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12/06 00:57:50 ID : 2ttdClu66ly 0
H를 처음 만난 건 내가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나서부터였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 채팅방일 뿐더러 넷상 만남을 즐기지 않았기에 그냥 심심풀이 용으로 만들고 점점 잊어가던 것이었다. 10월 9일 새벽에 들어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너와 이렇게 깊은 관계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2 이름없음 2020/12/06 00:59:41 ID : 2ttdClu66ly 0
낯선 상대와는 어색한 것이 당연한데, 너와 대화할 때는 그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난 한번도 넷상에서 만나 연애를 한 적도 없고 하는 것도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내 모든 생각을 너는 뒤집어 놓았다. 너의 딱딱하고 애교없는 말투에 난 오히려 끌렸고, 너가 얼굴을 보여줬을 때 난 첫눈에 반했다.
3 이름없음 2020/12/06 01:01:53 ID : 2ttdClu66ly 0
서로 귀엽다며 이상형도 알려주고 이름도 알려주며 너는 나와 많이 가까워졌다. 연락을 보내면 바로바로 읽어주는 너여서 더욱 더 너가 마음에 들었다.
4 이름없음 2020/12/06 01:04:06 ID : 2ttdClu66ly 0
너는 나와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서로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 아픔까지 모두 너에게 털어놓았고, 정말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를 세심하게 잘 들어주고, 같이 공감해주는 너가 점점 더 좋아졌다. 내 안 좋은 모습까지 모두 보였는데도 너는 꺼리기는 커녕 위로해주고 보듬어주었다.
5 이름없음 2020/12/06 01:05:37 ID : xDtjy2JPa8j 0
ㅂㄱㅇㅇ
6 이름없음 2020/12/06 01:06:48 ID : 2ttdClu66ly 0
우리는 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 증세까지도 비슷했다. 동질감을 느껴서인지 너가 더욱 내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너는 악기 연주도 잘하고 음악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나에게 노래부르는 영상녹음파일까지 보내주었고, 네 목소리는 너무도 좋았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너랑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7 이름없음 2020/12/06 01:07:02 ID : 2ttdClu66ly 0
고마워 !!
8 이름없음 2020/12/06 01:10:17 ID : 2ttdClu66ly 0
그 이후에 우리는 일반카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그 즈음에 너와 나는 말을 놓았다. 생각해보면 동갑이었는데, 굉장히 늦게 말을 놓은 것 같았다. 그래도 너와 더 가까워져서 좋았고, 일상의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학교 다녀온다는 말, 일어났다는 말, 그리고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말해주곤 했다.
9 이름없음 2020/12/06 01:13:03 ID : 2ttdClu66ly 0
너의 플러팅은 정말 대단했다. 그저 호감이었던 나의 마음을 정말 활활 타오르게 했다. 너는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점점 너가 내 이상형을 너로 바꾸고 있었다. 정말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내 하루가 온통 너였다. 너무 행복했고, 가장 행복했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사실 너의 플러팅이 아니라 그저 너라는 사람을 내가 좋아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너를 좋아할 운명이었다고...
10 이름없음 2020/12/06 01:17:42 ID : 2ttdClu66ly 0
그러나 행복은 저주였고, 폭풍전야였다. 언제부턴가 너는 더 이상 나에게 플러팅을 하지 않았고 연락을 읽는 속도도 훨씬 느려졌다. 나는 너의 관심을 계속 갈구하였지만 너는 계속 무시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조금씩 그러더니 며칠 후에는 아예 날 많이 무시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꾸 몰아붙이자, "그래도 넌 어차피 나 좋아해서 나한테 계속 연락보낼거잖아"라는 너의 말을 듣고 나는 무너졌다. 내 사랑이 너무 넘쳐서 너를 힘들게 하였던 건지, 너가 원래 나쁜 사람이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다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1 이름없음 2020/12/06 01:18:53 ID : 2ttdClu66ly 0
너는 이제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12 이름없음 2020/12/06 01:20:07 ID : 2ttdClu66ly 0
너가 학교가 있는동안 내가 보내놓은 수십통의 카톡은 "나 많이 기다렸네 ㅋㅋㅋ"라는 너의 짧은 답으로 끝났고, 일부러 연락을 안 보는 듯 읽는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13 이름없음 2020/12/06 12:45:03 ID : xDtjy2JPa8j 0
뭔가 이진우 스레랑 Y스레랑 엄청 비슷한거 같아!
14 이름없음 2020/12/06 16:18:42 ID : 2ttdClu66ly 0
나는 훨씬 더 필력이 딸리지만 고마워 ㅠㅠ
15 이름없음 2020/12/06 16:21:10 ID : 2ttdClu66ly 0
그렇게 연락 문제로 잦은 마찰이 일어났고, 우리는 결국 크게 다투었다. 그런데 그 싸움이 마무리 되려는 중에 이렇게 끝내버리면 정말 너와의 연애는 상상도 못할 것 같아서, 그리고 너는 내가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질 것 같아서, 바보같이 말해버렸다. 좋아한다고. 나랑 사귀어주겠냐고.
16 이름없음 2020/12/06 16:23:01 ID : 2ttdClu66ly 0
너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차이진 않았자만 느낌적으로 차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희망이 있어서, 그 작은 희망 하나 붙잡고 너의 연락이 없는 일주일을 내내 기다렸다. 정말 미치도록 보고싶고 연락하고 싶었고 죽을 것 같았지만 열심히 참았다. 정말 열심히, 바보같이 계속 기다렸다.
17 이름없음 2020/12/06 16:25:25 ID : 2ttdClu66ly 0
일주일이 되는 날에 끝까지 연락이 없자, 내가 먼저 연락했다. 잘 지내냐고. 바보같이 또 먼저 연락을 해버렸다. H한테는 정말 하염없이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이야기를 조금 주고받다가 너는 나에게 돌덩이 같은 말을 했다. "이제 포기할 때 됐잖아."
18 이름없음 2020/12/06 16:26:34 ID : 2ttdClu66ly 0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난 거의 시험 전날이었는데. 시험공부는 커녕 탈진할 정도로 울었다.
19 이름없음 2020/12/07 06:02:15 ID : 2ttdClu66ly 0
나는 너를 좋아하면 안됐다. 그냥 그 상황이 너무 너무 힘들었다. 너를 깔끔히 잊어버리면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잠시동안 잠수를 타는 것밖에 없었다.
20 이름없음 2020/12/07 06:03:30 ID : 2ttdClu66ly 0
나는 또 당연히, 바보같이 잠수후에 너를 다시 찾았다. 너는 여자친구가 생겨 있었고, 나는 너와 연락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있지도 않는 썸녀가 나도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너는 축하해줬고, 나도 너를 축하해줬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21 이름없음 2020/12/07 06:05:55 ID : 2ttdClu66ly 0
너와 친구로 연락하던 도중, 너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겉으로는 너를 위로하고 안타까워 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네 옆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 걸 당연히 알지만, 그 자리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보는 건 너무도 괴로웠다. 너는 이제 그 사람 이야기를 나에게 하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내 마음도 점점 사랑에서 우정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제발 그러길 바래왔기에 이러한 내 감정의 변화가 너무 반가웠다.
22 이름없음 2020/12/07 06:08:52 ID : 2ttdClu66ly 0
나는 친구의 감정으로만 너와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의 감정은 정말 깊이 눌러두고 우정의 감정을 억지로 꺼내려했던 것 같다. 억지로, 정말 억지로 너를 친구라고 생각하려 하고, 생각하려 노력했고, 생각하도록 했다.
23 이름없음 2020/12/07 06:09:20 ID : 2ttdClu66ly 0
근데,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안되더라. 정말.
24 이름없음 2020/12/07 06:10:33 ID : 2ttdClu66ly 0
친구로써 대해주는 너는 정말 따뜻하다.
25 이름없음 2020/12/07 06:11:07 ID : 2ttdClu66ly 0
애써 눌러 놓은 내 감정을 다시 들어내버릴 정도로. 너무 잔인하게 따뜻하고 다정하다, 너는.
26 이름없음 2020/12/07 06:11:53 ID : 2ttdClu66ly 0
딱 며칠 전부터 정말 미치도록 네 생각이 났다. 눈을 뜨면서도 네 생각을, 밥을 먹으면서도, 길을 가면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나는 온통 너였다.
27 이름없음 2020/12/07 06:12:55 ID : 2ttdClu66ly 0
아, 다시 돌아왔구나. 감정이 다시 돌아왔다. 정말 아니길 빌었는데. 제발 그러지 말길 빌었는데. 왜 너를 지우지 못하는걸까, 왜 희망을 품는 걸까. 왜 도대체 왜 그러는지.
28 이름없음 2020/12/07 06:15:45 ID : 2ttdClu66ly 0
그리고 내 이런 감정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 듯, 너는 나에게 연애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고민상담을 해왔다. 나는 무너져내렸다. 왜 하필 지금인지. 넌 내가 고백했을 때 동갑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너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왜 너와 동갑인건데. 왜 매일 바쁘다면서 연애할 생각은 하는건데.
29 이름없음 2020/12/07 06:22:45 ID : 2ttdClu66ly 0
H야, 너를 많이 좋아해서 미안해.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가 없는 내 삶은 상상을 할 수 없어서 그냥 지금처럼 숨기고 평생 내 곁에 남아있을래. 눈치 채도 모르는 척 해줘. 내가 자주 예쁘다고 하는데, 진심이야. 너 정말 예뻐. 나란 사람한테 과분할 정도로 너무 예뻐. 난 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게. 네가 가끔씩 보내주는 사진을 저장하고, 네 사진을 보며 너를 그림으로 담고, 그렇게 잔잔히 네 곁에 있을게. 나와 친구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너 공부하느라 바빠서 연락 안 돼도 난 항상 평생 기다릴거야. 힘들 때마다 기대는 어깨가, 걱정거리를 쏟아놓는 쓰레기통이 나여도 괜찮아. 그리고, 나는 너가 필요하다고 하면 뭐든지 다 주는 호구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다 말해.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어서 줄게. 가끔씩 오래보자. 많이 사랑해.
30 이름없음 2020/12/07 06:23:49 ID : 2ttdClu66ly 0
이 새벽에 너가 너무 보고싶다. 보고싶어. 정말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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