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전애인한테 하고싶은 말 모두 적는 스레 (107)
2.너 진짜 많이 좋아했다 (11)
3.운명이라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36)
4.트젠은 정신적 성별과 신체적 성별이 다른 사람 아니야? (2)
5.언니 (1)
6.애인보고싶다 (5)
7.나 오늘 짝사랑 끝냈어 (4)
8.커밍아웃 어떻게 해..? (3)
9.다정한 짝녀가 이쪽일 확률ㅜㅠ (13)
10.다들 짝녀한테 좋아하는거 틀키고 싶지 않아서 한 행동 있남 (25)
11.비수술트젠의 대해 어떻게 생각해? (23)
12.진짜 죽고싶어진다 (5)
13.나도 짝사랑 좀 하고싶다 (3)
14.짝사랑에 관하여 (5)
15.좋아했었어 (1)
16.연애감정을 판단하는 선이 뭘까 (7)
17.키 150대인 여자가 취향인 레더들 있니 (7)
18.얘들아 제발 여자친구 생일선물좀 추천해줘 (3)
19.좋아하는 사람의 별명 (1)
20.좋아하는 사람 생일 적어보자 (1000)
1
이름없음
2020/03/15 06:10:55
ID : qY5SNwL82pW
2
며칠 전에 애인이랑 헤어졌어. 정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고 가슴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우리 둘 다 서로가 운명이고 마지막 사랑이란 것도 알고 있어. 그래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 해.
웃기지, 첫 연애도 아닌 사람들 둘이서 이토록이나 가슴 아프게 사랑하고 또 마지막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는 게. 그 아이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만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좋아. 그 아이가 생각이 날 때마다 이야기를 하러 올 생각이야.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사랑하게 됐고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 전부 하나 하나 다. 그 아이를 데리러 가는 날에도, 그 아이가 날 데리러 오는 날에도 변함 없이 이 자리에 있을 이야기를 남겨두고 싶어.
2
이름없음
2020/03/15 06:16:39
ID : vCp88pglyK0
0
어디서부터 얘길 해야 할까. 내가 2016년에 꾼 꿈부터?
나는 아주 가끔 예지몽을 꿨어. 나 뿐만 아니라 집안 사람들이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그런 꿈을 꾸곤 해. 나는 정말 사소한 것들을 꾸는 편이야. 예를 들면 사이 좋던 친구랑 생각 하지도 못한 문제로 다투다 절연하는 꿈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정말 별 건 아니야.
내 꿈은 정말 개꿈이 대다수고 꿈 속에 나온 사람들조차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그게 아무리 매일 본 친구고 가족이라 해도 감으로 '아, 누구구나' 알아챌 뿐이지.
나는 16년 겨울에 꿈을 하나 꿨어. 여름바닷가에서 한 여자랑 불꽃놀이를 하는 꿈이었거든. 그 여자는 조금 밝은 머리색, 눈을 가진 여자였어. 키는 나보다 조금 컸고 하얀색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 머리는 동그랗게 묶었는데 전체적으로 강아지상에 엄청 큰 눈이라 귀여운 느낌이었어. 뿐만 아니라 순한 상이라 되게 귀엽기도 했고.
3
이름없음
2020/03/15 06:34:10
ID : 67wK0so7s8q
0
전체적으로 예쁘단 느낌이었어. 사람보고 예쁘단 생각 잘 안 하는데 신기하지? 게다가 내 취향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정말 예뻤어. 내가 본 사람중에 제일.
여름 밤바다랑 이름 모를 예쁜 여자, 그리고 폭죽놀이. 우리만 있었던 게 아니라 놀러 온 다른 사람들도 있어서 시끌벅적했던 그 분위기가 나는 마냥 싫지만은 않았어.
꿈 속의 그 여자는 정말 바보 같을 정도로 상냥하고 착했어. 나랑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살짝 까딱거리며 애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이따금씩 실 없이 웃기도 했지. 나는 그 미소에 가슴 한 켠이 저릴 만큼 설레었고.
꿈 속에서 그 여자는 내 여자친구였어. 그래서 잠에서 깨자 마자 눈물이 나더라. 나는 연애를 숱하게 많이 해봤음에도 그렇게까지 설레어본 적이 없었거든. 꿈에서 깨는 순간 그냥…. 허망했어. 그리고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언젠가는 이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도 그럴게, 잠에서 깨고 나서도 얼굴이 기억 나는 사람이 나온 꿈은 태어나 처음이었거든.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만 나는 그게 꼭 운명 같았어.
4
이름없음
2020/03/15 06:37:38
ID : 67wK0so7s8q
0
그런 감각이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어. 그래서 곧바로 친구한테 카톡을 남겼던 게 기억이 나. 그런 꿈을 꿨는데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든다고, 이 사람이 내 운명인 것 같다고.
나는…. 정말 이성적이고 운명 같은 건 믿지도 않는데다 무뚝뚝한 편이라서 그 이야길 들은 친구도 놀라더라. 네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네 말대로 운명일 것 같다고. 만약에 만난다면 놓치지 말라고. 그래서 그 땐 솔직히 말하면…. 기대를 한 것 같아. 너랑 머지 않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5
이름없음
2020/03/15 06:43:13
ID : 67wK0so7s8q
0
하지만 우린 접점이라곤 정말 없었지. 사는 곳도 전혀 다르고 겹지인이라곤 없었으니까. 나 역시도 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을 사귀게 되면서 그 꿈을 그냥 개꿈으로 생각하게 될 만큼, 내 일상은 평소랑 다를 바가 없이 흘러갔거든.
다른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 사귀고 헤어지고. 또 다른 연애를 하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3년이 흘러서 2019년이 되어있더라. 그 맘때의 나는 정말 지쳐있었어. 친언니랑 둘이서 3년 넘게 하던 사업을 막 정리했던 참이었거든. 남은 게 아무 것도 없는 느낌이라 정말 많이 허망했어. 상해버린 몸도 그렇고… . 사업 하기 전 살이 찌지 않은 내 몸이 그리워지면서 지금의 내가 너무 추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이대론 안 되겠다! 라는 생각에 당장 등산을 다니기 시작했고 또 수영도 다니게 됐어. 이왕 백수 되어서 놀 거라면 좀 더 보람차게 백수생활을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거든.
6
이름없음
2020/03/15 06:49:31
ID : 67wK0so7s8q
0
그렇게 마음에 들 만큼 살을 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보면 세상에! 하고 놀랄 정도로 많이 빼긴 해서 기분은 확실히 좋았어. 무엇보다 등산하며 맡는 산공기랑 수영장에서 몸에 닿는 물도 너무 좋고 체력도 붙은 것 같아서 일상이 너무 즐거웠거든. 간단히 알바도 구해서 내 용돈도 벌고 엄마 용돈도 작게 챙겨드리고 또 해외여행도 한 번 다녀와서 나름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하게 무력감과 권태감이 심했어. 사실 여행도 그것 때문에 다녀온 거였거든. 그토록 좋아하던 게임도 지겹고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도 마음도 안 들고. 내가 뭘 하고 싶은 지 생각해봐도 전혀 모르겠더라. 그냥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알바하는 게 전부였던 것 같아.
그런 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여행을 다녀온 후로는…. 여행 후유증이 심했던 것 같아. 계속 다시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거든. 그 탓에 너무 무료해져서 새 커뮤니티를 뒤적거리고 뒤적거리다 나는 그 아이를 만났어.
7
이름없음
2020/03/15 06:52:38
ID : 67wK0so7s8q
0
그 아이 글이 참 마음에 들었어. 문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림도. 그림도 정말 예쁘게 잘 그리더라. 완전 내 취향이었어. 그래서 어쩌다 보니 이런 저런 얘길 나누게 됐고 친해지게 됐어. 그게 19년 7월 말이었네.
정확하게 기억이 나. 19년 7월 27일. 그 때부터 그 아이랑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카톡을 주고 받았어. 아마 거의 하루종일? 자는 시간 빼고 대부분을 서로 이야기를 하며 보내게 된 거야.
8
이름없음
2020/03/15 14:17:14
ID : tunzSE3u3vj
0
처음엔 정말 별 거 아니었던 관계였어. 취향에 교집합이 많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주고 받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 같아. 하지만 정말 딱 거기까지인 관계였어. 그냥 놀기 좋은 온라인 친구정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에게 끌렸어. 그 아이는 말 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고 웃기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 사람이었거든. 어떻게 안 끌릴 수가 있겠어. 별 것 아닌 대화를 하다 보면 밤 새는 줄도 모를 만큼, 그래서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지새울 만큼 우리는 늘 즐거웠던 것 같아.
9
이름없음
2020/03/15 14:17:59
ID : k7bwtAo6pdT
0
ㅂㄱㅇㅇ
10
이름없음
2020/03/15 14:41:54
ID : tunzSE3u3vj
0
그래, 그런 사람이었어. 나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인기 많고 싹싹하고 다정해서 그 아이랑 같이 놀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이 많단 것도, 또 의외로 곁을 잘 내주는 성격이 아니란 것도 전부 알고 있었지. 다가가긴 쉽지만 친해지긴 어렵고 그럼에도 모두에게 상냥하고 다정해서 같이 놀기 좋은 사람. 나는 그런 그 아이랑 친해지고 싶었어. 그래서 매일 먼저 연락하고 먼저 같이 놀자고 하게 됐지. 무엇보다 나는 걔랑 있을 때 제일 즐거웠거든. 그 아이도 그랬음 좋겠다~ 싶었지만…. 그것까진 너무 큰 바람인 것 같았어. 그냥 내가 자기랑 있을 때 너무 재미있어 하니까 놀아주는 거라 생각했지. 정말 주변에 사람도 많고 인기도 많은 아이였으니까 나 아니어도 놀 사람은 얼마든지 많을 거 아냐.
11
이름없음
2020/03/15 14:42:43
ID : tunzSE3u3vj
0
고마워ㅠ.ㅠ….
12
이름없음
2020/03/15 14:47:41
ID : tunzSE3u3vj
0
그렇게 그 아이랑 잘 지낸 지 2주 쯤 됐을 무렵에…. 친한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어. 그 아이랑 나랑 친해진 걸 알고 연락을 준 거였는데…. 그렇게 좋은 얘기는 아니었어. 연락 문제로 말 많은 사람이니 너무 그렇게 마음 주지 말라는 내용이었거든. 내가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니까 상처 받고 속상해할까봐 걱정 된다고. 그 동생의 걱정은 진심이었을 거야. 나랑 정말 많이 친하고 내 일에 나보다 더 속상해하고 화내주는 동생이었으니까.
13
이름없음
2020/03/16 04:45:34
ID : KY9y7s5TTQm
0
잠깐 이야기 멈출게. 나 지금 늘 그 아이와 왔던 모텔에서 혼자 누워있어. 어쩐지 무섭고 쓸쓸한 기분이 자꾸 들어. 그 아이는 어두운 것도, 이런 곳에서 혼자 자는 것도 무섭다고 했는데 나는 그걸 들을 때마다 어린 애냐고, 바보냐고 놀렸거든. 그런데 정말로 너무 무섭다. 그 아이 말대로 정말 무서운 일이구나 싶어서 더 서러워져.
14
이름없음
2020/03/16 04:54:22
ID : 3RCi3xBdQpO
0
요 며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어. 잠도 잘 자지 못했고. 친구들이나 엄마가 자살하러 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불안해 보이나 봐. 나 죽을 생각 전혀 없는데…. 티 안 내려고 했는데도 요즘 기운도 없고 늘 울어서 눈이 부어있는 탓에 많이 힘들어 보이나 봐. 그 아이가 없으니 온통 괜찮지 않아서 너무 힘들어….
그래서 더 괜찮아질 생각이야.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아야지. 힘들다고 멈춰있어서 상황이 괜찮아질 리가 없으니까. 시간은 흐를 거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테고 나는 그 아이를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어. 괜찮아지는 것 하나 못 하는 사람이라면 그 아이를 데리러 갈 능력 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며칠만 죽도록 힘들어하다가 괜찮아지고 싶어.
15
이름없음
2020/03/16 04:57:41
ID : 3RCi3xBdQpO
0
밥을 먹다 토 하게 되어도 꾸역꾸역 보란 듯이 먹을 거고 그 아이한테 말한 대로 정말 열심히 할 거야. 밥도 못 먹는 새끼가 뭘 할 수 있겠냐는 마음으로 억지로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약속한 대로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이 되려고. 꼭 이 스레의 끝이 그 아이와 함께 하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끝이 났음 좋겠다.
16
이름없음
2020/03/16 05:17:27
ID : 5dQlfRzTWkn
0
잠이 오지 않아…. 나는 정말 낮은 베개를 쓰는데 여기 베개는 너무 높아서 늘 그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달라고 졸랐거든. 그럼 걔는 바보 같이 그 긴 밤 내내 팔베개를 해줬고…. 나를 품에 안아 재워줬는데…. 그런 추억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잠들 수가 없어….
17
이름없음
2020/03/16 05:18:41
ID : 5dQlfRzTWkn
0
그냥 나와야 할 것 같아. 여자 혼자 모텔에서 자는 것도 무섭고 무엇보다 걔 생각이 자꾸만 나서 너무 괴로워….
18
이름없음
2020/03/16 05:29:43
ID : coGk9By0q0q
0
ㅂㄱㅇㅇ ㅠㅠㅠ 스레주 힘들면 그냥 나와도 괜찮아ㅠㅠ
19
이름없음
2020/03/16 05:45:08
ID : Pijg40q6i8q
0
나왔어ㅇ.ㅠ……. 다시는 혼자 방 잡고 자는 일 안 할 거야 너무 무서웠어…. 고마워 이이ㅠ
20
이름없음
2020/03/16 09:51:43
ID : K0q41zTO03y
0
얘기 마저 이어갈게. 걔를 떠올리면 너무 힘든데...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데 이 아픔이 나를 걔랑 유일하게 이어주는 것 같아서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게 돼... 그러니까 계속 말할 거야. 바보 같고 미련해...
어쨌든 내 친한 동생이 나한테 그런 연락을 했어. 물론 내가 걱정 되어서 였을 거야. 하지만 나는... 고민을 조금 했던 건 맞아. 하지만 그 마저도 신경 안 쓰게 됐어. 왜냐면 우린 그저 취향이 잘 맞는, 같이 노는게 즐거운 사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나는 걔랑 연애를 할 생각이 없었거든. 정말 10년지기 베프처럼 막역하게 지냈어.
내가 "XX아, 겜하자 디코ㄱ" 이러면
"조아 머할건데여? 그리고 이름 부르지 마세요ㅡㅡ!!!"
하는... 장난을 주고 받는. 다른 사람들이 봐도 내가 그 아이랑 정말 재미있게 잘 논다고, 사이 좋아보인다고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어서... 그런 뒷말을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았어. 그 아이랑 나랑 단 둘이 게임을 할 때도, 내 지인들이랑도 다 같이 게임을 할 때도 잦았어. 나는 거의 자는 시간을 빼고 그 아이랑 붙어있게 된 거야.
21
이름없음
2020/03/16 09:55:05
ID : TXvyNAnRvcl
0
ㄴ
22
이름없음
2020/03/16 09:56:55
ID : K0q41zTO03y
0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게임을 하면서 마이크를 자주 쓰게 된 것 같아. 처음 목소리를 들었을 때... 목소리가 정말 예쁘단 생각을 했어. 정말 이렇게까지 내 완식인 목소리가 있을 일인가? 싶을 정도로. 나는 또박또박하고 또랑또랑해서... 자칫하면 무서울 수도 있는 목소리인데(게다가 지방이라 사투리 억양 때문에 더 그래) 그 아이는 정말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어조인 거야, 나랑은 다르게. 하필이면 정말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런 목소리였어.
괜히 두근거려서 처음엔 엄청 툴툴거렸던 게 기억 나. 나는... 그렇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목소리만 듣고 끌린 적이 처음이었거든. 사실 그 전부터, 그냥 텍스트로만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취향이 잘 맞아서인 지 그 아이한테 묘하게 끌리곤 했었어. 그렇지만 그냥 착각이라 생각하고 매번 그냥 넘겼지. 그러다 목소리를 들었을 땐... 정말 나도 모르게 쿵! 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 목소리가 너무 좋고 예뻐서 말이야.
23
이름없음
2020/03/16 10:13:58
ID : 1g3TPdzSFcq
0
야 운명이고 마지막사랑이면 연락해
24
이름없음
2020/03/16 10:14:00
ID : K0q41zTO03y
0
그 후로도 우린 정말 잘 지냈어. 매일 매일 붙어 다녔으니까. 종종 전화도 하고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장난도 치면서 말이야. 나는 잘 하지도 않았던 게임을 그 아이 때문에 시작하게 됐고 둘이서 같이 밤새 게임을 하는 날도 잦게 되었는데 그게 싫진 않았어. 정말 즐겁고 그렇게 누구랑 친하게 지낸 적이 살면서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거든, 나는 연락도 싫어하고 힘들어할 뿐만 아니라 특정 한 명이랑만 친하게 지내는 건 조금 버거워하는 타입이어서. 걔도 나랑 비슷한 성향이고.
성향도 잘 맞고 같이 놀면 즐겁고. 나는 그래서 걔가 점점 좋아졌던 것 같아. 그런데 게임을 하는 도중에... 취향 얘기가 나왔거든.
걔가 그러더라.
"저는 강아지 상의 귀엽고 애교 많고 키 작은 연하가 좋아요."
나는 그 중에서 맞는 게 하나도 없었어. 나는 고양이 상이고, 앞서 말했듯 말투가 무섭기까지 하고, 애교라곤 없는 무뚝뚝한 경상도 여자고, 키도 163cm라서 크지도 않고, 걔보다 나이가 3살은 더 많았으니까. 솔직히 말하면ㅋㅋㅋ 그 말을 듣는 순간 고장 나버려서... 그냥 아... 아?! 하고 웃어버렸던 것 같아. 그러면서 자기 얘길 하더라고.
자기는 온깁부치인데 목소리도 너무 높고 머리도 길고 가슴도 큰 편이고 얼굴도 강아지상이라 인기가 별로 없을 거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묘하게 심술이 나서... 내 취향은 나보다 키 큰 완전 센 고양이상의 무뚝뚝한 냉미녀라고 했어. 그랬더니 걔도 웃더라. 우리 둘은 취향이 비슷한 것 같은데 또 정 반대라고. 그래서 그냥 나도 웃고 말았어.
25
이름없음
2020/03/16 10:14:42
ID : K0q41zTO03y
0
방금 전까지 같이 있었는데... 당장은 무리일 거야, 걔한테도 나한테도...
26
이름없음
2020/03/16 10:17:37
ID : K0q41zTO03y
0
그렇게 정말... 정말 아무 썸도 뭣도 없는 친구 같은 사이가 몇 달동안 이어졌어. 그 관계에 나는 아무 불만이 없었어. 왜냐하면... 나는 그 아이가 구태여 내가 아니라도 다른 누군갈 만나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거든. 그 아이에 대한 내 마음을 자각도 못한 채 마냥 그 아이가 행복하길 바랐던 것 같아.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연애를 하길. 그렇게 되면 나랑 지금처럼 지내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랑 놀아줬음 좋겠다~ 정도의 감정이었어.
27
이름없음
2020/03/16 10:21:07
ID : K0q41zTO03y
0
그러다가...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친언니 집에 놀러 간 날이었어.
그 때 언니 집에서 낮잠을 잤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내 팔에 고양이가 턱을 괸 채 잠들어 있고... 누워있는 쇼파가 너무 폭신했고... 덮고 있는 이불이 극세사라 너무 부드러워서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눈을 뜨니까 맞은편 건물에 있는 공중관람차에 불이 켜져서 너무 예쁜 거야. 그 순간 그 모든 풍경이 말도 안 되게 아름다워서... 정말 가슴 한 켠이 벅차더라. 너무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어. 웃기지? 밑도 끝도 없이 그런 생각이 든 거야. 그 순간의 모든 게 나한텐 정말 예뻤어. 그래서 너무 행복해서, 그런 내 감정을 어딘가에 털어놓고 자랑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28
이름없음
2020/03/16 10:26:54
ID : K0q41zTO03y
0
그래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 아이한테 전화를 했어. 자다 깬 탓에 기분도 노곤노곤해서 정말 우습지도 않게... 저걸 날 것 그대로 그 아이한테 털어놨지.
지금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가 내 팔을 베고 잠들어 있고, 덮고 있는 이불이 포근하고, 누워있는 쇼파가 따뜻하고, 창문 너머로 공중관람차에 불이 들어온 풍경이 보여서 지금 정말 너무 많이 행복하다고. 비몽사몽이었던 상태에서 말한 거라 그 아이의 반응이 어땠는 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그 후로 별 말을 주고 받진 않았거든. 그 직후에 피시방으로 가서 게임을 했으니까... 아마 게임하자는 얘길 했던 것 같아. 그 날도 정말 즐거웠어. 둘이서 밤새 게임을 하면서 이건 스토리가 이렇고 저렇고 수다도 떨며 아침까지 즐겁게 시간을 보냈으니까.
29
이름없음
2020/03/16 10:35:03
ID : K0q41zTO03y
0
그 후로도 우리 사이는 정말 변함 없이 그대로였어. 즐겁고 재미 있고...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서 아까울 지경이었던 것 같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아무래도 안 친해질 래야 안 친해질 수가 없었고 자연스레 이런 저런 얘기를 조금 많이 주고 받게 되었지. 그러면서 나는 얘한테 점점 더 많이 빠졌지만... 앞서 말했듯 얘 취향은 절대 내가 아니어서 어떻게든 부정하느라(ㅠㅠ)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엄청 늦게 자각하고 말아.
30
이름없음
2020/03/16 10:41:30
ID : K0q41zTO03y
0
그렇게 잘 지내다가... 친하게 지내던 D오빠한테 전화가 왔어. 우리랑 다 같이 친하게 지내는 J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더라. 그도 그럴게... 내가 D오빠랑 J언니를 처음 만난 것도 장례식장에서였거든.
16년도 여름에 친하게 지내고 정말 잘 따르던 언니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 때 장례식장에서 언니의 친구들이랑 친해져서 연락도 주고 받고 여행도 다녀올 만큼 친해졌었어. 그 날 언니의 장례식장에서 내가 숨도 못 쉬고 울면서...
"언니가 자기 친구들 저한테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만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이랬거든.
그 때 J언니가 나를 안아주고 웃으며 달래줬어. 그리고 했던 말이...
"이렇게라도 만난 게 어디야. 걔가 네 얘기 많이 했어. 너무 착하고 귀여운 얘라서 다음에 꼭 소개해주고 싶다고."
나한텐 그 말이, 심적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던 내게는 그 말이 너무 큰 위로였어. 그 당시에 안 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터져서 그냥 죽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살아야겠다고 정신을 차렸으니까. 그 언니가 많이 아끼고 사랑해준 나를 내가 함부로 대하기 싫었어. 나를 보고 이렇게라도 만난 게 어디냐고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좀 더 건강한 멘탈로 살고 싶어졌었어. 그래서 나한텐 J언니가 정말 은인이나 다름 없었거든. 그래서... 내가 꼭 가야 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아끼는 사람이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31
이름없음
2020/03/16 10:52:24
ID : K0q41zTO03y
0
그렇게 나는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으로 향했어. 하지만... 별개로 힘들더라. 내가 장례식장 분위기에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어 하는 타입이야. 왜 그런 지는 모르겠어... 가끔 숨조차 제대로 못 쉴 정도로 힘들 때도 있고.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언니를 한 번 안아주고... 언니랑 같이 울다가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술도 마시다 어느 순간부터 기분이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다운되기 시작하더라. 그런데 나는 언니를 챙겨주러 온 사람이잖아. 그런 내가 우울해하는 건 조금 그렇잖아. 그래서 잠깐 전화 한 통만 하고 온다 하고 한 겨울에 건물 밖으로 나와서 그 아이한테 전화를 걸었어.
평소라면 전화를 잘 안 받을 때도 있고 늦게 받을 때도 있는데 그 날은 조금 일찍 받아주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아이한테 솔직하게 털어놨어. 친한 언니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왔는데 조금 힘들다고. 내가 왜 힘든 건지는 모르겠는데도 힘들다고. 아마 내가 아끼는 사람이 힘들어하는데 아무 것도 못 해주는 무력감과... 여러 이유들 때문에 그랬나 봐. 그래서 그 겨울에 그렇게 밖에서 오래는 전화하지 못하고... 그냥 조금 많이 슬프단 이야길 주고 받았어. 그 아이가 많이 걱정해주더라구. 그러다 금방 나는 다시 장례식장으로 내려왔어. 오래 자리를 비울 순 없으니까.
32
이름없음
2020/03/16 11:26:58
ID : K0q41zTO03y
0
첫째날에 입관을 하니까... 그건 보고 언니를 달래준 다음 가야겠다 싶었어. 그 때가 첫날중 제일 힘들 거 아냐. 그 순간엔 옆에 있어주어야 겠다고 생각 했어. 그렇게 첫째날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12시쯤이더라. 그렇게 우울한 채 또 그 아이한테 연락을 했는데 바보 같은 그 아이는 그걸 또 받아주더라구. 자기 졸린 거 참아가며 나를 걱정해주다 결국 새벽4시 무렵이 되어서야 자러 갔지. 그 순간엔 사실 별 생각 없었던 것 같아. 우린 워낙 늦게까지 이야길 주고 받다 잠들 때가 잦았으니까 그 날도 그저 평소랑 같을 뿐인 하루, 그런 건 줄 알았거든.
그 아이에겐 아니었던 하루였지만.
33
이름없음
2020/03/16 11:30:46
ID : TXvyNAnRvcl
0
읭???? 혼자 텔 누워있다가 나왔다면서 헤어진상태라면서 방금전까지 함께 있었다는건 뭔 개소리야ㅋㅋ?? 정형돈 닮은 봄이의 망상주작 자캐놀이 넘 헛점 투성이양ㅠ
34
이름없음
2020/03/16 11:35:27
ID : K0q41zTO03y
0
걔네 집 근처 텔이었거든... 걔네 집안이 지금 분위기가 안 좋아서 같이 못 자주는 상황이라 걔가 전날 밤에 나 데려다 주고 자기는 집으로 돌아간 거였어. 나는 거기서 새벽까지 혼자 있다가... 도저히 걔가 없이 거기선 못 자겠다 싶어서 짐싸들고 나와서 걔네 집 근처에 있다가 아침에 잠깐 걔 불러내서 만났고... 그 때 걔가 옷 챙겨주고 이것저것 바리바리 쥐여주고 보내줬어. 서로가 질리거나 마음이 없어서 헤어진 게 아니니까. 아침에 잠깐 그렇게 보고 나는 기차 시간 전까지 잠깐 시간 떼우는 중이야.
35
이름없음
2020/03/16 11:59:30
ID : K0q41zTO03y
0
알잖아 관계라는 게 칼로 나누듯 딱딱 끊어내거나 나눌 수 없는 거... 헤어졌다곤 하지만 걔는 먼 타지에서 온 나를 혼자 모텔에 재우는 걸 엄청 미안해했어. 그래서 잠도 못 자고 자기 집 근처에 온 나를 혼자 둘 수가 없어서... 자기가 있을 수 있을 만큼 같이 있어주고 나는 시간 떼우려 피방 왔어. 걘 나 챙겨주다가 사정 때문에 집 들어간 거야. 그래서 헤어졌는데도 방금 전까지 같이 있었다고 한 거고.
36
이름없음
2020/03/16 12:03:19
ID : K0q41zTO03y
0
그 다음 날, 장례식 둘째날이었어. 그 날도 나는 D오빠랑 같이 먹을 걸 바리바리 사들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장례식장으로 향했지. 언니한테도 먹을 거 주고 언니동생 친구들한테도 좀 주려고. 아무래도 상주들은 밖으로 나오면 안 되니까... 거기서 똑같은 것만 먹다 보면 지칠 것 같아서 뭐라도 좀 사가자고 오빠가 그러더라구. 그래서 아! 좋아요! 하고 오빠랑 둘이 이것 저것 사러 갔어.
그렇게 뭔갈 잔뜩 사들고 우리는 다시 장례식장으로 갔어. 그리고... 거기서 언니랑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길 하면서 많이 웃었던 것 같아. 내가 지금 옆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웃는데 사실 내내 마음 한 켠이 불안했던 것 같아. 전에 왔던 친한언니 장례식장이랑 겹쳐보여서 자꾸 슬퍼지더라. 그래서 아침 발인 때문에 다들 1시쯤에 잘 준빌 하고... 우린 우리끼리 술을 더 마시다 자리를 정리했어. 그러고 누웠는데... 나는 잠들지 못했어. 그냥 너무 마음이 텅 빈 것처럼 슬퍼서 잠이 오지 않았어. 너무 슬프다고 말하고 싶은데 너무 막연한? 느낌이라 어디에도 말 못할 기분이었어. 그런데도 꼭 어디 털어놓고 싶어서... 새벽 4시에 무턱대고 그 아이한테 전활 걸었거든. 처음엔 받지 않더라. 시간이 시간이니까 자는 구나 했는데 10분 정도 후에 바로 연락이 왔어. 게임하고 있어서 연락을 못 받았다고, 확인 하자마자 바로 전화 건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복도 쪽... 화장실 앞에 쭈그려 앉아서 걔랑 전화를 했어. 꽤 오랫동안. 잘 하지 않았던 얘기들이 정말 쉽게 나오더라. 그러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 힘들다고 대놓고 말하면서 징징거리기도 했고. 걔는 그 모든 걸 그냥 가만히 들어줬어. 나는 그게 참 편했던 것 같아. 응, 정말 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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