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8/27 23:46:08 ID : iksnTSLcNxR 1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어서 주저리 좀 해봄
2 이름없음 2022/08/27 23:48:05 ID : iksnTSLcNxR 0
일단 본인은 팬섹슈얼. 난 연애할때 외모 안봐!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으레 그렇듯 외모 빼고 모든걸 보듯이, 난 연애할때 성별 안봐! 라고 말하며 성별 빼고 모든걸 보는 편이야 이상형이 확고한 편인데,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으니 무조건 내가 원하는 조건에는 맞아야함 그게 뭐냐면 나보다 1센티라도 좋으니까 더 커야 하고 숏컷(중요!)에 염색 안한 흑발~갈발, 안경을 껴야 한다는거임
3 이름없음 2022/08/27 23:50:21 ID : iksnTSLcNxR 0
초중딩땐 숏컷 투블럭 자체가 남자애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본인도 이성애자라고 생각했었음 근데 고등학교때 여고 들어오니까 개잘생긴 숏컷 선배, 반친구가 넘치는거임 그때 깨달았지 아 나는 이성애자가 아니고 숏컷러버구나...
4 이름없음 2022/08/27 23:56:50 ID : iksnTSLcNxR 0
고등학교 2학년때, 개중에서도 나랑 동갑내기에 진로가 같은 숏컷안경 친구가 있었음 같은 무리 친구를 통해서 친해졌는데, 자기관리에도 관심 많고 성실하고 같이 있으면 재밌는거야 내 이상형인 숏컷안경이었음에도 걔한테 반하지 않았던 이유는, 당시에 이미 동아리 선배를 좋아하고 있었거든 아무튼 나는 걔랑 좀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걔는 내가 말을 걸면 별로 안좋아하는것같더라 뭐... 인간관계가 어떻게 다 내 마음대로 흘러가겠어
5 이름없음 2022/08/28 00:01:23 ID : iksnTSLcNxR 0
그래도 이제 같은 무리고 하다 보니까 야자하기 전 석식 먹고서 자유시간에 걔랑 나랑 무리끼리 같이 모여서 노는 일은 많았었어 하루는 무리 중 한 친구의 짝녀 얘기가 나오면서 우리는 다들 자기 정체성이랑 짝녀랑 이런 주제로 수다를 떨었었어(애초에 오픈퀴어가 대부분인 무리였음)
6 이름없음 2022/08/28 00:04:59 ID : iksnTSLcNxR 0
그러다가 내 짝녀 얘기가 나왔거든 그러니까 숏컷친구가 화들짝 놀라면서 너 여자도 좋아하냐고 전혀 몰랐다고 그러는거야 그 무리에선 다들 내가 팬섹슈얼인거 알았으니까 '너만 몰랐었어ㅋㅋㅋ' 하고 놀렸고, 그날은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다들 야자하러 갔었어 근데 뭔가 그날 이후로 걔 태도가 좀 이상하더라
7 이름없음 2022/08/28 00:12:01 ID : iksnTSLcNxR 0
뭔가 까대기를 치는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날 싫어하는 것 같고 '우리 레주... 날 사랑하잖아?' 하길래 'ㅇㅇ아... 드디어 내 마음을 알아준거야? 결혼하자' 하고 손 잡으니까 어...어? 하고 손 빼더라고 말을 걸어도 응? 어? 하고 분명히 들었을텐데 못들었다는 반응을 하거나 내가 다른 친구랑 대화하고 있으면 부자연스러울정도로 끼어들고 음...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까대기는 개뿔 그냥 날 싫어했었네
8 이름없음 2022/08/28 00:20:46 ID : iksnTSLcNxR 0
그러다 어느날이었어 겨울이었고 아마 기말고사가 끝나고 난지 일주일도 안됐을 때였을거야 시험도 끝났고 곧 방학이니 좀 쉬고싶다 싶어서 1주일정도만 학원은 그대로 다니는 대신에 야자만 빼기로 했어 나는 그때 좀 감성에 충만한 고2였거든 마침 눈도 오겠다 따뜻한 음료수 하나 사서 도서실 구석진 온돌 깔린 좌식 탁자에 앉아서 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9 이름없음 2022/08/28 00:26:52 ID : iksnTSLcNxR 0
동네 토박이 고깃집 있잖아 그런데는 바닥에 앉아서 먹는 자리랑 의자에 앉아서 먹는 자리랑 나뉘어 있잖아 우리 학교 도서실은 그런 느낌의 자리들 사이에 사람 허리까지 오는 작은 책장으로 공간분리를 해둬서, 한쪽에서 다른쪽을 보기가 힘들어 살짝 일어서서 뒤를 돌아 봤는데 숏컷친구랑 같은 무리 친구 한명이 창가 2인용 테이블쪽 의자에 앉아 있더라 일어나서 말을 걸까 싶었는데, 분위기가 조금 진지해보여서 그러지는 못했어
10 이름없음 2022/08/28 00:28:40 ID : iksnTSLcNxR 0
이런 주저리도 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잠깐 야식좀 고르고 다시 올게
11 이름없음 2022/08/28 00:40:05 ID : iksnTSLcNxR 0
그때는 겨울방학을 목전에 두던 시기였고, 다들 기회가 있으면 나가 노느라 도서실에 있는 사람은 나랑 친구들 빼고 아무도 없었어 도서부원조차도 어디 갔는지 자리를 비웠더라 그래... 도서실에 둘만 있는 줄 아는 친구들이 하는 얘기가 다 나한테 선명하게 들린다는 얘기야 내가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그쪽에도 다 들린다는 얘기고 남의 고민거리를 훔쳐듣는 취미는 없었으니까... 저쪽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나는 노래나 듣게 최대한 조심히 무소음 모드로 꼬인 이어폰을 풀었어 근데 걔네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더라
12 이름없음 2022/08/28 00:51:47 ID : iksnTSLcNxR 0
걔는 내가 좋다고 말하고 있었어
13 이름없음 2022/08/28 01:23:07 ID : vh9cpSGq3Xs 0
썰 풀 정도면 안 잊은거 아냐...?
14 이름없음 2022/08/28 01:25:48 ID : iksnTSLcNxR 0
나한테는 나름 기억될만한... 뭐라해야하나 제대로 된 첫사랑? 이라 그때 상황은 신기할정도로 기억이 나 근데 지금은 진짜 아니야ㅋㅋㅋ 약간 좀 옛날에 재밌게 읽었던 소설 복기하는 기분이네
15 이름없음 2022/08/28 01:36:33 ID : i7dRDs04HA5 0
깨는거 같아서 미안하지만 사람 많이 없는 곳에 짝녀가 가는거 같으면 곁눈같은걸로 주시하다가 모르는 척 걔 근처가서 일부러 속마음 들리게 딴 애랑 대화하는 듯 들리게 해서 고백유도했던 적 있었음 여시들의 방법....갑자기 생각나네ㅇㅇ
16 이름없음 2022/08/28 01:41:36 ID : iksnTSLcNxR 0
한동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고 연애도 안하다가 나한테 대쉬하려니까 행동이 너무 꼬인대 저쪽은 이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해도 본인을 친구 이상으로는 안봐주는것 같대 그래서 어떻게 해야 적어도 걔가 나를 좋아한다는것 만이라도 알게 할 수 있을까 하고 둘이 상담하던 차에 아침 6시 30분에 맞춘 줄 알았던 저녁 6시 30분 알람이 힘차게 울리더라 그때 내가 좋아하던 노래로 설정해둔 알람이...
17 이름없음 2022/08/28 01:42:07 ID : iksnTSLcNxR 0
머...?
18 이름없음 2022/08/28 01:50:31 ID : iksnTSLcNxR 0
근데 뭐ㅋㅋ 사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로 울리는 알람이던 기본 알람이던 뭐던 간에 그냥 바로 끄고 쥐 죽은듯이 있으면 걔네도 뭐야...? 뭐임 하고 신경 안쓸거 아니야 노래도 뭐 1초만 듣고 바로 끄면 못알아듣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근데 내가 진짜 머저리인게 그순간 들켰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찬거임 휴대폰을 잡고 알람을 꺼야 하는데 깜짝 놀라서 그걸 던져버린거야
19 이름없음 2022/08/28 01:55:49 ID : iksnTSLcNxR 0
이어폰을 풀던 와중에 걔네가 내 얘기를 했다고 했지? 다 못 푼 이어폰은 휴대폰에 꽂혀 있지도 않았어 최대 볼륨으로 설정한 알람은 쩌렁쩌렁하게 조용한 도서실에 울려퍼졌고 진짜 진심으로 좆됐다 싶었어 그래서 나는 황급하게 책상에 머리를 박고 사실 자고 있었던 척을 했어
20 이름없음 2022/08/28 02:05:21 ID : iksnTSLcNxR 0
이때 정말 좆됐다 싶었는데 말 들어보니까 어쩌면 그때자고있었던척 하는게 나았던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항상 내 정신머리와 연기력이지만
21 이름없음 2022/08/28 02:12:18 ID : vh9cpSGq3Xs 0
던진 시점에서 자는 척해도 늦은거 아냐...?!
22 이름없음 2022/08/28 02:15:31 ID : iksnTSLcNxR 0
잘 자고 있었는데 알람이 울리길래 깜짝 놀라서 던지고 정신 차리던 중이었다... 는 설정이었어 사실 던질때 작게 소리질러서 그 누구라도 안믿어줄 설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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