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험 기간에 교과선생님께 질문 어떻게 해?? (+질문있어 ㅈㅂ...) (9)
2.아니 이건 대체 뭐지ㄹㅇ???? (13)
3.얘들아 나 생일 선물 추천 좀 (4)
4.. (4)
5.레더들과 함께하는 쿵쿵따 (13)
6.감기걸리는법좀 (4)
7.아웃백 집에서 먹는거 (5)
8.실시간 해지는거 볼사람 (17)
9.5일동안 하루 한 끼 샐러드랑 물만 마시면 살 얼마나 빠질까 (12)
10.까스레 올렸더니 나 고소한대 ㅋㅋㅋㅋㅋㅋ (18)
11.좋아하는 시 써주라 (16)
12.알바판이 사라져서.. 도움 좀 주라.. (6)
13.인생, 죽음에 대한 글은 어디 써야해? (12)
14.얘들아 학원 끊으려고 하는데 말을 어떻게 해야할까? (2)
15.너 회 좋아해? (45)
16.수업시간에 열심히 하고 찾아와서 질문도 하는 애가 (12)
17.일본인이랑 태어난 해 이런거 서로 말한 다음엔 어떡하지...? (10)
18.친구집 가서 자는데 뭐 사가야 되지... (11)
19.나 지금 2020 호러 영화 한편 찍는중 (12)
20.막 몸 주변에서 빛같은거 보이는 사람. (31)
2
이름없음
2020/07/16 03:34:28
ID : SK2JU5bA3Rv
0
첫사랑, 여름 - 유지원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3
이름없음
2020/07/16 03:53:35
ID : 3yNwHvilCrA
0
10월 - 기형도
1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2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은 이미 없어지고
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빈 병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4
이름없음
2020/07/16 04:22:38
ID : 5hvA3PdA5gi
0
너의 목소리-이해인
응, 나야
그래, 알겠어
목소리만으로
너는
나의 푸르디푸른
그리움이다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에는
눈물이 들어 있다
바람이 가득하다
너가 몹시 보고 싶을 땐
혼자서
가만히 너를 흉내 낸다
응, 나야
그래, 알겠어
5
이름없음
2020/07/16 04:56:20
ID : 82nDwK6i1ip
0
비망록-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6
이름없음
2020/07/16 04:56:55
ID : 82nDwK6i1ip
0
사막-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7
이름없음
2020/07/16 04:57:47
ID : 82nDwK6i1ip
0
농담 한 송이-허수경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
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
끝끝내 서럽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
살고 싶다
8
이름없음
2020/07/16 05:02:25
ID : 82nDwK6i1ip
0
안개꽃-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새벽 편지-정호승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숲-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있더군
제가끔 서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를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9
이름없음
2020/07/16 08:22:23
ID : zXs62Gmmk5T
0
저녁 별 - 이정하
너를 처음 보았을 때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너를 바라보는 기쁨만으로도
나는 혼자 설레였다.
다음에 또 너를 보았을 때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를 깨닫곤
한숨지었다. 너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마음엔
자꾸만 욕심이 생겨나고 있었던 거다.
그런다고 뭐 달라질 게 있으랴.
내가 그대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
당장 숨을 거둔다 해도
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냉랭하게 나를 내려다볼 밖에.
내 어둔 마음에 뜬 별 하나.
너는 내게 가장 큰 희망이지만
가장 큰 아픔이기도 했다.
[출처] 이정하 시 모음|작성자 새벽날개
10
이름없음
2020/07/16 09:08:50
ID : 6Y7eZfO67xQ
0
수직의 잠
박시하
지난밤 헤맨 길에
짙은 냄새와 흐린 울음이 있었지
기억해?
한 줄의 푸르고 비틀거리는
물컹한 꿈을
최초로 수평선을 그리던
파란 색연필의 욕망을
나를 갖고 싶어서
우린 울었어
부풀고 늙은 바램
터트리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눈물 마른 바닷가
이제는 지울 수 없는 자취들을 따라서
파란 알몸인 채로 걸었어
아무것도 그립지 않아서
나는 미역처럼 웃고
너는 녹이 슨 길을 짚고
먼 바다를 바라봤어
기억해?
죽지 않아서
거꾸로 잠이 들었지
11
이름없음
2020/07/20 19:10:26
ID : aoHvfXthe2M
0
[저는 왜]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아, 제우스여, 저는 왜 덧없는 것일까요."
라고 아름다움이 물었다.
신은 대답했다.
"덧없는 것만 아름답게 했거든."
12
이름없음
2020/07/20 19:18:50
ID : lyHyMi3yK44
0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13
이름없음
2020/07/20 19:19:45
ID : wpWkmrdWrxO
0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 길이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14
이름없음
2020/07/20 19:20:04
ID : ttii2q59heY
0
얼굴과 얼굴의 기억
목필균
여배우 000, 그녀는 너무 예뻤어
얼굴이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어이없는 말도 그녀에겐 정답 같았어
몇 십 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빛나는 그녀의 미모는 신기했지만
그녀는 그녀니까
젊음은 돌아볼수록 꽃이었어
그 시절 발걸음은 생기가 있었고
웃는 얼굴도 찌푸린 얼굴도
다 예쁘게 떠오르네
그까짓 기억의 오류는 상관없지
이름 석 자 품고 살아온
내 얼굴도, 네 얼굴도 꽃이더라고
세월이 지나가도 얼굴은 그대로야
주름진 피부쯤이야 누구라도 그렇고
몇 십 년이 흐른 후라도
너와 내가 함께했다는
길들여진 기억이 꽃인 거야
15
이름없음
2020/07/20 19:20:42
ID : ttii2q59heY
0
물의 나라
송유미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이 무심한 길을 버리고
그대 사는 비취빛 호수에 닿아 수초도 키우며
보라빛 옥잠화도 키우며
귀여운 아이같은 붕어떼를 키우며
억만년쯤 머무르다 흐르고 싶다
밤이면 별들이 내려와 환한 등불이 되어주면
쓰다만 시를 쓰고
낮이면 환한 햇살이 스며들어 꿈의 프리즘을 이루는
이 아름다운 감옥에서
뜨다만 그대의 옷을 짜고 싶다
내 힘모아 달려온 모든 길이
내 열어둔 모든 그리움의 문들이
한 순간 발목에 잡혀
영원히 흐를 수 없더라도
늘 깨어 아프게 흐르던 그 절망까지도
이제는 그대 맑은 눈빛 하나 담고서
고요히 흐르는 거울이고 싶다
16
이름없음
2020/07/20 19:20:44
ID : xSK3RA2IFg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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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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