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12/08 22:29:53 ID : PioZilxu4E6 0
안녕 바다야 우리가 헤어진지도 벌써 몇 달이 흘렀네 넌 그동안 어땠어? 불면증은 나아졌고? 이제 나 없이도 혼자 잘 자? 바다야 나는 너랑 헤어지면 내 세상이 다 무너질 거 같다고 했었잖아 넌 그럴 리가 없다고 나 없이도 잘 살 언니가 무슨 소리냐며 웃었잖아 나는 너랑 같이 가던 집 앞 카페도 이제 잘 못 가게 되어버렸어 너랑 같이 보낸 모든 것들이 내게 전부 아리게 다가오더라고 네가 내 뒷머리가 좋다고 했잖아 적당히 길어서 만질 때 기분 좋다고 그래서 나는 아직도 머리 못 자르고 있어 네가 좋아했던 그 기장에 맞춰서 살아가 바다야 너는 바다가 좋다 했잖아 그래서 더 넓은 곳으로 퍼진 걸까? 나는 너라는 바다를 항해하던 작은 배를 타던 항해사일 뿐인걸까 너만 있다면 난 너에게 침몰해도 좋았을 텐데 넌 그건 싫었구나 바다야 네가 내가 아닌 누구를 사랑하던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길 네게 상처 주는 사람만은 만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어 네가 비록 나를 버렸을지 몰라도 넌 내게 정말 좋은 아이로 남았어 우리가 사랑한 3 년이 고작 10 분만에 끝나버린 건 아쉽지만 나는 그래도 네가 원망스럽지 않아, 네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시선이 가버린 것도 내가 너에게 부족한 사람이니 그런 거라 믿어 너랑 같이 자던 침대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최근엔 소파에서 자곤 해 너랑 같이 마주보며 식사를 하던 식탁이 허전해서 밖에서 먹곤 해 너랑 같이 모았던 레코드판을 꽂아둔 책장에 절반이 없어져서 허전해 그래서 최근엔 내가 가지고 있던 턴테이블과 레코드판을 전부 팔았어 너랑 같이 맞췄던 실내 슬리퍼랑 잠옷도 다 버려버렸어 이제 너 흔적은 거의 지워버리게 된 것 같아 나도 널 보내는 게 맞다 생각이 들었거든 바다야 네가 예전에 나보고 헤어져도 서로 생일이랑 전화번호는 절대잊지 말라고 했었잖아, 헤어져도 생각나서 괴롭게 살아가자 했잖아 네 말대로 되어버려서 매일매일 전화번호를 쳐보고 네 생일인 12 월 18일을 달력에서 검게 칠해버린 나를 보면서 네가 미운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네가 밉게 느껴지더라 근데 바다야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나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찾아왔어 너처럼 다정한 사람이야 그래서 가끔은 너랑 겹쳐 봐버리는 바람에 상대한테 너무 미안해져서 더욱 더 열중하려고 노력 중이야 너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있으니까 나도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새롭게 살아보고 싶어 내가 사랑한 바다야, 이제 너를 사랑했었던이라는 과거형으로 바꿔야한다는 것은 슬프지만 너를 보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어 지금도 많이 보고 싶고 그리운 나의 바다야 우리 다음 생에는 절대 만나지 말자, 내가 눈이나 비가 되어 내리면서 가끔씩 너에게 찾아갈테니 너는 형태 없는 그리움이 아니라 오로지 구체화 된 사랑만을 쫓으며 살아가렴
2 이름없음 2023/12/09 01:05:40 ID : Cjdvdwrfarg 0
이별은 아프지만 글이 너무 예쁘다
3 이름없음 2023/12/12 09:13:00 ID : Cp867zfcNAm 0
어쩌다 이별하게 된거야...?? ㅠㅠ 너무 슬퍼...
4 이름없음 2023/12/13 00:02:04 ID : PioZilxu4E6 0
헤어지던 날에 아침부터 바다가 깨우더니 외출하자 하더라고 원래 활동적인 애고 주말이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하고 씻고 옷 갈아입으려고 했는데 바다가 자기랑 시밀러룩으로 옷도 맞춰놨다고 이거 입으라 하더라고? 나는 당연히 그때까지도 우리가 헤어질 거라 생각 못 했어 차 타고 바다가 가고 싶다던 카페랑 평소에 웨이팅 줄 길고 예약하기 어렵다던 레스토랑도 가서 밥도 먹고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시간 보냈는데 해 저물어 가는 거 보면서 나보고 대뜸 ‘언니는 나 아직 많이 사랑해?’ 이러길래 당연한 거 아니냐 했더니 자기는 이제 아니라 하더라고 예전 같이 죽고 못 사는 관계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같이 시간을 보내도 별다른 느낌을 못 받겠다면서, 직장에서 새로 좋아하게 된 사람을 찾았다면서 헤어지자 하더라고 이미 이틀 정도 사귀고 있던 사이라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바다가 없는 나는 엉망진창일 걸 알면서도 바다를 붙잡을 수가 없었어 바다는 이미 나한테 마음 정리를 다 했었고 바다가 관계를 놓아버렸으니 이제 우리는 각별한 사이가 아니라 괴로운 사이로 변질 되었음을 느꼈거든 눈물은 안 났어 화도 안 났고.. 그냥 외적으로는 덤덤했는데 뇌에선 전쟁이더라 그래도 빨리 정리해서 바다한테 해주고 싶은 말 다 해줬어 네가 얼마나 특별하고 예쁜지, 너를 만나면서 나는 제법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었고 네가 웃고 지낼 수만 있다면 그게 내 곁이 아니여도 괜찮다고 하면서 최대한 후련하게 보내주려고 노력했어 바다는 내 말을 듣고 자기가 울더라고? 정작 울어야 할 나는 눈물이 하나도 안 났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바다를 안아줬는데 집 가서 보니까 딱 바다가 안겼던 그 부분에 바다가 자주 쓰던 향수 냄새랑 눈물자국이 눈에 띄더라 그래서 그 옷은 아직도 세탁 못 하고 옷장 안에 처박혀 있어 나도 이런 내가 웃기긴 해 나름 아끼던 옷인데 세탁하면 내가 아끼던 바다의 흔적이 정말 다 사라질까 봐 무서운 거 같아 이거 답변만 다 하고 옷 세탁해야겠다 잘 자 좋은 밤 되길 바래
5 이름없음 2023/12/13 00:08:07 ID : rbzQoGrdU46 0
또 다른 좋은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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