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11 02:58:38 ID : 7AqrButumoJ 0
나는 올해 스무살. 작년 겨울부터 연락하는 남자애가 있었다. 계속 등장 할 예정이라 가명을 붙이자면 호수라고 할게. 걔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나는 내가 힘든 거나 걱정거리를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잘 말을 못하는 편이라서 그런 걔가 더 좋았는지도 몰라. 아무튼 1월 중반부터는 확실하게 호감이 있는 걸 알았다. 그래도 아무한테도 이야기 한 적은 없어. 호수는 아마 내가 관심있다는 걸 알았을거야. 호수는 처음에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았지만 1월 중반, 내가 마음을 인정할 때 쯤엔 걔도 나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았어.
2 이름없음 2019/08/11 03:01:05 ID : 7AqrButumoJ 0
나는 대학을 다니고 걔는 대학 대신 취업을 했어. 2월쯤 되니까 관심사라던지 일상이 달라졌지. 걔는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으니까 꾸준히 연락하는 것 외에는 얼굴 보기도 힘들었고, 핑계가 없으니 목소리 듣기도 힘들었다. 그즈음 호수는 나를 밀어내려는지 연락도 드문드문했고, 여자 소개를 받기도 했다. 그 때 진짜 내가 호수한테 관심이 있는 걸 느꼈다. 질투가 나서 괜히 호수한테 짓궂게 굴었다.
3 이름없음 2019/08/11 03:03:16 ID : 7AqrButumoJ 0
그렇게 개강을 하고, 과에서 어떤 남자애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걸 알게됐다. 걔도 자주 등장할테니 민이라고 가명을 붙일게.
4 이름없음 2019/08/11 03:06:02 ID : 7AqrButumoJ 0
호수는 나랑 멀리 있고, 나랑 연락도 잘 안해주니까 그 당시에 나는 좀 힘들었다. 뭔가 의지할 사람이 없었으니까. 원래 호수한테 호감을 느끼기 전에도 그 애는 내가 의지할 대상이었고, 이전까지는 없던 역할을 해줬으니까 알게모르게 좀 허전했던 것 같다. 그 애도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아는데 나를 밀어내니까 의아했고. 근데 나 역시도 이 관계가 건강하다거나 떳떳한 관계가 아니니까 추진할 용기는 없었으니 할 말은 없지만.
5 이름없음 2019/08/11 03:11:34 ID : 7AqrButumoJ 0
호수랑 나는 새벽에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아직 반년이 지나도 기억나는 말이 있다. 만약에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네 이상형이고, 성격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오래 못 갈지도 모르는 힘든 관계가 되더라도 너를 좋아하면 어쩔거냐고 물어봤다. 맥락도 그렇고 그게 너무 그 애 본인을 말하는 것 같아서 나는 좋다고 대답했지만 그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6 이름없음 2019/08/11 03:14:26 ID : 7AqrButumoJ 0
그냥저냥 호수랑 내가 미적지근한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민이 보내는 신호는 무시했다. 철벽을 쳤다. 동기들이 다 같이 친하니까 걔넨 민이를 응원했다. 나한테 너무 철벽치지 말라고, 민이가 슬퍼했다고. 근데 나는 호수를 좋아했으니까 쭉 철벽을 쳤다. 나는 솔직히 민이가 다른 동기 여자애랑 잘 될줄 알았고 그렇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7 이름없음 2019/08/11 03:17:07 ID : 7AqrButumoJ 0
민이는 우리 가족보다도 나를 더 많이 챙겨주고 배려해줬다. 솔직히 그 모습에 흔들린 것 같다. 나를 이만큼 많이 아껴주고 생각해 줄 사람이 더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약에 민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을 그렇게 챙겨주면 뭔가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레기는 맞지만, 호수는 나한테 확답을 준 것도 아니었고, 점차 연락이 드물어졌다. 그래서 나는 호수랑 내가 친구로서, 아니면 친구보다 못한 안부만 주고받는 관계로 남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8 이름없음 2019/08/11 03:19:05 ID : 7AqrButumoJ 0
그렇게 호수랑은 소원해졌고, 민이와 나는 더 가까워졌다. 걔가 나를 엄청 좋아하는게 눈에 보이는데 나는 그만큼 그 애를 좋아해주지 않아서 미안했다. 그래도 분명 나도 조금은 호감이 있는 것 같아서 민이 고백했을 때 받아줬다. 같은 과인데 어색한 사이로 남는 건 그래서.
9 이름없음 2019/08/11 03:21:28 ID : 7AqrButumoJ 0
민과 사귀면서 손을 잡고 안고 키스도 했다. 근데 싫거나 나쁜 건 아닌데 잘 모르겠다. 내가 정말 걔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호수가 나랑 가까이 있었다면, 우리가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면 잘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마음을 전할 타이밍을 놓쳐서 그게 미련이 생겼다. 물론 지금은 호수에게 절대 말 못하겠지만. 민이한테 미안한 마음도 많고.
10 이름없음 2019/08/11 03:23:02 ID : 7AqrButumoJ 0
민이한테 가진 마음은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잘 안 나온다. 현재로서는 미안한 마음 반, 약간의 호감, 그리고 어색한 사이가 되기 싫다는 마음이랑 과 생활이 원만했으면 좋겠다는 정도? 좋기는 한데 엄청 좋아하거나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11 이름없음 2019/08/11 03:24:39 ID : 7AqrButumoJ 0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호수를 좋아했던 건 맞는 것 같다. 호수가 연락을 안하면 서운하고 단답을 할 때나 무시할 때, 엄청 속상했으니까. 그래서 이 연애를 계속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냥 다 모르겠다. 내가 너무 쓰레기라는 건 알지만 민이와 사귀는 지금도 호수를 좋아하고 있다.
12 이름없음 2019/08/11 03:26:30 ID : 7AqrButumoJ 0
민이한테 헤어지자고 말하기에는 그 애가 나를 너무 좋아하고, 사귀는 지금 너무 행복해보여서 끝을 말하기 힘들다. 과 사람들도 다 알아버려서 헤어지자고 하기에도.. 솔직히 이기적이지만 나도 과 생활 잘 하고 싶고 동기들이랑 어색해지기도 싫다.
13 이름없음 2019/08/11 03:26:54 ID : 7AqrButumoJ 0
그래도 사귀다보면 언젠가 호수보다 민이를 더 좋아할 날이 오지 않을까?
14 이름없음 2019/08/11 03:30:04 ID : 7AqrButumoJ 0
근데 호수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줬으면 지금 관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미련이 조금만 남는게 아니라 내가 더 쓰레기같고 그래서 민이한테 더 미안해지니까 끝을 말하기 어려워진다.. 또 민이 나를 오랫동안 좋아하면서 많이 울었다던데, 항상 절반정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보니 민이 나한테 잘못하더라도 미안해하는 걸 보면 내가 더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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