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10/08 19:49:30 ID : 9a7gklcnu62 4
나는 18살이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도 18살이야. 내가 그 친구를 알게 된 건 중학교 입학할 때였어.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낯을 약간 가리는 것 같았는데 부끄러우면 볼부터 귀까지 빨개지는 아이였어. 그 친구가 지나다닐 때마다 복숭아 향이 많이 났는데 향수는 아니고 샴푸 향 같은 거였어. 걔는 안친한 애랑 대화할 땐 말수도 조금 적고 약간 신비주의 느낌인데, 친한 애들이랑은 엄청 잘 웃고 조잘조잘 얘기도 잘 하는 애였어. 1학년 땐 많이 친해지지는 못하고 좀 껄렁대는? 남사친 역할로 주위에서 좀 맴돌다가 1학년 2학기 말쯤에 걔가 나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난 거야.
102 이름없음 2020/10/09 01:33:14 ID : zQpTSFfRBfh 0
그냥 그런 일상이라도 계속 반복됐으면 좋았을 텐데.. 졸업하고 나니까 소현이는 이사를 갔는지 더이상 볼 수가 없었어. 연락도 할 수 없었고 소현이 어머니라도 뵈려고 다니던 중학교도 찾아가봤는데 "너가 이럴수록 소현이만 힘들어진다는 걸 왜 모르니. 나는 더이상 해줄 말이 없다." 하시는 거야.
103 이름없음 2020/10/09 01:35:50 ID : zQpTSFfRBfh 0
그 날부터 난 걔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데 또 집에서 맞을까봐 불안에 떨면서 울고 울다 지쳐서 잠들고 밥도 안먹고 진짜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나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았어.
104 이름없음 2020/10/09 01:40:05 ID : u3Bbxu8o0sq 0
고등학교 입학할 무렵에도 난 제정신이 아니였고 갈수록 피폐해져만 가서 몸도 마르고 눈도 퀭하고 그랬어. 하루 아침에 세상에서 사람 한 명이 완전히 사라진 것만 같았어. 중학교 때 그 아일 좋아하던 친구들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너무 잘 지냈어. 걔네가 잘못한 건 없는데 그냥 마치 원래 없었다는듯이 다 잊고 웃고 떠드는 걔네도 원망스럽더라.
105 이름없음 2020/10/09 01:42:32 ID : 5O6Zba67wIF 0
ㅂㄱㅇㅇ
106 이름없음 2020/10/09 01:44:07 ID : SGmsi9vxvhe 0
생각해보니까, 난 소현이랑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더라.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이 사라져버린 걜 미친듯이 그리워하고 있자니 너무 괴로웠어.
107 이름없음 2020/10/09 01:47:01 ID : SGmsi9vxvhe 0
작년에 그렇게 매일매일을 울고 다니다가 어느 날 정말 우연히 내가 다니던 중학교 근처에서 소현이 어머니와 같이 있는 소현이를 봤어.
108 이름없음 2020/10/09 01:48:35 ID : SGmsi9vxvhe 0
나 진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냥 벙쪄있었던 거 같아.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였고 소현이랑 걔 어머니는 길 건너편에서 걸어가고 있었어
109 이름없음 2020/10/09 01:51:46 ID : SGmsi9vxvhe 0
나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미친듯이 뛰어가서 걜 붙잡았어. 어머니가 있든 말든 그런 거 신경 쓸 틈도 없었고 난 그냥 걜 봐서 너무 좋았거든. 여름 끝무렵이었는데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도 어쩐 일인지 몸 어디에도 멍도 없었고 깨끗했어.
110 이름없음 2020/10/09 02:02:22 ID : s8nO66i9xU4 0
어머니가 카페 같은 데 가서 얘기라도 좀 하자고 하시더라고. 의외였지만 당연히 좋은 마음으로 따라갔고 소현이도 좋아보였어. 무슨 일인지 한 층 밝아보이더라고.
111 이름없음 2020/10/09 02:04:53 ID : s8nO66i9xU4 0
가서 얘기 들어보니까 어머니랑 아버지..랑 이혼 절차 밟는 중이셨고, 떨어져 지내면서 어머니가 소현이를 맡아 키우게 되신 거였어. 이혼이 좋은 건 아니지만 난 잘 됐다 싶었지. 그 애가 더이상 아플 일도 없겠구나 싶었어.
112 이름없음 2020/10/09 02:06:38 ID : s8nO66i9xU4 0
이 글을 여기에서 끝내면 참 좋을 거 같은데..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봐줄 레더들 있으면 얘기해줘 마저 써볼게.
113 이름없음 2020/10/09 02:10:23 ID : Y3Dy1DxO8rz 0
ㅂㄱㅇㅇ
114 이름없음 2020/10/09 02:13:40 ID : s8nO66i9xU4 0
봐줘서 고마워 ㅎㅎ 걔를 만나게 됐을 땐 너무 많은 게 변해 있었고 걔를 원망할 수도 나를 원망할 수도 없으니 그런 건 그냥 포기할게. 소현이는 내 번호를 외우고 있었는데 아버지랑 떨어져 살게 되면서 핸드폰을 다시 사게 됐는데도 나한테 전화를 걸지 않았던 거야.
115 이름없음 2020/10/09 02:14:34 ID : s8nO66i9xU4 0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어. 인스타그램도 하더라 이 모든 게 너무 낯설었어.
116 이름없음 2020/10/09 02:16:57 ID : s8nO66i9xU4 0
고작 6개월이었는데.. 나한텐 길고도 긴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게 변할 줄은 몰랐어. 뭐랄까 배신감 같은 걸도 조금은 느꼈던 거 같아.
117 이름없음 2020/10/09 02:18:32 ID : gjg5cJRzU44 0
보고있어 ㅠㅠ 해피엔딩을 바랐는데
118 이름없음 2020/10/09 02:18:45 ID : s8nO66i9xU4 0
따지고 보면 사귄 것도 아닌데 난 걔한테 전남친도 아니고 남사친도 아니고 뭘까 하는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어.
119 이름없음 2020/10/09 02:21:58 ID : s8nO66i9xU4 0
고마워 봐줘서. 오늘 기준으로는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언제가 진짜 엔딩이 될지는 모르는 거니까, 뭐 난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어 ㅎㅎ 나는 하지도 않던 sns도 시작하고 소현이랑 맞팔도 하고 그랬어. 나는 걜 다시 보게 된 게 너무 좋았고 마음이 놓였지만 이게 내가 바라던 모습은 아니었어.
120 이름없음 2020/10/09 02:26:02 ID : s8nO66i9xU4 0
걔가 언제까지고 날 바라볼 수 없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나봐. 이 이후론 너무 마음 아픈 이야기들 뿐이라 슬슬 마무리 지어볼게. 18살이 된 지금, 아니 이제 곧 19살이 될 지금 걘 좋은 사람과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는 거 같아. 나는 그냥 걔 스토리를 보고 게시물에 하트를 누를 수 있는 그 정도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어. 나한텐 너무 애틋했던 기억이라 차마 잊을 수도 없고 잊고 싶지도 않아서 그 기억 다 가진 채로. 아 그리고 아직도 걔를 좋아해 걔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많이.
121 이름없음 2020/10/09 02:27:57 ID : s8nO66i9xU4 0
만약에라도 이번 연애가 끝나게 된다면 재지 않고 곧장 고백할거야. 근황 궁금해하는 레더 있으면 언젠가 좋은 소식 갖고 다시 올게.
122 이름없음 2020/10/09 02:30:19 ID : 5O6Zba67wIF 0
응 나중에 와서 근황 물어볼게 그 때 쯤에는 좋은 소식 들을 수 있기를
123 이름없음 2020/10/09 02:40:01 ID : s8nO66i9xU4 0
응 고마워 ㅎㅎ
124 이름없음 2020/10/09 23:11:49 ID : 5WrBxVanzUZ 0
응원해 !!
125 이름없음 2020/10/09 23:15:25 ID : 9a7gklcnu62 0
고마워 괜히 흐뭇해지네
126 이름없음 2020/10/09 23:16:43 ID : 5WrBxVanzUZ 0
나도 좋아하는 사람 있고 서로 좋아하는데 못만나 다른 나라 아이라 ,,,, 그래서 너 마음이 공감돼 응원할께 !!!!! 잘될꺼야 너의 마음이 너무 멋있어
127 이름없음 2020/10/09 23:20:19 ID : 9a7gklcnu62 0
다른 나라 아이라니 완전 멋지다 이것만 들어도 뭔가 애틋하고 설레네 나도 너 응원할게 나중에 혹시라도 잘 되면 여기에 후기 남기러 와줘 :)
128 이름없음 2020/10/09 23:30:06 ID : 5WrBxVanzUZ 0
다 코로나 때문이야ㅠㅠ 그래그래 둘다 성공하자 나중에는 웃으면서 둘다 축하할수 있기를 나중에 이야기를 하러 들어올게
129 이름없음 2020/10/11 21:01:55 ID : nxyLdPg1xu1 0
보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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