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2/24 08:32:11 ID : uty6lwrhvyG 0
친구문제야. 여기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건 아는데, 진짜 어디다 얘기할데가 없어. 친구인데 왜 퀴어인 여기서 얘기하냐면, 그 친구가 나를 감정적으로 옭아매면서 나를 너무 좋아하니, 니가 다 받아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관계유지를 유도했기 때문이었어. 약간 동성애적인 느낌이 들었지. 그치만 나는 엄밀히 말하면 퀘스처너리 인 상태 이고, 무성애자에 가까워. 동성이 좋아하는것에 거부감도 없고, 가끔은 그래도 좋겠단 생각을 한단말이지. 친구에게 호감을 느낀건 그녀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기존 친구들과는 달라서 항상 고민하게 됐었거든. 이렇게까지 누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는건 처음이라 유감이 아니라 호감으로 대응을 했던거라고. 친구가 나를 의지하고 있단 생각에 나로 인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랬어. 그래도 선을 긋긴 해야했어. 그녀가 유부녀 였거든. 그녀가 요구해오는 것들이 예를 들면, 자주 만나자던가, 자길 보러 와달라던가, 보고 싶은 영화나 공연이 있다던가, 나를 만나러 오겠다던가, 회사가 힘들고 오늘 기분이 우울하다는 연락을 계속 해온다던가 이런 류였는데, 그녀와 나사이에 정말 사랑이 있어서, 모든걸 들어주고 싶은 상태도 아니었고, 그냥 친구로서의 호감, 고마움이었는데.. 내 기준엔 너무 과한 요구들이라 매번 거절을 했어. 그랬더니 엄청 서운해하는거야 . 애정이 없다는 식으로. 자기는 나를 좋아하는데 나는 아닌거 같아 섭섭하다는둥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둥... 심리적으로 참 난처하게 만들때가 있는거야. 게다가 난 거절하는게 너무 힘든 사람이라, 만나기도 했어. 몇번은 거절을 못하고. 거절해도 잘 안통했고... 근데 이게 요구를 들어줘도 스트레스고, 거절을 해도 죄책감에 미치겠더라. 올 5월까진 잘 참고 넘어갔는데, 나로썬 도저히 이해가 안돼서 친구들한테 내얘기 아닌척하고 물어봤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내가 이기적인건가 싶었어서.. 그랬더니 친구들이 손절하라는거야ㅋㅋㅋ 근데 또 어떻게 손절을 쉽게 하겠어..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에게는 특히 마음이 약해지잖아 . 손절에 대한 아픈기억도 있거든. 그냥 자연스럽게 서서히 멀어지고 싶었어. 잘 안됐지.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상처주기도 싫고. 좋은 기억들도 있고. 가끔 팔불출처럼 남편자랑을 할때도 그러려니 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털고 좋은 친구로 남아주자 싶었지. 거절할땐 냉정하고 확실하게하면서. 나름 잘 유지해가고 있었다고 생각해. 그러다 얼마전에 내가 터져버린거야. 되게 사소하게도 또 나에게 무언가 요구하는게 점점 많아지더라고. 재밌는거 봤는데 너도 봐봐라던가 이건 취향교류라고 생각해서 친구들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중 내가 의무적으로 해보는건데, 이 친구랑 내 취향은 정반대라는걸 알았어. 거절할일이 많아진거지. 일적으로도 몇개 물어와서 나는 해결못하고 결국 남편이나 남이 해결했지만 그 일로 나는 시간소모가 상당히.. 그때까지도 눈치를 못챘었어. 나의 의지로 행했던거고, 그정도는 전혀문제 없다고 생각했지. 그러다 또 자기 기분이 울쩍한 날엔 보고 싶은데 나와줄수 있냐 는 식의 연락을 던지는거야. 아니면 자기가 오겠다고도 하는데, 일단 내 동네에 친구들이 오는게 불편하고, 거기다 난 정말 그럴 시간이 없어서, 거절을 했는데 미안하더라고.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볼까 했는데 남편이랑 놀러가기로 했다고 헤헤 거리더라 . 놀러가다가 들를테니 잠깐이라도 보재. 친구혼자 오는것도 싫어서 차라리 내가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토록 가벼운 심심풀이 였을줄은.. 그 순간 다터져버렸어. 외면하고 잊으려했던 모든것들이. 나는 자꾸 마음이 쓰이게 돼서 꽤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단걸 깨닫게 됐어. 어떻게해서든 시간을 내볼까 했고 거절후엔 찝찝하고 미안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건가 검색도 해보고. 가볍게 던졌을 말들에 나혼자 너무 진지했던거야. 계속 마음이 쓰이기만 하는것도 짜증이 나는데 제어가 안되니까 더 화나고. 그래서 늦게나마 연말즈음에 그 친구와 연락을 끊어버렸어. 친구들의 손절 조언을 듣지 않은 나의 잘못이야 . 끝내 이렇게 되어버리더라고. 좋은 사람으로 남아주고 싶었는데, 나도 결국 다른이들과 똑같은 선택을.. 진짜 모든 고민 걱정 다 들어주려고 애썼었다. 그사람의 인생인데 내가 넘 이입했었어. 이제와서 돌아선다고, 나쁜여자스타일이라 욕먹어도 할수 없어.. 내 나름대로 들어주는데 한계가 있었는데, 그걸 고마워하기 보단 계속 퍼부어댔단 느낌밖에 안들더라고. 끊어버리고 나서야 모든게 선명해지는데, 첨엔 참 홀가분하더라. 실은 지금도 홀가분해. 문제는 여전히 화가난다는거야 . 잃어버린 나의 시간에 대해서.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빡쳐ㅋㅋㅋ 연말이라 연말정산하듯 밀려오네. 늘 고민과 걱정이 많은 그녀지만, 실상은 나보다 훨씬 안정되고 잘살아...잘살고 있어. 누가 누구더러 징징대고 위로해달라고 하는거야? 분이 안풀리고, 생각할수록 화가나. 올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지난 시간이 넘 아까운가봐. 올해 내가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핑계와 원망을 걔한테 돌리고 싶은가봐. 어쨌든 ... 그랬다고 하소연 하고 싶은데, 세상 좁잖아..ㅠ 참다참다 여기까지 와버렸네. 예전에도 여기서 뼈맞는 조언 많이 구했었어. 정말 피가되고 살이 되었던 기억... 읽어줘서 고맙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주고 있다는 기분을 잃고 싶지 않았나봐. 유부녀라 선을 확실하게 그었는데도, 약간 연민같은게 있었어. 병신 같네...
2 이름없음 2021/12/24 14:09:02 ID : zbvdvjtck4J 0
보면서 나랑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했어 나도 퀘스처너리인 상태이고ㅠㅠ 상대방은 친구로서의 호감인지 정말 헷갈리게 하는 친구가 있거든.. 심지어 남자친구도 한번도 없어본 사람이라서 더 헷갈려.. 난 또 약간 호구기질이 있어서 친구가 하자는대로 다 해주고 그렇게 4년을 헷갈리는 상태로 살아왔는데.. 사실 나도 알고 있을지도 몰라 가벼운 한마디에 나혼자 의미부여하고 혼자 고통 받고.. 아직까지도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는데 레주 글을 보니까 갑자기 망치로 한대 맞은 기분이야ㅋㅋㅋㅋㅋㅠㅠ 어쨌든 그거와 별개로 레주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년에는 새롭게 시작하자!
3 이름없음 2021/12/24 15:27:04 ID : uty6lwrhvyG 0
고마워, 4년이라니.. 저상태를 4년 견디는건 쉽지않을텐데ㅠ 뭔 맘고생 중인거여...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것만 기억하면 뭐가 됐든 결단을 내리게 될거야.. 고마워 정말. 내년엔 크게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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