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0/19 00:30:20 ID : lcmrcMlyMo5 1
그 애를 좋아하고 있다는 마음을 자각한 건 일주일 전의 일이고, 그와 동시에 헤테로라고 정의했던 내 정체성이 완전히 무너졌다. 근데 내 성격이 불도저여서 걔한테 고백도 해버렸어.
2 이름없음 2019/10/19 00:46:19 ID : 7dO1cso5dO6 0
오오 바로 직진.. 대단한걸
3 이름없음 2019/10/19 01:04:14 ID : lcmrcMlyMo5 0
그냥 묵묵히 마음을 적어두려고 하는데 내가 스레는 눈으로만 많이 봐 왔지, 직접 세워보는 건 처음이라 미숙해도 이해해 줘. 얘랑은 중학생 때 인터넷을 통해 처음 알게 됐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타 사이트의 모 카페를 통해서 친해졌지. 참 어렸다. 나는 열 넷, 걔는 열 다섯이었나? 그랬으니까. 서로 그림 주제를 추천해주고 어떻게 하면 그림 존잘이 될 수 있을까 같이 공부하는 사이였어. SNS 플랫폼을 옮겨 다니면서 넷상으로 아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지만, 얘보다 친한 사람은 없었다. 오타쿠스러워서 너네가 이해할까 싶은데, 걔가 만든 캐릭터와 내가 만든 캐릭터를 연애시키기도 했고. 내가 BL GL을 퍼먹기 좋은 하나의 장르로 영업해서 동인 문화에 걜 정착시키기도 했어.
4 이름없음 2019/10/19 01:08:46 ID : lcmrcMlyMo5 0
그렇게 우리는 오타쿠 친구였어. 마음이 잘 맞아서 오프를 하기로 했고. 걔를 처음 본 날이 생각 난다. 예쁘게 생겨서 깜짝 놀랐잖아 ㅋㅋㅋㅋ 학교에 한 명씩 있는 덕후몰이상이였는데... 나도 오타쿠면서 오타쿠에 대한 뭐라고 해? 그... 외적 편견을 갖고 있었단 말야. 근데 너무 예쁘게 생겨서 진짜 헉했어. 하얗고 말랐고, 키 작고 귀여워. 웃는 게 너무 예쁘고 목소리도 나긋나긋해. 얘기 들어줄 때 눈을 엄청 쳐다보는데 부끄러워서 몇 번 피하게 되더라.
5 이름없음 2019/10/19 01:31:38 ID : lcmrcMlyMo5 0
나만 그래? 너네 친구한테 설레이는 경험 한 번은 하지 않아? 그 당시에 걔한테 설렌 적이 여럿 있었는데 난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고 넘어갔어. 뼈테로라고 생각했으니까...^^ 오프하고 보니까 사는 데가 엄청 가까워서 현실 친구처럼 자주 만났는데 그래서 설레는 일화가 너무 많네. 1. 고딩때 내가 학원 숙제를 일정 갯수 이상 틀리면 학원에서 짤리는 상황이였거든. 답지는 없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손 놓고 있었는데 걔는 한 살 연상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풀어놓은 문제들 주욱 보고는 틀린 거 맞게 풀 수 있도록 유도해줬다. 내 옆에서 턱 괴고 슥슥 수학문제 풀던 모습을 못 잊어 2. 언니라는 호칭을 낯간지러워하길래 내가 고의로 언니, 언니거렸는데 반쯤 포기한 얼굴로 내 머리를 헝클이면서 그래 니 맘대로 불러라. 이랬었어. 나보다 키도 작은 게 ㅋㅋ 난 170이거든... 걔 155. 정체모를 연상미에 두근 거렸던 게 아직도 생생하네ㅋㅋ 으 일화 너무 많은데 길어져 저렇게 우정을 이어나가다가 내가 곧 가족따라 호주에 가게 되고, 걔는 대입 준비하느라 연락이 아예 두절 됐었어. 걔가 핸드폰을 아예 없앴거든.
6 이름없음 2019/10/19 01:46:23 ID : lcmrcMlyMo5 0
걔네 부모님이 강경하셔서, 걔는 미대를 가고 싶어했는데 예체능은 꿈도 못 꾸게 하셨어. 나한테 그걸 털어놓으면서 울었었지... 핸드폰도 압수 당했는데, 그 때 부모님께서 걔 SNS를 봤나봐. 이제 입시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니까 핸드폰을 아예 없애자고 하셨다면서 너랑 연락을 못할 거 같아. 라고 하더라고. 이메일로 연락하면 됐을텐데 그 때는 서로 생각을 못 했어. 나도 외국으로 나가야 했던 시기였고... 그렇게 걔 고3 나 고2 때 멀어졌어. 그러다 내가 고3 중반에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몇 달 안 남았지만 수능을 바짝 준비해서, 한국 대학을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야. 수능을 봤는데 개똥망이여서 재수를 했어. ㅋㅋ... 재수하고 대학갔어. 암튼 대학가서 자취한다고 내 방 정리하는데 중학생 때 썼던 꼬깃한 다이어리에 걔 Sns주소랑 전화번호 이것저것 적어놓은 칸을 발견했지...
7 이름없음 2019/10/19 01:54:05 ID : lcmrcMlyMo5 0
전화를 완전히 없앤 게 아니라 잠깐 죽여놨던 건지, 전화번호도 그대로고. Sns 아이디도 그대로더라. 대학은 잘 갔을까 싶어서 옛 친구 찾는 느낌으로 연락했는데 신기하게 딱 닿아서 기뻤어. 그래서 한 두 달전 부터인가 연락을 계속 했어. 둘 다 성인이 돼서 만나서 술도 마시고. 걘 여전히 키 작고 귀엽고 예쁘더라고. 술주정이 사람을 꼭 안는 건데 취해서 계속 엉겨붙어오니까 또 설레더라! 근데 그 때도 난 내가 헤테로인 줄 알았어 ㅋㅋ
8 이름없음 2019/10/19 02:06:05 ID : lcmrcMlyMo5 0
내가 이성친구를 안 사귄게 아니거든. 동성에게 성적인 끌림을 팍 느껴본 적도 없고. 근데 중고딩때는 어려서 그랬나, 걔랑 나랑 서로에게 할애했던 시간이 꽤 길어서 몰랐는데. 얘가 어른이 되고 나니까 주변 환경이 내가 알고 있던 환경과 썩 다르더라고. 얘 지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얘가 학원 선생님을 하고 있는데 그 학원 학생들조차 얘를 너무 가만 안 두는 거야. 너무 바빠서 날 상대해줄 시간이 없는데 난 그게 되게 조바심나고, 서운하고, 질투하고 있더라. 이건 우정이라고 부인을 엄청 했는데... 걔 전남친한테 연락온 날 피눈물 났잖아. 차라리 날 사귀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평소에 서로한테 플러팅치면서 노는데 정말 설레기도하고. 걔가 말을 잘해... 아. 내가 자꾸 걔한테 집착하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걔가 엄청 싫어했었어. 걔가 너 나 짝사랑 해? 왜 이렇게 남친한테 집착하는 여친처럼 구냐~ 이랬는데... 마음이 쪼그라들면서 너무 힘들더라. 그제서야 내가 아 나 얘 좋아하는 구나 자각했어. 그리고 바로 '내가 너 좋아하는 거 같다' 고 고백했다.
9 이름없음 2019/10/19 02:19:11 ID : lcmrcMlyMo5 0
길구만. 읽는 사람은 없겠지? 그래도 여기 털어놔서 너무 후련해. 다른 사람한테는 얘기 못하겠거든. 아무튼... 그 고백을 한 이틀 전에 했고, 걔는 아가리 양성애자인 거 같은데. 아무튼 열심히 꼬셔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처음엔 장난인 줄 알더니 내가 진지하게 얘기하니까 어버버거리다 내가 고백한 다음 날 '나는 너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로 대차게 차길래 무례한 선전포고를 날렸어. 그래도 계속 좋아할 생각이고 미안하지만 이기적인 사람이라 너가 불편해도 그냥 지금처럼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ㅋㅋ 쓰레기군... 걔는 알겠다고 하더라. 근데 진짜 전처럼 대해줘. 내가 손절하고 싶으면 당장 하라고 했는데 그건 싫대.
10 이름없음 2019/10/19 02:19:57 ID : wqZclinU0qY 0
ㅂㄱㅇㅇ
11 이름없음 2019/10/19 02:40:26 ID : lcmrcMlyMo5 0
보고있구나! 잠 안 자도 돼? 아무튼 봐줘서 고마워. 걔가 나한테 설렌 적도 있긴 있대 근데 그게 사랑인 거 같지는 않은데 잘 모르겠다고 취해서 얘기하더라고. 귀엽지ㅋㅋ 내 자취방에서 자고 갈 때 밤에 머리 감으면 꼭 머리를 안 말려 걔가. 그래서 바닥에 물이 뚝뚝 떨어지거든. 그럼 그거 말려주는 게 내 일인데 그런 게 설렌대. 자기 일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차로 데리러 왔던 것도 너무 좋았대. 카톡하면 엄청 칼답장인 것도 좋대. 나는 맨정신이고 걔만 마셨는데 취해가지고 웅얼웅얼 왜 고백을 했냐 투덜투덜거리면서 근데 설레긴 해. 라잖아...ㅋㅋ 내가 얘를 어쩌면 좋니.
12 이름없음 2019/10/19 03:10:17 ID : lcmrcMlyMo5 0
오늘 통화하면서 그 때 했던 말 (웅얼웅얼 설레긴 해) 기억 나? 라고 물었는데 기억 안 난대. 필름 끊겼대. ㅋㅋ 내가 여자한테 사귈 생각으로 들이대는 건 처음이라, 이게 맞나 싶기도 해. 내 표현이 너무 지나쳐서 얘가 날 싫어할까봐 무서워. 그래도 티내야 날 의식해줄테니까 허겁지겁 고백해버린 거야. 커밍아웃하면 친구로 남지도 못한다? 이런 생각 하나도 못했어. 지금 생각하니까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엄청 무서운 일인데 말야. 오후 내내 걔랑 전화했는데... 걔가 조심스레 물어보더라. 자기가 괜히 희망고문하듯이 갖고 노는 그림 아니냐고. 난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 분명히 나는 차였고, 일방적인 마음인 거 잘 알고. 그래도 내가 거지같이 들러붙어 꼬셔보겠다고 맘 먹은 건데... 갖고 노는 거 처럼 보이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으니까 머리를 반으로 쪼개고 싶더라.
13 이름없음 2019/10/19 03:23:28 ID : lcmrcMlyMo5 0
그래도... 그래도 말야. 걔가 얼마나 내 마음을 줄 가치가 있는 애냐면, 그러니까 얼마나 다정하냐면, 고등학생 때 내가 한창 좋아했던 향수가 하나 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더라고. 이번에 연락 닿아서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그 향수를 사온 거야. 너 생각이 나서 샀다, 지금은 다른 거 좋아할지도 모르는데 눈에 보이니까 추억팔이할 겸 주고 싶더라. 너 이거 좋아했잖아 기억 나? 이러더라고. 섬세해. ㅋㅋ 그리고 으른이 되더니 어디서 담배를 배워왔나본데, 내가 담배 엄청 싫어하거든. 걔가 담배 피는 줄 모르고 같이 길을 걷다가 길거리 흡연자한테 길빵 당하면서 생각없이 '담배 피는 놈들 진짜 곤장질하고 싶다' 라고 말했더니 그 자리에서 자기 가방을 주섬주섬 뒤져 담배곽을 보여주는 거야. 그래서 내가 당혹감에 아니 사람이 필 수도 있지~라고 머쓱해했더니 이참에 끊을게. 이러면서 내 주머니에 곽을 찔러넣는 거 있지. 너가 버려주면 끊을 수 있을 거 같아. 이러면서 헤벌레 웃더라고.. 귀엽잖아... 아니 나만 귀엽다고 생각 해?
14 이름없음 2019/10/19 03:38:20 ID : fgqjhfak1eM 0
귀여워 ㅎ 근데 용기 진짜 대단하다.. 이 참에 담배 끊게 합시다..!
15 이름없음 2019/10/19 04:19:02 ID : fV9ilClCi62 0
헐얼러ㅓㄹㄹ 잘됐으면 좋겠다!!!!!!!
16 이름없음 2019/10/19 15:24:23 ID : a9tfTXuk9Bv 0
세상에.... 용기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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