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5/11 22:37:15 ID : rbveHDBzdSI 1
나는 꿈을 엄청 자주 꿔. 꾸지 않는 날이 더 이상할 정도로. 왠만하면 개꿈인 경우가 많지만 정말 무서운 꿈을 꿀 때도 있거든. 이건 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꾼 꿈 얘기야. 너무 선명해서 졸업이 가까운 지금까지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어. 나는 꿈에서 눈을 떴어. 평소처럼 꿈인줄도 모르고 그냥 앉아 있었지. 내 앞에 팔이 무척이나 긴 팔을 가진 여자가 있었어. 꽤 무섭게 생겼지만 전체적으론 미인이었지.
2 이름없음 2020/05/11 22:41:07 ID : rbveHDBzdSI 0
그 여자는 난데없이 내게 왕관같이 생긴 모자를 씌워주고는 네가 술래니 이제부터 숫자를 세야 한다고 말했어. 내가 상황파악을 하기 전에 뒤에서 많은 발소리가 들렸고 내가 뒤를 돌아볼 즈음엔 모두 없어져버린 뒤였어. 앞을 보니 여자는 내 앞의 커다란 탑에 올라가더니 맨 꼭대기에 붙은 의자에 앉았어. 그리고 그 의자 옆엔 의자들이 회오리 감자처럼 탑을 감싸며 내려붙어 있었지. 그 의자들에는 한사람도 빠짐없이 누군가 앉아있었어.
3 이름없음 2020/05/11 22:42:31 ID : mr87e5dWmK2 0
ㅂㄱㅇㅇ
4 이름없음 2020/05/11 22:45:08 ID : rbveHDBzdSI 0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꿈이니까 아무런 거부감 없이 100부터 숫자를 세기 시작했어. 무서운 마음도 들지가 않았어. 이건 꿈이니까 겁이라곤 나질 않았지. 그땐 이게 어떻게 될지 몰랐으니까. 숫자를 전부 세고 나는 자연스럽게 숨은 사람들을 찾으러 건물을 내려갔어. 아주아주 넓은 평수의 건물이었는데 모든 층마다 창문이 하나 커다랗게 나 있었어. 창문을 바라본채 오른쪽을 보면 비상구계단이 있었고 나는 그곳으로 갔어. 꼭대기층에 있었으니까 내려갈수밖에 없었지. 옥상이라곤 없는 건물이었어.
5 이름없음 2020/05/11 22:49:49 ID : rbveHDBzdSI 0
첫번째 층에 도착하니 그곳은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시 같았어. 진짜 도시는 아니고 꺼져버린 네온사인과 켜져있는 네온사인, 깜박거리는 네온사인이 전선과 한대 뒤엉켜 쌓여 있는 곳이었어. 건드리면 감전될 것 같아서 나는 최대한 그것들을 건드리지 않고 숨어있을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지. 많은 네온사인과는 다르게 꽤나 어두운 곳이었어. 한참을 네온사인 숲을 돌아다니던 나는 그것들의 한가운데에서 작은 아이를 발견했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기억이 안 나. 그냥 왜소한 아이었어.
6 이름없음 2020/05/11 22:53:00 ID : mr87e5dWmK2 0
재밌다. 스레주 근데 탑은 어느정도 높았어? 여자가 빠르게 계단을 올라간거야?
7 이름없음 2020/05/11 22:53:57 ID : rbveHDBzdSI 0
나는 감전이 무서워서 아이에게 다가가진 못했어. 그냥 찾았으니 나오라고 소리쳤지. 아이는 묵묵부답이었어. 하는 수 없이 나는 아이를 직접 데려오려고 했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전선을 피해가며 아이의 곁으로 다가갔어. 무릎을 안고 앉아있는 아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이제 찾았으니 꼭대기 층에 가라고 했지.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안 갈거라고 떼를 썼어. 아니 악에 가까우려나. 아이는 꺽꺽 울며 나를 거부했어.
8 이름없음 2020/05/11 22:59:50 ID : rbveHDBzdSI 0
6 >>> 그냥 바라봤을 때 목이 아픈 정도야. 5~6층 건물정도려나. 탑엔 계단이 없어서 거의 날아서 갔어. 현실의 나였다면 아이가 울며불며 싫어하니 그럼 가지 말자고 진정하라고 달랬겠지만 꿈이라서 그랬는지 나는 아이의 어깨를 강제로 돌리며 빨리 올라가라고 소리를 질렀어. 근데 아이의 얼굴이 없었어. 진짜 눈코입 하나 없고 얼굴 윤곽조차없는 만들다 만 인형같은 얼굴이었어. 아이는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울음을 그쳤어. 사실상 눈물이 나올 눈구멍마저 없었지만 그냥 그런 기분이었어. 그쳤구나 싶은.
9 이름없음 2020/05/11 23:00:44 ID : mr87e5dWmK2 0
재밌다 보고있어 계속 얘기해줘!
10 이름없음 2020/05/11 23:04:22 ID : rbveHDBzdSI 0
아이는 아무말 없이 차가운 손으로 내 얼굴을 더듬더니 그대로 터덜터덜 비상구 쪽으로 걸어갔어.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조금 서두르는 것 같기도 했지. 아이의 모습이 더는 보이질 않자 길고 소름끼치는 종소리와 함께 모든 네온사인들이 벽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졌어. 이제 정말 텅 빈 방이 돼버린 층에서 나는 바로 잠에서 깼어. 그리고 다음날 밤, 나는 다시 이 꿈에서 일어났어.
11 이름없음 2020/05/11 23:11:09 ID : rbveHDBzdSI 0
눈을 뜨자 나는 네온사인 방이었던 곳에서 비상구를 등진 채 서 있었어.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홀린 것 처럼 다음층으로 내려갔어. 다음 사람을 찾아야지.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왕관같은 모자는 여전히 내 머리 위에 있었어. 다음층은 모래가 넓게 깔려있는 옛날 놀이터였어. 강철로 만든 미끄럼틀이랑 쇠사슬로 묶은 그네 알아? 난 어릴적 그런 놀이터에서 놀곤 했어서 한눈에 놀이터인 걸 알 수 있었어. 그리고 다 녹슬어 칠이 벗겨진 철봉 쪽에서 나는 일고여덟정도 되어보이는 조금 통통한 여자아이를 발견했어.
12 이름없음 2020/05/11 23:18:08 ID : rbveHDBzdSI 0
아이는 나를 등진채 자기보다 조금 높은 철봉으로 올라가려고 했어. 뜀박질을 해보지만 영 부족해보였어. 나는 신경쓰지 않고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의 등을 살짝 밀며 이제 찾았으니 꼭대기층으로 올라가라고 했어. 나는 전에 있던 애처럼(물론 그 아이가 좀 더 어리긴 했지만) 아이가 떼를 쓸까봐 한발자국 물러났어. 아이는 여전히 뒤돌아본 채로 말했어. 철봉에 매달리기 전까진 안 갈거라고 했지. 그러고는 본인에겐 택도 없어 보이는 그 철봉을 향해 계속해서 뛰었어. 아직 안된다는 걸 아이도 알텐데 말이야. 나는 한숨을 쉬며 아이의 허리를 양 손으로 잡고 철봉에 손이 닿도록 올려주었어.
13 이름없음 2020/05/11 23:26:25 ID : rbveHDBzdSI 0
내가 손을 놓자 아이는 철봉에 잠깐 매달려 있다가 이내 내려왔어. 여전히 내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뒤돌아 있었는데 별안간 뒤돌아서 나를 봤어. 아이는 바로 이전 아이처럼 얼굴이 없었어. 하지만 윤곽은 있었고 눈하고 입정도만 없었지. 자그마한 코에 걸친 유행 지난 빨간 안경이 그 아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었어. 그리고 말했어. 미안하다고. 뭐가 미안한건지도 모르고 그 아이는 비상구로 도도도도 뛰어갔어. 다시 길고 소름끼치는 종소리가 들리고 내가 뒤돌아봤을 땐 놀이터는 온데간데 없었어. 나는 덩그러니 아이의 하늘색 치맛자락을 눈에담고만 있었지. 아이는 비상구로 사라지고 나는 싫다며 꺽꺽우는 여자아이의 울음소리를 어렴풋이 듣고는 다시 잠에서 깼어.
14 이름없음 2020/05/11 23:32:10 ID : rbveHDBzdSI 0
그 울음소리는 뮈였을까. 난 그날 자기 전까지 그 소름끼치는 꿈에 대한 생각 뿐이었어. 별로 유쾌하지 못한 꿈이라 싫었지만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다시 잠에 들었지. 내일 학교도 가야하고 말이야. 내가 눈을 뜨자. 이젠 뭐... 당연하게도 꿈이었어. 비상구를 등진 채 놀이터였던 층에 있었어. 나는 별로 하기 싫었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갔어. 내려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무슨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랬어.
15 이름없음 2020/05/11 23:39:43 ID : rbveHDBzdSI 0
다음층은 정말 좁았어. 정말 넓은 건물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양 옆이 시멘트로 막힌 좁은 골목이 있었고 담배꽁초와 깨진 술병등이 나돌아다녔어. 나는 담배쩔은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며 골목에 끝자락에 뒤돌아있는 아이에게 다가갔어. 뒤돌아있는 건 이제 너무 익숙해서 나는 저 애도 얼굴이 없겠거니 하며 어깨를 툭툭 쳤어. 찾았으니 꼭대기층으로 가라고 하면서 나는 어쩐지 익숙한 붉은기가 도는 곱슬머리를 쳐다보고 있었어. 이번 아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채 입고 있던 후드집업으로 얼굴을 가리고 비상구로 뛰어갔어. 이제껏 만난 아이들과는 다른 순순함이었지.
16 이름없음 2020/05/11 23:41:52 ID : mr87e5dWmK2 0
재밌다
17 이름없음 2020/05/11 23:47:33 ID : rbveHDBzdSI 0
그 아이가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 소름끼치는 종소리와 함께 양 옆의 시멘트 벽들은 바닥으로 꺼지고 깨진 병조각과 담배꽁초같은 쓰레기들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어. 다시 깨끗하고 둥근 방이 된거지. 그리고 나는 잘못했다며 비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들었고 그대로 잠에서 깼어. 저번처럼 어렴풋이 들은 것도 아니고 너무나 선명한 소리여서 나는 하루종일 수업에 집중하질 못했어. 그리고 밤이 와버렸고 나는 일곱살때부터 끌어안고 자던 돌고래 인형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 꿈을 꾸지 않길 바랐어. 꿈을 이어서 꾸는 건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으니까 정말 겁이 났어. 그런 바람이 무색하게 나는 꿈에서 눈을 떴어.
18 이름없음 2020/05/11 23:54:49 ID : rbveHDBzdSI 0
정말 싫었어. 하지만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지. 이 술래잡기를 계속하는 것 밖에는. 비상구를 등지고 눈을 뜬 나는 다시 다음층으로 내려갔어. 이쯤되면 이게 꿈이란 걸 자각할 수밖에 없더라. 다음층 사람이 이전층 아이처럼 순순하길 빌면서 마지막층에 도착했어. 어떻게 나는 그게 마지막층인 걸 알았을까? 꿈은 이런 점에서 참 편리해. 마지막 층은 교실이었어. 이번엔 한 명이 아니었어. 여러명의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들이 서로 모여서 나를 등지고 맨 앞자리에 끼리끼리 앉아있었어. 단발머리 아이, 투블럭을 한 아이, 정말 뚱뚱한 포니테일을 한 아이. 나는 갑자기 두려워졌어. 울음이 입을 비집고 나오려고 했고 이전처럼 쉽게 다가가질 못했어.
19 이름없음 2020/05/12 00:01:15 ID : rbveHDBzdSI 0
그리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어. 꿈인데 마치 현실처럼 고통이 느껴졌어. 너무너무 무섭고 아픈데 다시는 이 꿈을 꾸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서 난 그 세 아이들에게 거의 기다싶이 다가갔어. 몹시도 긴 시간이었어. 체감상 한시간쯤 걸어간 것 같았어. 실제론 이미터 남짓한 거리였는데. 난 두려움을 무릎쓰고 손가락 끝으로 투블럭을 한 여자아이를 건드렸어. 그리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어. 너네 빨리 꼭대기층으로 가라고 했지. 들은 체도 안하더라. 나는 두통때문에 힘든 몸을 붙잡고 다시 말했어. 하지만 애들은 그냥 앉아있었어. 몇 번을 그렇게 무시당하니까 두려움과 고통보다 짜증이 더 커졌어.
20 이름없음 2020/05/12 00:01:51 ID : rbveHDBzdSI 0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21 이름없음 2020/05/12 00:13:17 ID : rbveHDBzdSI 0
다녀왔어 보는 사람 있나? 얘기 계속할게
22 이름없음 2020/05/12 00:18:35 ID : rbveHDBzdSI 0
아무튼 나는 그 애들한테 소리를 질렀어. 욕도 좀 섞어가면서 가라니까 왜 안 가고 ㅈㄹ이냐고 했거든. 엄청 극한의 상황이어서 말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겠지. 그리고 거짓말처럼 두통이 멎었어. 두려움도 사라졌고. 그리고 애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쳐다봤어. 얼굴이 없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다들 눈코입이 붙어있었어. 정말 사람처럼.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 뒤통수만 볼때는 몰랐는데 얼굴을 보니 확신이 들었어.
23 이름없음 2020/05/12 00:23:17 ID : rbveHDBzdSI 0
걔네들은 그러니까... 중학교 내내 날 괴롭히던 목소리 큰 애들었어. 나는 당시에 고등학교를 입학한지 막 일주일을 넘긴 신입생이어서 그 아이들을 잊을 수가 없었어. 난 괜히 겁이 나서 뒷걸음질 쳤어. 이게 분명 꿈인 걸 아는데도 몇 달 지나지 않은 트라우마가 내 몸을 멋대로 움직였어. 조건반사적으로. 그리고 길고 소름끼치는 종소리와 함께 교실의 책걸상과 칠판과 사물함이 녹아 사라지고 건물이 망가진 퍼즐처럼 무너져 내렸어. 와르르. 이 의성어가 딱 맞는 것 같아. 와르르 무너졌어.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가 건물이 다 무너지고 앞을 보자 처음 봤던 팔이 긴 여자가 내 앞에 서 있었어.
24 이름없음 2020/05/12 00:29:25 ID : rbveHDBzdSI 0
여자는 그 긴 팔을 내게 뻤더니 나를 쓰다듬어줬어. 전부 찾았구나. 잘했어. 그런 말을 하면서. 여자의 뒤에는 이전에 찾았던 아이들이 서 있었어. 그 옆으로 방금 찾은 세 아이들이 우르르 가서 섰고 그들 뒤에는 아까 여자가 올랐던 탑이 있었지. 나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계속 나왔어.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팠어. 갑자기 내 앞의 여자가 기괴하게 신체를 비틀며 어떤 할머니로 변했어. 머리엔 쪽을 지고 조금 화려한 붉은 한복을 입은 그 여자, 아 할머니라고 할게. 그 할머니는 가지고 있던 빨간 비녀를 나한테 주며 말했어.
25 이름없음 2020/05/12 00:35:33 ID : rbveHDBzdSI 0
오래된 기억은 이제 보내주자며 얼굴이 보이지 않던 두 어린 아이들을 내 앞으로 밀어줬어. 세네살 남짓 돼보이는 아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미안하다고 말했어. 그리고 그대로 사라졌어. 난 저 아이가 누구인지 몰랐어. 할머니는 내 입술 아래의 흉터를 만지며 이 흉터를 만든 아이라고 했어. 너무 어릴적 일이라서 나는 이젠 괜찮다고 했어. 정말 기억이라곤 안 났으니까. 두 번째 아이는 화장실에 가둬서 미안하다고 했어. 그제서야 기억이 난거야. 초등학교 1학년때 날 화장실에 가두고 수업시간 내내 안 열어주던 여자애가 있었거든. 나는 나보다 컸지만 이제는 나보다 작아져버린 아이를 보다가 이젠 괜찮다고 했어. 덕분에 폐쇄공포증이 생겼었지만 어찌어찌 극복했거든. 기억은 흐려지고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여전히 봄이든 겨울이든 창문을 열어두고 자. 무의식 속에 그때의 기억이 있는 거겠지. 아무튼 내 대답을 듣자 아이는 사라졌어.
26 이름없음 2020/05/12 00:41:09 ID : rbveHDBzdSI 0
세번째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었어. 아이가 모자를 벗자 나는 그 아이를 알아봤어. 조금 얼굴이 흐리게 보이긴 하지만 나를 골목에 깔고 때리던 여자아이었어. 주먹으로 얼굴과 몸을 가리지 않고 두들겨 맞은 덕분에 온몸에 멍이 사라지질 않았었지. 아이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때려서 미안하다고 했어. 이번엔 쉽사리 용서하겠다는 말이 나오질 않았어. 그때의 고통은 너무 선명했고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으니까. 내가 망설이자 할머니는 내 등을 다독여줬어. 보내기 힘들어도 보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며 내 손을 잡아줬어.
27 이름없음 2020/05/12 00:45:33 ID : rbveHDBzdSI 0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아이를 바라봤어. 아이는 너무 작고 뭣모르는 아이었어. 이제 그 아이보다 커져버린 나는 더이상 저 아이가 위협이 아니었어. 조금 억울했지만, 괜찮다고 말했어. 그대로 아이는 사라졌어. 할머니는 잘했다며 나를 안아줬어. 처음부터 계속 울고 있던 나는 남아있는 세 아이들을 보며 쟤네도 용서해야 하냐며 할머니를 끌어안았어. 할머니는 저 아이들을 용서하라 하는 건 네게 너무 잔인한 일이라며 다를 뒤돌아보게 했어. 내가 본 쪽에는 허공에 비상구가 있었어.
28 이름없음 2020/05/12 00:48:52 ID : rbveHDBzdSI 0
27>>>다를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게 했어 난 할머니가 해줬던 말을 아직도 기억해. 어떤 기억들은 아무리 괴로워도 놓아줘야 하지만. 어떤 기억들은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힐 거래. 유치원때도 초등학교때도 중학교때도 성치못한 학창시절을 보낸 나에겐 고등학교가 두려울 수 있겠지만. 이번엔 아무일 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해줬어. 나는 비상구로 거침없이 걸어나갔고 꿈에서 깼어. 다시는 그 꿈을 꾸지 않았지.
29 이름없음 2020/05/12 00:53:36 ID : rbveHDBzdSI 0
이건 그냥 믿거나말거나 한 이야기야. 꿈이라 인증도 못해. 고등학생인 건 이번에 처음 뽑은 민증으로 가능하긴한데. 난 그 이후로 고3까지 평생을 당한 왕따도 괴롭힘 하나도 당하지 않았어. 좋은 친구를 사귀고 취미가 맞는 애들을 만나서 피씨방도 가고 그랬지. 내일만 해도 모동숲에서 만나기로 했어.(코로나니까...) 나한텐 엄청 의미있는 꿈이라 그냥 이 내용을 나누고 싶었어. 이젠 중학교때 애들 얼굴도 기억이 안 나.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득한 과거처럼 흐릿해. 너무 다행이지. 지금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난 자러 갈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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