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혁 2019/10/05 01:34:57 ID : dPeMknDxVbA 0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너에게.
2 주혁 2019/10/05 01:41:51 ID : dPeMknDxVbA 0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3 주혁 2019/10/05 01:42:01 ID : dPeMknDxVbA 0
하지만 다 할 수는 없겠지.
4 주혁 2019/10/05 01:44:13 ID : dPeMknDxVbA 0
하고 싶은 말, 해주고 싶었던 말, 네가 듣고 싶어하던 말들을 술술 적어내려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스레 또 깨달았어.
5 주혁 2019/10/05 01:54:05 ID : dPeMknDxVbA 0
눈을 감으면 으레 그때가 생각나. 정말 춥던 한 겨울에, 아파트 근처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흐느끼던, 그런 너를 만났던 그 날이.
6 주혁 2019/10/05 01:58:38 ID : dPeMknDxVbA 0
평소 같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거야.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7 주혁 2019/10/05 02:02:19 ID : dPeMknDxVbA 0
근데 그 날만큼은 네가 너무 서글피 울고 있어서 어설프지만, 위로를 건네고 싶었어.
8 주혁 2019/10/05 02:07:32 ID : dPeMknDxVbA 0
조심성이 없는 건지, 순진한 건지. 늦은 밤 사람도 별로 없는 곳에서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다가가면 무슨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던 간에 가급적 그 자리를 피하는 게 맞는데 넌 니 사정 다 털어놓더라.
9 주혁 2019/10/05 02:20:43 ID : dPeMknDxVbA 0
네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 그렇구나. 많이 힘들었겠네. " 같은 정말 형식적인 위로를 건넸음에도. 위로가 됐다는 듯 너는 처음보다 더 펑펑 울어댔지. 나는 그런 너를 조용히 바라보며 조심스레 어깨를 토닥여줬었고.
10 주혁 2019/10/05 02:29:46 ID : dPeMknDxVbA 0
사람 일이라는 게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말이 맞더라.
11 주혁 2019/10/05 02:33:39 ID : dPeMknDxVbA 0
알고 보니 너는 내 밑 층에, 나는 네 윗 층에 사는 이웃이었고. 그걸 알게 된 이후로 참 많이 마주쳤지.
12 주혁 2019/10/05 02:36:22 ID : dPeMknDxVbA 0
알고 있었어. 너가 나를 좋아한다는 거. 네가 굳이 말 안 했어도.
13 이름없음 2019/10/05 02:37:02 ID : 9ulh83yMi1d 0
헉...보고있옹..!
14 주혁 2019/10/05 02:38:13 ID : dPeMknDxVbA 0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조금씩 알리려고 티내고, 여자친구 있냐, 이상형이 뭐냐 같은 질문을 할 때도 그냥 대충 넘겼어.
15 주혁 2019/10/05 02:42:28 ID : dPeMknDxVbA 0
너는 고등학생, 나는 성인. 나이차도 조금 많이 났고, 또 네 주위엔 네 또래 남자애들이 있었으니까. 그냥 잠깐, 조금 이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으로.
16 주혁 2019/10/05 02:43:48 ID : dPeMknDxVbA 0
근데 너는 내 생각보다 아주 오랜 기간동안 나를 좋아하더라.
17 주혁 2019/10/05 02:44:41 ID : dPeMknDxVbA 0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선을 그었어. 일부로 너랑 마주칠 것 같은 시간대는 피했고.
18 주혁 2019/10/05 02:46:25 ID : dPeMknDxVbA 0
이 과정에서 이 사람이 나를 피하는 거구나,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들이 들었을 텐데.
19 주혁 2019/10/05 02:47:08 ID : dPeMknDxVbA 0
너는 애써 부정하고, 외면하는 것처럼 보였어.
20 주혁 2019/10/05 02:51:51 ID : dPeMknDxVbA 0
저 일을 반복하며 지내던 어느날. 집 앞에 있는 마트에 가려고 나온 나를, 아파트 입구 앞에서 네가 붙잡았지. 할 말이 있다고.
21 주혁 2019/10/05 02:56:28 ID : dPeMknDxVbA 0
나 그때 좀 놀랐어.
22 주혁 2019/10/05 02:57:23 ID : dPeMknDxVbA 0
좋아한다는 마음을 접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요즘 내 행동에 대해서 서운하다는 듯이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네 마음을 나에게 말한 거였어서.
23 주혁 2019/10/05 03:04:00 ID : dPeMknDxVbA 0
정말 많이 좋아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결단코 작은 감정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너에겐 미안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 당연히 거절하는 게 맞잖아.
24 주혁 2019/10/05 03:06:10 ID : dPeMknDxVbA 0
나는 너를 여자로 본 적이 없을 뿐더러. 너는 정말 가족 같은, 친여동생 같은 아이였으니까.
25 주혁 2019/10/05 03:08:35 ID : dPeMknDxVbA 0
이런 이유로 미안하다고 거절하니까 눈물 글썽이던 네 표정이.
26 주혁 2019/10/05 03:12:45 ID : dPeMknDxVbA 0
나이 때문이면 2년만 기다려달라며, 굳이 나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2년 뒤면 성인이니 그때 다시 기회를 달라고 말하던 네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27 주혁 2019/10/05 03:13:35 ID : dPeMknDxVbA 0
이게 벌써 2년 전 일이라니.
28 주혁 2019/10/05 03:15:34 ID : dPeMknDxVbA 0
저 일이 있은 후로 네가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서로 인사만 하며 지내왔는데.
29 주혁 2019/10/05 03:17:00 ID : dPeMknDxVbA 0
네가 딱 20살이 된 2019년 새해에 나한테 연락하더라.
30 주혁 2019/10/05 03:20:50 ID : dPeMknDxVbA 0
그 연락을 시작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많이 만났었는데.
31 주혁 2019/10/05 03:25:20 ID : dPeMknDxVbA 0
갑자기 3월 쯤부터 너는 연락이 아예 안 되더라고.
32 주혁 2019/10/05 03:25:42 ID : dPeMknDxVbA 0
걱정했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건지.
33 주혁 2019/10/05 03:27:32 ID : dPeMknDxVbA 0
전처럼 집 근처에서 마주칠 수도 없고, 연락도 안 되고, 혹시 하는 마음에 처음 만났던 공원에도 자주 가봤지만, 너는 없었어.
34 주혁 2019/10/05 03:33:09 ID : dPeMknDxVbA 0
연락이 두절된 네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니 알겠더라.
35 주혁 2019/10/05 03:34:23 ID : dPeMknDxVbA 0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걸.
36 주혁 2019/10/05 03:37:13 ID : dPeMknDxVbA 0
근데 너무 늦었나 봐.
37 주혁 2019/10/05 03:38:59 ID : dPeMknDxVbA 0
너가 저 멀리 떠난 걸 나만 모르고 있었어.
38 주혁 2019/10/05 03:41:25 ID : dPeMknDxVbA 0
연락이 두절된 것도, 너가 죽은 것도 3월인데 왜 나는 2달이나 지난 5월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걸까.
39 주혁 2019/10/05 03:41:42 ID : dPeMknDxVbA 0
내가 너무 바보같고 한심해.
40 주혁 2019/10/05 03:42:04 ID : dPeMknDxVbA 0
.
41 주혁 2019/10/05 03:43:18 ID : dPeMknDxVbA 0
진작 적어볼 걸.
42 주혁 2019/10/05 03:45:14 ID : dPeMknDxVbA 0
널 만나러 갈 생각이야.
43 주혁 2019/10/05 03:47:37 ID : dPeMknDxVbA 0
네가 나를 본다면 왜 왔냐며 화낼지도 몰라.
44 주혁 2019/10/05 03:51:07 ID : dPeMknDxVbA 0
못 만날 수도 있으려나.
45 주혁 2019/10/05 03:51:22 ID : dPeMknDxVbA 0
내가 결정한 이 선택이
46 주혁 2019/10/05 03:51:34 ID : dPeMknDxVbA 0
무섭기도 하고. 마냥 옳다고만은 못하겠지만.
47 이름없음 2019/10/05 03:54:40 ID : si5SIGpO8o2 0
저도 남자친구 떠나보낸 사람이라 너무 공감되는 얘기들이 많네요
48 주혁 2019/10/05 03:56:18 ID : dPeMknDxVbA 0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이겨낼 자신이 없어.
49 주혁 2019/10/05 03:59:01 ID : dPeMknDxVbA 0
이런 나지만, 너를 좋아해.
50 주혁 2019/10/05 04:03:11 ID : dPeMknDxVbA 0
꼭 만났으면 좋겠다.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
51 주혁 2019/10/05 04:08:45 ID : dPeMknDxVbA 0
편지 이만 줄일게. 더 적다간 미련이 남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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