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jjwFhe0oLf 2019/03/04 04:21:00 ID : crbzSHzO6Zf 0
그냥 흔한 이야기 하나 할까요.
2 ◆gjjwFhe0oLf 2019/03/04 04:21:54 ID : crbzSHzO6Zf 0
특별함도 개성도 그다지 없어 흔하고, 조금은 슬픈 그런 이야기 하나만 하고 갈까요. 나 처음엔 당신에 웃음에 약간 반했었어요. 말이 없고 조용한줄만 알았던 당신이 내 말에 호응을 할때. 그때마다 내 세계가 조금, 아주 조금 흔들렸어요. 그땐 그럴 줄 몰랐어요. 내가 눈 앞의 당신에게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줄은. 당신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줄은.
3 ◆gjjwFhe0oLf 2019/03/04 04:23:52 ID : crbzSHzO6Zf 0
당신을 점점 더 알게 되는 순간이 소중했어요. 웃을때 눈가에 주름이 지는게, 그게 너무나도 특별해 보였나봐요.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만 가지고 있는 특징이 나를 숨막히게 만들었어요. 당신 웃음은 사악하게도 너무 예뻤거든요. 그래서 두달을 꼬박 앓았어요. 열병이었죠. 들끓는 고열. 긴 시간은 아니었는데도 고통스럽고 아팠던 건 그만큼 당신을 좋아한다는 의미인거죠. 이 사이트에도 수차례 들락거리며 오컬트판에서는 타로를 보고, 짝사랑을 이야기 하는 스레를 쓰기도 하고, 퀴어판 대나무숲에서 울분을 토하다가, 다시 연애판에 들어와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정독했어요. 자잘한 연애 팁을 찾아가며 당신의 관심에 목이 말라 자꾸 당신을 원했어요.
4 ◆gjjwFhe0oLf 2019/03/04 04:32:13 ID : crbzSHzO6Zf 0
마음이 폭발하듯 쌓여버린 시점. 당신의 웃음이 너무나도 소중해져버린 그 시점. 당신은 때때론 다정하고 때때론 무디고 냉담해서 나를 여러차례 쥐고 흔들었죠. 나 그때도 많이 힘들었어요. 나를 싫어하는걸까. 고백해도 괜찮을까. 당신 얼굴만 봐도 심장이 쾅쾅 뛰던게, 열이 올라 어지러웠던게, 그 모두가 아픔으로 치환되었던게. 견디기도 어려웠어요. 차라리 순간적으로나마 다정해지지 말 것이지. 나는 그 한때의 순간에 매달려 버텼는데. 그 잠깐의 다정함도, 그 여분의 무심함도, 모두 사랑해버렸는데.
5 ◆gjjwFhe0oLf 2019/03/04 05:08:57 ID : crbzSHzO6Zf 0
내 고백을 받았던 그 날 무슨 심정이었나요. 난생 처음 받아본 여자의 고백에 호기심만 일었나요. 나를 정말 잠깐이나마 사랑했나요? 더듬더듬 말을 더듬어가며 나는 고백했어요. 차라리 포기하기 위해서였어요. 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깐. 당신이 거절하면 후련하게나마 돌아서서 희망도 걸지 않고 원래대로 돌아올거였으니까. 그걸 당신이 다 망쳤어요.
6 ◆gjjwFhe0oLf 2019/03/04 05:11:17 ID : crbzSHzO6Zf 0
당신의 눈이 어둠 속에서 유독 반짝반짝거렸죠. 아직도 그 순간에 갇혀서 때때로를 살아요. 조용히 불던 밤바람. 희미하게 밝혀진 거리의 가로등. 말 한마디를 토해낼때마다 질주하던 심박. 자꾸 웃음이 나왔어요. 어쩔줄을 몰라서요. 나 당신을 좋아한다고. 당신은 친절했고 나는 당신이 참 사랑스러웠다고. 고맙다는 말을 듣는 순간 잠깐 얼어붙었어요. 지금 당장 대답 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려고 했는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신은 대답하겠다고 했죠. 그건... 너무 빨랐어요.
7 ◆gjjwFhe0oLf 2019/03/04 05:15:29 ID : crbzSHzO6Zf 0
신중했어야죠.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거예요. 나도 너를 좋아한다고, 대답은 예스라고. 나는 그 자리에서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기분이 좋아서.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 것만 같은 기분에 취해서. 그날 우리는 처음 서로를 안았죠. 그때 그 품이 유난히 따뜻해서, 힘이 없던 당신의 두 팔을 눈치채지 못 했어요. 왜 그렇게 그날 따뜻했나요. 왜 그런 표정으로 나를 봐주었나요. 지속하지 못할 짓을 왜.
8 ◆gjjwFhe0oLf 2019/03/04 05:17:50 ID : crbzSHzO6Zf 0
처음부터 나를 밀쳤으면 절벽 끝으로 곤두박질 치지도 않았어요. 난 당신을 위해 모든 걸 버리고 가파른 벼랑 위에 발 끝을 걸치기로 했거든요. 차라리 다가오기도 전에 밀어버렸다면 나는 그저 진흙탕에 뒹구는 것으로 끝났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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