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를 써보자 (8)
2.욱지긿서 (13)
3.💮새벽이니까 음식 사진 올리자💮 (7)
4.급합니다 5분 안에 해결필요 (6)
5.꽤 귀엽다고 생각되는 문자이모티콘을 모아보았습니다. (펌주의) (11)
6.내가 되고 싶은 사물을 하나씩 적어보자 (8)
7.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질 비범한 친구털이스레 (26)
8.우리 비버들은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일거야 (20)
9.<작성자가 해당 IP를 차단하여 볼 수 없는 글입니다.> (8)
10.훌륭한 비버시티#1 (34)
11.폐허 (9)
12.비버 그림 그려봤다!! (8)
13.나만의 잉여로운 취미 자랑하자 (11)
14.[서술형 1] 스레딕마을의 주민들이 비버가 되어버린 이유를 서술하시오. (7점) (4)
15.야 그거 알아? (6)
16.나는 누군가의 이상형이다 (이상형 찾는 스레) (20)
17.살아있는 비버 응답바란다 치직 (10)
18.비버 동화책💓 (21)
19.사이비 엿먹인 썰을 풀고 가보자! (15)
20.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7)
어..바보판에 글 써보는 건 처음이다. 설렌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기서 글을 하나 쪄보려고 한다. 딱히 비범하진 않은데 입 하나는 맛깔나게 터는 친구 얘기다.
참고로 그 친구 스레딕한다. 걔 폰 훔쳐봤다. 걸리면 X된다.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쫄깃한 맛이 있는 스레, 보는 사람 있으면 시작한다.
고마워. 시작할게.
우선 나는 친구처럼 말빨이 뛰어난 사람이 아님을 감안하고 봐줬으면 좋겠다.
이 친구는 중학교 때 처음 만났다. 사실 중학교 때 만났다고 해봤자 친구의 친구 쯤이었고 오다가다 얼굴 아는 사이? 기분 좋으면 인사하는 딱 그 정도 사이였다.
이 친구를 A라고 하자. A는 또래보다 키가 작은 편이고 안경을 낀 데다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 첫인상은 공부 잘하는 조용한 애였다.
마주쳐봤자 안녕 하고 슉 사라지는 걸 보면서 부끄러움이 많나 보네, 하고 생각하고 넘겼다.
저 낯가림이 위장인지 진심인지는 아직도 구분이 안 간다. 내가 보기엔 100% 위장인데 본인이 진심이라고 할 때마다 말에 홀려서 맞는 말 같다.
그리고 나서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나는 거짓말처럼 A와 같은 반이 되었다.
솔직히 아는 얼굴이라봤자 친구의 친구 정도였지만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낫다 싶어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고 이내 친해지게 되었다.
그 때 도망쳤어야 했다..
사실 진심이었으면 하고 내심 바라고 있다. 위장이 낯가림인데 입까지 잘 털어서 영혼 탈곡시키는 친구는 이미 빌런에 진입한 거 같잖아..!
나중에 필요할까 싶어 미리 말해두자면 스레주는 여고를 나왔다.
그리고 초반에는 A와 친해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얘가 날 싫어하나, 이 생각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이 된 지 두 달을 채워가는 즈음이었다.
애가 노트에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길래 설마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건가 싶어서 나도 슬쩍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노트에는 작은 글씨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고 A는 내가 궁금증을 보이자 난색을 표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말해주겠다고 하는데, 그럴 거면 미리 보여주지 싶다가도
어찌 됐든 본인이 싫어하는 데 계속 보여달라고 하기도 좀 그러니까 알겠다고 대답하고 일단 넘겼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난 후 시작된 수업에서는 자신의 5년, 10년, 20년 후의 모습을 발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이들은 보통 선생님이 나눠주신 프린트로 대충 발표를 했는데 A는 당당히 USB를 들고 나가더라.
솔직히 좀 유난 아닌가 싶었다. 고작 이런 수업에서 그렇게까지...? 싶기도 하고. 과목이 기가였거든. 선생님도 당황한 눈치였다.
근데 얘가 눈 초롱초롱히 뜨곤 발표하고 싶어요, 하길래 마음이 동했는지 선생님은 컴퓨터에 USB를 연결하셨고,
처음 피피티에서 <나의 미래 모습>이라는 평범한 제목 이후에 펼쳐진 브금은 '섬집 아기'였다.
봤다. 무서웠다....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A와는 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말싸움하는 일에는 무조건 A를 데려갈 거라고도 다짐했고. 하여튼 대단한 친구다.
어쨌든, 이걸 보고 있을 레스주들이 생각하는 그 동요 섬집 아기가 맞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새까만 화면에 은은하게 섬집 아기가 흘러나오는 학기 초,
A는 양손을 단정히 가슴 앞에 모으고 발표를 시작했다.
"저는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과거를 회상하고자 합니다. 제 발표의 취지는 과거로의 역행입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분명히 봤다. 그 말을 듣자마자 선생님의 웃는 얼굴에 금이 갔다.
입꼬리가 경련하는 것을 봤단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A는 발표를 계속했다.
미래를 바라보는 진취적인 인간은 분명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나 자신은 그러한 사회가 간과하는 과거의 성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느니,
그러므로 자신은 5년 전과 10년 전의 자신의 모습을 알려드리고자 한다며 자기 사진을 띄웠을 때 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 새끼랑 친구 계속해도 되는 걸까?
근데 일단 다 떠나서 너무 웃겼다. 섬집 아기는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음울한 노래와는 대조되는 환하게 웃고 있는 A의 사진과
수려한 A의 입털기는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입을 가리고 피식거리는 애들도 있었고 대놓고 엎어져 웃는 애들도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 전자에 속했다.
장장 15분간의 발표를 마치고 돌아온 A는 뿌듯해보였고 나는 '그래 너만 좋으면 됐지..' 싶었다.
이런 식으로 또라이같은 짓을 했지만 A는 기본적으로 모범생이었고 나는 반에서 중위권 정도의 학생이었으니 별 탈 없이 시간을 흘러갔다.
사실은 저 모범생이라는 것도 밑밥깔기였던 것은 5월에 밝혀졌다.
5월은 슬슬 옷이 하복으로 바뀌고 좀 더 주변 애들과 편해지는 시기였다. 그 때쯤 A와 나는 두 명의 친구가 더 생겨 총 넷이서 다니게 되었다.
각자 좋아하는 것을 따서 치킨이와 피치라고 부르겠다. 어쨌든 나는 치킨이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고 피치는 A와 뭔가 심각한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슬금슬금 다가온 피치가 분위기를 잡으니 더 이상 모른 척하기도 힘들다 싶어서 내가 먼저 피치에게 A와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었는데,
피치는 직접 들으란 말만 남기고 비척대며 사라졌다. 그리고 기분 좋은 얼굴을 한 A가 다가왔다.
A는 말없이 다가와 우리에게 노트를 보여줬다. 에 나왔던 그 노트였다. 이거 봐도 되냐고 물어봐도 연신 싱글싱글 웃길래 대체 뭔가 싶어서 노트를 펼쳤다.
노트에는 학교에서 포대자루로 눈썰매 타보기, 몸빼바지 입고 졸사 찍기, 학주 쌤과 친해진 이후 허용선이 얼마나 늘어날지 등등이 써져 있었다.
하나같이 헛소리와 환상 사이의 어딘가로 보였다.
기막힌 얼굴로 A를 쳐다보자 A는 설명을 시작했다. 어차피 여고에 오게 된 것, 자신이 여고에 갖고 있던 모든 판타지를 실현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진지한 얼굴이 마음에 걸렸지만 농담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시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A는 학주와 친해지기 위한 작전을 실행했다.
보통 학주와 친해지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엄청나게 많이 걸려서 눈도장을 찍고 노답과 애증의 대상으로 찍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의 눈에 드는 것이었다. 당시 학주는 국어선생님이었고 자전거를 타고 교내를 돌며 순찰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은어로 학주를 자전거의 그새X, 줄여서 새X라고 불렀다. 그냥 그 학주가 싫었던 게 맞다.
하여튼 그 학주와 친해지는 방법으로 A는 공부를 선택했다. 매일 쉬는 시간 질문을 하고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서 선생님은 반에서 A의 이름을 제일 먼저 외우게 되었고 서서히 농담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짠 인증코드!
다들 오랜만이군. 하여튼 이어써보겠다. 나는 그래서 A가 사실 학업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공부 잘하는 애 정도인 줄 알았다. 슬금슬금 친해져서 선생님의 교무실 자리에서 먹을 것을 얻어먹는 사이까지 발전하면서도 아무 짓도 안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랬다. 실망감도 있긴 했지만 그래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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