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3/20 21:04:11 ID : zdXutwJXvCi 1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은 홀로 권태기인 것 같아. 들어줄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냥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풀고 싶어.
2 이름없음 2020/03/20 21:05:47 ID : Hvhgi1dwpWl 0
ㅂㄱㅇㅇ
3 이름없음 2020/03/20 21:08:48 ID : 1yLe0oLatth 0
팝콘 데워써
4 이름없음 2020/03/20 21:09:59 ID : tba1fTPilCj 0
ㅂㄱㅇㅇㅂㄱㅇㅇ
5 이름없음 2020/03/20 21:11:55 ID : zdXutwJXvCi 0
난 동성애자고 여자친구는 여자 만나는 게 내가 처음이야. 나 만나기 전에 여자를 좋아한 적은 있었는데, 상대가 남자 친구가 있는 사람이라 그냥 혼자 앓다 접었대. 나랑 처음 만난 건 친구를 따라나간 레즈비언 모임에서였어. 술자리였는데 난 그중 한 명한테 잘못 걸려서 술을 진탕 마시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고 여자친구는 술자리가 끝나기 한두 시간 전쯤 뒤늦게 왔었어.
6 이름없음 2020/03/20 21:16:05 ID : zdXutwJXvCi 0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내가 취해서 계속 친한 척을 했나 봐. 왜 이렇게 늦게 나왔냐는 말부터 언니 턱선이 장난 아니다 이런 칭찬도 하고... 말하면서 자꾸 어깨나 이런 곳에 손 올리면서 말했다는데 여자친구가 낯가림이 엄청 심한 편이라 되게 당황스러웠었대. 이 말은 나중에 사귄 후에 들었어.
7 이름없음 2020/03/20 21:18:59 ID : zdXutwJXvCi 0
술자리가 끝나고 다 헤어지려고 하는데 여자친구가 나한테 집이 어디냐고 택시 타고 왔냐고 물어보더라. 그때 난 친구 집에서 자기로 했어서 친구 집으로 같이 택시 타고 간다고 했어. 근데 태워다 주겠다고 하더라 (여자친구는 술을 안 마신 상태였어) 친구 집이 차로 40분 거리라 괜찮다고 했는데 위험하기도 하고 자기는 차 끌고 왔으니까 자꾸 태워다 준다고 하길래 그럼 부탁하겠다 하고 차에 탔어.
8 이름없음 2020/03/20 21:22:04 ID : zdXutwJXvCi 0
친구가 앞자리에 타고 난 뒷자리에 탔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앞자리에 타길 내심 바랐었대 ㅋㅋㅋ 처음 딱 보고 되게 마음에 들었는데 나이 차도 좀 있고 연락처도 없고 낯가림이 심해서 모임 같은 거에 잘 나갈 것 같지도 않고... 하여간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좋은 인상이나 심어주자 하는 마음으로 태워다 준 거라고 하더라. 여자친구 집이 술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일 정도로 되게 가까웠는데도 말야
9 이름없음 2020/03/20 21:25:08 ID : zdXutwJXvCi 0
난 이때 기억이 별로 없어서... 다음날 아침 되자마자 친구한테 우리 어떻게 왔냐고 물어봤고 여자친구가 데려다 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어. 내가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어쩌냐고 이랬는데 친구가 연락처를 받아 뒀더라고. 그래서 난 그 연락처 받아서 어젠 고마웠다고 말하면서 조만간 밥을 한 번 사겠다고 했어.
10 이름없음 2020/03/20 21:28:29 ID : tba1fTPilCj 0
ㅂㄱㅇㅇ
11 이름없음 2020/03/20 21:32:40 ID : zdXutwJXvCi 0
그러고 만나기로 한 날엔 내가 태우러 가고 밥도 사고 카페도 미리 괜찮다고 알아둔 곳 (결과적으론 아쉽게도 별로였지만...)도 가고 그랬어. 대화를 하는데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되게 편하다고 생각했어. 그뒤로 친해져서 연락을 좀 자주 했는데 난 전화를 잘 안 받고 안 하는 편인데 되게 뜬금없이 자주 전화를 걸어오더라.
12 이름없음 2020/03/20 21:36:56 ID : zdXutwJXvCi 0
처음엔 할 말이 있어서 전화를 하는 줄 알았는데 20~30분씩 그냥 수다만 떨다가 끊더라. 난 친구들이랑도 수다 떤다고 전화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어. 그리고 이뒤로도 여자친구랑 처음 만난 인원들이랑 모임이 몇 번 있었는데, 모임이 잡힐 때마다 여자친구가 나한테 갈 거냐고 먼저 물어보고 내가 간다고 하면 같이 나가곤 했어. 이땐 언니가 낯가림도 심하고 해서 나랑 친해졌으니까 나 있을 때만 가나보다 했지.
13 이름없음 2020/03/20 21:41:05 ID : zdXutwJXvCi 0
근데 다른 사람들 눈엔 아니었나 보더라. 자꾸 둘이 뭐 있냐고 묻고 어느날은 그 모임에 새로운 사람이 왔는데 나한테 관심 있는 티를 내면서 바람 쐬러 나가자 하더라고. 그리고 나가서도 00언니(지금 내 여자친구)랑 썸 타는 사이냐고 묻더라. 난 그냥 친한 사이라고 했는데 “그 언닌 아닌 것 같던데” 라고 하는 거야. 이쯤부터 조금 신경 쓰였던 것 같아.
14 이름없음 2020/03/20 21:43:24 ID : zdXutwJXvCi 0
이 뒤로도 되게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났어. 썸인 걸 인지 못한 채로 썸을 탔다고 해야 하나... 여자친구랑은 꽤 오래 썸을 타다 사귀게 됐는데 서로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챈 것도 한 달 정도 지난 후였어. 어느날 밤에 갑자기 고민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냐면서 전화를 하자는 거야.
15 이름없음 2020/03/20 21:45:20 ID : zdXutwJXvCi 0
근데 그 고민이 전에 좋아했다는 여자 사람 얘기였어. 자기는 자기 성 정체성을 확실히 모르는데 당시에 자기도 남자친구가 있고, 여자친구가 좋아하던 사람 (A라고 할게)도 남자친구가 있었대. 다 같은 곳에서 일하던 사람이라 더블 데이트를 자주 했다고 하더라.
16 이름없음 2020/03/20 21:47:49 ID : zdXutwJXvCi 0
근데 남자친구보다 A한테 더 관심이 가고 질투가 나더래. 처음엔 여자한테 그런 적이 없으니까 친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좋아하는 거라는 걸 깨닫고는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티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질투가 너무 심해지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니까 서서히 연락도 안 하기 시작했대. 그후에 자기 주변엔 여자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친구라도 만들까 싶은 마음으로 모임에 나왔던 거고.
17 이름없음 2020/03/20 21:49:19 ID : zdXutwJXvCi 0
여자친구가 당시 얘기를 되게 길게 했는데 난 그걸 들으면서 되게 혼란이 온 거야. 나한테 마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역시 그냥 친하다고 생각한 게 전부였나 싶고... 더군다나 남자만 만나 봤었다고 하고 여자 좋아한 적이 한 번 뿐이라고 하니까 나한테 마음이 없다는 생각이 더 확실하게 들었어. 그래서 그냥 얘기 들어주고 조언해 주고 그랬는데
18 이름없음 2020/03/20 21:50:03 ID : zdXutwJXvCi 0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쁜 거야. 난 나한테 마음이 있는 줄 알고 좀 더 신경 쓰고 이러면서 마음이 생겨버렸는데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19 이름없음 2020/03/20 21:51:27 ID : zdXutwJXvCi 0
그래서 다음날에 떠볼 마음+나처럼 복잡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연락을 했어. 나도 고민이 있는데 이게 언니랑 관련된 거다, 근데 말하면 우리 사이가 틀어질 것 같아서 말할 수가 없다... 뭐 이런 식으로.
20 이름없음 2020/03/20 21:53:50 ID : zdXutwJXvCi 0
근데 이날 일하다가 다쳤다고 하더라. 종일 내가 신경 쓰여서 다른 것에 집중할 수가 없었대. 이날 진지하게 대화하면서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제대로 썸을 타기 시작했어.
21 이름없음 2020/03/20 21:56:13 ID : zdXutwJXvCi 0
고백은 여자친구가 했어. 내가 야경 예쁜 곳 안다고 데려간 곳에서 고백받았는데 내가 고백한 것마냥 내가 더 부끄러워 했던 기억이 있어... 고백 받은 순간부터 막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겠고 그러더라
22 이름없음 2020/03/20 21:59:13 ID : zdXutwJXvCi 0
사귀고 초반엔 일주일에 4-5번씩 만난 것 같아. 2년 정도는 쭉 시간 쪼개서라도 그렇게 봤고... 나랑 여자친구랑 집이 아주 가까운 건 아닌데 (차로 30-40분 거리) 그냥 잠깐 얼굴 보겠다고 찾아가기도 했어.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세 번은 만났었어.
23 이름없음 2020/03/20 22:02:16 ID : zdXutwJXvCi 0
중간에 같이 산 적도 있었어. 내가 다니던 학교가 여자친구 집에서 더 가까웠거든. 사귄 지 반 년에서 일 년 정도 지났을 때였나? 확실하겐 모르겠는데 3개월 정도 같이 살았어.
24 이름없음 2020/03/20 22:05:36 ID : zdXutwJXvCi 0
사실 같이 살 때 불편한 점이 많았어. 여자친구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 여자친구랑 여자친구 가족들 다같이 사는 집이었거든... 나나 여자친구나 가족들이 동성애에 대해 반감이 있는 분들이라 들키면 안 됐었고 난 여자친구 부모님이 날 싫어하신다고 느꼈어 (여자친구는 아니라고 매번 말했지만 그냥 난 그렇게 느꼈어) 반응이 좀 늦었지만 보고 있어 줘서 고마워!
25 이름없음 2020/03/20 22:11:18 ID : zdXutwJXvCi 0
그리고 내가 개를 무서워하는 편인데 여자친구가 키우는 강아지가 날 정말 싫어했어... 날 싫어한다기보단 그냥 가족 제외 사람들을 되게 싫어하는 아이였어. 날 보고 달려든 적이 있어서 운 기억도 있어. 그래도 같이 살면서 여자친구랑 안 맞는 부분이 보이거나 여자친구랑 싸우거나 그런 적은 없었어. 솔직히 단 둘이 살았던 거면 정말 완벽하게 행복하기만 했을 것 같단 생각이 있거든.
26 이름없음 2020/03/20 22:15:13 ID : zdXutwJXvCi 0
문제는 내가 원래도 우울증이랑 불안증을 오래 앓아오던 사람인데 당시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서 (집안 문제+학업 문제) 엄청 무기력해졌었어. 거기에 여자친구 집에서 사는 것에서도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섣불리 나가겠단 말을 못 꺼냈어. 내가 히스테리를 부릴 때도 여자친구가 매번 괜찮다고 위로해 줬거든. 여자친구가 없을 땐 무기력하고 예민하다가 여자친구가 집에 오면 좀 나아지고 이게 반복이었어.
27 이름없음 2020/03/20 22:17:10 ID : zdXutwJXvCi 0
내가 결국 자퇴를 하게 되면서 여자친구와의 동거는 끝났어. 근데 같이 사는 동안 내가 여자친구한테 의지하는 게 너무 극도로 커졌던 것 같아. 그래서 권태기라고 느끼는 지금도 여자친구보다 더 좋은 사람은 절대 못 만날 것 같고 여자친구 없이 지내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 되기도 해.
28 이름없음 2020/03/20 22:20:20 ID : zdXutwJXvCi 0
여자친구는 꾸준히 나한테 잘해 줬어. 오래 사귀었는데도 한결같이 설렌다고 말해 주고, 표현도 되게 많이 해 주고. 미는 것 없이 당기기만 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여자친구가 만나는 친구도 거의 없어서 (3년 가까이 사귀면서 친구 만나러 나가는 걸 5번 정도밖에 못 본 것 같아) 나한테만 집중해 주는 것도 느꼈어.
29 이름없음 2020/03/20 22:23:06 ID : zdXutwJXvCi 0
권태기의 이유는 사실 내가 지친 게 제일 큰 것 같아. 사귀던 중에 내가 일하는 곳에서 아웃팅 비슷하게 당한 적이 있었어. 같이 일하던 남자 사람 한 명(B라고 할게)이 나한테 호감을 표현했었는데 내가 매번 선 긋고 ‘연애에 관심 없다’라고 말했었거든.
30 이름없음 2020/03/20 22:24:59 ID : zdXutwJXvCi 0
그런 와중에 여자친구가 나 일하는 곳에 자주 놀러왔었어 (직장 아니고 알바야) 일하는 곳에서 회식할 때도 몇 번 왔었거든, 우리가 회식 때마다 다 서로 친구들 자유롭게 데리고 와서 놀고 말만 회식이지 그냥 또래끼리 노는 느낌이었어서... 근데 B가 뒤에서 다른 애들한테 내가 동성애자인 것 같다고, 내 여자친구랑 사귀는 것 같다고 말을 했대
31 이름없음 2020/03/20 22:27:09 ID : zdXutwJXvCi 0
다른 애들은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했는데 막 이것저것 증거랍시고 이유를 대면서 말했대.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돌았고 이게 일하는 곳에서 뿐만 아니라 그밖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도 퍼진 거야. 같은 곳에서 일하는 애도 아닌 애가 내 절친한테 나 요즘 만나는 여자 있냐고 물어보고 내 절친이 무슨 소리냐니까 “걔 동성애자인 거 다 알잖아” 라고 했었대.
32 이름없음 2020/03/20 22:29:36 ID : zdXutwJXvCi 0
난 이 소리를 뒤늦게 절친한테 듣고 알았어. 바로잡기엔 이미 소문이 퍼질대로 퍼졌었지만 엄청 화내고 B한테서 더이상 이런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서 넘어갔어. 내가 집안 대대로 기독교인 집안에.. 고등학생 때 부모님께 동성애자라고 오해(오해는 아니지만...)를 받았을 때 별별 입에 담기 힘든 욕을 많이 들었었어서 집안에 얘기가 들어갈까 그게 제일 걱정이었어.
33 이름없음 2020/03/20 22:31:08 ID : Hvhgi1dwpWl 0
ㅂㄱㅇㅇ ㅠ
34 이름없음 2020/03/20 22:33:58 ID : zdXutwJXvCi 0
여자친구는 이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 일하는 곳에 오지 않았어. 그뒤부턴 내 친구들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더라고. 여자친구 입장으로서는 그게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난 그냥 그뒤로 계속 불안하더라. 그래서 이쯤부터 여자친구랑 전화도 안 하게 됐어. 집에서 여자친구랑 전화하고 있으면 집안에서도 날 의심할 것 같았거든. 보고 있구나 고마워!
35 이름없음 2020/03/20 22:35:54 ID : zdXutwJXvCi 0
문제는 집안에서도 의심을 하기 시작한 거였어. 여자친구랑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만나고 내가 가끔 밤에 갑자기 나갔다가 금방 들어오고 (한 번 집앞에서 나랑 여자친구랑 잠깐 얼굴 보고 있었는데 엄마 마주친 적도 있었어) 이게 반복되니까... 뭔가 가족들이 날 자꾸 떠보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근데 이건 여자친구한테 말하지 않았어. 같이 스트레스 받고 불편해할 것 같았거든.
36 이름없음 2020/03/20 22:38:18 ID : zdXutwJXvCi 0
뭐 할 때마다 괜히 00이도 불러~ 이러면서 콕 찝어서 내 여자친구만 언급하기도 하고 (엄마가 아는 내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많은 애들 중에서도 여자친구만 자꾸 언급했어) 둘이 만나면 뭐 하고 노냐, 둘이서 그렇게 자주 만나면서 안 질리냐, 00이는 자기 또래 두고 나랑 노는 게 재밌다더냐, 이런식으로 정말 자주 물어보셨어.
37 이름없음 2020/03/20 22:40:49 ID : zdXutwJXvCi 0
그냥 여러모로 주변에서 오는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어. 그리고 연애 초에 여자친구가 나한테 말실수를 한 게 있는데 (이것 빼고는 사귄 기간 내내 나한테 상처 주거나 그런 적이 없었어) 이거에 의한 스트레스도 계속됐어
38 이름없음 2020/03/20 22:47:11 ID : zdXutwJXvCi 0
그 말실수가 전에 만나던 남자에 관한 얘기였어. 여자친구가 많이 미안해하고 사과했지만 난 관련된 악몽에 오래 시달릴 정도로 좀 많이 상처였거든.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부터 내가 양성애자보단 동성애자를 만나는 걸 더 선호했던 사람이었어서 더 충격이고 상처였어.
39 이름없음 2020/03/20 22:49:53 ID : zdXutwJXvCi 0
내가 양성애자에 대한 반감이 있는 건 절대 아냐. 그냥 단순히 내가 질투가 많은 편인데, 특히 남자에 대한 질투가 더 심해서 그런 거였어. 어릴 때 이성애자인 친구 좋아한 적도 있고 해서 그때부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성을 이길 순 없구나’ 라는 생각이 박혀버린 것도 있고 아직은 동성애에 시선이 좋지 않은 세상이니까 주변 시선에 의해서라도 언젠가 남자한테 뺏기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이 있었거든.
40 이름없음 2020/03/20 22:51:53 ID : zdXutwJXvCi 0
주변 사람들이 나와 여자친구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 가족들이 알아채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 그리고 여자친구의 발언 (2년이 넘은 일이지만 ㅠㅠ)이 사실 아직까지도 시도때도 없이 떠오르고 그것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야.
41 이름없음 2020/03/20 22:53:58 ID : zdXutwJXvCi 0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자친구와 전화를 안 한 지는 꽤 됐고 (가족들이 의심한 순간부터...) 만나는 횟수도 적어졌어. 내가 원래 표현을 좀 안 하는 편인데, 이런 상황에서조차 표현을 잘 안 하니까 여자친구가 혼자 꽤 오랜 시간동안 불안해한 것 같더라. 한두 달 전쯤에 갑자기 나한테 자기를 좋아하는 게 맞냐고 물어보더라고.
42 이름없음 2020/03/20 22:57:16 ID : zdXutwJXvCi 0
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엄청 상처였는데 계속 참아보려고 했대. 근데 내가 계속 자기 힘든 건 못 보면서 내 힘든 것만 내세우고 점점 멀어졌다는 거야. 사실 작년 말쯤부터 난 내가 너무 무기력하고 신경 쓸 것도 너무 많고 하니까 점점 여자친구한테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 같아서 권태기인가 생각하긴 했었는데 여자친구가 상처를 받고 있단 사실은 이때 처음 알았어.
43 이름없음 2020/03/20 22:59:29 ID : zdXutwJXvCi 0
그순간 너무 미안하더라. 헤어지는 게 맞는 건데 내가 괜히 여자친구가 없는 삶이 상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붙들고 있었나 싶고. 그래서 그만하자고 말을 했는데 여자친구가 “난 그냥 네가 나한테 좀 더 신경 써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한 거였는데 그게 너한텐 부담이었구나. 네가 나한테 더이상 마음이 없다는 건 잘 알겠다” 라는 식으로 말했어.
44 이름없음 2020/03/20 23:02:03 ID : zdXutwJXvCi 0
그렇게 헤어지는 듯 싶었어. 근데 그날 밤에 갑자기 찾아와서 이렇게 얼굴도 안 보고 헤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대화를 하자 하더라고. 사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나가서 잘 말하고 화해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여자친구한테 줄 선물들(최근에 여행을 가면서 샀던 것들) 챙겨서 나갔었어.
45 이름없음 2020/03/20 23:04:29 ID : zdXutwJXvCi 0
여자친구가 그냥 상대 기분, 미래 상황 다 생각하지 말고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대화하자고 하더라. 그러면서 본인이 먼저 말하겠다 하고 입을 떼는데 내가 생각치도 못한, 여자친구가 상처받은 것들이 엄청 많은 거야. 그간 왜 말을 안 했냐니까 ‘내가 더 언니니까 참아야 한다 생각했다’ ‘넌 너대로 네 일로 많이 힘들어하는 걸 아는데 어떻게 말을 하겠냐’ 이런 이유들이었어.
46 이름없음 2020/03/20 23:08:31 ID : zdXutwJXvCi 0
그리고 긴 얘기 끝에 여자친구가 한 말은 “그래도 난 네가 너무 좋으니까 너만 괜찮으면 계속 만나고 싶어. 서로 상처인 것들 천천히 고쳐보자” 였어. 하지만 난 얘기를 듣는 동안 죄책감만 느껴지면서 다시 연애초 때처럼 좋아 죽는 사이로 돌아갈 자신이 없다는 걸 느꼈고 결국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어.
47 이름없음 2020/03/20 23:10:48 ID : zdXutwJXvCi 0
헤어지는 게 맞다 생각하면서도 자꾸 눈물이 나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근처에서 계속 울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여자친구 목소리가 들리더라. 다시 잘해 보자는 말엔 거절해놓고 사람 미련 못 떼게 왜 우냐고
48 이름없음 2020/03/20 23:12:34 ID : zdXutwJXvCi 0
이날엔 내가 헤어지고 싶은 게 맞다고 오해하게 했음 미안하다 말하고 돌려보냈었어. 계속 오는 전화도 안 받았고 며칠 뒤 나랑 모임 같이 나갔던 친구 집에 갔는데 거기 여자친구가 있더라. 여자친구도 그 친구랑 많이 친해졌었거든.
49 이름없음 2020/03/20 23:14:33 ID : zdXutwJXvCi 0
잠시 대화를 하자고 하더라고. 여자친구는 여전히 나랑 다시 만나고 싶어했고, 난 여자친구랑 만날 자신이 없었어. 하지만 오래 만난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도 힘들었고. 결국 대화 끝에 다시 만나보다가 정말 아닌 것 같으면 가끔 연락하는 친구 사이로 남자고 말이 나왔어. 물론 후에 친구로 지내는 건 힘들겠지만...
50 이름없음 2020/03/20 23:16:36 ID : zdXutwJXvCi 0
그렇게 해서 지금 계속 만나는 중인데 최근엔 코로나고 뭐고 해서 잘 못 만나고 있어. 연락하면서 각자 집에서 같이 게임하고 (둘 다 취미가 게임이야) 그러고는 있는데 여자친구는 내가 부담스러워 할까 표현을 많이 줄였어. 난 헤어졌다 다시 만난 후로는 표현을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냥 말이 나오질 않는데, 이게 미안해서인지 식어서인지 잘 모르겠어.
51 이름없음 2020/03/20 23:17:54 ID : zdXutwJXvCi 0
여전히 홀로 권태기를 겪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100일도 채 못 넘기던 사람이라 권태기를 겪어본 적이 없어서... 원래 권태기가 이렇게 길게 가기도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마음이 뜬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내 얘기는 대충 여기서 끝이야. 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52 이름없음 2020/03/21 00:02:50 ID : AktwJSNvBcE 0
읽는 내내 같이 설레고 같이 아픈 느낌이다... 차라리 권태기였으면, 덜 아팠을 텐데... 주변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클 거 같아 만약에 주변의 압박 없이 서로 사랑만 할 수 있었다면 지금 행복하지 않았을까? 스레주는 권태기가 아니라 주변 상황 때문에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보내는 거 같아 나도 같은 상황에서 결국에는 애인하고 헤어졌는데, 아예 애인과 끝이거나 내 주변과 끝을 내야 하는 문제더라 내 주제에 뭐라고 조언할 것도 없지만, 하고 싶은 말은 그냥... 너무 아프고 아팠겠다, 고생했구나,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
53 이름없음 2020/03/21 00:39:04 ID : zdXutwJXvCi 0
얘기 들어준 것 고맙고 조언도 고마워.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레더도 고생했어 ㅠㅠ
54 이름없음 2020/03/21 01:01:34 ID : nBaoFjAruqY 0
나는 스레주 여자친구 입장이랑 비슷했어 나 학교에서 뽀뽀하는 바람에 소문 쫙 나서 아예 오픈으로 살고 있거든 그런 나랑 하루종일 붙어다닌다? 아무 말 안 해도 이미 모든 애들은 나랑 전여친이 사귄다고 여겼어 전여친은 그걸로 스트레스를 무척 받았었어 소문이 났을 때 전여친은 물론 전여친 친구들까지 나랑 전전여친을 욕했었거든(근데 뽀뽀가 그렇게 잘못인가?;) 암튼 되게 힘들어하던데 나도 힘들었어... 그치만 둘 다 힘들어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난 익숙해서 괜찮아!! 하고 넘기고 달래줬지 그러다가 너랑 있으면 내 친구들이 다 나 쌩까 라는 말 듣고 난 표현하길 자제했어 그 무렵 쯤엔 전여친이 날 좀 피해서 같이 있는 시간도 줄었지만... 나보다 새로 사귄 친구들이랑 있는 게 즐거워보였어 하여간 얘랑 나랑 문제는 그놈의 친구였어 새로 사귄 친구들은 나랑 있는 거 봐도 아무렇지 않아하던데 옛 친구들 눈치만 죽어라보더라 나는 억울했지 나는 뭐 친구 없어서 너한테 올인하고 그러는 줄 아냐고... 참다참다 결국 헤어졌어 헤어지고 싶어하길래 내가 그냥 끝냈어 잡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선택 빨리 해 주변 시선도 중요한데 난 개인적으로 나보다 주변 시선 신경쓰는 애랑은 만나기 싫더라
55 이름없음 2020/03/21 01:19:13 ID : zdXutwJXvCi 0
조언 고마워! 사실 나도 그냥 일자리나 친구들 뿐일 땐 괜찮은데 가족 연관되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한 거라 ㅠㅠ 친구엔 크게 집착 안 하는 편이기도 하고 내가 여자친구보다 오픈이라 정말 친한 애들은 다 나 동성애자인 거 알거든... 어쨌거나 빨리 선택하는 게 옳은 거겠지
56 이름없음 2020/03/21 12:18:12 ID : bfPa5WnXwE9 0
나도 52처럼 스레주가 가족이나 애인 중에 하나만 결정해야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기면 또다시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거야. 혹시 정말 여건이 된다면 집에서 독립을 해보는 건 어때? 나도 항상 스레주가 겪고 있는 비슷한 문제(아웃팅, 의심 등)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외국으로 나오니 조금 홀가분해 졌어. 물론 우리집도 기독교라서 반동성애적인 생각과 결혼에 대한 압박이 여전히 있지만ㅠㅠㅠ 윗 스레들 모두 나랑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서 스래주에게도, 여자친구에게도 공감이 되고 마음이 아프네ㅠㅠ 스레주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57 이름없음 2020/03/21 12:45:07 ID : vg1yILgi8ru 0
난 외국에서 살면서 겪은 일들이라... ㅠㅠ 그리고 여자친구나 나나 안타깝게도 독립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그래도 좋은 얘기 고마워!! 레더도 행복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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