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나는 범성애자고 짝녀는 잘모르겠지만 아마 양성애자나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지난번에 퀴퍼 얘기도 했었고 걔한테 커밍아웃한 친구들도 꽤 있거든! 어쨌든 짝녀랑 나는 지금 2년째 같은 반이고, 적지않은 시간을 보낸만큼 이젠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아

우리는 사실 처음부터 친구는 아니었어 짝녀는 워낙 사교성도 좋고 밝은 성격이라 두루두루 친구가 많은 편인데, 나는 내 틀 안에서만 사는 성향이 강해서 친구를 적게 사귀거든 정반대라고 봐도 무방한 우리가 친해지게 된 건 순전히 걔 덕분이었지

먼저 다가와준 그 애 덕분에 우리는 친해졌고... 음 그 애 라고 부르려니 어색하네 동글하고 귀여우니까 일단 감자라고 부를게 감자는 보고 있으면 개 한마리가 떠오를 만큼 개같은 성격이야 감자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가벼운 성격이라서 사실 난 처음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친해지다 보니 마냥 가벼운 애는 아니더라구

알고보면 세심한 면도 있고 눈치도 아주 없진 않고... 내가 감자를 좋아하게 된 건 이런 부분들이야 그냥 어느날 문득 모르는 걸 물어봤는데 평소랑 다르게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목소리가 너무 좋은거야 그냥 그렇게 좋아하게 됐어 정신차리니 걔만 보고 있더라고... 덕분에 시험을 연달아 망쳤지만.....ㅋㅋㄱㅋ

>>4 개같은성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읽다가 모지 했잔ㄹ랔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

근데 이것만 읽어서는 딱히 무슨대답을 해야될지 모르겠다 너무 아무일도 없었는데..?

>>7 아직 덜 적었어ㅠㅠ 미안 지금 밥먹느라ㅠㅠㅠ

배경 설명은 이쯤 하고... 1학년 여름에 내가 걔를 좋아한다고 인정한 뒤로 걔가 하는 스킨십이며 행동들이 너무 신경쓰이기 시작했어ㅋㅋㅋ 가끔 껴안는 거나 머리 위에 턱 올리는 게 난 정말 좋은데 너무 괴로웠어... 다른 애들한테도 다 하는 행동이라서..... 얘가 개같은 성격이랬지? 키도 큰 편이고 팔다리가 길죽해서 약간 푸들같아ㅋㅋㅋㅋㅋ

나도 걜 만나서 스킨십도 좀 늘고 성격도 약간 가벼워졌는데 사실 1학년 내내 변한 건 나뿐이었어 나랑 짝이 된 뒤로 내 말투가 좀 옮긴 했지만 걔를 신경쓰고 걔를 보는 건 나뿐이었지....

감자의 행동이 바뀌었다고 느낀 건 이번 여름부터야! 지금부터가 중요해 열심히 들어줘...!!!

이번 여름? 아님 봄이었을지도 몰라 나는 한창 연애하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고통받고 있었어 그러다 감자가 SNS에 올린 글을 봤는데 아니 글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보자마자 밖만 아니었어도 펑펑 울 뻔했어 그 날을 기점으로 감자를 좀 피했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분명 예전에 연애에 비관적인 성격이었는데 심지어 그 상대랑 연애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거든

한동안 비참했는데 몇 주가 지나고 시험기간이 찾아왔어 시험을 2~3주 앞두고 친구한테 짝사랑 하는 얘기를 털어놨더니 걔가 글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거야... ㅋㅋㅋㅋㅋ

그 말을 듣고 희망과 자신감이 생겨서 다시 감자에게 말도 걸고 장난도 많이 쳤는데, 왠지 평소랑 기분이 좀 다른거야 분명 몇 달 전엔 내가 오든 말든 핸드폰만 하던 애가 나 보더니 손도 흔들고 인사도 하고ㅋㅋㅋ 점심시간에 장난치다가 다른애가 불러서 가려는데 갑자기 손을 붙잡질 않나 진짜 그쯤 되니 나도 슬슬 헷갈려지기 시작했어....

듣고있어!

친구가 전해주길 내가 다른 친구랑 얘기하고 있을 때 걔가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고, 자기랑 막 때리면서 장난치니까 감자가 노려봤다는 거야! 잘못 봤다해도 상관없어 너무 귀엽잖아ㅠㅠㅠㅠ 그렇게 한동안 물음표 속에 살다가 시험이 시작됐어

시험 잘보라고 흔한 말 건네고 난 다른반으로 갔는데 너무 보고싶었거든... 근데 좀 멀어서 갔다오면 거의 공부할 시간을 포기해야 되는데 걔가 바꾼 반까지 찾아온 거야ㅋㅋㅋㅋ 처음엔 잘못 본 건줄 알았어 웃으면서 쳐다보는데 귀여워 미치겠더라 으으ㅠㅠㅠㅠ

시험 끝나고 다시 반에 모였는데 답지 채점하기 귀찮아서 감자랑 장난이나 치면서 놀았어 그러다가 내가 걔 손을 잡고 조물거리는데 걔가 다른 애랑 얘기하면서도 잡힌 손을 계속 쳐다보길래 불편한줄 알고 놨더니 나중에 나랑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잡더라?ㅠㅠㅠ 아 그리고 강연같은 거 들으러 가면 맨날 내 옆자리나 뒷자리에 앉아서 기대는데 너무 좋아... 샴푸 뭐 쓰는지 모르겠는데 샴푸냄새가 확 나서ㅠㅜㅠㅠㅠ

혹시 걔가 볼까봐 좀 바꾸거나 생략한 부분이 있긴 한데 우리 가능성 있을 것 같아....? 예전부터 포기하기 시작해서 별 기대는 없는데 혹시나 해서....ㅎ

확실히 가능성이 없진 않은것같애.. 근데 나도 예전에 가능성 있어보여서 직진했다가 결국 사겼는데 나중에 물어보니깐 그때는 나한테 맘이 1도없었대!-! 그러니깐 가능성이 있든없든 될놈될인것 같아.. 보이는것만으로는 알기도 힘들고