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6/17 01:48:44 ID : oK4Zjz9du7d 0
(본론이 나오기까지 좀 깁니다. 배경이 복잡한 이유로 양해 부탁드려요.!) 16년 평생 살면서 이성이든 동성이든 제대로 된 친구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사람을 쉽게 사귀는 성격이 못 되었던 뿐더러, 운이 없던 것인지 이 나이때엔 원래 그런지 자주 다툼도 많고 제 기준에서 도를 넘는 듯한 장난들이 너무 눈에 밟혀서 금방 관계를 끊는 일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때문에 우울증 등 여러 정신적인 문제가 극도로 심해지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적도 많았어요. 눈에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고, 저도 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을 가득히 느끼며 첫 중학교 1년을 버텼습니다. 기거서도 반 남학생들이랑 단체로 막 싸우다가 머리채도 잡혀본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 학교를 안 가고, 중2 때 조금 멀리 있는 신설 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어요. 저희 학년은 현재 서른 명도 안 되는.. 엄청난 소규모 인원입니다. 반도 열다섯씩 두 반밖에 없고 작년엔 여덟씩 세 반이였어요 올해가 지나기 전까진 거기에서도 폐인같은 중2 생활을 보냈습니다. 어느 선생님이시든.. 교장선생님까지도 저에 대해 걱정이 많은 상황이었고, 그러기에 애들에게는 엄청난 눈엣가시 불량아 정신병자로 보였을지도 몰라요. 약에 취해 학교에 와서는 매일 잤고, 코로나 전까지 고등학교 초반 과정을 달리던 열정도 사라져 시험도 엄청 망치기도 했고요. 팔에는 매일 피딱지가 진 저는 매사가 무섭고 예민하며 애정결핍인 상태여서 옆 반 남자애한테 고백을 하다가 차이면 아래 학년한테도 가서 고백을 하는..충동적인 사람이었습니다(지금은 저런 일을 저질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저때는 제 인생의 암흑기가 따로 없었습니다) 중3, 그러니까 올해, 학기 초에는 같은 반이 된 친구들과 엄청나게 심한 불화가 있었어요. 그때까진 원래의 성실하고 똑똑한 저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중간고사를 보고, 3개의 만점과 한 문제, 두 문제 틀린 시험지 한 장씩을 보면서 애들이 엄청 놀랐어요. 그리고 그전까지 저를 무시하고 싫어하던.. 굉장히 똑똑하고 상식이 많은 남자애 하나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시험 전날까지만 해도 서로 엄청 싸우고 무시하고... 걔랑 관련된 모든 것들을 차단하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제 성적이 잘 나오고 제가 우등생, 똑똑하고 정상적인 모범생 취급을 받아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그제서야 제가 정신을 제대로 차려서 정식으로 친해질 기회가 탄생한 건지... 무튼 그 남자애는 그날 이후로 저한테 가끔 말을 걸어줬습니다. 걔들뿐만 아니라 작년에 저를 미친 사람 취급하던 반 아이들도 "갑자기 공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 "너 고등학교 안 간다 하지 않았냐" 등.. 상대적으로 정말 그들의 수준을 딱 보여주는 느낌의 말들을 넌지시 뱉었죠. 그 남자애와 그들의 단점은 저를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결정적으로 차이가 났어요. 걔는 저를 까는 표현을 일절 쓴 적이 없어요(물론 제가 눈치없이 칭찬으로 주워먹었을 수도) 과도하게 칭찬하지 않아도 저런 고의적인 의도로 말하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절 조심스럽게 대했어요. 같은 반 내에 있는, 노는 여자애들과 대비하여 비춰보면 저를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절제되고 차분한 느낌이거든요. 물론 친밀함의 차이로 그 여자애들을 더 편하게 대하는 거일 수도 있겠지만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체육대회도 보냈습니다. 작년엔 너무 아파 체육대회를 못 해서 올해가 제 처음이고, 마지막 체육대회였어요.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하다못해 애들 주변에라도 맴돌자는 마음으로 사진도 찍고, 같이 몇몇 종목도 참가했습니다. 줄다리기 할 때 맨 뒷쪽에서 악을 쓰면서 했던 것 같아요, 소리도 엄청 질렀는데 ㅋㅋㅋㅋㅋ... 결국 그건 저희가 전부 이겨서 애들이 엄청 좋아했어요. 조금 뿌듯했던 느낌도 들고 다시 다른 종목 구경을 하러 갔답니다. 뒤늦게 합류하느라 제가 들어갈 만한 종목은 거의 없었어요. 그 남자애는 도우미라 금방 다시 나가야 했는데 잠깐 물을 챙기러 제 쪽으로 왔어요. "오늘은 너가 캐리했다." 이런 느낌으로 제 등을 두 번 토닥이고 가더라고요. 정말 느낌이 이상했어요. 물음표가 정말..가득했고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고... 살짝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변한 태도랑 그 행동들이 집에 가는 길에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이후에도 그 남자애랑은 하루에 몇 번 흘러가는 말을 주고받을 만큼의 관계는 성립되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그 아이는 글을 읽고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지식 수준이라던가, 다양한 경험을 했다던가, 이런 모습들은 절 더 자극시켰고요. 축구도 엄청 좋아하는 친구에요. 점심만 되면 애들이랑 축구를 하러 매일매일 나가는데 공부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ㅡ3ㅡ.. 저는 외모에 따른 메리트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에 외면은 별로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소에 좋아했던 사람들과는 정말 반대의 모습에도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을 대체적으로 좋아하지 않고, 오랜 관계를 유지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이럴 때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응어리가 쌓이는 상황인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하고, 이런 제 모습이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만약에 이렇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내가 무섭다고 느껴지면 어떡할까 싶기도 해요. 우정이라도 생기면 좋을 것 같은데, 저는 걔랑 한 번 안아보고 싶어요. 걔 어깨에 제 목을 떨궈보기도 하고 싶고요. 그냥 그 상태에서 좋아한다고 한 번 말해보고 싶고 울어보고도 싶어요. 저 걔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연락도 안 하고 사람에게 관심없기로도 애들한테는 입소문이 그렇게 나 있는 상황이에요. 전화번호 없는 카카오톡만이 걔랑 저를 연결시켜줄 수단이 되는 것 같고요.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가기 전에 고백해볼까 싶었지만.. 너무 이르고 졸업식에 미련없이 고백하고 떠나기에는 너무 회피형인 것 같아 올려봅니다. 언니오빠들 조언해주실 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제 글이 두서없었다면 죄송합니다. 처음 와보는 사이트고 처음 와보는 글인데, 너무 제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어요
2 이름없음 2023/06/17 03:10:45 ID : irxVbCqqruk 0
글쿤..... 조언은 나도 잘 못하겠네 근데 뭐가됐든 예전보다 기운차린건 다행이라 생각해 그런 새로운상황에서 생긴 새로운 인간관계가 특별하게 느껴지는것도 당연한거고 또 너한테도 좋은 경험인것 같아 너가 막 아무한테나 고백하고다닌걸 그남자애도 아는거지? 그러면 좀 신중하는게 좋겠다 그리고 만약 잘 안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는 마 너의 달라진 모습은 너 스스로 일궈낸거잖아 그 모습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또 올거라고 생각함
3 이름없음 2023/06/19 16:26:53 ID : E67zhs4E8jc 0
고백은 아직 안돼…진심ㅇ 안느껴질거야 일단 너부터 가꿔 아무래도 이미지 변신이 필요할거같아 막 거창하게 변하라는게 아니고 통통하면 조금 다이어트를 한다던가 피부관리를 한다던가 옷을 좀 단정하게 입거나 머리도 너한테 맞는 스타일로 바꿔보고 가벼운 향수도 뿌려보고 애들이 너가 멀끔해진걸 알아차린다면 그때 그 남자애한테 항상 도와줘서 고맙다고 전해 고백은 절대 안돼…그리고 걔한테도 필요한거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친해져봐
4 이름없음 2023/06/20 01:51:49 ID : QoMqnPg3QnA 0
주제랑은 벗어나지만 너 글 진짜 잘쓴다.. 어색한 문장이 없어 나중에 책 내도 될것같아.. 지금처럼 마음 급하게 먹지 말고 아직 6개월정도 남았으니까 천천히!!! 공부 팁도 주고받고 대화도 늘려가면서 서로 호감정도까진 가본 뒤에 고백하는게 어때? 너무 성급하게 고백하면 지금보다 멀어질수도 있고 아직 그친구가 어떤 성격인지 전부는 모르니까 반에 소문을 내서 글쓰니가 곤란해질수도 있잖아!!
5 이름없음 2023/06/20 02:31:28 ID : oK4Zjz9du7d 0
제가 그래서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 중간고사 시험을 보면서 바로 걔 뒷자리 순위까지 들게 됐어요. 석차로는 2등인데 인원이 너무 적으니 의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후에도 대회에서 상을 받거나 수행평가 만점 등으로 공부 이미지도 키우고 있어요. 살은 작년에 비해서 7~8kg 정도 뺐고 머리도 제 취향대로 잘랐는데 애들이 이쁘다고 해주더라고요. 요즘은 그래도 친해진 것 같아요.. 나름? 이 관계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6 이름없음 2023/06/20 02:36:15 ID : oK4Zjz9du7d 0
본론을 말씀드리기 앞서, 필력으로 칭찬받아서 기분이 좋네요! 글을 자주 쓴 노력이 헛되지 않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그 친구힌테 질문을 하려고 주말에 톡을 보냈어요. 궁금한 것 정도는 물어봐도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학교에서는 제가 말을 잘 안 하고 반응도 쌀쌀맞은 이미지가 너무 강해요. 저희 반 애들이 저랑 잘 맞는 성격도 아니고 말썽이라던가 여러 면에서 서로 호감을 깎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답니다.. 지금은 다시 한번 관계를 생각하는 과정이에요. 여전히 고민은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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