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뛰어들걸 그랬나 (3)
2.음 (1)
3.짝사랑 성공한 스레써보는 스레 (6)
4.재수생 짝사랑 (4)
5.아무 생각 없이 적는 스레 (1)
6.권태기 온 내 얘기좀 듣구 가 (2)
7.나 이상한걸까 (3)
8.결혼하고픈 사람이 나타났는데, (3)
9.연애 하고싶다 (2)
10.헤어진지 7개월된 남친을 몇일전에 만났어요!!!!!!!도와주세요!!!! (6)
11.헤어지고 파트너 (11)
12.소개팅 어플 써본 사람 있어? (6)
13.2년 넘게 좋아한 내 첫사랑 (16)
14.이거 우연이야? (14)
15.연애 관련 책 (5)
16.매달리는 여자 (8)
17.나나나나나나 지금 전남친 만나러가는중이야 !!!!!!!!!도와줘ㅜㅜ (8)
18.요즘 너무 힘들다 (1)
19.만약에 여자친구가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욕을 먹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11)
20.진짜 내가 연애를 할수있을까..? (4)
음 어디 얘기하고 싶은데 찾다보니 스레딕까지 왔네 :-) 아무도 보지 않아도 괜찮아 어디든 말해야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거든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스무살이었어.
부모님이 보수적인 편이었어서 고등학교때는 나를 꾸밀줄 몰랐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엄청 서툴게 화장도 하고 옷도 사고 그럴때였어.
수시를 붙고나니까 너무 할일이 없더라. 학교도 안가고 친구들은 수능때문에 정신없는데 나는 공부도 안하고 그렇다고 딱히 즐기는 취미가 있는것도 아니었어. 심심해서 놀고는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으니까 여기저기 많이 다녔던거같아. 영화모임 독서모임 교회도 나가보고 그랬어.
그러다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 해서 봉사모임에 들어갔다? 근데 그게 아마 1월 첫째 주 였을거야.
그 날 봉사활동이 다 끝나고나니까 스무살 친구들 축하해주자고 다들 한잔씩 하자 해서 회식처럼 술집에 가게 됐어. 난 처음 술집에가서 술을 먹게 된거지. 그 때 내 앞에 니가 앉아있었어. 엉성한 더벅머리에 빨간 체크셔츠 이상한 남색 패딩을 입은 너는 꾸미는 거에는 관심 하나 없어 보였어. 잘생긴 것도 아니었고..ㅋㅋㅋ 하지만 너는 밝고 즐거운 사람이었어. 그런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내 앞 앉아서 웃으며 던지는 농담 하나하나가 정말 재미있고 귀엽게 느껴지더라. 2년도 넘은 일인데 난 아직도 생생해.
사실 봉사활동 자체에는 큰 매력을 못 느꼈었어. 다음 주에 또 이 모임에 나가야하나 생각하고 그냥 가지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3일 뒤 쯤에 길을 가다가 널 마주쳤어. 급한 일이 있는 듯 헐레벌떡 뛰어가는 너랑 눈이 마주쳤지. 이번 봉사모임에 안가기로 결심했던 나는 못본척 지나가려고 했어. 너는 날 지나쳐 달려가다가 돌아와서 내 어깨를 잡고 웃으면서 안녕!!하고 신나게 인사했어. 그리고 다시 바쁜일이 생각난 듯 다시 달려갔어. 그 때 생각했던 것 같아. 이번주에 가야지 하고.
그렇게 한주가 지나고 다시 모임을 가게 됐어. 그날 따라 봉사활동이 너무 힘들었어. 끝나고 너무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고싶었는데 다들 자연스럽게 카페로 가더라. 알고보니 매번 봉사 후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느낀점 같은걸 얘기하더라구. 빨리 집에 가고싶고 피곤해 죽겠는데 이런걸 왜하나 싶을 때 니가 먼저 얘기하기 시작했어. 봉사활동이 얼마나 보람차고 의미있는 일인지 스스로 얼마나 기쁜지 생생하게 이야기하는 널 보면서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 집에 가고 싶었던 내가 부끄럽더라고..
나는 그 다음부터 엄청 자주 봉사모임에 나갔어. 모임은 시간 맞는 분들끼리 평일에도 했는데 한달을 꼬박 매일 나갔던 것 같아. 넌 원래 열심히였으니까 가면 항상 만날 수 있었고. 봉사를 하러가는건지 널 보러가는건지 모를만큼 난 너에게 빠져들었었어.
봉사모임인데 너무 꾸미면 이상할까봐 매일매일 옷고르는데만도 한시간이 넘게 걸렸어.
1월이 지나고 나니까 벌써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오더라고. 난 커진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었어. 매일매일 봤어도 서로 말 몇마디 주고 받는게 어색한 사이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나는 내가 내 마음들을 가지고 있기 버거워서 너한테 나눠줘야만 했어. 그래서 몇일 밤을 고민하다가 초콜릿을 만들었지. 처음 만들어본거였어.
발렌타인데이를 몇일이나 앞두고 일찍 만들어서 매일매일 너에게 주는 상상을 했어. 몇일을 고민해 적은 편지랑(부끄러워서 평생 읽고싶지 않은 편지지만..) 작은 립밤도 샀고 말야. 예쁘게 포장해서 얼른 너에게 주고 싶었어.
난 앞에도 말했지만 그냥 내 마음을 주고싶었어. 너랑 사귀고싶다 이런 생각은 아니었어. 물론 그랬다면 좋겠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욕심 같았고 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거든. 상상이 안되는 일이었어. 그래서 그 부끄러운 편지에는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가 아니라 대답하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함께 적혀있었지. 나는 아직도 그 한 문장을 편지 속에서 지우지 못했던게 아쉬워.
내 스무살의 발렌타인데이에는 비가 왔어.(사실은 그 전날이었지ㅎㅎ 발렌타인데이 때는 모임이 없었거든) 쏟아지는건 아니었고 추적추적 비가 내렸지. 내 마음을 다 담으려다가 부담스러울 만큼 커져버린 선물상자가 젖어버릴 것 같아서 소중히 품에 안고 모임에 갔어. 역시 넌 웃으면서 거기에 있었지. 봉사활동이 끝나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카페로 향하기 전에 난 널 따로 불렀어. 넌 영문도 모르고 그 커다란 상자를 받아들었지.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인걸 떠올렸는지 한박자 늦게 놀라는 널 보는데 너무 떨려서 주저앉았어.
넌 나를 달래듯 안아줬고 함께 우산을 썼어. 너무 부끄러워서 나는 카페로 가지않고 집으로 도망쳤어. 핸드폰을 볼 수가 없었어. 내 마음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주고나니 거절당하면 어쩌지 너무 무섭고 걱정이 되더라. 몇일 밤을 잠도 못잤어. 근데 걱정한 보람도 없이 넌 문자로 너무 고맙다는 얘기만 했을 뿐이었어.
그렇게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눈물을 가장 많이 흘렸던 일주일이 흘렀어. 니가 너무너무 보고싶어져서 이젠 부끄러운것도 모르겠더라. 모임에 나가야만 했어 나는. 모임에 간 나를 너는 웃으면서 어색하게 반겼어. 사실 원래도 어색한 사이였지만. 그 다음날 부터는 예전이랑 똑같은 하루 하루가 지났어. 난 너에게 초콜릿을 주기 전처럼 또 너를 보러 매일같이 모임에 갔고 넌 언제나처럼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지.
마치 그날의 일은 다 없었던 일 같았어. 오히려 나는 안심했어. 너를 볼 수 있고 같이 봉사하고 같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게 너무 좋았어. 그렇게 한달이 지났어. 근데 웃긴게 나는 받을걸 바라지도 않았고 기대도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화이트데이가 다가오니까 뭔가 걱정되는거야
나한테 하나도 안주면 어쩌지 그 때 거절당하면 어쩌지.. 그래서 어차피 내 패는 깠겠다 화이트데이에도 내가 사탕 줘버려야겠다 생각했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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