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동안 널 좋아했어. 비록 넌 헤녀겠지만 친구들과는 다르게 나랑 있을 때만 느껴지는 그 분위기, 네 행동, 네 표정.. 네 모든 것들이 떡밥이 되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 친구들한텐 애정표현을 잘만 하는 네가 나한텐 귀엽다, 사랑한다 등등 편하게 못 하잖아. 부끄러워 하잖아. 내가 네 앞에서 그러는 것처럼.
친구들 어깨엔 잘만 기대는 네가 내 어깨에 기대려면 내 눈칠 엄청 보다가 은근 슬쩍 머릴 놓았다 곧장 들어버리잖아. 내가 네게 그러는 것처럼.
1년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런데 이젠 다 놓아주려고 해.
사실 널 좋아하는 내내 내가 널 왜 좋아하는지 의문이었다? 네 얼굴은 정말 예쁘지만 딱히 내 취향의 얼굴도 아니었고 네 성격은 더더욱 내 취향이 아니거든. 참 끌림이라는 게 무서워.
어제 너랑 데이트를 하는데 정말 더더욱 납득이 안 되더라. 내가 널 왜 좋아하는지. 내 모든 것들을 갉아먹으면서 말이야. 사랑이란 감정은 원래 납득이 안 되는 게 맞지만, 난 그게 싫어.
난 네게 무한하게 잘 해주잖아. 네게 뭘 바라고 그러는 게 아닌데
점점 뭘 바라게 되고, 그래서 오는 실망감이 생겨. 그럼 안 되는 거잖아.
이제 정말 그만할게. 물론 아직도 네 진햔 샴푸향이 멀리서 느껴지면 난 그곳을 쳐다볼 것 같고, 수업 시간에도 수시로 뒤를 돌아 널 볼 것 같고, 네게 연락이 오면 심장이 두근댈 것 같고, 다른 사람과 네 사이를 질투할 것 같고, 네가 힘들어 하면 걱정할 것 같지만, 그만하는 법을 배워볼게.
난 강하니까 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