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축구 좋아하는 비버들 있나 ! (2)
2.비비비비비비버 (2)
3.자신이 가지고 싶은 비버스러운 능력 쓰고 공유하고 가자 (7)
4.정말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 싶은것 적어보자! (97)
5.오미자 알아? (24)
6.하 (6)
7.현실판 길 찾기하는중인 날 도와줄 비버들 있나(부산) (4)
8.여자한테 번호 따였는데 나 여자다 (21)
9.수련회 가는데 (7)
10.입대 한달 남았다 (15)
11.여기사람들을 왜 비버라 부르는거야? (12)
12.이력서를 쓰고있다 비버! (12)
13.비버들..나 어떡하지....?? (11)
14.비버들...내게 애교부릴 힘을 줘..! (18)
15.지금부터 끝말잇기를 시작하자 (10)
16.아니다 이 악마야 (19)
17.비버들을 위한 소방서 (7)
18.비버는 언제 울어......? (37)
19.사람을 두 분류로 나눠보자 (22)
20.비버들 안녕! 오랜만이야. (1)
참고로 난 여자 남자 다 괜찮음. 근데 내가 왜 이걸 잡담판이나 퀴어판에 안올리고 바보판에 올렸나면... 일단 천천히 썰을 풀도록 하지.
우선 난 숏컷을 함. 운동해서 편의를 위해 그냥 싹뚝. 근데 좀 많이 짧아서 남자처럼 보인다. 키는 여자치고는 큰데 남자라 그러면 좀 작은 키. 얼굴은 개인적으로 평타는 치는것 같음. 아무튼 스벅에서 난 녹차라떼를 마시면서 폰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귀엽게 생긴 여자분이 오시더니 영어로 "저기.." 하고 묻더라. 참고로 난 외국산다. 근데 난 거의 조건반사 수준으로 한국말로 "네?" 하고 답해버렸다. 머릿속으로 아차 싶었지만 아싸에 사람을, 특히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게 죽도록 힘든 나는 그저 어버버 거리고 있을 뿐이었음. 내가 생긴건 남자 같아도 목소리는 낮지도 않아서 보통 내 목소리 들으면 다 내가 여자인걸 알지만 개미목소리만하게 "네...?" 라고 해서는 몰랐나봄.
근데 여자분이 "아 혹시 한국분이세요?" 하고 한국말로 물어서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여자분이 "아... 저기서 보고 있었는데 그..... 혹시 번호 좀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하고 묻는것이 아니겠는가....! 암튼 난 ㅈㄴ 당황탔지. 나야 여자랑 남자 둘다 오케이지만 이분은 내가 남자인줄 알고 있을텐데.
난 머릿속으로 "내가 여자라는걸 알려야해....!" 하고 생각했지만 내 입에서 나온 것들은 "아... 저기 그..." 정도였다. 그래도 이걸로 내가 여자인건 눈치챘는지 "아 혹시 여자세요?" 라고 물으셨고... 내가 이 글을 바보판에 올린 이유가 여기있다. 저 질문에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네"라고 하면 될거였지만....
나는 원래 "네 생긴건 이렇지만 일단은 여자에요." 하고 웃어 넘길 생각이었다. 이 정도면 여자분도 그냥 알았다고 하고 가지 않을까 그래 완벽해. 하고 입을 열었지만 나는 그때 적잖이 당황한 상태였고, 내 몸은 내 말을 따라주지 않아서 나는 나도 모르게 "네 일단은..." 이라고 대답해버렸다. 아니 뭘 이렇게 함축시켜버리는건데. 뭐가 일단은 여자냐.
말을 줄여서 하는것도 정도가 있었지 중요한 말들을 앞뒤 다 잘라먹고 하필은 저 말만 하다니. 난 내가 방금 뭔말을 한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진짜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여자분은 "아..." 라고 하더니 이내 잠시 생각하시는듯 하다가, "혹시 여자가 싫으신게 아니라면 번호 받을수 있을까요?" 하고 꾿꾿하게 내 번호를 받아내려 했고, 난 대답을 어케 해야할지 매우 곤란했다.
사람에 상관없이 난 지금 당장은 연애를 할 생각이 없어 누구한테 번호를 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저 상황에서 "아.. 죄송해요 여자 싫어해서!!"라고 하면 여혐하는 이상한 여자가 되는 것이고, 그렇다고 "아 죄송합니다! 여자는 좋아하지만 번호는 못 드려여!" 라고 하면 그냥 또라이 개싸가지가 되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어버버 거리고 있는 사이 여자분은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며, 대화라도 해보고 싶다며 내 앞자리 의자에 앉았다. 그 뒤로는 그저 여자분이 하는 말에 멍하니 있다가 대충 대답한것 같다. 너무 당황하고 긴장한 나는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분 페이스에 끌려다니다가 결국 어쩌다 보니 그분과 같이 저녁도 먹고 집에 왔다. 그것도 얻어먹은듯 하다.
그리고 "이게 뭔일이지.." 하며 핸드폰을 하고 있던 나는 내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처음보는 이름이 저장되어있다는것을 알게되었고, 기억을 잘 되감아 보자 그 전화번호는 그 여자분의 번호였던 것이었다.
나는 그분과 2시간 넘게 스벅에서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한뒤, 저녁까지 얻어먹고 번호까지 교환한 상태였던듯 하지만.... 당시 긴장과 당황으로 머리가 복잡했던 내 뇌는 이 모든 일들을 도저히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저 이런말도 했었던것 같기도 하고... 아 저녁을 같이 먹었구나 정도. 그분과 있으면서 난 내내 "응? 으응? 여자여도 괜찮은거야? 응? 이게 무슨 경우야? 엥? 응?"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게 어떡하지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미안하지만 연인은 못 되어줄 것 같다고 하는 건 어때
오 그거 좋다. 응...? 그런데 그렇게 말했다가 그럼 왜 같이 저녁까지 먹었냐고 하면 어쩌지. 심지어 그분이 돈 내셨는데.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제가 너무 당황해서 말씀을 못 드렸는데! 지금은 제가 연애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누구도 사귀고 싶지가 않아요.. 죄송합니다.. 저녁 사신 거 미안하니까 제가 먹은 저녁은 제가 내고 싶어요! 뭐 이런 느낌으로..? 그분이 스레주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으신 거니까 나쁘게 보시지는 않을 거 같은데?
앗 응..! 그렇게 해볼게...!
취향이냐 아니냐로 물어보면 취향이 맞긴 한데..그냥 연애를 할 생각이 없엉...
응응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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