머니 말고도 한복입은 아줌마 아저씨가 둘정도 더 있었어.

#47 이름없음 2019/06/22 07:12:41

그래서 불편하고 졸린데 짜증나서 언제 끝나요...? 라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눈을 뜨고는 어이구 아가, 너무 착한것도 탈이야. 이러면서 손을 놓고는 일어나시더라고. 그러면서 할머니를 다른 방으로 불러서 얘기를 했어. 두런두런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할머니가 울고계신다는건 알겠더라.

#48 이름없음 2019/06/22 07:17:08

어려서 할머니가 왜 우는지 몰랐었어. 그냥 슬픈일이 있었나 싶었지. 그래서 물이나 마시려고 거실? 마루쪽으로 나왔는데 대문 밑으로 맨발이 보이는거야. 나랑 비슷한 나이때? 한 10살정도 되어보이는 꼬질꼬질하고 상처개 많은 발이.. 그래서 가까이 가려니까 그 발이 타닷타닷 소리를 내면서 도망치듯 뛰어갔어. 그 애가 듣고 있었던건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그 때 당시에는 별일 아니라고 넘겼었어.

#49 이름없음 2019/06/22 07:19:48

근데 넘기면 안됐었지. 왜냐면 그 때가 시작이었거든... 불행의 시작이었지.

#50 이름없음 2019/06/22 07:20:13

그리고 난 너무 졸리기에 다시 자러갈게ㅜ 좀 있다가 봐ㅠㅜ

#71 이름없음 2019/06/22 22:10:27

나 스레주야 오늘은 조금 늦을거야ㅠㅠ 할머니가 잠시 올라오셔서 오랜만에 할머니랑 찜질방 왔어... 12시 전후로 집 들어갈거같으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주라 미안해ㅠㅜㅠ

#74 이름없음 2019/06/22 23:50:48

나왔어 늦지않게 온것같아서 다행이다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고있구나 뭔가 나인거 들킬까봐 무섭다... 어쨌든 썰 마저 풀게 사실 그 아저씨가 다녀간 직후의 기억은 대부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왠지는 모르겠는데 왠지 붕 뜬 느낌의 기억이야. 어쨌든 그 맨 발이 보였다고 했잖아. 근데 그 발이 누구껀지는 모르겠는데 그 후로 자주 보였던것같아. 주로 보였던건 문 틈 사이나 창문 사이로. 누군지 확인 하려고 가까이가면 언제나 맨발로 소리를 내면서 멀어져갔고...

#75 이름없음 2019/06/22 23:54:14

그 발이 보이는 동안에도 그애랑 나는 예전처럼 친하게 지냈고, 할머니한테는 비밀이었어. 할머니가 아시면 화내실게 분명했거든.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동안 처음에는 낯설었던 발이 익숙해졌을 무렵 겨울방학이 시작됐어. 방학식은 일찍마치잖아. 그애랑 나는 졸업식인것마냥 서로 부둥켜 안고 울다가 해질녘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어. 둘다 말은 안해도 그 겨울동안 만나지 못할걸 알고있었거든..

#76 이름없음 2019/06/22 23:59:19

물론 나는 상당히 고집이 쎈 사람이라 다음날 몰래몰래 산에 오르다가 걸리기도 했지만.. 아마 방학식 바로 다음날부터 할머니가 밭에 나간 틈을 타서 산에 올라가려고 했을거야. 할머니 밭이랑 산 입구랑은 집 기준으로 정 반대였거든. 들키지않을거라는 확신에 차있었어. 그래서 가방에 두꺼운 옷가지랑 쌀, 고추장, 참기름같은걸 넣어서 집앞에 몰래 두고 올 생각이었어. 난 바로 실행에 옮겼는데, 반애들이 썰매타러가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사람들한테 이른거야...ㅠ 그래서 첫번째 시도는 실패했었어

#78 이름없음 2019/06/23 00:04:22

근데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그 후에도 몇번 올라가다가 잡히고 혼나길 반복하다가.. 한날은 동네를 가로질러가는게 아니라 아예 빙 둘러서 가는걸 생각했어. 그렇게 하면 안걸릴거라고 생각했지. 그라고 그렇게 나는 동네 빙 둘러서 평소보다 배로 걸리는 시간을 들여서 산에 올랐어. 그리고 다행히도 산 입구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서 들키지 않았지. 그리고 그때 기억을 더듬더듬 떠올려서 산길을 올라가는데, 그때보다 왠지 거리가멀게 느껴지는거야. 그 애를 따라갔을 때는 긴장을 해서 그런지 딱히 힘들지도 않았거든..

#79 이름없음 2019/06/23 00:08:07

너무 힘들어서 산 중간에 바위에 앉아서 쉬고있는데, 고개를 숙였더니 뭔가 시야에 그 발이 보이는거야. 그래서 재빨리 고개를 들었는데 타닷타닷하는 발소리만 멀어지고 아무도 없더라. 평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왠지 그때 딱 느껴지더라구. 귀신이었나 하는게. 정말 몇 초 되지도 않은 시간이었는데 고개를 들었을때 사라진다는게... 말도 안되잖아.

#81 이름없음 2019/06/23 00:12:35

왠지 소름이 돋고 한기가 느껴지는데.. 사람이 무서우니까 힘이 나더라고. 생존본능 뭐 그런건가봐. 어쨌든 그 공포덕분에 거의 뛰다시피해서 산을 올라갔어. 그리고 걔네 집이 보였지. 여전히 색종이로 꾸며진 나무에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벽이. 누가봐도 걔네집이었어.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가는데, 그때 눈이 꽤 쌓여있었거든? 근데 대문 앞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는거야. 분명 눈 온지는 일주일정도 지나서 푹신한 눈이 아니라 얼어있는 눈이었는데..

#83 이름없음 2019/06/23 00:19:35

이사갔나 아니면 다른 집에서 머무는건가 생각하면서 재빨리 대문옆에 가방을 놓고 가려는데, 대문안에서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고함을 치면서 나오는거야. 어디서 벌레같은게 붙었냐면서.. 그래서 잡힐것같아서 대문이 열리기 전에 냅다 뛰었어. 잡히면 안된다는 생각에...

#85 이름없음 2019/06/23 00:24:25

뛰면서 발자국 소리를 듣는데. 보통 사람 발자국 소리는 뚜벅뚜벅이면 그 아저씨 발자국 소리는 스윽탁 스윽탁 하는... 다리를 심하게 저는 느낌의 소리였어. 그래서 뒤를 돌아봤는데 왠 한복을 입은 아저씨가 얼굴이랑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는 따라오는데, 미라인줄알았어.. 그때는 어렸으니까 문둔병? 수두인가.. 그런 병을 몰랐어서 귀신이라고 단단히 착각했었는데, 사람은 맞았어 그 아저씨... 어쨌든 다리를 절면서 쫓아오는데도 엄청 빨랐어. 진짜 좀비처럼...

#87 이름없음 2019/06/23 00:27:52

그러면서 막 고함을 치는데 진짜 간 떨어지는줄 알았어.. 너무 무서웠어 진짜 무서워서 소리도 안나오고 그저 잡히면 큰일난다는 생각에 진짜 진짜 뛰었어... 앞만 보고.. 그렇게 산을 내려오는데 어느순간부터 뒤돌아도 그 아저씨는 없더라고... 그래서 집오는 길 내내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은 떨리고 난리도 아니었어. 그리고 다음날 앓아누웠지.. 할머니는 산에 올라가서 그런걸 아는듯 하셨는데도 나한테 크게 뭐라고 하지 않으셨어...

#89 이름없음 2019/06/23 00:31:49

그냥 계속 모전녀전이라면서 한숨만 쉬셨고... 그리고 그 날 저녁엔가? 아파서 방에 누워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시는거야. 뭔가 누구를 혼내는? 느낌... 그래서 뭔가 하고 기어나가봤는데 그 애가 내 가방을 들고 대문앞에 서있더라고.. 할머니는 그 애한테 호통치시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 우리 애가 범에 물려가면 어쩌려구 하냐 이러는거야. 그 애는 무슨 죄 지은것마냥 서있고. 난 그게 너무 화났어. 잘못한개 없는데 쟤가 왜 혼나야되나 싶었지

#91 이름없음 2019/06/23 00:38:31

그래서 할머니한테 정말 불효인줄도 모르고 막 화냈어. 쟤가 잘못한게 뭐 있냐고.. 아픈몸 질질 끌고 가서 걔한테 가까이 가니까 걔가 가방을 마당에 던지고는 뛰어가더라고.. 그때까지도 걔는 반바지에 반팔이었어. 너무 안쓰러웠었지...할머니는 소금을 가져와서 대문밖에 뿌리고.. 그리고 걔가 던지고 간 가방 안에는 옷이고 참기름이고 전부 그대로였었어. 할머니는 부정탔다면서 참기름이나 고추장같은걸 전부 내다 버리셨어. 그리고 가방이랑 옷가지는 태워버리셨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욕을 하시는거야. 미친짓을 해놨다시면서. 보니까 옷 밑에 무슨 부적이 한가득 들어있더라고... 할머니는 그 부적이랑 옷을 다 태워버린 후에 다시 그 아저씨한테 전화를 걸었어. 나 정말 그렇게 할머니가 거세게 화내는거 그때 이후로 본 적도 없어...

#92 이름없음 2019/06/23 00:44:24

어쨌든 그 날 너무 슬프고 화나고 그 애가 불쌍해서 울면서 하루를 보냈어. 할머니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셨을지 감도 안온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그 맨발 말고도 다른 끔찍한게 보일때가 많아졌었어. 구체적으로 뭐가 보였다던가. 그런건 기억이 안나는데 확실한건 그 당시의 내가 겁에 질려있었다는거야. 음.. 기억에서 짜내보자면 한밤중에 누가 자꾸 창문을 손톱으로 긁어서 자주 깼다는거랑.. 부엌에서 모르는 여자가 자꾸 물을 마셨었다는거..? 다른건 잘 모르겠다. 또 원래도 자주자주 크게 아팠지만 그 날 이후로는 거의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을정도였어. 그 할머니랑 전화한 아저씨도 자주 왔다갔다 거리셨고.

#93 이름없음 2019/06/23 00:48:24

영안이 틔였다고 하나? 그런거랑은 좀 달랐어. 뭐, 열 때문에 헛것을 봤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그러다가 한날은 밖에서 꽹가리 소리랑 북소리가 시끄럽게 나는거야. 그게 굿이었다는건 나중에서야 알았지. 당시에는 풍물놀이같은건줄 알았어. 어쨌든 그렇게 겨울방학이 지나고 봄방학이 끝나갈때쯤에는 이상한걸 보는게 줄었고 들리지도 않게됐어. 이상한 열병도 나았고.

#94 이름없음 2019/06/23 00:52:55

방학 내내 고열이랑 헛것에 시달려서 그 애에 대한건 정말 새까맣게 잊고 지냈었는데, 개학이 얼마 안남으니까 너무 설레는거야. 다시 그 애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물론 걱정도 됐었어. 많이 추웠을테니까. 어찌저찌 방학이 끝나고 개학식날 신나서 학교에 갔어. 가서 걔를 만날 생각에 너무 들떴었지. 그리고 걔를 만났는데, 뭔가 이상한거야. 예전같지가 않다고 해야하나...? 왠지 차갑고, 무슨 말을 해도 어 그래? 밖에 안했었어

#96 이름없음 2019/06/23 00:57:46

점심시간에도 어디론가 가버려서 나혼자 밥먹고... 그런 날이 며칠이고 지속됐어. 그래서 내가 먼저 물었지. 너 왜 나 피하냐고. 그랬더니 걔가 뭐랬냐면 내가 너한테 잘해주면 니가 호랑이 먹이가 될거래.. 이러는거야. 말도 안되잖아. 그래서 내가 그런게 어딨냐고 말도 안된다고하면서 싫다는 걔를 엄청 따라다녔어. 걔가 싫다는데 사물함에 과자 넣어놓고 젤리 넣어놓고.. 하굣길에 데려다준다고 수작부리고. 그렇게 며칠을 하니까 걔가 한날은 하굣길에 펑펑 우는거야. 미안하다고...

#97 이름없음 2019/06/23 01:00:02

내가 당황해서 달래주려니까 걔가 하는말이 비밀이야기 아무한테도 말 안할 자신 있냐는거야. 그래서 아무한테도 말 안한다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다음에야 걔가 말을 해주더라고 지금까지 나를 피하고 아무것도 얘기 안해준 이유를.

#98 이름없음 2019/06/23 01:01:29

으 벌써 한시네.. 나 내일와서 썰풀게...내일 회사 등산회라서 아침 일찍 일어나야돼 ㅠㅠㅠㅠㅠ 미안해 ㅠ 대신 내일은 이야기 더 많이 해줄게 미안하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