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XyZg46rxO1 2019/06/08 06:43:05 ID : 9inSFcratxW 0
내가 어릴때 외국으로 이민나가 살았던적이 있어. 초중고를 거기서 나왔는데 중학생때 부터인가, 치팅... 한국어론 부정행위라 그러나? 그걸 하기 시작한거야. 노력에 비례해서 나룸 성적도 잘 나오는데다 난 몇년동안 부정행위를 저지르면서 단 한번도 들킨적이 없었어... 그래서 처음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가도 좀 지나선 오히려 부정행위를 저지르고도 들키지 않은게 자랑인양 친구들에게 떠들어대곤 했었지...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운 얘기야.
2 ◆5XyZg46rxO1 2019/06/08 06:44:21 ID : 9inSFcratxW 0
그러다 10학년... 한국나이로 고1이 되었을 때였어. 여긴 civic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쉽게 말해서 시민의식? 뭐 이런걸 배우는거야. 한학기도 다 채우지 않고 중간에 다른 과목으로 바뀌어버릴 정도로 짧고, 내 의견, 내 기준으론 중요치도 않은 과목이었지. 무엇보다 좋은점은 그 과목은 시험을 컴퓨터, 그러니까 온라인으로 치뤘다는 거야.
3 ◆5XyZg46rxO1 2019/06/08 06:45:08 ID : 9inSFcratxW 0
난 그때 자부심에 쩔어있을 때였고... 거기다 컴퓨터로 시험을 친다? 난 당연하게도 부정행위를 저질렀지... 아예 당당히 다른 탭을 켜놓고 답을 찾아보고 그랬어. 처음 시험때는 들키지 않았어. 하지만 두번째 본날엔 걸렸었지.
4 ◆5XyZg46rxO1 2019/06/08 06:46:36 ID : 9inSFcratxW 0
그 선생님이 참 좋은 쌤이셨는데... 다른 애들이 듣지 못하게 나한테 그 탭을 닫으라고 하고는 나중에 시험이 끝난뒤, 날 애들이 없는 복도로 불러내셨어. 그때 정말 속상하다는 표정으로 쉬운 시험이었는데 왜 그랬냐고 물으시더라... 대답할수가 없었어. 부끄러움 역시 몰려왔지만 선생님들께 전체적으로 반항심이 강하게 들었던 당시의 나는 그때 처음으로 선생님한테 죄송하다고 느꼈어.
5 ◆5XyZg46rxO1 2019/06/08 06:47:35 ID : 9inSFcratxW 0
그때 난 차마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지. 선생님은 나에게 정말 속상하고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네 시험은 0점처리 할수밖에 없다고 하셨어. 그때 솔직히 조금 의아했어. 내 시험이고 내 성적인데, 대체 왜 선생님이 그렇게 속상해 보이시는지 말이야. 정말 철이 없었지.
6 ◆5XyZg46rxO1 2019/06/08 06:48:32 ID : 9inSFcratxW 0
하지만 나중에 좀 지나 부끄러움이 가시고 나자 괜히 선생님의 그 속상한 표정이 마음에 걸리는 거야.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고 나니까 내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이었는지를 깨닫게 됐어. 공부를 못하면 그냥... 시험을 못치면 못치는대로 치지, 왜 부정행위 같은걸 지금까지 저질렀을까-하고.
7 ◆5XyZg46rxO1 2019/06/08 06:49:51 ID : 9inSFcratxW 0
선생님께는 죄송한 마음에 방과후에 이메일을 드렸어. 제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공부를 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렇개 하면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줄까 싶었다고.(이건 사실이지만) 물론 난 내 행동을 정당화 시킬 생각은 없고 내 행동이 잘못되고 부끄러운걸 안다고. 오히려 반에서 조용히 불러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야.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어.
8 ◆5XyZg46rxO1 2019/06/08 06:50:50 ID : 9inSFcratxW 0
선생님은 내가 한 행동이 정말 용기있는 행동이었고, 앞으로 힘내라는 말을 하며 답장을 주셨어. (그때가 학기 막바지라... 과제가 많이 몰려있을 때였어) 용서한다와 같은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거면 충분했지. 난 정말 죄송했고 또 감사했어.
9 ◆5XyZg46rxO1 2019/06/08 06:53:30 ID : 9inSFcratxW 0
문제는 이거였어. 내가 사는 곳은 수능을 치르는것이 아니라 11학년(고2), 그리고 12학년(고3) 때의 성적표를 보고 원하는 대학에 지원서를 넣는거야. 심지어 이 성적표들은 취업할때 보기도 하지. 근데 간혹 10학년도 성적표를 보는데가 있단 말이야? 그래서 난 매우 불안해졌어. 선생님이 내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말 한마디만 쓰시면, 그러면 난 제대로 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학생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걸 성적표에 적어놓지 않을 선생님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난 솔직히 체념했었어. 그래, 내가 잘못한거잖아. 누구한테 불평을 하겠어. 다 내 잘못이고 내가 자처한 일이지.
10 ◆5XyZg46rxO1 2019/06/08 06:54:22 ID : 9inSFcratxW 0
그냥 이젠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어. 이제 인생 망하겠지만 그건 결국 내가 자처한 일이잖아. 하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한거잖아. 근데... 막상 성적표를 받아드니까 그런 말은 일체 써있지가 않는거야.
11 ◆5XyZg46rxO1 2019/06/08 06:55:16 ID : 9inSFcratxW 0
두루뭉술하게 한줄 정도 써있긴 했지만 그건 나랑 선생님, 그러니까 그 일을 아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 지문을 읽고 "아, 얘가 부정행위를 저질렀구나" 하고 알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어. 제일 심해봐야 그저 수업시간에 좀 떠들었던 애-정도로 보일까 말까한 정도.
12 ◆5XyZg46rxO1 2019/06/08 06:56:31 ID : 9inSFcratxW 0
사실 이런건 쓰는게 맞잖아. 부정행위를 저질렀는걸. 그것도 당당하게. 그래서 난 성적표에 선생님의 코멘트를 몇번이고 받은 자리에서 읽고, 읽고, 그리고 또 읽어봤어. 다행스럽게도 내용은 변하지 않더라고. 선생님이랑 눈을 마주치자 선생님이 웃어주시는데 정말... 눈물이 나올뻔 하면서 정말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했었지 그때...ㅋㅋㅋㅋ
13 ◆5XyZg46rxO1 2019/06/08 06:57:14 ID : 9inSFcratxW 0
나중에 그 성적표를 받아들고 반에서 나오면서 난 선생님께 가볍게 목례를 하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어. 당연하지만 외국에선 목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는 애들도 있었지. 하지만 어쩌겠어. 그만큼 감사했는걸.
14 ◆5XyZg46rxO1 2019/06/08 06:58:30 ID : 9inSFcratxW 0
그때 정말 마음 다잡고 학교생활 잘 하자, 저딴 짓 하지 말고 내 실력으로 제대로 시험 보자,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어.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시험이건 뭐건 부정행위는 저지르지 않았어...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하는거지. 하지만 난 어쩌면 그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대학에 가서도 계속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들켜서 쫓겨나거나 했을지도 몰라.
15 ◆5XyZg46rxO1 2019/06/08 06:59:30 ID : 9inSFcratxW 0
뭐, 나름 감동적으로 포장했지만 결국은 난 잘못을 저질렀고, 그를 본 선생님이 눈 감아 주었으며, 난 그 덕에 다시는 그 잘못을 반복해서 저지르지 않으며 살고 있다는 얘기야. 멋도 없고 뭣도 없는 얘기지.
16 ◆5XyZg46rxO1 2019/06/08 07:01:37 ID : 9inSFcratxW 0
정말... 여기 혹시라도 시험칠때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친구들이 있다면 당장 그만두길 바랄게. 난 내 잘못을 제대로 직면하고 그를 포기하는데까지 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너희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그때 부정행위를 저지른걸 후회하냐고 하면 그건 아니야. 그냥 "그때 그런 짓도 했었지." 하는 학창시절의 철없던 기억으로 남았을 뿐이니까. 하지만 나에게 그때로 돌아가 또 부정행위를 저지르겠냐고 묻는다면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지 않겠다고 답할거야. 기회만 있다면 정말 그러고 싶고.
17 ◆5XyZg46rxO1 2019/06/08 07:02:50 ID : 9inSFcratxW 0
뭐 그냥... 이런 일이 있었어. 문득 그때 일이 생각나서 썰 한번 풀어봐. 뭐 꼴에 좋은 선생님 덕에 십년감수했다면서 자랑하거나 하는건 절대 아니고, 그냥 나는 이런 짓을 했었고, 또 너희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야. 그냥 심심해서 썰을 풀어본것도 있고...
18 이름없음 2019/10/04 15:25:03 ID : 5866i1a5Xy3 0
그래도 말을 한번에 알아듣다니 그 샘도 기쁘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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