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1/27 00:32:09 ID : RA0nu04E2mp 1
잠이 안오는데, 오랜만에 생각나서 스레딕에 왔어. 고등학생 시절 사귀었던 여자친구 때문에 마음고생하느라 6-7년 전에 스레딕에 정말 많이 왔었거든..! 그땐 내가 엄청 매달렸는데도 벽 같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서 신기해.
2 이름없음 2022/01/27 00:34:23 ID : klfPgZjyZeG 0
얘기해줘
3 이름없음 2022/01/27 00:34:54 ID : BxTVaq40k78 0
얘기해줘~
4 이름없음 2022/01/27 00:38:35 ID : RA0nu04E2mp 0
앗 조금 긴가 싶어서 수정하고 있었는데 보는 레더들이 있네!! ㅎㅎ 고마워!! 한편 스레딕 퀴어판을 잠깐 훑어봤는데 여전히 그때의 나처럼 상대의 마음이 궁금해서 엄청 괴로운 사람들이 많네.. ㅠㅠㅠ 벽 같은 상대에게 한껏 마음을 펴부으면 그게 몇 년이 지나서라도 돌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하게 돼! 진짜루 ..
5 이름없음 2022/01/27 00:41:55 ID : RA0nu04E2mp 0
과거부터 조금 풀면~~ 이 친구랑 나는 고1때 같은 반이었어. 그 뒤로는 다른 반이었지만 종종 만나고 스칠 때마다 간질간질하게 계속 연락을 이어갔지. 이때 상대는 어떤 사람이었냐면, 엄청 공부 열심히 하고! (막 열다섯시간 하고..) 되게 조용한데 고집도 있는 모범생 스타일?! 이였어~~!
6 이름없음 2022/01/27 00:43:29 ID : RA0nu04E2mp 0
나는 내가 계속 이성애자인 줄 알았는데, 고2땐가 이 친구가 내게 커밍아웃을 했어. 내 인생 첫 친구의 커밍아웃이라 우왕!!! 말해줘서 고마워!!! 이런 느낌으로 내가 반응을 했어(ㅋㅋ) 그런 상태로 나는 아무 자각없이 이 친구와 반은 달라도 종종 단둘이 약속잡아 보는 평범한 나날을 이어갔지… 그러던 어느날
7 이름없음 2022/01/27 00:44:38 ID : RA0nu04E2mp 0
이 친구가 퀴퍼를 가자고 하는 거야! 와 말만 들어보던 퀴퍼라니~~ 나 이성애자인데? 고등학생인데? 가도 되나? 했지만 도서관에 가방도 내팽개치고 따라갔어! 그리고 거기서 행사도 즐기고 퍼레이드도 따라다니면서 이런 게 있구나! 하면서 약간 감격을 했는데 ~~…
8 이름없음 2022/01/27 00:46:32 ID : RA0nu04E2mp 0
퀴퍼를 다 보내고 돌아온 날부터 이 친구가 유난히 의식되더니… 그 뒤로 점점 이 친구와 닿으면 엄청 신경쓰이고 같이 듣는 보충학습 시간에 걔 뒷모습만 보게 되고 어떤 날은 걔 머릿카락이라도 닿으면 하루종일 그거 생각을 하고…
9 이름없음 2022/01/27 00:49:07 ID : RA0nu04E2mp 0
약 세 달동안 삽질을 했어. 이때 처음 스레딕을 찾아왔었지.. ㅠㅠ 완전히 짝사랑이라 생각했지만, 원래 얘도 나 좋아하나? 라고 헷갈리는 생각들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포기가 안되는 거 알지?! 정말 이때 나는 얘가 보내는 애매한 사인들에 미쳐버릴 것 같았어. 사실 나는 퀴퍼나 이 친구의 커밍아웃 전에도 반쯤 무의식적으로 얘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깨닫기도 하고… 그렇게 묘한 분위기로(그렇지만 삽질하느라 철저히 짝사랑이라 여기던 분위기로) 지내던 어느날 결국 !!
10 이름없음 2022/01/27 00:52:42 ID : RA0nu04E2mp 0
정말 극적으로, 야자가 끝나고 단 둘이 운동장을 몇 바퀴 돌다가… 반쯤 울면서 서로 고백을 했어. 정확히는 그 친구가 내게 차일 줄 알고 말했고, 나도 못 믿어서 정말이냐고 몇 번이고 물으면서 막 좋아했어. 일방향이 아니라 마음이 쌍방향이라는 게 정말 기적같다고 생각했어! 같은 마음의 크기라니 너무 기쁘다고… … 그땐 사귀기만 하면 모든 게 달성! 되는 건 줄 알았어 ㅎㅎ
11 이름없음 2022/01/27 00:55:05 ID : RA0nu04E2mp 0
문제는 사귄 그 다음부터 시작됐어. 사귀기 전부터 서로 삽질을 엄청 하고 있었다는 건, 로맨틱하고 극적인 이야기지만 동시에… 서로 그만큼 솔직한 대화와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는 이야기기도 해. 우린 정말 솔직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는데, 상대는 감정표현에 솔직하지 않았고(혹은 내가 그렇게 느꼈고),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표현하는 데에 솔직하지 않았어.
12 이름없음 2022/01/27 00:56:30 ID : RA0nu04E2mp 0
상대가 조용한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했잖아? 응, 그 친구는 언제나 말이 적었고 나는 그런 모습에 점점 안달이 났어. 분명 사귄다는 것만으로 나한텐 기적이 일어난 거였는데, 이 친구는 오히려 이전보다 내 연락에 답텀도 느려지고 초성으로 답을 보내고. 이런 식으로 성의가 없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어.
13 이름없음 2022/01/27 00:58:23 ID : RA0nu04E2mp 0
그렇지만… 계속 그런 것만은 아니었겠지? (그랬다면 내가 그 뒤에 더 빠르게 마음을 정리했겠지? ㅎㅎ) 좋아할때도 삽질을 하게되는 심리는 “얘가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 헷갈려!” 잖아? 이 친구는 나한테 사귀는 중에도 계속 나를 헷갈리게 하는 것 같았어.
14 이름없음 2022/01/27 01:00:18 ID : RA0nu04E2mp 0
나는 완전 강아지처럼 보고싶어! 사랑해! 만나고싶어! 라고 했고. 이 친구는 그런 연락엔 회피적으로 답하다가도, 만나면 먼저 첫키스를 하기도 했고 단 둘이 있을 때 수위 높은 스킨쉽을 좋아하기도 했어. 하하하…….. 나는 참고로 원래 친구사이에선 스킨쉽이 웬말이야 팔짱도 부끄러워 하는 유교걸인데 … 고등학생은 약간 광기ㅋㅋ가 디폴트로 있는 것 같아 이 친구를 한정으로 키스나 스킨쉽을 엄청 좋아했어
15 이름없음 2022/01/27 01:02:48 ID : RA0nu04E2mp 0
난 얘를 껴안고 싶고 키스하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또 그걸 하기는 하는데! 얘가 자꾸 내 애정표현에 엄청 회피적으로 구니까 미치겠는 거야. 내가 집착하는 건가? 라고 자문도 많이했지만, 그 친구의 변화는 너무 명확했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귄지 너무 초반부터 말이야.
16 이름없음 2022/01/27 01:03:39 ID : RA0nu04E2mp 0
내가 어느날은 저녁에 단 둘이 교실에서 붙잡고 간절하게 대화를 요청했어. 난 네 친구보다 못한 것 같아. 내가 네게 집착하거나 소유욕을 부리는 것 같아서 많이 고민했는데, 단답 문자나 하루 동안 연락이 없는 게 반복되는 건 너무 힘들어. 이유가 있는 거야? 조금만 더 해주면 안될까? 이런 식으로 엄청 간절하게.
17 이름없음 2022/01/27 01:06:57 ID : RA0nu04E2mp 0
난 아무리 사귀는 관계라지만 초반부터 내가 너무 들이댔나? 부담스러웠나? 밤에 카톡을 하면 안됐나? 전화로 사랑한다고 하지 말 걸 그랬나… … 이런 고민들이 그 친구에게 닿길 바라면서 조금만 더 연락을 해주면 좋겠다고 서운함을 말했고, 그 친구는 알겠다고 했어. 미온한 반응이었지만 헤어지자는 이야기까지 감수하고 꺼낸 이야기라 나로선 알겠다는 대답이 고맙기만 했어. 이게 아마 사귀고 2달쯤 되었을 때 였을 거야.
18 이름없음 2022/01/27 01:09:46 ID : RA0nu04E2mp 0
그러나 그 친구는 그 뒤로도 딱히 변하는 건 없었어. 나는 정말 아예 벽에 얘기하는 기분이었어. 대놓고 나를 읽씹하고, 문자도 답을 주지 않고. 대화가 온전히 된 기억이 없어. 그 동안 나는 이 친구와 한 번 텄던 스킨쉽들을 하고싶은 생각과 애정을 주고받고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해져서 … 수능이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았어. 고3이 되고, 나도 정시로 대학을 가야하는 상황인데. 내게 공부도 되게 중요한 거였는데, 그게 정말 하나도 중요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지.
19 이름없음 2022/01/27 01:11:49 ID : RA0nu04E2mp 0
그쯔음에 내가 이별을 결심했어. 이런 관계는 더이상 이을 수가 없다고. 사귄 지 약 6개월 차였어… 나는 그 친구에게 문자로 할 말이 있으니 다음날 야자 석식시간에 단 둘이 보자고 했고, 만나서 담담한 척 이별을 말했어. 무슨 얘길 했는진 잘 기억이 안나. 담담한 척 허울 좋은 말을 하면서도, 이제 나만 널 좋아하는 일은 끝이야. 라고 선언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그 친구는 소리도 없이 조금 울더니 조용히 나갔어.
20 이름없음 2022/01/27 02:46:23 ID : 9BvBfaskmoG 0
보고있어!!
21 이름없음 2022/02/01 14:24:13 ID : RA0nu04E2mp 0
보고 있다는 이야기 고마워! 이 스레는 지금 시점으로 올 때 까진 천천히 쭉 다 써볼거야. 고등학생 때 이야기를 마저 풀어볼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___^) 그렇게 이별을 말하고 난 뒤.. 생각보다 괜찮은데? 얘가 없어도 나 괜찮은데? 애초에 나한테 사귀고있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릴 정도로 굴었잖아. 별 상관없네! 하는 마음은 딱 일주일 갔어. 딱.. 일주일 뒤, 주말에 무작정 걔가 있는 학원 앞으로 찾아갔어.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 학원에서 걔가 나오길 기다리고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했어. 걔가 바쁘고 안된다고 차갑게 피하자, 내가 엄청 울면서 계단에서 붙잡았어.
22 이름없음 2022/02/01 14:26:59 ID : RA0nu04E2mp 0
그게 고3 3월쯤이었거든… 그 날 그 계단이 엄청 추웠어. 나는 울면서 다시 사귀면 안돼? 하면서 두 시간 넘게 울며 붙잡았고, 걔는 특유의 담담한 톤으로 그런 건 안된다고. 자신도 헤어지고 울기도 해봤지만 이젠 다시 사귈 수 없을 것 같다고. 여전히 차가운 벽이었고…. 나는 내가 헤어지자 했던 건 어떤 호승심이고 붙잡아주길 바라서 던졌던 말에 불과했단 걸 스스로 깨달았어. 그 날은 결국 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달라 부탁하고, 엉성하게 서로를 안고 내가 울면서 집에 돌아오고서야 끝이 났어.
23 이름없음 2022/02/01 14:30:42 ID : RA0nu04E2mp 0
어떻게 감정이 일주일 만에 정리가 될 수 있지? 역시 얜 날 사랑하지 않았구나.. 하는 자괴감과 도리어 거기서 깨닫는 생각, ‘이런 관계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어’ 라는 마음들이 교차하는 나날이 이어졌어. 그 뒤로 3개월 정도… 복도에서 걔를 스치듯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너무 뛰었고 꼭 다시 짝사랑하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어. 차이가 있다면 그땐 인사하고 다가가서 얘기할 수 있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는 거였지. 나는 누군가랑 싸워본 경험도 되게 적고, 웬만하면 온건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하는 편이거든. 이런 단절자체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더라.
24 이름없음 2022/02/01 14:31:48 ID : RA0nu04E2mp 0
정말정말 괴로웠는데, 나는 수능 밖에 없는 정시생이라… 공부로 눈 돌리려 열심히 애썼지만 그때 썼던 일기들을 보면 얼마나 토해내듯 그 감정들을 쏟아붓고 싶었는지가 보여. 흑흑…
25 이름없음 2022/02/01 14:33:52 ID : RA0nu04E2mp 0
그러다 5월쯤엔 얘한테 장문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어. 기록이 있어서 지금 봤는데 엄청… 절절하네 하하 ㅠㅠ 내가 왜 헤어지는 결심을 하려했는지, 그게 어떤 판단미스고 네가 나한테 어떤 소중한 존재인지 열심히 설명하고, 심지어 ‘공부에 집중하려해보니 네 방식이 차차 이해가 됐어. 오롯이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데 그래도 중간중간 내생각해서 시간내서 만나주고 연락해준 그런 일들이. 그때 내입장에선 섭섭하게 느껴서 쌓였던 것들이 너무 시야가 좁았던거 같아. 그렇게 이해하면서 더 힘들고 괴로웠어.’ 이런 식으로 상대가 사귀던 시절 내게 했던 행동을 커버하기도 했어. 이해하고 싶었나봐…
26 이름없음 2022/02/01 14:35:55 ID : RA0nu04E2mp 0
2틀 뒤 돌아온 이 친구의 답신도 기록이 되어있는데, 굉장히 간결하고 거절이 명확해. ‘ 오랜만이야 주중엔 문자확인을 안해서 이제야 봤어. 정작 해야할때 못했던말이지만 너만큼 날 좋아해주는사람도없었고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겠다. 네 생각이아예안난건아냐 근데 그게 연애감정으로 그리웠던 것보다 다른요소가 더 컸던거같다. 아직 이해안되는 행동도 많고 널 미워했던적도 많아.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니가 찾아왔던 날 일부러 정떼려고 강하게 말했던것도 있고. 내가 이런 생각을 갖고 너랑다시만나기는 힘들거같아. 내가 나약한건지 모르지만.. 날 좋아해줘서 고마웠다는 말 예전부터 하고싶었어 친구로 지낼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너도나도 지금은 힘든거같네 잘지내’ 라고.
27 이름없음 2022/02/01 23:57:14 ID : vA3Wo7BuleF 0
아 진짜 보는 내가 다 찌통이다..ㅠㅠㅠㅠ 재밌게 보고 있어!!
28 이름없음 2022/02/03 23:58:54 ID : xA1CkoKZhe6 0
ㅜㅜㅠㅜㅜㅠ 슬프다 슬퍼 ㅠㅠ
29 이름없음 2022/02/11 06:01:59 ID : urhvxBffak0 0
ㅜㅜㅜ왜이제 봤지 레주야 기다리는 중! 넘 가슴 절절해 ㅜㅜ 오면 썰 풀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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