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6/01 02:20:40 ID : txWnQskpVdO 0
이 나에게도 친구라는 생물이 존재했던 적이 있었음. 원없이 놀기도 하고 함께 역경을 이겨내기도 한 친구가. 이 친구는 작곡가가 꿈이었는데 이 당시 꿈이 없던 나는 이 친구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나도 어느새 친구랑 어울리기 위해서 음악을 배우고 있었음. 원래 공부 쪽으로 가려던 나는 이 친구에게 영향을 받아서 음악으로 급격하게 진로를 틀며 겨우 음악 중점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됨. 친구가 가는 고등학교에 지원했던 나는 덜컥 목표없이 친구를 따라간다는 생각에 겁이 나서 더 입지를 굳히려고 음악을 파고 들었음. 어느새 나는 친구보다 더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고 음악으로 진로가 굳어짐. 친구는 처음에는 나와 함께 꿈을 향해 달렸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점점 꺾이게 됨. 열정적이고 매사 긍정적이던 애가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총기가 사라짐.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가 나에게 밤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함. 친구는 뭔가 편안한 목소리인 것 같았지만 굉장히 차갑고 가라앉은 목소리였음. 아직도 그 목소리가 귀에 생생함. 친구는 내게 갑자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하소연이라기 보다는 내 귀에는 차분한 절규로 들렸음. 친구는 선생님에게 음악에 재능이 없으니 때려치라는 혹평을 들은 후 였음. 나와 붙어다니던 친구가 어느샌가 조금씩 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주위의 비교였음. 의외로 적성에 맞아 우수한 성적을 내던 나와 달리 친구는 선생님에게 매일 핀잔을 듣고는 했음. 친구는 점차 소극적으로 변했고 7개월이 지나자 활발하고 명랑하던 친구는 없고 남은 것은 현실과 주위의 평가에 주저앉아 자존심이 찢어진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음. 친구는 2학년 때 일반고로 전학을 감. 마음을 잡고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그 친구가 음악을 놓는다는 건 상상이 안 갔음. 무엇이 음악광이던 친구의 꿈을 죽인 걸까.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와 친구가 서 있던 자리가 서로 바뀌었다는 것임. 그것 뿐이고 더이상의 연락은 없었음. 나는 그저 친구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기로 했고 내 새로운 삶에 최선을 다하기로 함. 마지막 친구는 이렇게 떠났음. 정말 슬픈 건 현실에 깎여 꿈을 포기한 친구도, 그걸 방관한 나도 아님. 사실 정말 슬픈 건 이 모든 게 방금 지어내본 이야기고 내 마지막 친구는 기억도 안 난다는 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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