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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근데 진짜 뼈테로들은 별 생각 없겠지? (7)
11.'ㅡ' (12)
12.-v- (18)
13.언니에게 (2)
14.헿흫헿 남친이랑 첫키스 훟헿ㅎ후 (3)
15.내가 얼빠긴 한가보다.. (5)
16.아니 교회다니면 (34)
17.길에서 번호 따본 사람 (2)
18.헤녀우정 저 fox 어케하면 좋을까 (3)
19.2021부터는 연인으로 (27)
20.미안해 (1)
1
이름없음
2021/02/01 03:43:46
ID : RxDvveK1xxw
5
언니. 오늘 언니가 보고싶어서 여기에 왔어요.
한없이 미워하며 살다가도 어느 순간 불쑥 갈 곳 잃은 애정이 솟아오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언니가 줬던 작은 선물들은 전부 벽장 안 상자에 들어 있습니다. 거기엔 다시 펼쳐보지 않을 기록들을 담은 일기장과 편지와 엽서, 손그림 노트, 기념품과 오래된 악기와 고장난 mp3같은 것들이 매년 정리되어 상자 가득 쌓여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과거의 물건들은 다 그 벽장 안에 있어요. 내가 늙어서 죽을 때가 되면 그것들을 열어서 하나하나 꺼내보며 나의 이야기를 반추하고, 불태워 날려보내는 것이 제 무미건조한 나날 속에 간직하고 있는 한 조각의 로망이에요. 언젠가는 다시 꺼내보게 될 겁니다. 그 날이 오기 전에 마침내 언니를 생각하지 않을 한 해가 언제쯤 시작될지 궁금해요.
이 사랑은 언니를 향한 걸까요? 아니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일까요? 한 번도 곧게 보내본 적 없는 마음이고 나는 나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나를 휘감은 외로움을, 익명 게시판에 언니를 향한 사랑인 척하고 풀어내 봅니다. 우리는 사랑을 피워올릴 만한 신뢰를 나눈 사이는 아니라서요. 오히려 상처를 주고받았지요. 불안한 흔들림이 설렘이라고 믿었고요.
저는 언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제가 만들어낸 언니의 환상을 사랑하는 것뿐인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나는 아직 누군가를 향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고, 이 감정이 특별한 거라고 믿고 싶어요. 허세쟁이에 변덕쟁이였던 못난 저를 봐준 언니에게 고마웠습니다. 나는 언니와의 처음을 잊지 못할 거예요. 로맨틱하지는 않았지만 첫 데이트였고, 첫 떨림이었고, 그러나 저는 로맨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촌스러운 사람이었고, 점점 힘이 들어서 자꾸만 제게 익숙한 방식인 우정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네요. 받아주시진 않았지만. 그래도 전 사실 그 날이 너무 특별했어서 혼자서 티켓을 끊어 그 곳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왔어요. 마음이 진짜 많이 아팠어요. 그러나 이루어지지 않아서 좀 더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랑이라면 차라리 이게 더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요, 혼자 하루하루 지나면서 마음이 중심을 잡아가자 많은 것들이 새로 보이기 시작했고, 언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와 언니가 제 생각보다 많은 걸 이해해고 용서해줬을지도 모른다는 것도요.
우리는 아무것도 맞지 않아요. 상처를 입혔고, 끊지 않았다면 점점 더 많이 입혀갔겠죠. 그래서 언니에게 아무것도 바라지는 않아요. 이런 날 다시 전화해서 사과를 하고도 싶지만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언니. 그냥 10년도 더 지난 언젠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스쳐 갔으면 좋겠어요.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잡아보고 싶어요.
그냥 앞으로는 언니가 맛있는 것들을 먹으며, 좋은 것들을 보고 들으며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림 그리는 언니가 좋았고 찌질해지는 언니가 좋았어요.
행복하기를.
2
이름없음
2021/02/03 22:05:11
ID : K5dO7e5aoJS
0
언니라는 분 앞길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것 같아서... 더 애틋함ㅠ 파이팅 스레주! 네 사랑을 응원해!!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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