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느 날 문득 팍 떠오르는 장면들 있잖아 앞뒤 잘라먹고 꽂히는 그런 장면들 그런 거 써주라 요세 너무 긴 소설 읽기는 귀찮네ㅠ 나 먼저 써볼게! 그의 오른손에 꽉 쥐고 있는 단검의 날카로운 칼날이 그녀를 가리킨다. 그녀도 자신을 노리는 칼 앞에서는 두려웠던 걸까 하얗디 하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서는 가녀린 몸이 부서질 듯 떨며 무너져간다. "지옥이라는 게 있다면 ()씨는 그 곳으로 가겠네요" "잘 가요. 다신 보지 말아요 우리"
짧고 굵게 소설 써보자
그가 허공을 향해 팔을 휘젓자 이내 하늘엔 그림자가 드리웠다. 삽시간에 푸른 하늘은 흑색의 거석으로 매워졌으며 병사들은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 그저 당황해 얼이 빠져있을 뿐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남자의 손이 지면을 가르키자 돌의 비는 땅을 향해 일제히 내리꽂혔고 한순간의 둔탁한 충격음이 끝난뒤에 자욱히 피어오른 연기가 가라앉았을땐 들판에 남아있던 것은 짖이겨진 병사들의 피륙과 으스러진 병장기들 뿐이였다. 그것은 거대한 돌무덤. 한 남자의 손짓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거대한 광경이였다.
벽 너머에는 이미 길고도 어두운 그림자의 행렬이 드리우고 있었다. 죽은자의 백골이 어둠을 삼킨듯한 모습에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놈들의 눈두덩이에선 타오르다 못해 녹아내릴듯한 이글거림이 들끓고 있었으며 살점하나 없는 묵색의 뼈에선 아직도 고기익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여인은 비스듬히 잘려 나간 오른팔을 왼팔로 붙잡은 채 주저앉았다. "헉.... 하........" 가련한 숨을 내뱉는 것도 잠시, 주위엔 무수한 혈흔이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으며 아마도 누군가가 구해주지 않으면 곧 죽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리 벌써 내년이면 졸업반이네." 가래가 낀 듯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린다. 중학교 동창 건민이의 목소리였다. "진짜네…. 졸업 여행이라도 함 가까!" 아쉬운 듯 말끝을 늘리면서도 금세 목소리를 키워 소리치는, 사투리를 쓰는 남학생은 동아리에서 만나 친해진 창욱이. "아니……. 난 안 가도 될 것 같아." 기대도 없고, 기운도 없고. 제일 기어갈 듯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바로 나다. 창욱이와 건민이가 나를 의아한 듯 바라본다.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시선을 떨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2월의 겨울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13번 째의 열 여덟, 서른 한 번째의 겨울. 내게는 13년 째 졸업식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