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a08lzVhtba 2019/06/16 15:55:00 ID : Mrs66mJQlfR 4
6년 전, 우리집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가고..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바람이나 쐴겸 밖으로 나왔다가 짝녀를 만났어.
2 ◆ta08lzVhtba 2019/06/16 15:58:28 ID : Mrs66mJQlfR 0
갈색빛도는 긴 생머리가 너무 예뻤어. 사람을 홀리는 그런 얼굴이었지. 나도 모르게 짝녀를 따라가게 되더라.. 큰 계단을 올라갔었는데 집이 있었어. 아마 절이었던것 같은데..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 주변에 있던 큰 나무들에게 한눈팔고 있는 사이에 짝녀가 사라져버렸어.
3 ◆ta08lzVhtba 2019/06/16 16:00:26 ID : Mrs66mJQlfR 0
그때시절 겁이 많았던 나는 얼른 계단 밑으로 내려가려고 몸을 돌렸지. 근데 짝녀가 내 앞에 서 있더라. 무서워서 비명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어. 그냥 짝녀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지. 잠시 뒤에 짝녀가 나지막한 말투로 말했어 "너 누구야?"
4 ◆ta08lzVhtba 2019/06/16 16:04:11 ID : Mrs66mJQlfR 0
처음엔 대답을 할 수 없었어. 날 도둑으로 봤으면 어쩌지? 신고당할려나? 근데 내 모습이 도둑같아 보일려나? 귀신이면 어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날때 짝녀가 웃으면서 내게 말했어. "몇 살이니?" "열 네살.." 내가 대답을 하자 살짝 웃으면서 "동갑이네?" 라고 말했어. "근데 여긴 왜 올라왔어? 난 너 처음보는데.." "오늘 이사왔는데.. 그냥 궁금해서 올라왔어.." 생각해보면 그때의 난 정말 찌질했었지.
5 이름없음 2019/06/16 16:04:24 ID : eE3va5Vbxvi 0
ㅂㄱㅇㅇ
6 ◆ta08lzVhtba 2019/06/16 16:07:25 ID : Mrs66mJQlfR 0
"이사왔구나! 그럼 우리학교로 전학오겠다!" 짝녀가 내 손을 잡고 활짝 웃었어. 나도 덩달아 웃으면서 대답했지. 그 지역은 중학교가 한 곳 뿐이었거든. 사람도 많은 편은 아니었어. 그 후로 나랑 짝녀는 친해지기 시작했어. 그 날 우리집에 와서 짐 나르는 것도 도와주고, 같이 저녁도 먹고, 짝녀네 집에 놀러가기도 했어. 큰 계단 위, 그 집이 알고보니 짝녀네 집이더라? 할머니와 단 둘이 산다고 했었는데, 할머니는 몸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신다고 했어. 난 그저 이사오자마자 친한 친구가 생긴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지.
7 ◆ta08lzVhtba 2019/06/16 16:10:57 ID : Mrs66mJQlfR 0
전학가고 나서도 짝녀와 친하게 지냈고, 다른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 서울에서 이사온 날 신기하게 보더라고? 많은 친구들과 친해지고 어울렸지만, 짝녀와는 남다르게 친했어. 맨날 등하교를 같이할 뿐만 아니라 하루 세 끼를 같이 먹었고, 남는 시간이면 우리집이나 짝녀네 집에서 하루를 보냈어. 학교에서 두명씩 짝 지으기를 할 때면 항상 나랑 짝녀였어.
8 ◆ta08lzVhtba 2019/06/16 16:13:59 ID : Mrs66mJQlfR 0
근데 좀 이상한 부분은 내가 남자애들이랑 말을 섞을때마다 짝녀가 와서 방해를 했었어. 인사만 해도 옆에 와선 남자애한테 "우리 레주랑 말 섞지 마." 라고 말하곤 빙그르르 웃으면서 날 데리고 어디론가 가곤 했지. 그 시절 어렸던 난, 내가 남자친구가 생겨버리면, 짝녀가 외로워할까봐 그냥 그러려니 했던것 같아. 정말 어렸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중학교3학년. 16살이 됐어.
9 ◆ta08lzVhtba 2019/06/16 16:16:36 ID : Mrs66mJQlfR 0
이번해만 지나면 고등학생이구나~ 하고 설레어 했었어. 그때 같은반 남자아이 때문에 나와 짝녀는 처음으로 싸우게 되었지. 난 중학생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남자애가 생겼어. 같은 반에 호연(가명)이라는 남자애였는데 키도 크고, 잘생기고, 장난꾸러기였지만 공부도 잘하는 남자아이였어.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 호연이를 좋아했던 여자애들도 많았던것 같아.
10 ◆ta08lzVhtba 2019/06/16 16:19:26 ID : Mrs66mJQlfR 0
그 남자애 가명을 정하니까 짝녀 가명도 만들고 싶네.. 화연이라고 할게. 화연이랑 호연이는 사이가 정말 안좋았어. 처음부터 그런건 아닌데, 내가 화연이한테 처음으로 호연이가 좋다고 말한 그 순간부터였던것 같아.. 화연이는 호연이가 눈에 띄기만하면 시비를 털었지. 학교 복도를 지나가다 마주치기만 해도 째려보거나 재수없다고 말했어. 호연이도 그 말을 듣고만 있진 않았어.
11 ◆ta08lzVhtba 2019/06/16 16:22:11 ID : Mrs66mJQlfR 0
결국 치고박고 싸웠지. 코피가 날 정도로 말이야. 오히려 화연이가 싸움에서 이길때가 많았어. 키가 170이 넘었고, 말라서 가녀려보여도 결국 다 잔근육이라 힘도 호연이만큼 장난아니였거든. 긴 여신머리에 사람을 쏘아보는 그 눈빛도 기가 팍 죽어버릴 정도로 무서웠어. 그래서 내가 화연이와의 첫만남에서 귀신이라고 착각한걸지도 몰라. 그래도 정말 예뻤어. 나중에 알게 된 얘기로는 호연이가 화연이를 좋아했었다더라
12 ◆ta08lzVhtba 2019/06/16 16:24:07 ID : Mrs66mJQlfR 0
아무튼.. 어느날이였어. 화연이네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어. 카톡이 울리길래 폰을 보니까 호연이한테 와있더라? 화연이랑은 자주 싸웠어도, 난 호연이를 계속 좋아하고 있었어. 그날부터 난 화연이 몰래 밤마다 호연이와 카톡을 했어. 학교에서도 화연이 몰래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알게모르게 장난도 많이 쳤어.
13 이름없음 2019/06/16 16:25:34 ID : Buk02oFa5Ru 0
ㅂㄱㅇㅇ!
14 ◆ta08lzVhtba 2019/06/16 16:27:08 ID : Mrs66mJQlfR 0
그렇게 한두달 정도 지났을때였어. 난생 처음으로 고백을 받았지. 그땐 정말 심장이 두근거렸고 행복했어.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고백받고 사귀는게 흔한일은 아니잖아? 당장이라도 화연이한테 '나 호연이랑 사귀게 됐어!' 라고 말하고싶었어. 근데 둘이 사이 안 좋다는걸 생각하니까 관 두게 되더라... 나랑 호연이는 비밀연애를 하기로 했어. 괜히 시끄러워지는게 싫었거든, 삼년동안 비밀없이 지낸 화연이한테 비밀을 만드는게 미안했지만, 그때의 난 호연이와의 비밀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곤, 비밀연애를 시작했어
15 ◆ta08lzVhtba 2019/06/16 16:30:28 ID : Mrs66mJQlfR 0
근데... 뭐, 오래가지 못했지. 눈치백단 화연이를 속일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어. 어떻게 알았는진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랑 호연이가 사귄다는걸 바로 눈치채고 물어보더라. "레주 너 호연이랑 사겨?" "아니.." "거짓말 치지마. 너, 난 못 속여." 지금도 그렇지만 난 거짓말을 정말 못했어. 그때 화연의 질문에도 거짓으로 대답하는건 실패하고 말았지. "응..사겨." 화연이는 정말 화가났었어.
16 ◆ta08lzVhtba 2019/06/16 16:34:29 ID : Mrs66mJQlfR 0
"와 너 어떻게 걔랑 사귈수가 있어? 그것도 날 속이고?" "비밀연애하기로 했어." "적어도 나한텐 말해줄 수 있잖아" "호연이가 싫어해.." 내 말 실수였어. 방과후 단 둘만 남아있는 텅 빈 교실에서, 날 보고있는 화연의 그 눈빛을 생각하면 아직도 등이 따끔거려. '그래 나였어도 화났을거야. 나까지 속이고 화연이가 비밀연애를 하고 있었다면 나도 화가 났겠지.. 나랑 화연이가 얼마나 친한데.' 라고 생각했어.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17 ◆ta08lzVhtba 2019/06/16 16:40:34 ID : Mrs66mJQlfR 0
"미ㅇ" "앞으로 말 걸지 마." "뭐?" "앞으론 나한테 말 걸지 말라고. 장호연 그새끼랑 잘 지내라고." 화연이는 거칠게 가방을 들어 매고 교실문을 열었어. 잠시 주춤거리더니 돌아보고는 슬픈 표정을 지었어. "걔랑... 절대 헤어지지 마." 이 말을 끝으로 문을 쾅 닫고 가버렸지. 그렇게 화연이가 가버리고 난 벙쪄서 가만히 서있다가 눈물이 터져버렸어. 아아.. 남자 하나때문에... 내 말실수 하나 때문에.. 이렇게 3년동안 정말 아꼈던, 세상에서 제일 친했던 친구와 인연이 끊기는구나... 그 자리에 앉아서 그냥 쉴세없이 울었어. 해가 거의 질 무렵 울음을 그치고 혼자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어. 곁에 화연이 없는 하교길은 공허했고, 심심했고, 새하얗기만 했어.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고, 집에 가서도 "화연이는?" 라는 엄마의 질문을 무시한채 방에 틀어박혔어. 그날은 호연의 카톡도 연락도 다 씹었지.
18 이름없음 2019/06/16 16:41:54 ID : JWjclg2Mkk2 0
ㅂㄱㅇㅇ..
19 ◆ta08lzVhtba 2019/06/16 16:45:43 ID : Mrs66mJQlfR 0
저녁을 거르고, 날 걱정하시는 엄마한테 처음으로 소리질렀어. 물론 다음날 아침에 죄송하다고 했어. 원래는 아침마다 화연이 우리집에 와서 같이 아침을 먹고 등교를 했었어. 근데 역시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라. 아침도 거르고 혼자 등교를 했어. 등교를 하면서도 화연이 혼자사는데 끼니는 챙겨 먹었을려나..? 어제 혼자 시간 보냈을텐데 심심하진 않았을려나..? .... ..나 때문에 울진 않았을려나... 머릿속은 온통 화연이 생각 뿐이었어.
20 ◆ta08lzVhtba 2019/06/16 16:50:52 ID : Mrs66mJQlfR 0
교실에 들어가니, 화연은 학교에서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랑 아무일도 없단 듯이 웃으면서 놀고있었어. 그걸보곤 난 좀 화가 났어. 난 어제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이 울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데.. 넌 왜 아무일도 없단듯이 웃고있어? 정말 화가 났었지. 화연이를 만나면 당장 사과해야겠단 생각이 다 무너져내렸어. 호연이 내게 와서 "레주야 눈이 왤케 부었어.. 어제연 락도 안보고.. 무슨 일 있었어?" 라면서 달래줬어. 화연을 쳐다보니 그런 나와 호연을 보고있더라. 정말 슬픈 눈으로... 나랑 눈이 마주치자 냉큼 시선을 피했어. 호연이한텐 어제 엄마랑 싸웠다고 둘러대곤 자리에 가서 앉았어. 호연이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내 자리까지 따라왔어. 내 옆자리.. 화연인데...
21 ◆ta08lzVhtba 2019/06/16 16:53:52 ID : Mrs66mJQlfR 0
친구들이 날 보고 인사했어. "레주야 안녕!" "레주 안녕~!" "근데 레주야.. 너 울었어?" 한 친구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어. 호연이 그 친구를 보곤 아무일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했어. 그래.. 비밀연애인데 너무 티내고 만거야.. 친구들은 호연이보고 너가 뭔데 레주 신경쓰냐, 레주 좋아하냐, 레주랑 사귀냐 등등 놀려대기 시작했어. 그 사이 화연은 호연이를 쏘아보며 말했어. "재수없는놈." 그리고 그 날 호연이와 화연이는 크게 싸웠어.
22 ◆ta08lzVhtba 2019/06/16 16:55:33 ID : Mrs66mJQlfR 0
그 어느때보다 더 크게. 전에는 어느정도 감정을 컨트롤하던 화연이 매섭게 호연에게 달려들며 화냈어. 딱히 화낼 내용도 없었어. 그냥 대부분이 욕이었지. 호연이도 마찬가지로 왜 갑자기 지랄이냐며 서로 얼굴을 할퀴고, 발로 차고 그러면서 싸웠어. 주변 친구들은 그 둘을 말렸지만 도통 잘 되지 않았어. 거기서 내가 나선거야.
23 ◆ta08lzVhtba 2019/06/16 17:02:11 ID : Mrs66mJQlfR 0
"이화연 너 그만해." 호연의 앞을 막아서자 그제서야 멈추더라. 날 보고 픽 웃었어. "너... 진짜 나쁜년인거 알아?" "내가 왜 나빠." "너 진짜 나쁜년이야. 그냥 나쁜년이야." 난 너무 어이가 없었어. 고작 비밀연애 그거 하나 했다고, 이정도까지 화내는건가? 비록 본인과는 사이가 안 좋았어도, 내가 좋아하던 애랑 사귀게 된건데.. 축하해주지 못할망정 호연이에게 폭력을 휘두를 정도로 화가 나는 상황인건가? 난 화연에게 화를 냈어. "내가 왜 나빠? 나쁜 건 너겠지. 내가 호연이 좋아하는거 뻔히 알면서 맨날 시비트고, 나랑 가까이 못 있게 하고.. 축하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화만 내고.." 그래,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한건 별로 없더라. "난 너랑만 비밀있어? 다른 애랑도 비밀 만들면 지켜야 하는게 맞는거잖아. 언제까지 너한테 모든 비밀을 말하고 맞춰줘야 돼?" 주변 친구들은 하나도 신경 안쓰고 그냥 막 내뱉었어. 조용한 교실 속에서 내 목소리만이 가득 찼어.
24 이름없음 2019/06/16 17:02:19 ID : eE3va5Vbxvi 0
ㅂㄱㅇㅇ!,!
25 ◆ta08lzVhtba 2019/06/16 17:05:27 ID : Mrs66mJQlfR 0
그 말에 화연인 딱 한마디만 말했지 "너가 너무 싫어." 라고... 근데... 근데 화연이의 눈은.. 정말 슬퍼보였다? 내가 조금만 더 화내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처럼.. 너무 슬퍼보였어. 그런 표정은 전날 본 표정과는 비교도 안됐고, 화연이와 지내면서 처음보는 모습이었어. 내가 싫다면서.. 화난 표정도 아니고,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지어? 울음 꾹 참는 그 목소리로 한마디를 하곤, 교실 밖으로 나갔어. 상황은 그렇게 종료됐어. 수업 내내 들어오지 않았고, 선생님 말씀으론 양호실에서 자고있다고 하셨어. 친구들은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못했고, 그 날 밤 나는 호연이한테 이별을 고했어.. 호연이도 별 말 안하고 그냥 그러자더라..
26 ◆ta08lzVhtba 2019/06/16 17:09:43 ID : Mrs66mJQlfR 0
다음날 학교에 갔을때, 화연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 병결이더라고. 괜히 나때문이라는 생각에 자책감 들고 애들 눈치만 보였어. 근데 역시 소문은 소문이더라.. 이미 소문이 쫙 나버린거지. '스레주가 남자 때문에 삼년지기 친구를 버렸다' 라고.... 같이 다니던 친구들도 그 소문을 고스란히 믿고 있었고, 호연이마저 한번도 날 쳐다보지 않았어. 날 쏘아보는, 째려보는 그 시선들이 날 점점 어두운 우물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은거야.
27 ◆ta08lzVhtba 2019/06/16 17:12:04 ID : Mrs66mJQlfR 0
그날부터 내 자존감은 급속도로 하락하고 바닥을 기었어. 화연이는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왔지만, 날 보곤 그냥 무시했어. 가끔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마주칠 뿐이었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상한 소문까지 퍼지고... 아무생각없이 혼자 다니기 시작했지. 우리학교가 핸드폰을 내지 않는다는게 정말 다행이었어. 핸드폰까지 없었다면 쉬는시간 점심시간 내내 너무 힘들었을텐데 말야.
28 ◆ta08lzVhtba 2019/06/16 17:16:05 ID : Mrs66mJQlfR 0
처음엔 밤마다 거의 울었어. 호연이랑 헤어졌다는 것 보다.. 학교에 같이 다닐 친구가 없다는것보다... 거짓소문이 퍼졌다는것 보다... 화연이와 더이상 친구로 지낼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어...
29 ◆ta08lzVhtba 2019/06/16 17:17:48 ID : Mrs66mJQlfR 0
근데 역시 시간이 약인지 하루가 지날수록 울지도 않았고 집에서 드라마나 보며 웃는 시간이 많아졌어. 학교에서도 맨날 이어폰끼고 예능이나 영화, 드라마만 봤어.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어.
30 ◆ta08lzVhtba 2019/06/16 17:20:32 ID : Mrs66mJQlfR 0
나랑 화연이는 같은 고등학교를 가게 됐어. 나랑 화연이만 다니던 중학교에서 거리도 멀었고, 근처에 제일 가까운 고등학교가 여고 하나였거든. 우리중학교에서 그 여고에 간 학생들은 별로 없었는데, 그중에 나랑 화연이 그 여고에 가게됐어. 처음엔 되게 걱정했는데 고등학교 가서도 친구 사귈 생각은 안하고 있어서 그 걱정마저 뭐, 바로 사라졌지.
31 ◆ta08lzVhtba 2019/06/16 17:22:19 ID : Mrs66mJQlfR 0
화연이와 싸우고 난 뒤부터 친구를 사귀는게 무서웠어. 다시 싸우게 될까봐 무서웠고, 화연이가 너무나도 친했기 때문에, 그만큼 받은 상처도 컸기 때문에 다른 친구를 사귀더라도 내 공허한 마음이 채워질것 같지 않았어. 그래서 고등학교 입학날부터 혼자 다니기로 결심했지. 화연이와 같은반이 되었는데, 신경쓰지 않도록 노력 했어.
32 ◆ta08lzVhtba 2019/06/16 17:23:58 ID : Mrs66mJQlfR 0
난.. 정말 노력했어. 화연이랑 부딪히지 않기위해, 다른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기 위해, 쉬는시간엔 평소보다 더 열렬하게 드라마를 봤고, 말 걸려하는 친구들이 보이면 화장실로 도망갔어. 자연스럽게 혼자가 된 나는 앞으로도 쭉 그러길 바랐어. 정말 그러길 바랐는데...
33 ◆ta08lzVhtba 2019/06/16 17:26:36 ID : Mrs66mJQlfR 0
말을 걸어오더라. 화연의 무리가 나한테 와서 같이 놀자 그러더라? 화연이도 아무일 없다는듯이 날보고 웃더라?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나한테 오랜만이네. 하면서 웃더라? 미친년이라고 생각했어. 또라이라고 생각했어. 말 걸지 말라고 하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그 무리에 자연스럽게 끼게 됐어. 난 말도 많이 하지 않았고, 그 무리에서 그냥 떠돌아다니기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34 이름없음 2019/06/16 17:27:21 ID : vhar9jtii2p 0
ㅂㄱㅇㅇ
35 ◆ta08lzVhtba 2019/06/16 17:32:45 ID : Mrs66mJQlfR 0
무리는 나포함 4명이었는데 친구들이 다 착해보였어.
36 ◆ta08lzVhtba 2019/06/16 17:32:57 ID : Mrs66mJQlfR 0
밥먹고 다시 올게.
37 ◆ta08lzVhtba 2019/06/16 17:34:07 ID : Mrs66mJQlfR 0
궁금한게 있으면 해도 돼.
38 이름없음 2019/06/16 18:08:07 ID : dvcpQmmnxu9 0
아직도 좋아해?
39 이름없음 2019/06/16 18:54:05 ID : O1imLfaoJU1 0
보고 있어! 글이 되게 잘 읽히네.
40 이름없음 2019/06/16 19:09:46 ID : 9bg2IE7cFa8 0
보고이ㅛ어 썰 더 많이 많이 풀어주라 몰입감이 장난아닌데?
41 이름없음 2019/06/16 19:42:12 ID : 4JRu7bB9g1B 0
헉.. 보고있어!
42 이름없음 2019/06/16 20:03:16 ID : eE3va5Vbxvi 0
언제오시나요 ㅠㅠ 레주야 기다리고 있어...
43 ◆ta08lzVhtba 2019/06/16 21:06:06 ID : Mrs66mJQlfR 0
미안 지금왔어. 응 엄청 많이 좋아해.
44 ◆ta08lzVhtba 2019/06/16 21:09:00 ID : Mrs66mJQlfR 0
김민지(가명)라는 친구는 예쁘고 꾸미는걸 좋아하고 남자들한테 관심이 많은, 영락없는 평범한 여고생이였어. 박유빈(가명)이라는 친구는 운동을 좋아하는 활발하고 재밌는 친구였지. 화연이는 어느새 이런 친구들을 사귄거야. 나 말고 다른 친구들과 하루하루를 보냈던거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난 그 두 친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그치만 티 내지 않고 다녔어.
45 ◆ta08lzVhtba 2019/06/16 21:10:16 ID : Mrs66mJQlfR 0
딱히 그 친구들과 같이 다니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어. 오히려 그 친구들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챙겨줬지. 이동수업, 쉬는시간, 점심시간, 체육시간 뭐 하나 빠짐없이 나에게 다가왔고 날 데리고 다녔어. 항상 무표정에 말도 별로 없던 날.... 그리고 그 무리엔, 화연이도 함께였어.
46 ◆ta08lzVhtba 2019/06/16 21:14:10 ID : Mrs66mJQlfR 0
처음엔 그냥 무시하려고 애를 써봤지만, 생각보다 날 너무 잘 챙겨주는 화연이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어. 중학생때처럼 날 보며 웃는 미소,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그러면서 나에게 다가올때에 그 표정과 제스처 뭐 하나 빠짐없이 똑같았어.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나한테 화 난거 아니였나? 친구들이 나랑 친하게 지내려고 하니까 어쩔수 없이 다가오는건 아닐까? 그런 의문들이 점점 쌓여갔어.
47 ◆ta08lzVhtba 2019/06/16 21:17:28 ID : Mrs66mJQlfR 0
화연이를 더 피해야겠다! 라고 다짐한 순간부터 화연이는 더 대놓고 나에게 다가오더라. 피하려고 해도, 피할수가 없었어.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있으면 내 옆자리에 앉아선, 턱을 괴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던가.. 본인이 과자를 가져오면 친구들이 달라고 하는 말들은 다 무시해놓곤, 나한테 와가지곤 과자를 먹여주려고 한다던가.. 이상한 일들이 정말 많았어. 두 친구들보다 나를 더 챙겨줬고, 더 말을 걸었어.
48 ◆ta08lzVhtba 2019/06/16 21:20:48 ID : Mrs66mJQlfR 0
그럴때마다 난 당황했고, 회피했고, 도망가려고만 했어. 그치만 그럴수록 화연이는 한 발짝 한 발짝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지. 그러던 어느날이였어. 학교에서 실습으로 요리를 하게 됐는데 조를 짜서 각자 역할분담을 했어. 난 야채 다지기 역할을 맡았어. 칼질을 잘 하는 편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집에서 엄마가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워봤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안되더라ㅋㅋ 베이고 말았지.
49 ◆ta08lzVhtba 2019/06/16 21:25:19 ID : Mrs66mJQlfR 0
아팠는데 쪽팔려서 소리를 낼 수 없었고, 무표정으로 베인 손가락을 쳐다보기만 했어. 아무도 내가 칼에 베였다는걸 눈치채지 못했어. 근데 그걸 화연이가 봐준거야. "야 스레주!!" 화연이는 본인이 하고있던 일을 쳐다도 안보고 나한테 달려왔어. 두 손으로 내 팔을 잡곤 손가락을 쳐다봤어.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어. "병신이야? 이런거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칼질을 너가 왜 맡아?" 거칠게 말했어. 애가 원래 거칠다 보니까 중학생때는 몇번 그랬어도, 고등학교에 오고 나선 나한테 거칠게 대한적은 없었는데.. 난 좀 놀랐어도, 이상하게 화가 나거나 하지 않았어.
50 ◆ta08lzVhtba 2019/06/16 21:28:01 ID : Mrs66mJQlfR 0
선생님께서도 내 손가락을 보곤 놀래시면서 양호실에 가라고 하셨어. 그 날 화연이가 날 양호실에 데려다 줬어. 고등학교에 입학 한 후 처음으로 단 둘이 있게 됐어. 양호실선생님께선 점심을 먹으러 가셨던 것 같았어. 화연이는 날 침대에 앉히곤 연고와 밴드를 찾더니 내 손가락을 조심스레 치료해줬어. 오랜만에 느껴보는 화연이의 따듯한 손길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대더라?
51 ◆ta08lzVhtba 2019/06/16 21:32:34 ID : Mrs66mJQlfR 0
내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고 있는 화연이를 보고선 그동안 참고 참았던 의문들을 하나씩 물어봤어. "이화연." "이젠 성붙여서 부르기로 한거야?" 중학생때 화연이와 싸운 이후, 처음으로 불러본 너의 이름. "화연아." "응. 레주야." 나... 너가 너무 그리웠어. 말하고 싶었지만 절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한 마디. "너 나한테 화났잖아." "응." "왜 갑자기 나랑 다녀?" "그냥." "그냥이라니." 내 손가락에 밴드를 깔끔하게 붙여준 화연이는 내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리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어.
52 ◆ta08lzVhtba 2019/06/16 21:40:04 ID : Mrs66mJQlfR 0
예쁘게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말하더라. "너가 너무 보고싶었어." "그래도 나한테 화났잖아." "화난것보다 보고싶은 마음이 더 커." 그 말을 듣곤 눈물이 핑 돌더라. 감동받아서 였을까? 아니면 화가 나서 그런거였을까? "왜 울어."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을 화연이 손으로 조심 조심 닦아줬어. 너 나한테 화났잖아. 날 보고 그냥 지나치고, 혼자있는 내 앞에서 보란듯이 다른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지내고, 내 헛소문도 다 무시하고 다닐만큼 나한테 화났잖아. 근데 이제와서 내가 보고싶었다고? 그동안 힘들어 했을 내 마음들은 하나도 신경 안쓰여? 너가 그 말 하면 내가 다행이다 하고 좋아할 줄 알았어? 근데 어떡하냐.... 너무 좋은데... "너 화 안풀렸는데... 나랑... 친하게 지내면... 너도 힘들고... 나도..." "ㅋㅋㅋㅋ뭐라는거야. 울음 그치고 말해." 끅끅거리며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던 나를 달래주었어.
53 ◆ta08lzVhtba 2019/06/16 21:43:56 ID : Mrs66mJQlfR 0
나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어.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어. 사랑스럽게 날 쳐다보는 네 눈빛때문에 할 말을 잃었거든. "근데 나 처음보네?" 화연이는 흘러내린 내 머리카락을 귀에 걸어주며 말했어. "뭐를..?" "우리 레주 우는 모습." 화연이는 정말 예쁘게... 어느때보다도 따듯하게 미소를 지었어. 나도 함께 웃었지. 음... 지금 생각해보니 웃을 상황은 아니였던것 같아.
54 ◆ta08lzVhtba 2019/06/16 21:48:01 ID : Mrs66mJQlfR 0
잠시 뒤 양호선생님이 돌아오시고 화연이는 실습을 마저 하러가려고 했어. 근데 양호선생님깨서 다급하게 화연이를 부르시더니, 팔을 잡으시고 뒷꿈치를 확인하셨어. "학생, 학생도 여기 베였어." 알고보니 화연이가 나한테 다급하게 달려오다가 뒷꿈치를 칼에 베였었더라. 그날 점심시간 화연이와 민지,유빈이랑 급식실 줄을 스고 있었어. 난 화연이한테 조용히 물어봤어.
55 ◆ta08lzVhtba 2019/06/16 21:52:21 ID : Mrs66mJQlfR 0
"중학생때... 나한테 왜 화났던거야.. 진짜 너한테 비밀연애 말 안해서 화난거야?" 화연이는 지긋이 날 바라봤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나긋하게 대답했어. "비밀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미소를 지어보이곤 시선을 돌렸어. 비밀이라니. 너무 답답했어. 그 찰나에 민지랑 유빈이가 나를 보곤 놀라며 호들갑을 떨었어. "나 레주가 누구한테 먼저 말 거는거 처음 봐!" "게다가 그게 이화연이야! 난 화연이가 자꾸 레주 귀찮게할때마다 표정이 안좋아서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게. 근데 둘이 무슨 말 했어?" 민지랑 유빈이는 나와 화연이를 번갈아보며 말했어.
56 ◆ta08lzVhtba 2019/06/16 21:55:50 ID : Mrs66mJQlfR 0
어리바리하던 나의 어깨를 한손으로 감싸 안으며 화연이는 대답했어. "너네들은 알면 안되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민지랑 유빈이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어. "나랑 레주는 비밀같은거 없거든." 방금까지 나한테 비밀이라며...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화연이를 쳐다봤어. 화연이는 그런 날 보며 귀엽다는 듯이 푸흐흐 하고 웃었어.
57 ◆ta08lzVhtba 2019/06/16 22:00:06 ID : Mrs66mJQlfR 0
그리고 그 날, 정말 오랜만에 나와 화연이는 같이 하교를 했어.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화연이와 싸운 이후, 조용한 그 거리를 혼자 걸어갈때마다 힘이 푹푹 빠지고 우울했었는데, 화연이와 함께가는 그 거리가 갑자기 시끄러워진것 같고, 한층 밝아보였어. "오늘은 우리집에서 놀고 가." 화연이가 말했어. 가슴이 뛰었어. 화연이네 집에서 다시 놀게 되다니...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내 자신도 모르게 바라왔던 그 순간이었어.
58 이름없음 2019/06/16 22:00:44 ID : 2lcq3WqjfRD 0
헐 동접!! ㅂㄱㅇㅇ!!
59 ◆ta08lzVhtba 2019/06/16 22:02:08 ID : Mrs66mJQlfR 0
"응!" 오랜만에 보는 큰 계단. 우리집에 가는 길이면 어쩔 수 없이 봐야하는 계단이지만, 일부러 계단 위를 쳐다보거나 하지 않았기에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어. 계단위를 한칸한칸 올라가고 화연이네 집 문도 조심조심 잡아열었어. 마치 처음와보는 집처럼, 모든것을 소중히 했어.
60 ◆ta08lzVhtba 2019/06/16 22:08:51 ID : Mrs66mJQlfR 0
"할머니는 잘 계셔?" 내 질문에 화연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더니 빙긋 웃으며 힘겹게 말했어. "네 달 전쯤에 돌아가셨는데." "뭐..?" 화연이네 집엔 정적이 흘렀어. 그리고 잠시 뒤에 난 눈물을 흘려버렸어. 화연이는 당황하면서 휴지를 꺼내 내 눈가를 닦아줬어. "왜 또 울어.." 생각해보니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더라. 그 동안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혼자 집에 외롭게 있을 생각을 하니... 혼자 저녁을 먹었을 생각을 하니... 누구 하나 기댈 곳 없이 혼자 울었을 생각을 하니... 그만큼 할머니를 많이 아꼈던 화연이였기에.. 눈물이 났어.
61 ◆ta08lzVhtba 2019/06/16 22:12:03 ID : Mrs66mJQlfR 0
"넌.. 할머니 돌아가셔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난 그 동안 너 잊을려고 영화나 보고.. 웃고.." "푸흐흐, 괜찮아 괜찮아." "너 생각도 안하고.. 넌.. 기대서 울 사람도 없었을 텐데.." 내가 말 안했었는데, 화연이네 부모님께선 외국에서 일 하셔서 한국엔 화연이 혼자였거든. 아무튼 울며 말하는 내 모습을 보던 화연이는 날 꼭 안아줬어. 그리고 내 귓가에 속삭였어. "이제 있잖아." 난 울음을 뚝 그쳤어. 그 날은 화연이네에서 정말 재밌게 놀고, 집으로 돌아갔어.
62 ◆ta08lzVhtba 2019/06/16 22:15:36 ID : Mrs66mJQlfR 0
다음날 난 화연이보다 교실에 빨리 도착했어. 같이 등교하려나 싶었는데 화연이네 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야. 교실에 앉아있는데 민지가 내 앞에 와서 앉았어. "화났어?" "아니." "너 평소에 표정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몰라."
63 이름없음 2019/06/17 15:50:04 ID : 4Mi7e2IJSGt 0
스레주 돌아와..
64 ◆ta08lzVhtba 2019/06/17 18:49:10 ID : Mrs66mJQlfR 0
당연히 친구들을 멀리하던 내 겉모습이 다른이들에겐 무섭고 차가워 보일수 있었겠지. 다른 친구들이 아무리 잘 해줘도 딱히 정이 가지 않더라. 그냥 교실에 멀뚱히 앉아있는데 화연이가 과자 안봉지를 들고 교실로 들어왔어. 아... 또 나 주려고 하는건가 싶었지. 역시 예상이 빗나가지 않더라. 화연이 손에 들린 과자들을 보고 반애들이 달려들었지만 화연이는 꺼지라는 말만 반복하며 내 옆자리에 앉았어.
65 ◆ta08lzVhtba 2019/06/17 18:51:04 ID : Mrs66mJQlfR 0
그리고 맛동산 하나 꺼내들더니 내 입에 넣어주면서 활짝 웃었어. 그걸 지켜보던 애들은 화연이한테 화를 내며 왜 레주한테만 주냐! 레주를 좋아하는 거냐! 등등의 말들을 했지. 나도 솔직히 은근 기대했어. 조용히 화연이를 보고 있는데 화연이가 싱긋 웃으면서 내 귓가에 "응. 좋아해." 라고 말했어.
66 ◆ta08lzVhtba 2019/06/17 18:53:00 ID : Mrs66mJQlfR 0
말은 귓가에 했지만 목소리 크기는 반 모두가 들을 정도로 컸어. 나는 물론이고 반 아이들까지 놀랐지. "와 너 진짜 레주 좋아해?!" 친구들이 소리쳤고 난 두 눈이 동그라졌어. 화연이는 내 어깨에 손을 두르면서 크게 말했지. "그래! 레주 좋아한다 이것들아! 진짜 X나 좋아!!!"
67 ◆ta08lzVhtba 2019/06/17 18:55:05 ID : Mrs66mJQlfR 0
그때부터였던가.. 화연이를 보면 심장이 마구마구 뛰었어. 친구랑 있어서 좋은, 그런 두근거림이 아니라.. 성적으로 좋아하는 그런 두근거림이었어. 이전에 화연이랑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어. 아니 어쩌면 훨신 전부터 화연이한테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라. 난 화연이가 좋아져버린거야. 화연이도 나를, 나도 화연이를.
68 ◆ta08lzVhtba 2019/06/17 18:57:29 ID : Mrs66mJQlfR 0
친구들 말로는 그 날 이후로 내가 눈에 띄게 밝아졌대. 물론 안친한 애들한테 한없이 차갑고 냉정했지만, 민지랑 유빈이, 그리고 화연이한테 만큼은 태도가 달라졌었대. 가만히 있을땐 무표정인데 저 친구들이랑 있을 땐 웃기도 잘 웃고 말도 은근 많이 했었대. 특히 화연이랑 있을땐 말이 더 많아졌대. 사실 맞는것 같아. 그 이후로 중학생때처럼 등하교도 같이하고 하루 세끼를 같이 먹었어. 오랜만에 우리집에 온 화연이를 보곤 우리 엄마도 오랜만이라며 좋아하셨지.
69 ◆ta08lzVhtba 2019/06/17 19:00:14 ID : Mrs66mJQlfR 0
나랑 화연이는 정식으로 사귀자고 말하지 않았어도, 서로를 좋아한다는걸 알 수 있었어. 정말 이상한건, 내가 화연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했을때 여자인데 정말 좋아하는 건가? 라는 생각보단, 내가 화연이를 좋아하게 되다니.. 이런 생각만 했어. 여자인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어. 그냥 화연이가 너무 좋았어. 나한테 심한 장난을 쳐도, 나쁘게 굴어도, 이상한 짓을 해도 그것마저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어. 그리고 날 보는 화연이의 눈도 그랬어.
70 ◆ta08lzVhtba 2019/06/17 19:03:29 ID : Mrs66mJQlfR 0
쌍방이었지만 누가 먼저 고백하지는 않았어. 대신 시간이 흐를수록 화연이는 나를 시험했지. "나 좋아해?" "응 좋아해." "얼만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 ... 틈만 나면 나한테 물어봤어. 밥 먹기 전이나, 화연이네 놀러간 날이나, 화장실에 같이 갔을때나, 길을 걸을때나, 어느때나 갑자기 물어보곤 했어. 그럴때마다 난 좋아한다고 대답을 했지. 그럼 화연이는 빙그르르 하고 웃으면서 "난 사랑해." 라고 했어.
71 ◆ta08lzVhtba 2019/06/17 19:07:48 ID : Mrs66mJQlfR 0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 막바지가 되도록 화연이는 틈만나면 나 좋아해? 라고 물어봤어. 그럴때마다 좋아한다고 대답했지만, 조금씩 지쳐갔고 어느땐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되더라. 내가 좋아하냐는 대답을 듣지 못하거나 대답을 하지 못할때면 화연이는 화를 냈어. 가끔 장난으로 안좋아한다고 대답을 하면 힘으로 나를 제압하곤 얼굴을 들이밀며 다시한번 물어보기 시작했어. 진짜 나 안좋아하냐고.. 대답 똑바로 하라고...
72 이름없음 2019/06/17 23:44:05 ID : eE3va5Vbxvi 0
레주 어딨어!
73 ◆ta08lzVhtba 2019/06/18 07:40:01 ID : Mrs66mJQlfR 0
오늘은 바빠서 좀 늦을거같아
74 이름없음 2019/06/18 13:16:31 ID : u63SFjyZhdQ 0
나도 중학생때 좋아하는 여사친 있었는데ㅠㅠ 스레주 기다릴게!
75 이름없음 2019/06/18 22:55:13 ID : U7wE9xO2ldA 0
ㅂㄱㅇㅇ
76 이름없음 2019/06/21 18:52:28 ID : gZjwIMo5eY3 0
돌아와줘 ㅠㅠㅠ
77 이름없음 2019/06/23 04:36:39 ID : O1imLfaoJU1 0
보고 이써 스레주ㅠㅜ
78 ◆ta08lzVhtba 2019/06/23 22:43:54 ID : Mrs66mJQlfR 0
미안 할일이 산더미네. 이번주가 마감일이라.. 시간나면 올게
79 이름없음 2019/06/23 22:50:39 ID : gZjwIMo5eY3 0
기다릴게! 좋은 일만 있길 바래
80 이름없음 2019/06/23 23:14:42 ID : 6mE2si1g0k0 0
우와.. 계속 써줘 스레주 기다릴개ㅠㅠㅠ
81 ◆ta08lzVhtba 2019/07/02 18:16:54 ID : xxu4Grgrtjw 0
미안 정말 미안.. 다음주 수요일 아님 목요일에 돌아올게. 시간 날만 하면 자꾸 일이 생긴다. 7월 중순부턴 안바빠 질거같아. 기다려줘서 고마워
82 ◆ta08lzVhtba 2019/07/29 14:16:19 ID : Mrs66mJQlfR 0
7월 중순에 온다고 해놓고 끝나갈때 오게됐네.
83 ◆ta08lzVhtba 2019/07/29 14:16:31 ID : Mrs66mJQlfR 0
일단 이어서 쓰도록 할게.
84 ◆ta08lzVhtba 2019/07/29 14:16:59 ID : Mrs66mJQlfR 0
그럴때마다 난 장난인데 왜그러냐고 말했어. 그럼 화연이는 왜 그런 장난을 치냐며 나를 꼭 안아줬지. 화연이를 정말 좋아했지만 그럴때는 설레이는 감정이 들지 않았어. 반복되는 화연이의 질문에 지쳐가기 일수였고 지친 내 모습을 보고있는 화연이도 점점 지쳐가는게 눈에 보였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터졌어.
85 ◆ta08lzVhtba 2019/07/29 14:17:25 ID : Mrs66mJQlfR 0
민지가 다른지역에 있는 남고 애들이랑 소개팅을 하자고 한 말에 화연이가 수락을 해버린거야. 화가 났어. 나한테 감정이 식은건가? 아니면 내가 자신에게서 떠나갔다고 생각하는건가? 그것도 아니면... 과연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떠보기라도 하는걸까? ... 나도 모르는새에 화연이에 대한 실망감만 점점 커져갔어. 분명 화연이를 좋아했지만, 미워하는 마음도 있었지.
86 ◆ta08lzVhtba 2019/07/29 14:17:41 ID : Mrs66mJQlfR 0
왜 그랬을까? 아마 중학교시절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던걸까?
87 ◆ta08lzVhtba 2019/07/29 14:18:03 ID : Mrs66mJQlfR 0
민지와 유빈이 그리고 화연이는 그 소개팅에 가게됐어. 난 처음엔 갈 생각이 없었지만, 유빈이의 간절함에 대충 시간만 떼울려는 생각으로 받아들였지.
88 ◆ta08lzVhtba 2019/07/29 14:18:27 ID : Mrs66mJQlfR 0
화연이와 나는 등하교도 같이했고, 밥도 같이 먹었고, 학교가 끝나면 둘 중 아무집이나 가서 시간을 보냈어. 정말 예전과는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있었어. 그래, 경로만 같았지. 나와 화연이는 함께 길을 걸을때도, 서로 같이 있을때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너와 나 사이에 오가는 말은 그저 형식적인 "밥 먹을까?" "뭐 먹을래?" "영화볼래?" 같은 의미없는 말 뿐이었어.
89 ◆ta08lzVhtba 2019/07/29 14:18:42 ID : Mrs66mJQlfR 0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딴짓을 했어. 인터넷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숙제를 하거나 했지.
90 ◆ta08lzVhtba 2019/07/29 14:19:21 ID : Mrs66mJQlfR 0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로 서먹해질때쯤 소개팅에 가게됐어. 나는 유빈이와 화연이는 민지와 함께 걸었지. 친구들끼리 있을때 나만 챙기던 화연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보였어. 그래도 꾹 참았어.
91 ◆ta08lzVhtba 2019/07/29 14:19:40 ID : Mrs66mJQlfR 0
작은 카페에서 우리들을 기다리던 남고학생들을 만났어. 딱히 두근거림은 없었고 긴장되지도 않았지. 그저 한숨만 나오더라 나 왜 여기있지 하는 생각만 들었어. 화연이를 보니 싱글벙글 웃으며 남자들하고 인사를 나누고 있더라? 뭐가 그리 좋은거야? 그동안 나랑 있을때도 그렇게 안 웃어줬잖아. 나도 보란듯이 웃고싶었지만 멍청하게도 웃음은 나오지 않았어. 오히려 표정만 더 안좋아져갔어.
92 ◆ta08lzVhtba 2019/07/29 14:20:00 ID : Mrs66mJQlfR 0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갑갑해졌어. 앞에 남학생이 있는데도 난 화연이한테만 시선이 갔어. 뭔가 화연이도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게 조금씩 느껴졌어. 시간이 더 지나고 화연이는 잠시 화장실에 갔다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걸 본 나도 따라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어. 따라가서 뭘 어쩌려고 했는지도 나도 몰랐었지만, 그때 화연이를 따라간건 정말 잘한 일이었던거 같아.
93 ◆ta08lzVhtba 2019/07/29 14:20:19 ID : Mrs66mJQlfR 0
화연이가 화장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어. 곧 화연이가 손을 씻고 밖으로 나오는게 보였어. 난 기다렸단듯이 성큼성큼 다가가 화연이의 팔을 붙잡고 카페 밖을 나가버렸어. 화연이는 손을 뿌리치면서 뭐 하는거냐고 물었지.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어. 터져나올것만 같은 눈물을 머금고 차분하게 말했어. "뭐 하는거야?" "뭐가?" "소개팅 왜 간다했어?" "무슨말이 하고싶은거야." "뭐?" 어이가없더라.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죽을힘을 다해 참고있던 눈물이 나왔을까.
94 ◆ta08lzVhtba 2019/07/29 14:20:34 ID : Mrs66mJQlfR 0
"나 좋아하면서 왜 이런짓을 해? 장난하자는것도 아니고 대체 뭐 하자는건데?" "네가 날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허..." 너가 이러면 내가 불안한 감정을 느끼면서 너한테 더 매달릴거라고 생각한거야? 내 속에 파묻혀있던, 비참한 내 모습을 그렇게도 보고싶었던 거니? 화연이는 내 두 손을 잡고 고개를 푹 숙였어. "놔."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화연이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
95 이름없음 2019/07/29 14:43:24 ID : INvBhxSK5ht 0
ㅂㄱㅇㅇ
96 이름없음 2019/08/06 00:33:21 ID : IIHCnVbBcMp 0
언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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