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정의
특이취향
나는 상처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상처가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들이 상처받은 내면보단 팔에 새겨진 상처의 가짓수가 궁금하고 그들이 겪었을 고통보다는 그 서사에 더욱 관심이 간다. 경우에 따라 선의로 혹은 악의로 접근하여 그들의 신뢰를 얻고 지지하거나 혹은 벼랑끝으로 내몰며 변화 그 자체를 즐긴다. 그들이 팔과 허벅지에 낸 수많은 자상을 보라. 그것들이 얼마나 황홀한지에 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상처를 내고 눈물을 흘릴때 그들이 느꼈을 감정과 고통을 상상하면 잔잔한 물결이 호수에 퍼지듯이 저릿한 환희가 밀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마약과도 같은 이것은 일상생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의 밑바닥을 탐구하는 듯한 이 행동은 나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다시금 어린 시절로 되돌려놓는다. 한 생명체가 나의 영향을 무엇보다 크게 받고있다는 감각은 쉽사리 잊을 수 있는것이 아니다. 작은 햄스터나 곤충 따위를 키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거대한 흐름을 관장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 이것은 1차원적인 탐구심에 지나지 않았던 나를 한층 더 고차원적인 영역으로 데려가준다.
3번째로 알았던 여자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불안정하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분명히 그녀에게는 어떠한 감정적 접근도 하지 않은채로 무조건적인 호의와 위로를 배풀었던것 같은데도 이러한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좋은 행동이 좋은 결과를 만들지는 않는다'라는 것이 간접적으로 증명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