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0/19 00:32:15 ID : tba5V9gY60p 3
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게 많아. 가장 먼저 동그란 안경, 부스스한 노란빛이 있는 갈색 머리, 피어싱. 웃는 게 이쁜 사람, 사실은 되게 내 이상형이었어. 외모따진다는 이야기 듣기 싫어서 그냥 그런 척 관심 없는 척 고개 돌렸는데 거의 1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그땔 생각하면 되게 설레. 그 다음은 너랑 친해지면서 이것저것 나만 알아간 게 많아. 너는 노래랑 춤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해. 남자아이돌 그룹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솔직히 놀라기도 했지만 그게 독특해서, 그냥 진짜 성별 관련없이 춤이나 노래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더 좋아졌어. 그래서 나는 너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 관심없는 연예인을 따라 좋아하고 잘 하지도 못하는 게임을 따라 시작했어. 너가 좋아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땐 너가 진짜 좋아하는 게 보여서 나도 좋았어.
2 이름없음 2019/10/19 01:08:32 ID : tba5V9gY60p 0
내 눈에 너는 되게 올곧은 사람으로 보였어. 정치나 예민한 주제를 가볍게 이야깃거리 삼는 걸 안좋아했고 남들 험담도 좋아하지 않았어. 사소하지만 그게 난 정말 좋았어. 너는 말도 이쁘게 하는 거 같았어. 욕을 잘 쓰지 않고 쓰더라도 두 가지뿐이더라. 그 이상을 쓰는 걸 본 적이 없었어.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여서 나는 널 좋아하게 되었어. 내가 예전에 네 가방에 술을 쏟아서 향수를 뿌려준 적이 있었는데 너는 그때 괜찮다고 오히려 가방에서 복숭아향이 나서 좋다고 말해줬어. 난 진짜 너무 미안했는데 그렇게 말해주니까 너는 되게 상대방을 신경쓰면서 말을 해주는 구나 싶었어. 음 그 외에도 띄어쓰기나 맞춤법같은 걸 신경쓰는 거 같아서 좋더라. 그런 너가 나한테는 되게 멋진 사람같아서 조금씩 널 따라하고 나도 내 말 한마디한마디를 신경쓰게 된 거 같아. 이쯤되니 널 좋아하는 마음이 생각보다 너무 커진 상태였어.
3 이름없음 2019/10/19 01:26:39 ID : tba5V9gY60p 0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편식이 심해. 식물은 전부 입에 넣는 거도 싫어하고 억지로 먹을 때는 씹지도 않고 바로 삼켜버릴 정도로 편식이 심한 편이야. 근데 저번에 너랑 햄버거를 먹게 되었을 때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햄버거 양상추를 아삭아삭 씹어 먹었어. 햄버거보다 너한테 온 신경이 다 가있어서 억지로 삼키지도, 몰래 빼내버리지도 않고 그냥 잘만 먹었어. 내가 야채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니 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4 이름없음 2019/10/19 13:32:47 ID : NBthdRCmHwr 0
우왕... 대박 뭐야..? 그 사람이랑 지금 무슨 사이야.? 글 너무 잘 쓴당.. 더 있으면 더 써줄수 있어?ㅠㅠ
5 이름없음 2019/10/23 00:26:30 ID : FeHvg3V9he2 0
글 잘 쓴다니 고마워ㅎㅎ 그 사람이랑 나는 아직 그냥 친구 사이야. 서로 얘기는 하지만 둘 다 낯을 많이 가려서 어색한 친구 사이정도. 생각날 때마다 그 애 만나서 또 적어두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마다 여기에 적어둘거야. 이야기 읽어줘서 고마워!
6 이름없음 2019/10/23 00:33:11 ID : FeHvg3V9he2 0
아쉬운 게 있다면 너는 나랑 멀리 산다는 거야. 생각해보면 그렇게 멀지도 않지. 지역은 다르지만 버스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근데 너를 우연히 만나기에는,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들리다가 너를 만나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서 그게 많이 슬퍼. 시간이야 만들면 되고 거리가 멀면 내가 너한테 가면 되는데 그냥 너를 만날 자연스러운 변명거리가 없어서, 이유없이 널 만나러 가기엔 그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라 그게 아쉬울 뿐이야.
7 이름없음 2019/10/23 00:46:54 ID : FeHvg3V9he2 0
저번에는 갑자기 생긴 알바때문에 너가 내가 사는 지역에 왔었어. 평일이라 나는 당연히 시간이 안되었고 너도 알바때문에 밤늦게 일이 끝났지. 그래도 나는 너 보러 갔었어. 안 가면 후회할 거 같아서, 보고 싶어서 그래서 몇 십 분을 숨차게 뛰어서 너를 보러 갔고 아마 10분 정도 만났나 그냥 만나자마자 널 보냈어. 널 보내기는 싫었지만 나도 시간이 없었고 너도 피곤할테니까. 사실 나는 길치에 방향치야. 지도도 못 읽고 지하철도 매번 헤맬 정도야. 당장 나 집 가는 길도 잘 모르는 길치라 누구와 어딜 갈 때면 늘 뒤에서 따라오던 나였는데 이번에는 널 위해 이리저리 물어보면서 최대한 노력했지. 너였으니까 그냥 최대한 노력하고 싶었어.
8 이름없음 2019/10/23 01:02:51 ID : FeHvg3V9he2 0
너는 말야, 사실은 노래를 잘 못 하는 편인 거 같아.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듣다보면 음정이 뭔가 이상하더라. 목소리 톤이 노래에 맞지 않는 기분이라 해야할까. 근데도 그게 되게 귀여워보였어. 그래서인지 호응을 안 해줄 수가 없더라 네 노래를 듣는 내내 나도 흥얼흥얼 널 따라 노래를 불렀어. 그리고 내가 노래를 부를 때도 너는 되게 반응을 잘해줬어. 옆에서 장난스럽게 끝 부분을 같이 불러주는데 순간 웃는 걸 참을 수가 없어서 노래부르다가 웃어버렸어. 그게 난 너무 좋더라. 난 나 혼자 노래 부르고 남들은 멍하니 쳐다보거나 핸드폰을 하는 거 안좋아하거든. 같이 부르는 걸 좋아해서 저번에는 너한테 노래를 같이 불러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 사실 반 장난이었고 나만 부르기 심심해서 그런 거였는데. 넌 진짜 내 말 한마디에 노래를 같이 불러주더라. 여자 노래라 음이 되게 높고 낮은 목소리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노래였을텐데 너는 열심히 따라해줬어. 음이 이상하게 나는 게 당연하고 그게 부끄러워서 부르기 어려웠을텐데 끝까지 불러준 게 난 너무 고마웠어.
9 이름없음 2019/10/23 23:13:05 ID : tba5V9gY60p 0
저번에 너가 나한테 같이 부르자고 한 노래가 있었는데 제대로 불러주질 못해서 미안해. 잘 모르는 노래인데 긴장하고 당황까지 하니까 아무리 후렴구가 반복되어도 따라 부르기가 너무 어려웠어. 너랑 같이 부르는 노래를 그렇게 망치고 싶지는 않아서 차마 제대로 불러주질 못했어. 그래서 나는 그 날부터 계속 그 노래를 들어보고 불러보고 많이 연습하고 있어. 거의 매일 그 노래를 들으며 지냈던 거 같아. 나중에 나랑 노래방 가게 되면 말야, 내가 먼저 같이 노래 부르자고 말할게. 그러면 그때 그냥 알겠다고, 좋다고 해줘.
10 이름없음 2019/10/26 23:05:37 ID : tba5V9gY60p 0
나는 너랑 하고 싶은 게 많았어. 너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니까 너랑 같이 이곳저곳 놀러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어보고 싶었고 너가 좋아하는 방탈출도 많이 해보고 한복을 입어본다던가 그런 걸 너랑 하고 싶었어. 꼭 그런 특이한 게 아니어도 좋아. 너는 게임을 좋아하니까 같이 밤새 피시방에서 게임을 해도 난 좋았고 너는 쇼핑을 좋아하니까 너랑 같이 옷보러 다니는 것도 좋아. 아니면 그냥 꽃피는 계절에 너랑 손잡고 걷는 거도 좋아.
11 이름없음 2019/10/26 23:25:20 ID : tba5V9gY60p 0
근데 아마 그러지 못할 거야. 너는 날 좋아하지 않고 나는 널 포기하고 있어. 그..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말이 있잖아. 나는 이렇게까지 누군갈 좋아해보고 매일같이 생각해본 게 처음이었고 너 역시 누굴 좋아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 그래서 그 말이 진짜가 될 거 같아서 조금은 슬픈 거 같아.
12 이름없음 2019/10/26 23:42:21 ID : tba5V9gY60p 0
나는 눈치가 없는 편이야. 눈치도 없고 사람 말 파악을 잘 못 해. 그래서 누가 장난을 쳐도 이게 진짜인가 싶어. 그래서 저번에 너가 나한테 같이 놀자고 말할 때 진심인 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넌 그냥 흘리듯 하는 말이었어. 근데 내가 널 많이 좋아해서 장난으로 넘기지 못했나봐. 아침잠이 많은 나였지만 널 만날 생각에 아침 일찍 일어나 옷도 골라보고 그랬어. 시간이 안되었지만 무조건 시간을 내려고 했고 그렇게 널 하루종일 기다렸어. 내가 네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 네게 먼저 못갈거 같다고 말한 이후로도 나는 계속 기다렸어. 너는 이유없이 연락이 안 될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너는 그래 라는 짧은 말로라도 답을 주던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네 답장을 정말 많이 기다렸어.
13 이름없음 2019/10/26 23:53:49 ID : tba5V9gY60p 0
밤에 네게서 문자가 왔었어. 너는 답장하는 걸 잊었다고 그랬었어. 물론 그럴 수는 있어. 나도 답장하는 걸 잊어서 몇 일 후에 답할 때가 많거든. 근데 그게 너가 나한테 아무 마음이 없다는 거로 보여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너무 확 다가와서 그래서 마음을 접기 시작한 거 같아. 널 더 이상 좋아하면 나만 힘들고 그럴 거 같고 너는 날 좋아하지 않을 거니까, 점점 포기하기 시작했어.
14 이름없음 2019/10/26 23:59:40 ID : tba5V9gY60p 0
나는 그 후로 너한테 먼저 연락을 하지도 않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어. 연락이 없던 너였는데 내가 놓으니까 확실히 연락이 끊어지더라. 일주일에 너랑 나눈 말이 두, 세 마디는 될까. 섭섭하긴 해도 포기하니까 점점 나아졌어. 나는 이제 널 매일같이 생각하고 있지 않고 단톡에서 네가 보낸 카톡만으로 좋아하지도 않게 되었어. 나는 네 생각이 날 때마다 억지로 네 얼굴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고 수없이 곱씹던 너와의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어. 그냥 좀 힘들었어. 내 생각보다 난 널 더 많이 좋아하고 있었나봐.
15 이름없음 2019/11/06 12:40:32 ID : s009xU4Zdu3 0
약 1년간 짧다하면 짧고 길다하면 긴 시간동안 나는 널 혼자 좋아했어. 매일 매순간 너를 생각했기에 나한텐 유독 긴 시간이었고 오래 좋아해서 그런가 마음을 접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렸어. 널 좋아했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좋아했다가를 반복했지. 그래도 나는 많이 괜찮아졌어. 나는 이제 널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 글도 이제 마지막이겠지. 나는 더이상 널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 너가 앞으로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 안녕.
16 이름없음 2020/03/10 07:37:40 ID : 1ilva785TSH 0
오랜만이야 진짜 정말 바보같고 자존심도 없게 난 다시 널 좋아하기로 했어. 사실 그동안 많이 너를 잊고 지냈어. 내가 너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지 않으니까 연락이 끊기더라. 속은 상했지만 꽤 많이 덤덤해졌어. 나는 널 정말 후회없도록 좋아했고 그래서 마음정리했을 때 미련이 없었어. 아예 미련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편하게 장난치고 네 카톡 하나하나에 연연하고 매순간 너를 생각할 정도로 널 좋아하지는 않았어. 그러다가 나는 널 다시 보게 되었어. 친구들이랑 다같이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었거든. 만나러 갈 때까지만 해도 난 널 그렇게 많이 생각 안했어. 너한테서 어디냐고 전화가 오기 전까지, 네 뒷모습이 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난 널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 네 전화를 받았을 때 네 목소리를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네 뒷모습이 보여서 나는 다시 한 번 널 좋아할 수밖에 없었어. 너의 뒤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 걷다가 본 네 뒷모습이 문득 널 정말 많이 좋아하던 여름날에 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어가던 네 뒷모습과 겹쳐보였어.
17 이름없음 2020/03/10 07:50:13 ID : 1ilva785TSH 0
나는 그 뒤로 쭉 너에게 신경이 쏠렸던 거 같아. 밥을 먹을 때 너와 한 테이블에 앉아서 좋았고 볼링을 치는 네 모습을 구경하기 바빴고 노래방에서 네 옆자리에 앉아서 조금 긴장했던 거 같아. 너가 같이 부르자던 노래말이야 그거 내가 부르자고 했을 때 흔쾌히 받아줘서 고마워. 비록 우리 둘 다 엉망으로 부르긴 했었지만 그땐 그게 너무 아쉽고 속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랑 그래도 같이 불러보았다는 게 정말 좋아. 그렇게 놀다가 헤어질 때 쯤엔 조금 어.. 조금 많이 속상했어. 너는 집에 가는 길 내내 핸드폰만 보고 있었거든. 늦은 시간 기차를 기다리는 나를 걱정해서 내 옆에 앉아있는게 아니라 날 걱정해서 옆에 있어준 친구와 같이 집에 가려고 너가 내 옆에 앉아있다는 게.. 나는 정말 많이 속상했던 거 같아. 괜찮으니까 차라리 그냥 너 먼저 집에 가지. 조금은 비참했어. 너 진짜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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