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썸의 기준은 뭘까? (4)
2.남자 나잇대별로 선호하는 여자가 달라? (3)
3.10달 짝사랑하다 3번 고백하고 (2)
4.서로 친해지고 전화도 했었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연락이 끊겼어..(현재진행형 (32)
5.4년째 썸인지 어장인지 잘 모르겠어 (34)
6.2년째동거둥 (5)
7.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자 친구이자 부모님 (2)
8.노답 (16)
9.스레 처음 와봤는데 (3년의 연애) (33)
10.끝을 생각하지 않고서 연애하는게 어떻게 가능할까 (9)
11.카톡 선톡 (2)
12.남자분들..! (8)
13.연애상담좀해줘 (14)
14.첫사랑 고민 (3)
15.썸인지 어장인지 구분이 안간다...도와줘...! (6)
16.장애는 나에게 문제가 되지않아 (19)
17.내가 김치국을 한사발먹었던걸까? 나만느껴던 미묘한감정이였나? (7)
18.한번 설렜던 사람 (3)
19.남자친구랑다투게됬는데 내가잘못한걸까? (5)
20.썸인지 쌈인지 구분이 안간다 도와줘..! (4)
여기에 썰 풀어도 되는 거야? 페북에서 올라오는 스레딕 읽어보다가, 나도 내 이야기 한 번 풀고 싶어져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이어서 쓰면 되는 건가? 그리고 비밀번호는 뭐야?
+) 썰을 풀고 나니까 나도 다른 스레처럼 제목이 필요해 보여서 추가했어! ㅎㅅㅎ
레스 오른쪽 위에 점 세개 보이지? 거기로 들어가서 레스 작성할때 기입했던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레스 수정이 가능해.
https://thredic.com/rule
사이트 소개글이니까 한번 읽어봐.
다른 스레 보면 알겠지만 그냥 네 편한대로 적으면 돼. 그리고 여기는 익명 사이트야.
아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고마워 ㅠㅠ 용어들만 대충 알고 있었지 주의 사항들은 잘 모르고 있었거든! 꼭 참고할게!
으아악 기다린다구 말해주는 사람이 생기다니 너무 기쁘다! 꼭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풀어볼게!
우선 나는 올해로 25살이 된, 취업 걱정에 고민이 많은, 주위에 흔한 여자야. 내가 풀고 싶은 썰은 오래 된 일은 아니구... 그냥 몇 년 전 일이야. 시작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턴데, 17살 그러니까 고등학교 1학년 종업식을 마친 후 방학일 때부터야. 당시에 나는 드디어 2학년이 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여느 학생들이 다 그렇듯 고등학생의 방학은 학원을 위해 바쳐지잖아. (물론 아닌 친구들도 많지! 다만 나처럼 일반고 재학 중에 있고 대학을 목표로 하는 친구들이라면 보편적으로 그랬기 때문에.) 나도 2학년을 대비하기 위해서 영어와 수학 학원을 꼬박 다니고 있었어. 내가 푸는 썰의 주인공을 여기에서 만나게 돼. 음 그 친구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우선은 P라고 할게. 성이 박이었거든! 나는 1학년 초반부터 다니던 학원이라 선생님, 친구들과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던 상태였어. 그리고 P는 2학년이 되기 전 방학에 학원에 처음 등록한 것처럼 보였고. 새로운 얼굴이 보이길래, 새로운 친구가 왔겠거니, 하고 별생각은 안 했어. 다들 그러니까... P가 학원에 온 지 2주가 됐을 때쯤, 난 그 친구한테 큰 불만이 있었어. 수업 도중에 전화를 받는다던가, 갑자기 사라져서 수업의 흐름을 끊는다던가 등등 다같이 돈 내고 듣는 수업인데 너무 이기적인 행동을 했었거든. 뭐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었는데, P는 무서운 인상을 가진 아이였어서(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불만은 속으로만 품고 있었어. 방학이 거의 끝나갈 때, 나랑 항상 같이 앉던 친구가 학원에 오지 않아서 나는 혼자 앉아 있었어. 다들 그러는 것처럼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P가 내 옆에 와서 앉은 거야. 나는 진짜 당황스러우면서도 별생각은 안 했어. 원래 학원에서 모르는 애랑 앉게 되는 상황도 생기잖아. 그래서 그냥 핸드폰 좀 보고 안 한 숙제도 하면서 있었는데 대뜸 P가 나한테 말을 걸더라구. [너 그렇게 공부하면 뭐가 남아?] 처음엔 시비 거는 건가 싶었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어. 그래서 나도 되물어봤지. [너는 이 학원 왜 등록했는데?]
이렇게 푸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 혹시 읽는 친구들 있다면 불편한 사항 있을 때 이야기해줘!
P는 별생각도 없이 대답하더라구. [너같이 공부에 목숨 거는 애들은 뭐 하고 사나 궁금해서. 근데 뭐 별거없네.] 당시에 나는 진짜로 억울하고 어이없었어. 나는 공부에 목숨 건 편도 아니었고, 나름대로 친구들과 재밌게 생활했거든. 고작 학원에서밖에 날 못 봤으면서 날 판단하는 게 짜증 났어. 하지만 말한 것처럼, 무서운 인상이었기에 쏘아붙이진 못했어 ㅎㅎ... [아, 그래? 돈 아깝네...] 대충 대답하곤 별로 관심 붙이진 않았어. 그 후로 나랑 걔랑 접점은 없었구, 걔는 학원에 설렁설렁, 그럼에도 나름 꾸준히 나오는 것 같더라구. 나는 2학년 1학기 2차 지필을 보구 나서 그 학원을 끊었어. 그 시간이 지나도록 나랑 P의 대화는 그게 다였던 것 같아. 나는 수학 학원이라도 끊은 자유에 영어 수업이 없는 날엔 학교 근처에서 늘 놀곤 했는데, 그 날도 학교 근처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 비가 오는 날은 아니었는데, 비가 올 만큼 하늘이 어두운 날이었어. 우리 집이 학교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한 10분쯤 걷다 보면 큰길이 사라지고 골목길이 하나 나와. 날이 어두워서 조금 무서웠지만, 꿋꿋하게 걸어갔어. 한 3분도 안 걸었을 거야. P가 그 골목길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구. 나는 사람이 있어서 한 번 놀라구, 그 사람이 P라는 거에 두 번 놀라면서도 안도했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는데, 검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더라구. 아는 척할 사이는 아니라 그냥 지나치고 있었는데, P가 여전히 앉은 상태로 담배를 입에서 떼곤 말하더라구. [학원 안 다녀?] 바로 대답했어. [응, 이제 안 다녀.] 그제서야 담배를 발로 밟으면서 일어나더라구. 살짝 웃으면서 나한테 말했어. [네가 학원을 안 다니면 내가 학원을 다니는 의미가 없잖아. 짜증 나게...]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날 좋아하는 의미로 말한 것도 아닌 것 같았어. 그럴 계기도 없었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계속 이야기하더라구. [너같은 것들 보려고 학원 다닌 거 아니야. 구실이 있어야 집에 늦게 들어가지. 근데, 네가 학원에서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이야기 듣다 보니까 그냥 존X 짜증 나서. 너 X되는 꼴 보고 싶어서, X되게 만들고 싶었는데. 네가 끊어버려서 할 수가 없잖아. ㅋㅋ 그렇다고 여기가 네 집으로 가는 길인 걸 알고 와 있던 건 아니고. 우연히.] -완벽한 문장은 아니야. 대충 기억의 조각을 긁어모았어.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아.- 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이더라구. 갑자기 왜 시비를 거는 건지 알 수 없었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다구 저렇게 화가 나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구. 나는 그 말에도 대답을 못했던 것 같아. 후에, P가 다시 말을 이어갔어. [이렇게 멍청한 게 즈그(?) 엄마아빠 자랑질할 때마다 역겨워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 말은 정확히 기억해. 나는 그 말을 듣고 버럭 소리를 질렀어. [갑자기 우리 가족 얘기는 왜 해? 그리고 내가 가족 얘기를 했다구 해도, 너한테 했을 리는 없잖아. 왜 대뜸 시비야? 뭐가 문제야? 우연히 만났으면 그대로 지나가. 나야말로 짜증 난다.]
내 말을 듣고 나서 P는 다시 웃으면서 말했어. [따박따박 말대답도 할 줄 아는 게 왜 입 꾹 다물고 있었냐. 하여튼 알 수가 없는 X이네.] 이렇게 자기 성질대로 내뱉어대곤, 내가 온 길로 골목길을 빠져나갔어. 나는 울분이 터져서 씩씩대면서 집으로 걸어갔구, 친구들과 P를 씹어대면서 진정했어. 그리고 이 사건이 내 머릿속에서 거의 사라졌을 2학년 2학기 2차 지필 전이었어. 야자를 하고 집으로 갔기 때문에, 많이 춥고 어두웠어. 최대한 빠르게 걸어가는데, 그 골목길 입구에 P가 또 앉아 있었어. 어두웠어도 가로등이 있었기에 한눈에 알아봤거든. 근데 그때 본 P는 많이 지친 기색이었어. 이곳저곳 상처도 있었구. 그래도 난 전의 일이 생각 나서 무시하고 지나갔어. 그 날은 그냥 그게 끝이었어. 집에 가서 신경이 무지 쓰이긴 했지만, 그냥 그게 끝이었어. 2차 지필 시험을 보던 중, 3일째인 날에(아마도... 시험 중이었던 건 확실해.) 나는 P를 또 만났어. 신경 쓸 틈도 없었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았어. 게다가 그 골목길에서 만난 것도 아니었고 학교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었거든. 역시 그냥 지나치려는데, 바로 옆을 지나칠 때 P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어. 그걸 알고 나니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구... 그래서 말을 걸었어. [너 울어?] ㅎㅎ... 지금 보니까 놀리는 것 같네. 할 말 없다. 아무튼 그렇게 말을 건 뒤에 걔 앞에 멈춰섰어. P는 아무 말도 안 하더라구. 나도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멀뚱히 서 있었어. 그러다가 눈물 닦을 거라도 줘야겠다 싶어서 다시 말했어. [휴지는 없고 물티슈는 있는데, 이거 줄게.] P는 그제서야 나를 올려다보더니 웃더라구. 근데 세상에 그때보다 더 많이 다쳐 있던 거야. 나는 이 애가 무슨 일이 있구나, 싶어서 쉽게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어. 나도 같이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나도 모르게 호들갑을 떨었어. [너 왜 이렇게 다쳤어? 싸웠어? 맞은 거야? 신고해야 되는 거 아냐?] 내 말에 P는 웃음기를 지우고 펑펑 울더라구. 내 이름을 부르면서 우는 것 같았는데,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다.
어 맞기는 맞는데 너무 한 레스에 많은 글이 들어가 있어서 가독성이 좀 떨어져... 중간중간 끊어서 조절해가며 레스 올리면 더 좋을 것 같다
나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우는 애 옆에 앉아 있었어. 달래준 기억은 없고 그냥 앉아 있었던 것 같아. 한 10분은 그러고 있었나? 그러니까 진정이 됐는지 울음을 그치더라구.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어. [누구랑 싸웠어?] P는 ㅋㅋ 훌쩍이면서 대답했어. [속도 좋네. 신경 쓰고 싶냐.] 살짝 발끈했지만 다친 애한테 화는 내고 싶지 않아서 꾹 참고 있었어. 그러니까 다시 입을 열더라구. [싸운 거 아니야. 싸울 수가 없는데 어떻게 싸워. 그냥 맞은 거야.] [왜? 누가 때렸는데?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엄마한테 맞은 거야. 내 손으로 엄마를 신고할 순 없잖아.] 나는 이 말 듣고 진짜 벙쪄서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어. 어머니한테 맞은 것치곤 상처가 심했거든... [아버님은? 너 무슨 잘못했어?] [나 아빠 없는데. 태어난 게 죄겠지.] 이 말까지 듣고 나서, 얘가 나한테 왜 엄마아빠 그런 소리를 했는지 조금은 알겠더라구. [왜 그런 말을 해? 무슨 일인데?] 당시엔 오지랖인 거 알면서도(친한 사이가 아님에도) 무슨 자신감인지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더라구. [내가 그걸 너한테 왜 말하냐? 챙겨준 건 고마운데 그런 것까지 챙기려고 하지 마.] [아니, 이건 가정 폭력인 거잖아. 너 계속 이렇게 맞고 다닐 거야?] [어차피 죽을 건데 뭐. 엄마가 답답하면 때리라 해야지. 이제 그럴 상대도 없을 건데.] 이 말을 들으니까 그제야 내 입이 조용해지더라. ‘자살’ 가능성이 보이는 발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었거든.
고마워! 조금 짧게 작성해볼게! 조언 너무너무 고마워!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P도 나도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앉아 있었어. 한참을 그러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어. [너 그런 생각하는 거 아는 사람은 있어?] P는 그냥 고개만 젓더라구. [죽는단 말은 왜 해. 어머님이 걱정하셔.] 내 말에 P는 비웃더니 살짝 화난듯이 말했어. [날 걱정하는 엄마가 날 이렇게 때린다고? 다른 가정에 들어가서 살고 싶어하는 엄마한테 난 눈엣가시인데? 오히려 내가 없어지면 편한 건 엄마야. 네가 뭘 안다고 걱정 타령이야.] [지금 네가 나한테 아무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잖아.] 내가 미쳤었지... ㅎㅅㅎ 친한 사이도 아닌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달라는 건지.
(내가 말하는 대화체에는 정확한 문장은 거의 없어. 몇 년이 지난 대화라... 기억하는 내용을 최대한 느낌이라도 비슷하게 적어봤어.)
P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골목길로 가는 길과는 반대의 길로 걸어갔어. 나도 한참 앉아 있다가 집으로 갔구. 물론 다음 날 시험은 망쳤어... ㅠㅠ 시간이 지나지나 나도 고삼이 됐어. 솔직히 그때까지도 P를 잊지 못하고 한켠에 남아 있었어. 하지만 P보단 나의 공부가 우선이었어. 내가 지원하고자 한 학과는 문창과였어서 개인 수업도 받아가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어. 고삼이 되구 고삼 생활에 지쳐가던 때에 우리 학교에 P가 왔었어. 학교 안으로 들어온 건 아니고 정문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
눈만 마주쳤는데 그냥 날 찾아왔다는 걸 알 수가 있었어. 친구를 먼저 보내고 P랑 얘기를 하려고 멀뚱히 P 옆에 서 있었어. 한참을 조용히 있던 P가 자기 집에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 갑작스런 제안이었고, 솔직히 집에 가기 너무 불편스러웠어. 그래도 막상 거절할 수는 없어서 알겠다고 했어. P의 집은 그냥 평범한 아파트였고, 집안도 평범한 가정집이었어. 술병이 많은 것만 빼고는. 집에는 아무도 없어 보였고, 실제로 아무도 없는 게 맞았어. 나는 P가 앉으라고 손짓하길래 어색하게 앉았어. P가 다 얘기하더라구.
사실 P는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셨구, 원래 아버님과 함께 살다가 아버님이 사창가의 여성분과 재혼을 하셔서 그분과 함께 살다가 그마저도 이혼을 하셨다고 해. 그때 아버님은 P를 그 집에 버려두고 떠나셨고, 새 어머님께선 P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책임지고 키워주셨던 것 같아. 물론 새 어머님께 각종 폭언과 폭력을 당한 것 같았지만... 나는 P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아무 말도 못했어. P는 술병을 가리키더니 저 술병으로 맞았다, 고 말해주더라구. 말하기 힘든 사정을 말해줘서 고마웠어. 하지만 내가 대체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 위로의 말도, 조언도, 다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의 것들 같았어.
그냥 이야기를 하다가 울음이 터진 P를 지켜보고 휴지를 건네주는 것밖에 못했어. P가 진정을 하고 나서, 나한테 말하더라구. 자기가 한심해 보이지 않냐고. 화풀이만 하고 다니는 자기가 한심해 보이지 않냐고 묻더라구. 하지만 전혀 한심해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난 그냥 말해줘서 고마울 뿐이라고 이야기했어. 이건 나중에 알게 된 건데, P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마저 떠나버렸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내가 고맙다고 말했을 때 기뻤다구 말해줬어.
P의 사정을 알게 되니, P를 삐딱하게 바라보던 내 시선에 큰 변화가 생겼어. 나는 일주일에 6번은 P를 만났던 것 같아. 겉에 꾸며놓은 단단한 벽을 허물고 나니 생각 깊고 착한 친구였어. 서로 같은 알바를 하기도 했고, 꽤 친해진 후에는 주말에 같이 놀러 가기도 했어. 나는 P랑 생각지 못하게 친해졌고, P의 자상함을 좋아하게 됐어. (너무 급한 전개라 미안해!) 실제로 P와 친해지고 나니 P의 본모습이 보였는데, 정말 자상하고 다정했어. 아무튼, 나는 P를 짝사랑만 하는 상황이 답답해졌어. 그래서 P와 주말에 놀러 가기로 하고, 그 주말에 꼭 고백하기로 했어. 그러고 주말에 P를 만나 이것저것 사먹으며 즐겁게 놀았어. 초저녁쯤, 카페에 가기로 했어. 고백하기로 마음을 먹은 채로. P와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걸어가는데, P가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는 거야.
나는 무슨 일인지 파악도 못한 채로 어리둥절해 있었어. P한테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어떤 남성분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라구. P와 그 남성분은 아는 사이 같았어. 맞아, P의 아버지였어. P는 아버님을 보자마자 울분을 토하며 이야기했어. 자길 왜 그 집에 버리고 갔냐고... 이 이야기는 P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으니 자세하게 얘기하진 않을게. 아무튼 아버님은 길거리에서 얘기한 걸 끝으로 P를 지나쳐가셨어. P는 펑펑 울었구. 나도 참 눈치없게 P를 다독여주면서 그 상황에 고백했어. [P야, 사실은 나 너를 좋아해. 너랑 있는 게 참 좋아.] 사실 이때, P한테 차였어 ㅎㅅㅎ... 나와 연애할 자신이 없다구 하더라구.
나는 고작 한 번 차였다구 개의치 않았어. P를 만나러 가구, 맛있는 걸 가져다주구, 항상 연락하구... 내가 계속 그러니까 P가 얘기하더라구. 이런 거 할 자신도 없고, 나를 챙겨줄 자신도 없다구. 그만하라구. 나는 알겠다구 말했어. 그래도 좋아서 그러는 건데 연락하는 건 봐주라구 덧붙였어. P는 고개를 끄덕이구 먼저 가버리더가구. 진짜 그때 너무 슬펐지만, P를 이해할 수 있었어. P는 그 날 이후로 날 밀어냈구. 눈치 없는 척, 먼저 연락했지만 몇 시간의 텀을 두고 답장하는 P의 마음까지 모르는 척할 순 없겠더라구. 단답만 사용하는 것두. 같이 하던 알바도 그만뒀더라구. 그때 P를 포기해야겠다구 생각했어. 그때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거든. 학업은 미룬 지 오래구, P는 자꾸만 날 밀어냈구.
나도 알바를 그만둬야겠다 생각하구 알바를 갔는데, P가 가게에 와 있었어. 나를 불러냈는데, P가 얼마나 마음 고생했는지 퀭한 얼굴에 다 보이더라구. 너무 미안했어. 그래서 밖으로 나간 다음에, 내가 먼저 말했어. 포기하겠다구, 부담 줘서 미안하다구. P는 씁쓸하게 웃는 것 같았어. 그러더니 정확하게 이렇게 말했어. [내가 널 슬프게 만들어서 미안해. 널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내 욕심이 널 아프게 만들었네. 내가 널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근데, 너 못 보니까 인생이 끝나는 것 같더라. 너를 내 유일한 희망, 아니 기쁨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생각해 보니까, 너랑 친해진 후로는 죽는단 생각을 안 해본 것 같다. 너를 놓치고 나서 오랜만에 드는 이질적인 죽음의 감정이 그렇게 어색하고 힘들더라. 이기적인 나여서 미안한데, 이미 마음 다 접었다면 미안한데, 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해줄 수 있어?]
나는 P를 알게 되고 P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 뚝뚝 흘려봤어. 고삼들이 연애놀이 하니 조금 유치하고 귀엽지... ㅎㅎ 그래도 그땐 감정이 너무 벅찼어. [이제 겨우 내 감정에 솔직해진 갓 같은데,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닌지 두려워. 혹시, 날 포기했어? 울지 마, 지연아. 제발 울지 마... 속상해. 미안해.] -내 이름은 김지연이라고 할게! 실제 이름이랑 비슷해서- 울면서 P 얼굴 보는데 그렇게 힘들어 보일 수가 없더라. P는 때때로 자해를 하곤 했는데, 날 만난 뒤로는 손목의 흉터가 느는 일이 없었거든. 오랜만에 보는 P의 손목이 너무 지저분해서 더 서러웠어. P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우울증, 공황 장애가 있었어. 그래서 나를 솔직하게 대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어. 그렇게 우리는 조심스럽게 연애를 시작했구, 다른 연인들처럼 알콩달콩하진 않았지만 내 눈엔 누구보다 달달한 연애를 했어.
우린 어느덧 21살이 됐구, 나는 고삼 생활을 거의 P로 전전긍긍했기 때문에 원하던 대학 진학은 실패했어... ㅎㅎ 재수는 하지 않았구 옷가게에서 알바를 했어. 깜빡하구 말을 안 했는데 P는 고등학교 자퇴했었어. 그래서 P는 검정고시 준비하구 있었구! P는 나름의 목표도 있었어. 그 목표에 내가 들어 있어서 난 매순간이 참 행복했어. 근데, 정말로 하늘도 무심했지. 행복 찾아가던 P 앞에 새 어머님이 찾아 오셨어. 만취하신 상태로. P는 얼떨떨하게 인사를 했구, 나도 인사를 드렸어. 근데, 어머님의 가방 안에 깨진 술병이 들려 있더라구. 발견하기도 전에 P 얼굴이 긁혔어. 피가 정말 많이 났는데, 나는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어.
으아악 너무 고마워!!!!! 누가 내 얘기 들어준다니 민망하기두 하구 너무 고맙네!
P의 어머님께서 날 보더니 무어라 말씀하셨는데, 난 당황해서 제대로 듣진 못했구 기억도 안 나. 다만 착한 P가 크게 화를 내줬었어. 나는 그런 거 신경 쓸 틈도 없이 P를 병원에 데려갔어. 서둘러 치료를 받았구, 어머님이 다시 찾아오실까 초조하기만 했어. 그런 일은 없었지만. P는 나에게 미안하다구 여러번 이야기하며 꼭 안아줬어. 떨리는 손이 참 고마웠어. 그러고 두어 달이 지났는데, P가 내가 알바하던 가게에 찾아오던 도중에 쓰러졌어.
병원에서 연락이 왔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어. 나중에 들어보니 빈혈 증세가 순간적으로 심하게 나타난 것이래. 그냥 쓰러진 거면 너무 감사했을 텐데, 큰길이 아닌 곳에서 쓰러진 바람에 차에 치여버린 거야. 병원에 찾아갔는데 P의 옷가지들이 보였고, 모두 피에 축축히 젖어 있었어. 조금 넓은 골목길이었는데, 코너에서 차에 치인 건데, 과속하던 차에 의해 벽과 차 사이에서 치였거든. 눈물만 줄줄 나왔어. P를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고, 그냥 혼자서 P가 호전되기를, 수술이 잘 되기를 바라며 초조하게 기다렸어. 진짜 눈물이 그렇게 나올 수 있나 싶었고, 간호사분께서 계속 울면 몸 상한다구, 다독여주셨어. 실제로 너무 울어서 어지러웠구.
P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구, P는 한 이틀은 눈을 못 뜬 것 같아. 이곳저곳 꿰맨 자국들이 눈에 선한데 차마 보기 힘들었어. P가 눈을 떴을 땐 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P는 미안하다구, 또 울렸다구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봤구 난 그마저도 너무 감사하구 행복했어. P가 정신을 차리구 나는 P의 집에 가서 생필품들을 가지고 왔어. P는 고맙다구 했구. 가끔씩 상처에서 피가 나올 때가 있었는데, 난 그때마다 울었어. 그때마다 P는 미안하다구 했구. 한 일주일 정도 됐을 때 알바를 쉴 수 없어서 알바에 갔어. 알바가 끝날 때쯤에 연락이 오더라구. 환자 위험하다구.
곧장 병원으로 향했어. P는 수술을 하고 있었고, 나는 또다시 초조하게 기다렸어. 오랜 시간 수술이 진행됐고, P가 수술을 마치고 나왔어. 눈을 뜨지 않은 상태지만, 괜찮을 거라고 말씀하셨어. 내가 알바를 가서 이렇게 됐나 싶었구. 진짜 너무 미안했어. 펑펑 울면서 P가 호전되기를 기다렸구, P는 결국 눈을 떴어. 날 보고 사랑한다구 말해줬구. 눈물도 흘렸어. 그리고, 그 날 밤에 P는 세상을 떠났어.
5월에 떠났어. 나는 P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이제야 삶의 목표가 생겨 열심히 사는 착한 아이를 어떻게 그렇게 보낼 수가 있어. 이제 행복해지려는 아이를. 나는 펑펑 울었어. 울다 쓰러지고 일어나면 또 울었어.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더라. P는 내 곁을 떠났어. 없더라구, 내 옆에. 장례 치뤘어. 아버님 만났구, 그냥... 사촌분들 몇몇 분들 오고 가셨어. 영정 사진도 나랑 찍은 사진에서 P만 자른 사진으로 했구. 믿기질 않았어. P가 어떻게 날 떠나구 내 세상을 등져. 며칠은 미친 사람처럼 지냈다. 하던 것들도 손에 안 잡히고, P의 집에 P가 공부하던 검정고시 문제집이랑 샤프만 눈에 보였어.
P가 좋아하던 콜라만 봐도 눈물이 줄줄 흘렀고, 키우기로 한 강아지를 보니 눈물만 났어. 우리 같이 해외 여행 가려고 모아둔 커플 통장에 P의 입금 내역이 찍히지 않을 거구. 텅 빈 P의 집에서 나는 P의 향기가 날 더 슬프게 했어. 진짜 미친듯이 울었어. 49제에도 울다 지쳐 쓰러졌어. 놓아줄 수가 없었어. 하루 종일 울고 울었어. P가 나 모르게 맞춘 목걸이가 내 목을 죄어오는 것 같았어. 그래서 정말로 자살 시도를 했어. 근데, 무서워서 제대로 할 수가 없더라구. P의 입원실 정리하는데 P의 가방에서 편지가 나왔어. 그대로 옮길게.
[ 지현아, 이렇게 편지 쓰니까 엄청 어색해. 솔직히 내가 너무 아파서 급한 마음에 쓰는 편지인데 죽으려고 쓰는 편지는 아니야. 내가 퇴원하고 나면 너한테 보여주려고. 지혀나 아파 으악으악~ 근데 너 우는 거 보는 게 더 마음 아파. 그만 좀 울어 울보야 ㅋㅋㅋㅋ 이러고 하루 종일 누워 있으니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 나데? ㅋㅋㅋ 학원에서 말 건 거 열등감에 쩔어서 말 건 거 맞아 미안. 근데 우리 공~~~주님 으찌나 착하신지 그랬던 나를 좋아해주시고 아주아주 행복합니다 ㅋㅋ 너랑 함께 하고 난 후로는 웃음이 끊긴 적이 없다 구라 아니야 ㅋㅋㅋ 너랑 싸운 날도 웃음이 나왔어. 이건 좀 쓰레긴가? 암튼 ㅋㅋㅋ 진짜 행복하다 너랑 있으면. 내가 이 편지를 쓰는 날을 기점으로 니가 우는 건 그만 보고 시프어... 너무 사랑한다 아 무슨 말을 하지 사랑한단 말밖에 안 나와 ㅋㅋㅋ 아 맞다 너 알바 가서 생각 난 건데 너네 가게에 있는 형이 너 좋아하는 것 같애 맘에 안 드는데 내가 함 봐줄게 조심해라 김지현 ㅋㅋ 아 그리고 나 너랑 해외 여행 가기 전에 제주도에 갈 생각인데 동참하거라 내가 지금은 이모양이지만 흥 검정고시 합격하면 이 오빠가 맛있는 거 꼭 사줄게 못난 나 믿어줘서 고맙다 그리고 우선 나 다 나으면 고기 먹자 입에 기름칠 좀 하게 하루 종일 니 생각만 하네 그리고 너 오늘 입은 옷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ㅋㅋㅋㅋ 이 편지 받을 때 뭔 옷 입었는지 기억 못해서 뭔 옷 입었냐고 또 물어보겠지 안 봐도 뻔하다 이 여자야 ㅋㅋㅋㅋ 내가 너한테 편지 처음 써주는 것 같아서 괜스레 무지 미안하네 내가 아파 보니까 알겠다 너 절대 아프게 하면 안 되겠다는 거 ㅋㅋ 우리 28살 되면 결혼하자 그때 되면 너 알게 된 지 10년이다 번듯한 직장 취업해서 남부럽지 않게 살게 해줄게 사랑해 지현아 진짜 누구보다 사랑해 이따 찐하게 뽀뽀나 하자 싸랑하는 지훈이가 ]
띄어쓰기나 문장부호는 내가 추가한 게 많아. 옮기면서 읽으니까 너무 슬프다. P 이름은 지훈이야, 박지훈. 내 이름은 김지현이구. ㅈㅎ 초성 같다구 엄청 좋아했는데 ㅎㅅㅎ 지훈이는 그렇게 편지 쓰구, 의식 잃구, 마지막 날 눈 뜨고 사랑한다 말해주구, 떠났어. 편지에 나 아프지 않게 해야겠단 이야기 보고 꿋꿋하게 살아보려구 참 많이 노력했어. 근데 지훈이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 페북 보면 나처럼 슬픈 이야기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그냥 내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어. 곧 지훈이 기일이야. 최근에 바빠서 지훈이 못 본 지 꽤 됐는데, 보러 갈 생각에 기쁘다 ㅎㅎ! 편지 내용은 더 있는데, 나만 간직하고 싶은 건 조금 뺐어. 지훈이는 벚꽃보다 목련을 좋아했는데, 목련처럼 너무 금방 져버려서 슬프기도 해. 그래도 남들처럼 벚꽃보단 목련 볼 때 지훈이 생각에 사무쳐서 다행이야. 금방 져버리니까 남들보단 빠르게 헤어나올 수 있거든. 너무 보고 싶다, 지훈아. 아직도 꿈에 한 번 안 나오는데, 나 그렇게 잘못했어? 열심히 사는 중이야. 한 번만 나와줘. 진짜 너무 보고 싶어. 사랑해, 지훈아.
김지현❤️박지훈
내 이야기는 이렇게 끝인데 읽어준 친구들 많아서 고마웠어! 내가 문창과를 희망했어도 ㅋㅋ 능력은 없어서 글이 꽤 두서 없고 전개가 빠르구, 지저분했지! 다음에 지훈이가 꿈에 나오거나 지훈이 생각이 너무 들면 다시 한 번 찾아올게! 고마워!
(오늘 안에 이야기 끝내구 싶어서 더 빨랐던 것 같기두 해 미안 ㅎㅅㅎ!!)
너무 마음이 아프다... 수고했어... 물론 아프겠지만, 아픈게 쉽게 가시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네가 진심으로 즐겁게 웃을 날이 올거라 믿어. 글만 읽어도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게 느껴져.
벌써 이런 말을 하면 불쾌하게 여길수도 있지만 말야... 언젠가 다른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거야. 네 상처를 내려놓고 새로이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대해서 만에하나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해.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한다고 하니까.. 그 자리를 채워줄 누군가가 있으면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 너무 이입했나봐. 주제 넘었다면 미안해.
분명 그 친구도 좋은 곳으로 갔을거야.
정말 예쁜 사랑을 했네. 너무 안타깝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할지 모르겠어... 좋은 밤이 되기를 바라, 지현아.
아니야! 충분한 위로가 됐는걸 ㅎㅅㅎ 지훈이가 내 곁을 떠난 지 벌써 4년이야. 주위에서도 그런 말 듣구, 나 스스로도 새로운 사람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 다만, 아직 지훈이보다 더 누구를 사랑해주지 못할 것 같아! 상대에게 미안해서. 지훈이만큼, 지훈이를 마음 속에 묻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구 믿어! 지훈이도 이런 나를 응원해줄 거라 믿구! 따뜻하게 위로해줘서 나는 진짜 엄청나게 고마워 ㅎㅅㅎ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구! 레스주(맞지?) 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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